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 제4의 벽 에디션 세트 - 전8권
싱숑 지음 / 비채 / 2022년 1월
평점 :
절판


 

 

스물여덟 살의 계약직 사원 김 독자가 주인공인 이 작품에 대해서는 너무도 유명하단 말은 들었던 터라 웹 소설에 익숙지 않았음에도 궁금했었다.

 


 김 독자, 그의 유일한 취미는 웹 소설을 보는 것으로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소설이 연재되는 십 년 동안 꾸준하게 읽은 유일한 독자였다.


마침내 소설을 완결한 작가는 마지막 연재까지 읽은 독자에게 한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고, 이를 실현하기라도 하듯   퇴근길 열차 안에 도깨비가 나타나 이 세계가 멸망했으며 영화가 아닌 현실이라고 말한다.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그가 소설에서 보았던 일과 똑같이 흘러간다.

 

 

주인공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나 조연으로 빙의가 되거나 회귀가 되거나 환생이 되거나... 이젠 클리셰가 되어버린 판타지 스토리,  이런 소설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소설 속에 태어난 주인공은 자신이 읽은 소설 속의 세계라서 소설 속의 정보를 갖고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 정보가 가장 중요한 시대가 아니던가.

 

미리 알고 있는 정보로 갈등을 풀어나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예상하고 예상대로 풀어나간다. 그래서 독자들은 소설 속 세계와 주인공을 관망하며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바로 독자들이 주인공과 같은 전지적 시점인 것이다.

 

 그런데 전독시는(전지적 독자 시점) 읽는 독자들에게 그동안 다른 소설들은 관망하며 편히 읽어왔으니 이젠 주인공과 같이 미션을 수행하라고, 너도 해보라고 하는 듯이 보인다.

 

소설 속의 회귀나 빙의나 환생이 아니고 애독하던 소설 멸살 법(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그냥 바로 현실이 되었다.

 

책을 몇 장 안 넘기고 시작된 전철 안에서의 <생명체 죽이기 미션>은 장난이 아니었다.

 

다른 생명체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가 있다니 살고자 하는 본능을 누가 이길 수 있겠는가.

주인공 김 독자가 미션마다 살 수 있었던 건 멸살 법을 완독 했기에 가능했다.

 

 

 

 

 

 

전시독의 모티브가 되는 소설 멸살 법의 안내가 자세하지 않고 전독시의 시작부터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체를 죽여야 하는 살벌함은 작가의 그 불친절함이 곧 멸살 법의 스타일임을 처음부터 공표하듯이 꽤나 당황스러웠다.

 

 

등장인물의 소개, 별자리 성좌, 도깨비, 설화들에 적응해가며 이 소설의 장르는 판타지 스릴러 혹은 판타지 고어물이 맞겠구나 싶었다.


갑자기 인간이 성좌들의 인형이 되어 시나리오에 맞춰 하루하루를 매 순간을 살아내야 하는 설정은  괘씸하고 불쾌하고 분노가 차오르게 하는 무례한 설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는 감정은 보너스다.

 

그럼에도 시나리오는 무엇인지 어리둥절한  가운데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에게 적응할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달려가기 시작한 첫 권은 긴장감 속에 그리고 불친절함 속에 불쾌함과  불만을 가지고도 멈출 수 없는 궁금증으로 진도를 나가기 시작한다.

 

 

 

 

 

읽으면서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이런 기분이겠구나 하는 공감을 느끼게 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마음속 밑바닥까지 모든 걸 들여다보고 파헤치고 드러내며 읽어대는 독자들에게 상처를 입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런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전독시는 시작된 것이 아닐까?

 

 

다만 이번에는 독자들의 입장은 성좌들이고 독자들이었던 우리는 김 독자와 같은 미션 수행자가 된 것일 뿐. <전지적 독자 시점>의 제목이 갖는 중의적 표현처럼 주인공 김 독자의 전지적 시점이기도 하고 이 소설을 읽는 讀者들의 전지적 시점이기도 하다.

 

 

 

 


또한 김 독자의 눈을 빌어서 보고 있으니 독자들은 김 독자와 같이 시나리오에 참여하는 미션 수행자인 것이다.

 


그런데 전독시는 특이하게도 끝없는 우주를 배경으로 별자리 성좌들과 그들의 설화를 모티브로 하되 인간을 시나리오 미션을 수행토록 하는, 그러나 생각을 하는 인형으로 만들어놓았다.

 

1권의 책을 잡고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한국 전철 안을 배경으로, 갑자기 살벌하게 시작된 살육의 첫 미션으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나를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에 그 잔인함과 살벌함에 판타지는 즐겁고 가볍게 읽을거리로만 알아왔던 나와 같은 독자는 충격을 받았고 이 불편하고 불친절한 전개는 불만으로 이어져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자신도 없었다.

