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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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무덥게 내리쬐는 햇빛, 숨 막힐 듯 무더운 갈증의 무더위가 사람의 숨통을 턱턱 막히게 만드는 그날, 평범한 한가정의 정원에서 4살 난 어린 여아의 시체가 발견된다.

 

치매를 앓고 있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사토코는 동생 유키코가 맡긴 딸 나오코를 집에 남겨두고 딸 나오와 함께 치과에 간다.

 

돌아와 보니 나오코가 없어졌고 결국 이 사건은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

 

사건에 연관된 가족들, 각자의 고백이 풀어내는  사건의 전말의 비밀들은 처음부터 독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추리소설을 읽어본 독자라면 나오코의 출생의 대한 비밀은 진작에 알고 있을 것이란 짐작하에 독자들이 갖고 있던 범인에 대한 추리들은 초반부터 각 장마다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기에 허를 제대로 찔린다.

 

 

모두가 사건이 벌어진 그 시각에 저마다의 알리바이가 있고 유일한 범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아버지는 치매 노인으로  그의 말을 믿을 수없다는 단점이 있으니 결국은 다른 가족들 중 한 사람일 것이란 짐작은 한 화자의 고백으로 인해 그가 범인임을 스스로 밝힘으로써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는 느낌이 들게 함과 동시에 뒤를 이은 화자의 고백으로 인해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독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추리하고 이를 토대로 등장인물들마다 나오코를 대하는 마음의 진실들이 어떤 것이었는가에 따라 범인의 추리가 미궁 속에 빠져들게 만든 설정에 있다.

 

 

단순하게 그릴 수도 있었던 사건의 실체 파악을 통해 그들이 서로가 갖던 배신, 아픔, 심적인 부담감,  탐닉에 빠져 희생된 아무런 죄도 없는 아이의 희생으로 인한 남겨진 자들의 고백을 읽는 내내 나오코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갖게 한다.

 

 

고백이란 말 못 한 어떤 것에 대해 자신의 마음에 우러난 진실된 속내를 드러내는 행위다.

 

그런데 과연 이들은  자신의 고백으로 인해 자신의 죄들을 과연 용서받을 수 있을까? 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의도치는 않았지만 사건에 관여하게 된 부분들이 모두 합쳐지면서 비로소 드러난 진실들은 반전이란 것을 이용해 드러나기에 독자들은 추리의 흥미를 느끼면서 읽을 수가 있다.

 

 

나오코의 존재는 이미 탄생부터 시작된 불행의 전조임을, 그렇지만 나오코가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에 대한 안타까움을 던진 작품이기도 했다.

 

 

 

 

 

마치 '이방인'의 햇빛 때문에 벌어진 사건처럼 이 모든 것에는 항상 무덥고 쨍쨍한 햇빛이 있었다는 배경이 시사하는 바는 이 전체 작품이 갖는 중요한 부분임을 느끼게 한다.

 

 

출판사 홍보문구처럼 "범인의 정체에 놀라지 않았다면 전액 환불해드립니다"란 환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읽는 내내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자세한 이벤트 내용은 (@studiood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추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서술 트릭의 재미와 범인이 누구인가를 맞춰보는 것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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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욕심이 생겼어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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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

 

큰 부분부터 작은 부분에 이르기까지 생각한 바의 정도에 따라 개인마다 느끼는 욕심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작가가 그린 작품 속의 이야기를 읽노라니 절로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음을 느낀다.

 

 

전작에 이어 욕심을 주제로 내세운 이야기도 결국은 일상의 일에서 세심한 관찰로 그려진 일을 다룬 글들이라 때론 웃음으로, 때론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부분들을 건드린다.

 

 

 

 

 

동화작가로서 상상력을 풀어내는 이야기꾼으로서의 글은 국적과 연령을 떠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글과 그림들(결코 잘 그렸다고는 할 수 없는^^) 이 곁들여져 읽는 내내 내 자신의 욕심과 삶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준다.

