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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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대학 입학을 앞두고 중서부 대학 여러 곳을 둘러보던 나는 내가 다녔던 하버드 대학의 교정과 그 주변을 둘러보면서 회상에 젖는다.

 

 

-지금 내가 꺼내고 싶은 것은 그 이후의 사랑, 그 오랜 세월 내가 품어온 사랑, 너무나 그립지만 돌아가 다시 살고 싶다는  단 일 분도 들지 않는 그 시절로 기어코 나를 잡아 끄는 마법과도 같은 그 이후의 사랑이었다.

 

 

1977년의 무덥던 여름방학을 맞아 모두가 대학 교정을 떠난 텅 빈자리, 학생들이 차지하던 그 자리는 노동자 계급과 그 외의 부류들이 대신 차지하는 공간으로 변한다.

 

이집트 출신의 유대인인 나는 영주권을 얻고 하버드에서 공부하던 학생으로 어디 마땅히 갈 데조차 없는 처지에 4년을 다녔으면서도 활발한 교류조차 하지 못한 축에 속한다.

 

 

마지막 남은 종합시험에 대한 압박감을 지닌 채 나의 진정한 울타리나 터전의 개념조차 없는 불안감을 간직한 상태에서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카페 알제에서 칼라지란 남성을 만난다.

 

 

튀니지 출신의 베르베르인이자, 사연 많은 인생의 항로를 거쳐 미국에서 택시 운전사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나와는 다른 매사에 영어에 취약하지만 불어를 통한 자신만의 원시적이고도 솔직한 언변,  미국이란 나라 시스템에 대한 실랄한 표현을 통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작품은 일단 손에 잡은 순간 매끄러운 문장력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표현들, 그들 사이에 오고 간 대화를 통해 몰입감을 높이는데,  읽은 후엔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기도 했다.

 

 


 

 

 

미국이란 나라 안에서 그들의 주류 사회 속에 속하지 못한 이방인들이란 사실, 그 속에 합류하고 싶어도 한 사람은 언제 추방당할지 몰라  오로지 영주권 획득에 목말라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못한 환경, 나 또한 영주권은 있지만 마지막 기회인 시험에 탈락한다면 당장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야 될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두 이방인들이 느끼는 그들의 대화는 겉에 보이는 것 만이 다가 아닌 절실함을 내면에 감춘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 우리 각자가 마치 달처럼 수많은 측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지인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겉으론 강해 보인 칼라지란 인물을 보면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동질감, 가벼운 대화로 시작된 우정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바라볼수록 멀리하고 싶어 지면서도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양면의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이 화자의 변화하는 심리와 그 안에서 그와의 관계를 멀리하고픈 갈등과 혼란들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특히 두 사람의 관계가 상반된 반전을 보인 칼라지와 나의 변화 부분은 자신의 나약함과 불안을 감추기 위해  분노와 거침없는 언변으로 자신을 포장했던 칼라지가 나의 주선으로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면서  미국 시스템에 대해 적응해 간다는 사실이다.

 

 

이는 부랑자 신세로서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단 확신으로  섹스에 몰입하던 그의 행동이 결국은 영주권에 대한 절실함과 자신의 주위엔 결국 아무도 없다는 고립과 외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낸 부분이라 나가 느꼈던 동질감을 반복해서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점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나가 속한 대학이란 공간과 와스프 사회에서도 속할 수없었던 소외감과 칼라자가 느낀 소외감은 결국 같다는 동일 선상에서 시작된, 두 사람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그 시절에 함께 공유하며 살아갔던 시절이었음을, 그가 남긴 빈자리를 통해서 과거를 더듬어보는 추억은 그래서 더욱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 그에게서 나 자신을 보고 있다는 생각, 그는 여기서 모든 것을 망치고 모든 것을 잃는 순간에 내가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였다, 그는 나보다 딱 세 걸음 앞서가는  내 운명이었다.

 

 

미국이란 나라 안에  하버드 광장에 있던 카페 알제, 그리고 그의 택시 안에서 둘만이 느꼈을 공감대 형성은 거대한 시스템 체제 안에서 둘 만의 교류를 통해 온전히 이해와 안정을 느낀 장소란 점에서 많은 위로를 서로 주고받은 느낌들이 어떠했을지 느껴진다.

 

 

현재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며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고 기억하지만 그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화자의 말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정도 지나고 되돌아보면 누구나 회상의 시간을 갖는 과거의 기억들, 그 시절에 대한 애잔한 단상들이 떠오르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 한 편의 추억 상자들은  그대로 두고 싶다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알 것 같은 느낌이라  읽을수록 그들의 감정으로 이입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본 수아레!

본 수아레!

본 수아레!

 

Je T'aime.....

 

작품을 읽고 난 후 여러 번 입안에서 맴돈 말, 이 말 한마디로 모두에게 좋은 저녁의 시간과 더불어 행운과 기쁨이 있기를,,,,

 

 

마치 주문처럼 외워본다.

 

 

이 말 한마디에 압축된 그 의미를 넘는 칼라자와 나의 우정이자 다른 느낌의 사랑의 감정선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때의 마음들이 현재에 화자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칼라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마지막 긴 여운의   발자국이 궁금해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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