 

 

민첩하지도 않고 강철 체력도 아니며 냉정한 결단력도 없고 멸살 법을 전혀 읽지도 않은 나였다면 전철 안에서 조연도 못하고 첫 미션에 사라졌을 존재였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한국의 전철 안에서 인간들은 이유도, 목적도, 끝도 모른 채 목숨을 담보로 치열하게 생존을 이어간다.

 

서울 돔은 무너지고 폐허가 되고 세상은 멸망을 치닫고 있으며 인간들은 살기 위해서 도깨비들이 주는 시나리오대로 수행을 해야만 한다.

 

구경꾼인 별자리 성좌들은 인간들을 코인으로 후원하고 응원하며 자신들의 배후성을 만들고 스킬도 쥐어주며 미션을 시키고 생각을 하는 인간들의 독자적인 선택과 결정들과 의외성에서 오는 절대로 뻔하지 않는 한 편의 오락프로를 보는 것이다.

 

성좌들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가 있겠구나 싶었다.


인형이되 뻔하지 않은 인형들이 움직여주니 얼마나 재미가 있겠는가. 예상을 벗어나는 의외성과 돌발성이 얼마나 큰 재미가 있겠는가?


스킬이 업그레이드될 적마다 강해지고 성장해가는 인간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을 것이다.

성좌들이 인간을 벌레만큼도 취급 않듯이 시나리오를 짜는 도깨비에게도 인간은 쾌락과 재미의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인간의 편은 아무도 없는 이 배경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끝은 어디인지, 끝이 있기는 한지, 무엇을 향해 가는지 그 피로한 여정에 동참하는 고된 여행기이다.

 

 

 


인간의 삶도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삶의 목적이 무엇이고 삶의 끝은 무엇인지 모른다. 스타스트림의 시나리오 속에 놓인 체스판의 장기처럼 어쩌면 인생도 놓인 대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이 소설이 특이한 것은 시작은 무대가 우주와 별자리, 설화를 토대로 한 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고 그 설화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 속 위인과 신화의 주인공들이 있다는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때때로 빵 터지게 하는 작가의 유머를 공감할 수 있다.

 

한국 전철역을 점거해 가는 과정은 친숙해서 좋았고, 보기 드물게 한국과 한국인들이 주연급이란 점도  참신했다.

 

악랄한 도깨비들과 포르세포네와의 밀당과 위기를 빠져나가는 대목에서 김 독자의 영리함과 재치를 볼 수 있었으며 설화를 토대로 한 개연성 있는 스킬과 유물들, 성좌의 얘기들도 특이했다.

 

또한 극한 상황에서는 인간의 잔인함과 추악한 본성을 엿볼 수 있었으며 구원 교주의 에피소드에서는 삶이 유한 함으로 인해 더 빛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만들었으며 안일한 현실에 안주하려는 낙원에서는 밝고 어두운 양면성에 냉정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김 독자의 <제4의 벽> 스킬은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핵심 스킬이다.

 

 이 스킬은 3인칭 전지적 시점이 되기도 하며 1인칭 조연의 시점이 되기도 했는데 그래서 김 독자의 눈으로 보고 겪고 느끼니 김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들의 여정이 피로하고 고달팠다. 그러면서도 타 소설들과 다르게 김 독자가 모든 것을 예상하고 알 수는 없었기에 특이했다.

 

 

올림픽 성좌들이 내린 운명이나 죽음의 예언 등이 그러했다. 그래서 장난치는 도깨비들의 악랄함에 분했고 약 올랐고 비열한 성좌들에게 화가 났으며 그렇다 한들 무기력한 인간의 존재가 서글펐다.

 

여러 설화와 위인들이 나오면서 역사를 더듬어 기억하게 하고 그에 따른 유물과 스킬을 적당히 버무려 얘기를 짜내니 싱숑 작가는 신박한 이야기꾼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등장인물마다 필요한 존재들이고 시간이 감에 따라 업그레이드되어가는 과정도 있고 제 몫을 다 하면서 민폐 캐릭터나 고구마 캐릭터가 없다는 것도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이다.

 

 

 

 

 

 

모처럼 숨 돌릴 틈도 없는 전개에 밤을 꼬박 새우며 읽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흐름, 8권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목숨을 걸어야 했던 노곤한 여정에 김 독자를 포함하여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수고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겜맹에 가까워 용어 하나하나 천천히 곱씹듯 읽고 넘겨야 해서 완독 하기까지 시간이 유난히 많이 걸렸던 작품.

 

 

스타스트림, 성좌, 배후성, 스킬, 레벨, 도깨비, 설화들... 다음 책에서는 김 독자가 번듯한 성좌가 되어 나타나는 건 아닐는지...

 

 

다음 전개를 조금도 예측할 수 없고 지금도 무한한 스타 스트림의 어디선가 또 다른 설화를 생성하고 써 내려가고 있을 김 독자와 등장인물의 활약을 기대하며 그들의 여정에 동참할 나의 기다림이 오래가지 않길 바란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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