 

 

 

 

 

 

 

 

-  실제로 좋은 일이 없더라도 '행복 예감'만 있다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  p45

 

 

특히 저자만의 시각으로 본 글들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욕심에 대해 다루고 있어 단어 자체가 주는 부정적인 개념을 달리 바라보는 계기를 준다는 점, 유쾌한 가운데 진지한 면을 보인 글들로 인해 어른으로서의 고민거리를 다시 더듬어보게 한다.

 

 

욕망에 대한 갈등과 고민, 여기에 나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할 거리들, 그렇다고 심각하게 풀어내지 않는 작가의 노련함과 유연함이 두드러진 책이라 작가만의 매력이 드러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 마음에 끼는 장갑이 필요합니다.

 

일단 쿠션 역할을 할 만한 것을 마음속에, 생각 속에 넣어 둔다면 의외로 많은 것을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요? -p 51

 

 

 

 

 

 

 

가장 마음에 든 문장이다.

 

이런 쿠션 장갑 하나쯤 장만한다면 어려운 일이 닥쳐 마음고생을 하게 될 때 괜찮아~ 하며 등을 두드려 줄 수 있는 장갑, 든든한 지원군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고 추운 겨울이면 포근한 장갑처럼 사용할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의 시간의 가져보게 한다.

 

 

 

-중요한 날과 아무 생각 없이 잠이나 자고 싶어서 자버린 날, 드라마틱한 날과 아무런 드라마도 없던 날, 양쪽을 같은 무게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p 139

 

 

 

사람들마다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욕심을 관찰하면서 그린 그림과 글들을 통해 나는 무엇에 대해 큰 욕심을 부리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 책이다.

 

 

 

활자도 크고 가방에 넣고 다시면서 조금씩 읽어도 좋을 유쾌하고도 상쾌한 책, 읽어보시길~~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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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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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유행하고 지나갈 줄 알았던 코로나가 2년이 지나도록 변이가 형성되면서 더욱 생활의 반경을 좁히고 있다.

 

인류 역사상 흑사병, 천연두, 스페인 독감, 메르스 같은 경우가 발생하고 이를 대처하는 인간들의 노력은 지금의 생활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만약 코로나가 물러가고 예전의 생활을 더듬어보는 시간이 될 때 과연 우리들은 어떤 기억을 할 수 있을까?

 

 

 작품 속의 주인공이 2080년이 된 시간을 배경으로 자신이 겪었던  그 시대의 기억을 손자들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진행하는 흐름은  그런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 아이들의 표정으로 그땐 그랬지~라는 말이 떠오르게 한다.

 

 

주인공 마티아는 9살, 가족과 함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아이다.

 

우리나라 아파트와는 다른 형태의 이탈리아 아파트의 모습은 창이 없고 대신 발코니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이웃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점이 용이하고 코로나를 맞았어도 처음에는 노래와 연주를 하기도 하고 의료진들을 격려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점차 흘러가면서 격리 생활이 길어지자 사람들은 지쳐간다.

 

 

마티아의 가족 또한 이혼을 앞두고 있는 부모들이 별거 생활로 있다 아빠가 들어오면서 가족 내의 갈등이 드러나고 이런 진행상황들은 주방, 발코니, 차고, 마당, 거실과 엄마의 방, 출입문,,,,

 

각기 다른 장소를 통해 그들의 삶 이야기를 들려준다.

 

 

생일 촛불을 불어 끄는 장면에서도 침이 나올까 봐 염려하는 엄마의 모습, 응급실 풍경을 그린 장면들도 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것이라 순수하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모습들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쳐가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불신, 타인에 대한 의심과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행동과 말들은 팬데믹이 준 또 하나의 불협화음처럼 여겨지는 장면이라 진행형처럼 다가오기도 한 부분이기도 했다.

