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매미 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7
하무로 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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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다 슈코쿠는 군 부교에서 에도의 주로격인 요닌이 되었지만 측실 마님과 밀통하고 시동을 죽인 죄로 할복을 뒤로 미룬 채  무카이야마라 불리는 외진 촌에 가로 나카네 헤이에몬의 명을 받들어 주군 가문의 가보를 작성하는 일로 세월을 채워나간다.

 

단노 쇼자부로- 친한 친구로서 가로 나카네 헤이에몬의 조카인 미즈카네 신고와 사소한 일로 인해서 그와 싸우게 되고 신고의 발에 상처를 입힌 죄로 슈코쿠가 진행하고 있는 가보 작성의 일을 도와준단 명분 하에 그를 감시하는 일로 할복을 면하게 되면서 그가 있는 곳으로 향하던 중 슈코쿠의 아들인 이쿠타로를 만나게되고 그의 집으로 가게된다.

 

아무도 찾지않는 평범한 농민들이 슈코쿠를 존경하고, 그의 부인이나 딸 가루오, 아들 이쿠타로까지 모두 자신이 생각했던 사람들이 아닌 진정한 무사의 정신을 간직한 채 자신의 억울함을 누르고 주군이 명하신 일을 묵묵히 하고 그 뒤를 받쳐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쇼자부로는 점점 자신이 그를 존경하게 되고 곧 3년이 흐르면 그가 할복을 해야한단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게된다.

 

그런 와중에 가보 작성 중 가문의 비밀이 담겨있는 종이를 측실마님이자 쇼코쿠의 보졸의 딸이었던 오요시로부터 유서서를 쥐게 된 그는 쇼코쿠에게 이것을 빌미로 할복만은 면할 방법을 청하지만 쇼코쿠는 이마저도 거부한 채 오로지 가보 작성에 힘을 기울인다.

 

흔히 말하는 문학을 읽는 이유는 나라마다의 고유한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고 그 나라만의 민족성이랄까, 우리가 간접적으로 느낄 수있는 무한한 감동을 느끼기 때문에 문학의 주는 힘이 자신의 나라를 넘어서 온 세계적으로 내 나라를 알리는 계기를 알리게 되는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도 그렇다.

 

읽으면서 일본 고유의 한치의 빈틈이 없는 일본무사들만이 지니는 강직함, 충에 대한 자신의 절도있는 생각과 소신, 행동을 그려내고 이 가운데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알고 살아간다는 설정하에 이뤄지는 주인공은 물론 주위의 사람들까지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되는 책이다.

 

여기 누군가 당신의 삶은 앞으로 죄를 지었기에 10년의 삶의 연장을 할 수가 있고 그 10년은 오로지 자신이 모시던 분의 가문의 가보작성의 명을 받는다 치자.

그렇다면 과연 남을 생을 어떻게 보내야할 것인가가 문제일 터, 이 책은 흔히 말하는 울고 불고 난리 부르스를 치지 않는다.

 

비록 자신이 측실 마님의 생명위협을 당한 가운데 피신시키고자 하룻 동안에의 일을 변명조차 할 수없었던 것은 슈코쿠가 말하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그런 의심을 받게될 때, 자신은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가 없음을, 그저 명하는 대로 따라해야함이 진정한 충을 아는 무사의 길을 걷는 것임을 알고 살아가는 어떻게 보면 온통 벽에 갇혀서 도무지 소통조차도 하지 않으려는 답답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있는 슈코쿠란 인물의 캐릭터를 작가는 한치의 흔들림이 없는 정도의 길을 그려나가는 모습으로 비쳐보이게 만든다.

 

가족들에게 신임을 받는일, 마을 사람들에게 무사출신임을 내세워 기존의 파워를 이용해 착취하려는 행동은 커녕 존경을 받는다는 것 자체엔 그 어느소설에서도 느껴보지 못하는 감동을 선사한다.

 

신분의 벽을 뛰어넘는 아들 이쿠타로와 겐키치의 우정어린 생활과 겐키치의 죽음을 두고 세상으로부터의 불합리함을 넘어서려는 이쿠타로의 행동과 그 뒤를 지지하는 쇼자부로의 무사로서의 진정한 거듭남이 3인의 각기 다른 무사의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정이 참으로 감동적이다.

(이쿠타로의 돌팔매질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예나 지금이나 권세있는 자들의 비열함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

 

여기에 요즘처럼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만남을 하는 세대에겐 다소 답답함을 보일 수도있는 가루오와 쇼자부로의 뜨뜨미지근한, 그러나 어느 누구보다도 깊은 사랑을 하게되는 두 사람간의 보일듯 말듯한 사랑 이야기와 행복도 곁들여서 보는 재미가 잔잔히 흐른다.

