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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왕의 방패 - 제166회 나오키 상 수상작 ㅣ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1
이마무라 쇼고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1월
평점 :
무릇 시대소설이란 역사적 사실적 상황이나 저자의 허구적 상상력이 가미된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오랜만에 재미와 흥미, 손에 땀을 쥐면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묘한 마음이 들게 한 소설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저자의 이력이 조금 색다른데, 전직 댄스강사로 일한 경험이 있고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4년 만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저력 있는 신인 작가로서는 대단한 일을 이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배경은 일본 전국시대의 주요 인물들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에 석공과 철포를 만드는 이들을 주인공을 삼아 펼쳐진다.
어린 시절 오다 군에 의해 살던 곳인 이치조다니에서 부모와 여동생을 잃고 방황하던 교스케가 석축 기술을 지닌 집단 아노슈 장인 겐사이에 의해 발견, 양자로 들어가고 대를 이을 후계자로 지목된다.
아노슈 장인 집단에서도 석축, 특히 성을 쌓거나 보강, 이축하는 모든 과정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불러 말하는 '새왕'이란 존재로 불리는 겐사이가 교스케를 다음 새왕의 자리에 오를 자로 지목한 점과 교스케 스스로가 타고난 인재임을 그리는 장면들은 성 쌓기 기술을 그리는 장면에서 많은 호기심을 일으켜 독자들에게 신선한 세계를 안내하는 것처럼 그린다.
한편 뛰어난 활 쏘는 재능을 갖고 있던 아버지가 철포에 맞아 죽게 되자 활보다는 철포 제작에 관심을 두게 된 겐쿠로는 철포 제작의 일인자로 불리는 포선이란 칭호를 듣게 된다.
두 사람의 창과 방패라는 역할에 맞는 대결을 그린 이 작품 속 배경이 일본 전국시대의 혼란한 시대를 시작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거나 끝낼 수 있는 뜻은 같지만 그 실천방향들은 서로 너무도 달랐다.
성을 공고히 쌓음으로써 적이 더는 전쟁을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아래 농민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교스케와는 달리 막강한 화력을 지닌 무기를 통해 전쟁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는 반대되는 주관을 가진 겐쿠로는 누가 먼저 오쓰 성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전운의 성공을 움켜쥘 수 있는 진행으로 흐른다.
700여 페이지가 조금 넘는 시대소설,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그린 탓에 익숙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생소했던 전장의 기운들, 여기에 주인공이 다이묘들이 아닌 일개 평범한 석공과 무기를 만드는 자를 내세웠던 배경이 타 작품들보다는 조금 달랐다.
두 사람의 자라온 배경이 비슷하면서도 결정적으로 '모순'이란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창과 방패의 대결 구도, 여기에 오랜 세월 석공들이 갖고 있는 돌을 다루는 지혜가 담긴 부분이나 오늘날 건축 기술을 연장선처럼 여겨질 수 있는 건축과정, 하나의 돌 쓰임이 이렇게도 중요할 수도 있구나를 연신 감탄하며 읽게 만든 저자의 자료수집에 대한 집요함에 놀랐다.
읽어나가면서 저자의 고대 성에 관한 묘사 부분들이나 전쟁의 기술들이 전국시대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것 하나 치우침이 없이 고루 묘사한 점들은 두 사람의 시선과 전쟁을 바라보는 것에서 많은 것들을 그려냈다.
전쟁은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인가? 처음의 취지와는 점차 다르게 변해가는 인간의 야심과 전후의 피해들과 공포심, 결정적으로 두 사람의 대결의 마지막 승리는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남다른 궁금증이 끝까지 마무리될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진행 속도나 흐름들이 지루함을 모르고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시대는 과거의 역사지만 여전히 전쟁이란 키워드는 사라지지 않는 현대에 교스케가 생각한 점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게 다가왔다.
새왕과 포선의 대결, 그 무엇도 가장 막강한 힘을 지녔고 교스케가 찾고자 했던 오의는 다름 아닌 '그것'(책을 읽어보심 알아요.) 이란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들이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시리즈로 출간된 작품이라 다음 작품에서는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출간될지, 시대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만족할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