 

 

다만, 지금 이 시간에도 이겨내기 위해 각자의 장소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신 떠오르는 것,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국가차원에서도 이 모든 것은 또한 언젠가는 지나가리란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문학을 통해 기록되고 들여다본다는 의미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한정된 갇힌 공간에서의 생활, 그 생활 속에서 겪은 이 모든 기억들이 언젠가는 인생의 한 부분이란 생각으로 흐를 수 있다는 마음들이 공감된 작품, 팬데믹을 우리는 이렇게 이겨냈지란 말을 할 날을 기다려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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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 제4의 벽 에디션 세트 - 전8권
싱숑 지음 / 비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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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물여덟 살의 계약직 사원 김 독자가 주인공인 이 작품에 대해서는 너무도 유명하단 말은 들었던 터라 웹 소설에 익숙지 않았음에도 궁금했었다.

 


 김 독자, 그의 유일한 취미는 웹 소설을 보는 것으로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소설이 연재되는 십 년 동안 꾸준하게 읽은 유일한 독자였다.


마침내 소설을 완결한 작가는 마지막 연재까지 읽은 독자에게 한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고, 이를 실현하기라도 하듯   퇴근길 열차 안에 도깨비가 나타나 이 세계가 멸망했으며 영화가 아닌 현실이라고 말한다.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그가 소설에서 보았던 일과 똑같이 흘러간다.

 

 

주인공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나 조연으로 빙의가 되거나 회귀가 되거나 환생이 되거나... 이젠 클리셰가 되어버린 판타지 스토리,  이런 소설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소설 속에 태어난 주인공은 자신이 읽은 소설 속의 세계라서 소설 속의 정보를 갖고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 정보가 가장 중요한 시대가 아니던가.

 

미리 알고 있는 정보로 갈등을 풀어나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예상하고 예상대로 풀어나간다. 그래서 독자들은 소설 속 세계와 주인공을 관망하며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바로 독자들이 주인공과 같은 전지적 시점인 것이다.

 

 그런데 전독시는(전지적 독자 시점) 읽는 독자들에게 그동안 다른 소설들은 관망하며 편히 읽어왔으니 이젠 주인공과 같이 미션을 수행하라고, 너도 해보라고 하는 듯이 보인다.

 

소설 속의 회귀나 빙의나 환생이 아니고 애독하던 소설 멸살 법(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그냥 바로 현실이 되었다.

 

책을 몇 장 안 넘기고 시작된 전철 안에서의 <생명체 죽이기 미션>은 장난이 아니었다.

 

다른 생명체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가 있다니 살고자 하는 본능을 누가 이길 수 있겠는가.

주인공 김 독자가 미션마다 살 수 있었던 건 멸살 법을 완독 했기에 가능했다.

 

 

 

 

 

 

전시독의 모티브가 되는 소설 멸살 법의 안내가 자세하지 않고 전독시의 시작부터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체를 죽여야 하는 살벌함은 작가의 그 불친절함이 곧 멸살 법의 스타일임을 처음부터 공표하듯이 꽤나 당황스러웠다.

 

 

등장인물의 소개, 별자리 성좌, 도깨비, 설화들에 적응해가며 이 소설의 장르는 판타지 스릴러 혹은 판타지 고어물이 맞겠구나 싶었다.


갑자기 인간이 성좌들의 인형이 되어 시나리오에 맞춰 하루하루를 매 순간을 살아내야 하는 설정은  괘씸하고 불쾌하고 분노가 차오르게 하는 무례한 설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는 감정은 보너스다.

 

그럼에도 시나리오는 무엇인지 어리둥절한  가운데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에게 적응할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달려가기 시작한 첫 권은 긴장감 속에 그리고 불친절함 속에 불쾌함과  불만을 가지고도 멈출 수 없는 궁금증으로 진도를 나가기 시작한다.