 

"무사는 명예를 중히 여기라고 하지만, 명예를 버리고 임해야 하는 것이 바로 봉공이네."-p76

 

자신을 버렸음을 알고도 무사로서 최선을 굿굿이 다하는 모습에서 남겨진 주위 사람들에게도 영원히 그의 모습을 지속하게 만드는 쇼코쿠란 인물이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일본의 역사를 학창시절의 대략적인 부분만 알고있었기에 우선은 이름이 익숙지 않는 가운데 여러 부분들이 갈라져 나오는 가문의 비밀을 푸는 과정이 내겐 이름을 메모해 나가면서 이해도를 요구했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한 여름 시끄럽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울다가는 하루살이 매미처럼 그의 삶 자체가 하루하루가 언제 할복의 명이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삶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매미일기를 써나가고, 가보 작성에도 완성의 힘을 쏟는 그의 모습은 돌아오는 여름에도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영화화 된다고도 한다니, 역시 발빠른 사람들의 행보다.

영상으로도 아름답게 나올 법한 무카이야마의 배경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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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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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이 노르웨이를 방문하는 일에 경호를 담당하던 해리는 미 경호원을 착각해 총을 쏴 버린 일로 인해서 양국 간의 합의하에, 이 일을 없던일로 무마하고 대신 해리를 국가정보국의 경위자리로 승진시킴으로써 사람들의 뇌리에 이 자체를 무마시키려한다.

 

그러던 차 불법무기류인 메르클린 라이플 총이 유통이 되었고 이를 추적하던 중 라켈이란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여인을 만나면서 한 순간에 사랑에 빠진다.

 

이 여인의 아버지는 신드레 페우케로서 총기의 구입수사를 하던 중 우연찮게 신나치주의와 1942년 부터 1944년 사이에 노르웨이 청년으로서 당시의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때 나라를 구하기 위해 히틀러가 있는 독일군에 편입해 싸운 전력을 알게된다.

 

한편 독일 점령기의 노르웨이와 민족단일당의 역사에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레지스탕스로도 활동했던 에벤 율이란 학자를 찾아 간 해리는 그에게서 라켈의 아버지 외에 다른 노르웨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당시에 실종자인 구드브란 요한센이란 사람에 대해 범위를 좁혀나간다.

 

이러는 와중에 에벤 율의 부인이 메르클린 총으로 살해를 당하고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에벤마저 자살로 마감하는 가운데 독립기념일을 구경하기 위해 왕궁으로 몰린 사람들 가운데 실제의 범인을 잡기위한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일명 해리홀레 시리즈로 유명한 요 뇌스뵈의 최신작이다.

 

최신작이라고는 하지만 국내에 출간간 순서가 바뀌는 바람에 실제적으론 이 작품을 기준으로  치자면 최우선 연도에 해당이 된다.

 

스노우 맨에서 라켈과 그녀의 아들 올레그를 구하기 위해서 범인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인 장면이나 레오파드에서 라켈과 이어질 듯 하다가도 만남이 쉽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에선 190cm의 거구가 라켈을 만나는 순간에 서로가 끌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어서 우선은 신선하다.

 

거기다가 그녀의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 해리가 그것의 비밀을 묻고 차후 라켈과 그녀의 아들을 사랑하는 과정이 아마도 스노우 맨과 레오파드에서까지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이 들게한다.

 

이 책이 유명해진 또 하나의 이유는 촘촘이 짜인 이야기의 구성도 있지만 2011년 7월 노르웨이의 우토야 섬에서 벌어진 신나치주의 소행으로 밝혀진 총기 난사 사건이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신 나치주위자 스베레 올센이 말하는 주장과 일맥 상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킨디나비아의 복지국가 답게 아무도 이런 큰 사건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을 하지 못했기에 세계 사람들의 충격은 컸을 것이고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이 소설 속에서 나오는 세계대전 당시의 전쟁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나라를 위해 어떤 길로 가야할 지를 놓고 고민할 때 자신들이 결정한 최선의 행동이 훗날 전쟁이 끝나고 심판을 받는 과정에서 히틀러에 동조했단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순수했던 나라사랑이 매도된 점에 분개를 했단 점에서 출발한다.

 

 당시의 나치주의자 매국노란 이름을 달게 살고 취직도 할 수없는 불리한 조건, 소위 말하는 나라를 대표하는 왕과 고위층들은 나라를 버리고 런던으로 가서 오로지 국민들에게만 목소리로 응변하고 고국에 돌아와서는 전쟁이 끝나갈 무렵 레지스탕스에 활동한 사람들은 애국자로, 볼셰비키보단 순수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히틀러가 나을 것이란 순수동기에서 출발한 사람들을 대조적으로 대우했단 데서 작가는 역사가 주는 승자의 독식과 허울에 쌓인 역사의 진실을 꼬집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콜에 중독이 되고 담배를 좋아하는 해리의 풋풋한 30대의 모습과 라켈과 사라에 빠지는 장면이 시작점이 된 소설이란 것도 있지만 우리의 역사도 같은 진통을 겪었던 세계대전의 피해자란 점에서 간과만은 할 수 없는 문제점을 작가는 소설이란 형식을 빌어서 실제의 자신의 아버지가 참여했던 전쟁을 모티브로 사용했단 용기가 눈에 뛴다.