 

 

 

 

 

읽으면서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이런 기분이겠구나 하는 공감을 느끼게 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마음속 밑바닥까지 모든 걸 들여다보고 파헤치고 드러내며 읽어대는 독자들에게 상처를 입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런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전독시는 시작된 것이 아닐까?

 

 

다만 이번에는 독자들의 입장은 성좌들이고 독자들이었던 우리는 김 독자와 같은 미션 수행자가 된 것일 뿐. <전지적 독자 시점>의 제목이 갖는 중의적 표현처럼 주인공 김 독자의 전지적 시점이기도 하고 이 소설을 읽는 讀者들의 전지적 시점이기도 하다.

 

 

 

 


또한 김 독자의 눈을 빌어서 보고 있으니 독자들은 김 독자와 같이 시나리오에 참여하는 미션 수행자인 것이다.

 


그런데 전독시는 특이하게도 끝없는 우주를 배경으로 별자리 성좌들과 그들의 설화를 모티브로 하되 인간을 시나리오 미션을 수행토록 하는, 그러나 생각을 하는 인형으로 만들어놓았다.

 

1권의 책을 잡고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한국 전철 안을 배경으로, 갑자기 살벌하게 시작된 살육의 첫 미션으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나를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에 그 잔인함과 살벌함에 판타지는 즐겁고 가볍게 읽을거리로만 알아왔던 나와 같은 독자는 충격을 받았고 이 불편하고 불친절한 전개는 불만으로 이어져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자신도 없었다.

 

 

민첩하지도 않고 강철 체력도 아니며 냉정한 결단력도 없고 멸살 법을 전혀 읽지도 않은 나였다면 전철 안에서 조연도 못하고 첫 미션에 사라졌을 존재였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한국의 전철 안에서 인간들은 이유도, 목적도, 끝도 모른 채 목숨을 담보로 치열하게 생존을 이어간다.

 

서울 돔은 무너지고 폐허가 되고 세상은 멸망을 치닫고 있으며 인간들은 살기 위해서 도깨비들이 주는 시나리오대로 수행을 해야만 한다.

 

구경꾼인 별자리 성좌들은 인간들을 코인으로 후원하고 응원하며 자신들의 배후성을 만들고 스킬도 쥐어주며 미션을 시키고 생각을 하는 인간들의 독자적인 선택과 결정들과 의외성에서 오는 절대로 뻔하지 않는 한 편의 오락프로를 보는 것이다.

 

성좌들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가 있겠구나 싶었다.


인형이되 뻔하지 않은 인형들이 움직여주니 얼마나 재미가 있겠는가. 예상을 벗어나는 의외성과 돌발성이 얼마나 큰 재미가 있겠는가?


스킬이 업그레이드될 적마다 강해지고 성장해가는 인간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을 것이다.

성좌들이 인간을 벌레만큼도 취급 않듯이 시나리오를 짜는 도깨비에게도 인간은 쾌락과 재미의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인간의 편은 아무도 없는 이 배경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끝은 어디인지, 끝이 있기는 한지, 무엇을 향해 가는지 그 피로한 여정에 동참하는 고된 여행기이다.

 

 

 


인간의 삶도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삶의 목적이 무엇이고 삶의 끝은 무엇인지 모른다. 스타스트림의 시나리오 속에 놓인 체스판의 장기처럼 어쩌면 인생도 놓인 대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이 소설이 특이한 것은 시작은 무대가 우주와 별자리, 설화를 토대로 한 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고 그 설화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 속 위인과 신화의 주인공들이 있다는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때때로 빵 터지게 하는 작가의 유머를 공감할 수 있다.

 

한국 전철역을 점거해 가는 과정은 친숙해서 좋았고, 보기 드물게 한국과 한국인들이 주연급이란 점도  참신했다.

 

악랄한 도깨비들과 포르세포네와의 밀당과 위기를 빠져나가는 대목에서 김 독자의 영리함과 재치를 볼 수 있었으며 설화를 토대로 한 개연성 있는 스킬과 유물들, 성좌의 얘기들도 특이했다.

 

또한 극한 상황에서는 인간의 잔인함과 추악한 본성을 엿볼 수 있었으며 구원 교주의 에피소드에서는 삶이 유한 함으로 인해 더 빛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만들었으며 안일한 현실에 안주하려는 낙원에서는 밝고 어두운 양면성에 냉정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김 독자의 <제4의 벽> 스킬은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핵심 스킬이다.

 

 이 스킬은 3인칭 전지적 시점이 되기도 하며 1인칭 조연의 시점이 되기도 했는데 그래서 김 독자의 눈으로 보고 겪고 느끼니 김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들의 여정이 피로하고 고달팠다. 그러면서도 타 소설들과 다르게 김 독자가 모든 것을 예상하고 알 수는 없었기에 특이했다.

 

 

올림픽 성좌들이 내린 운명이나 죽음의 예언 등이 그러했다. 그래서 장난치는 도깨비들의 악랄함에 분했고 약 올랐고 비열한 성좌들에게 화가 났으며 그렇다 한들 무기력한 인간의 존재가 서글펐다.

 

여러 설화와 위인들이 나오면서 역사를 더듬어 기억하게 하고 그에 따른 유물과 스킬을 적당히 버무려 얘기를 짜내니 싱숑 작가는 신박한 이야기꾼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등장인물마다 필요한 존재들이고 시간이 감에 따라 업그레이드되어가는 과정도 있고 제 몫을 다 하면서 민폐 캐릭터나 고구마 캐릭터가 없다는 것도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이다.

 

 

 

 

 

 

모처럼 숨 돌릴 틈도 없는 전개에 밤을 꼬박 새우며 읽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흐름, 8권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목숨을 걸어야 했던 노곤한 여정에 김 독자를 포함하여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수고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겜맹에 가까워 용어 하나하나 천천히 곱씹듯 읽고 넘겨야 해서 완독 하기까지 시간이 유난히 많이 걸렸던 작품.

 

 

스타스트림, 성좌, 배후성, 스킬, 레벨, 도깨비, 설화들... 다음 책에서는 김 독자가 번듯한 성좌가 되어 나타나는 건 아닐는지...

 

 

다음 전개를 조금도 예측할 수 없고 지금도 무한한 스타 스트림의 어디선가 또 다른 설화를 생성하고 써 내려가고 있을 김 독자와 등장인물의 활약을 기대하며 그들의 여정에 동참할 나의 기다림이 오래가지 않길 바란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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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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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대학 입학을 앞두고 중서부 대학 여러 곳을 둘러보던 나는 내가 다녔던 하버드 대학의 교정과 그 주변을 둘러보면서 회상에 젖는다.

 

 

-지금 내가 꺼내고 싶은 것은 그 이후의 사랑, 그 오랜 세월 내가 품어온 사랑, 너무나 그립지만 돌아가 다시 살고 싶다는  단 일 분도 들지 않는 그 시절로 기어코 나를 잡아 끄는 마법과도 같은 그 이후의 사랑이었다.

 

 

1977년의 무덥던 여름방학을 맞아 모두가 대학 교정을 떠난 텅 빈자리, 학생들이 차지하던 그 자리는 노동자 계급과 그 외의 부류들이 대신 차지하는 공간으로 변한다.

 

이집트 출신의 유대인인 나는 영주권을 얻고 하버드에서 공부하던 학생으로 어디 마땅히 갈 데조차 없는 처지에 4년을 다녔으면서도 활발한 교류조차 하지 못한 축에 속한다.

 

 

마지막 남은 종합시험에 대한 압박감을 지닌 채 나의 진정한 울타리나 터전의 개념조차 없는 불안감을 간직한 상태에서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카페 알제에서 칼라지란 남성을 만난다.

 

 

튀니지 출신의 베르베르인이자, 사연 많은 인생의 항로를 거쳐 미국에서 택시 운전사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나와는 다른 매사에 영어에 취약하지만 불어를 통한 자신만의 원시적이고도 솔직한 언변,  미국이란 나라 시스템에 대한 실랄한 표현을 통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작품은 일단 손에 잡은 순간 매끄러운 문장력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표현들, 그들 사이에 오고 간 대화를 통해 몰입감을 높이는데,  읽은 후엔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기도 했다.

 

 


 

 

 

미국이란 나라 안에서 그들의 주류 사회 속에 속하지 못한 이방인들이란 사실, 그 속에 합류하고 싶어도 한 사람은 언제 추방당할지 몰라  오로지 영주권 획득에 목말라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못한 환경, 나 또한 영주권은 있지만 마지막 기회인 시험에 탈락한다면 당장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야 될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두 이방인들이 느끼는 그들의 대화는 겉에 보이는 것 만이 다가 아닌 절실함을 내면에 감춘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 우리 각자가 마치 달처럼 수많은 측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지인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겉으론 강해 보인 칼라지란 인물을 보면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동질감, 가벼운 대화로 시작된 우정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바라볼수록 멀리하고 싶어 지면서도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양면의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이 화자의 변화하는 심리와 그 안에서 그와의 관계를 멀리하고픈 갈등과 혼란들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특히 두 사람의 관계가 상반된 반전을 보인 칼라지와 나의 변화 부분은 자신의 나약함과 불안을 감추기 위해  분노와 거침없는 언변으로 자신을 포장했던 칼라지가 나의 주선으로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면서  미국 시스템에 대해 적응해 간다는 사실이다.

 

 

이는 부랑자 신세로서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단 확신으로  섹스에 몰입하던 그의 행동이 결국은 영주권에 대한 절실함과 자신의 주위엔 결국 아무도 없다는 고립과 외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낸 부분이라 나가 느꼈던 동질감을 반복해서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점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나가 속한 대학이란 공간과 와스프 사회에서도 속할 수없었던 소외감과 칼라자가 느낀 소외감은 결국 같다는 동일 선상에서 시작된, 두 사람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그 시절에 함께 공유하며 살아갔던 시절이었음을, 그가 남긴 빈자리를 통해서 과거를 더듬어보는 추억은 그래서 더욱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 그에게서 나 자신을 보고 있다는 생각, 그는 여기서 모든 것을 망치고 모든 것을 잃는 순간에 내가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였다, 그는 나보다 딱 세 걸음 앞서가는  내 운명이었다.

 

 

미국이란 나라 안에  하버드 광장에 있던 카페 알제, 그리고 그의 택시 안에서 둘만이 느꼈을 공감대 형성은 거대한 시스템 체제 안에서 둘 만의 교류를 통해 온전히 이해와 안정을 느낀 장소란 점에서 많은 위로를 서로 주고받은 느낌들이 어떠했을지 느껴진다.

 

 

현재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며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고 기억하지만 그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화자의 말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정도 지나고 되돌아보면 누구나 회상의 시간을 갖는 과거의 기억들, 그 시절에 대한 애잔한 단상들이 떠오르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 한 편의 추억 상자들은  그대로 두고 싶다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알 것 같은 느낌이라  읽을수록 그들의 감정으로 이입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본 수아레!

본 수아레!

본 수아레!

 

Je T'aime.....

 

작품을 읽고 난 후 여러 번 입안에서 맴돈 말, 이 말 한마디로 모두에게 좋은 저녁의 시간과 더불어 행운과 기쁨이 있기를,,,,

 

 

마치 주문처럼 외워본다.

 

 

이 말 한마디에 압축된 그 의미를 넘는 칼라자와 나의 우정이자 다른 느낌의 사랑의 감정선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때의 마음들이 현재에 화자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칼라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마지막 긴 여운의   발자국이 궁금해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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