 

요 네스뵈의 한 마디

이것은 슬프고 치열한 이야기이다. 첫 장을 쓸 때부터 예감했다. 그리고 이 깊은 상처를 어떻게 헤집고 들여다볼 것인가에 대해 집필 내내 고민했다. 《레드브레스트》는 거대한 역사이자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고 무엇보다도 나의 개인사이기 때문이다.

 

애국이란 같은 목적을 두고서 일제의 침략을 벗어나기 위해 서로 다른 노선을 겪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선택이 결국은 분단이란 나라로 가는 역사의 한 점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비단 이것 만이 아니라 신드레가 갖고 있었던 신념 자체가 타인이 봤을 때는 그릇된 행동이었다 할지라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과연 그 사람만을 탓할 수가 있겠는가를 묻고 싶어진다.

 

수단이 어떻든 간에 목적 자체만 두고 본다면 이들이나 소련군에 앞장서 싸운 사람들이나 나쁘다고 만은 할 수가 없는 역사가 지닌 묘한 쟁점이 아닐까도 싶다.

 

1999년도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는 시점과 1942년에서 1944년 사이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엮은 이 책은 프린스나 샤니 트웨인,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란 책을 영화로 보는 해리가 나오기에 역시 나와 해리는 궁합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드레, 아니 구드브란과 헬레나의 사랑이야기를 우리아와 밧세바에 빗댄 이야기 구성, 그것을 현재의 라켈이 겪는 고통을 빗대어서 비교시킨 점 또한 작가의 탁월한 구성과 쉼없이 가독성을 하게 만드는 현란한 글 솜씨에 또 한 번 해리의 만남을 기뻐하기도 했다.

 

 

레드브레스트-일반적으로 개똥지빠귀를 의미하나 역자의 말처럼 작가의 의도를 살려서 진홍가슴새로 번역했다고 한다.

 

"이 시기가 되면 진홍가슴새의 90%는 남쪽으로 떠나죠. 말하자면, 극소수만 위험을 감수하고 여기 남는 거예요." -P17

 

"중요한 사실은 만약 겨울이 따뜻하면 다른 새들이 돌아오기 전에 최상의 위치에 등지를 틀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계산된 위험인 셈이죠.잘 되면 입이 찢어지도록 웃는 거고, 아니면 완전 엿먹는 거고요. 위험을 감수하는냐 마느냐. 괜히 도박을 했다가, 어느날 밤 꽁꽁 얼어붙어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수도 있어요. 봄이 올 때까지 얼어 있는 거죠. 반면 겁이 나서 남쪽으로 갔다가 돌아와보면, 둥지 틀 곳이 없을 수도 있고요. 사실 이건 우리가 늘 대면하는 영원한 딜레마예요."  -P18~19

 

영원한 딜레마의 숙제를 안긴 진홍가슴새의 일생이나 인간들의 이념이 대립되어 슬픈인생으로 마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나, 역사와 인간과의 관계를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 원래 진홍가슴새는 잿빛으로 된 평범한 새였다고 한다. 하지만 신은 너희들이 참사랑을 베풀 수있을 때 그 이름에 합당한 깃털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진홍가슴새들은 가슴을 붉게 물들이기 위해 온갖 시도를 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진홍가슴새의 둥지 근처에 십자가가 세워지고, 한 남자가 십자가에 매달리게 된다.  십자가로 가까이 날아간 진홍가슴새는 가시면류관을 쓴 남자의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았다. 진홍 가슴새는 남자가 너무 가여워서 부리로 그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하나씩 빼내기 시작했는데, 그 때 홀러내린 피가 새의 가슴에 떨어져 깃털을 붉게 물들였다. 그 후로 진홍가슴새는 대대로 진홍빛 깃털을 가지게 되었다는 신화이다. - 역자님의 글 중에서 발췌-

 

다음 편의 소설로는 네메시스가 나온다고 한다.

 

네메시스- 과연 어떤 이야기로 또 한 번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족**** P337 

첫 줄에 미소를 지으면.... 미소를 지으며가 문맥상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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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세상
주원규 지음 / 새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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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지역 조정으로  8학군에 속하는 바람에 유명하단 강남의 고등학교에 다니게 된 우빈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지호란 친구의 거짓말에 속은 학교 측으로부터 제학처분을 받고 친구들과 지호가 있는 타워팰리스 B동의 집으로 그를 혼내주기 위해 향한다.

 

유빈의 배다른 누나인 세영은 아빠 현수의 빛을 갚고 다시 복학하기 위해서 마트에서 비정규직도 아닌 용역업체에서 파견나온 사원으로서 힘든 생활을 해 나간다.

 

세영의 새 엄마이자 우빈을 데리고 온 지수는  세영의 할아버지, 지금은 별거중이지만 남편인 현수의 아버지이자 시아버지, 치매에 걸린 최인보를 쪽방에 모시고 살면서 타워팰리스 C동에 근육무기력증으로 고생하는 정여사의 간병인으로 살아간다.

 

남편 현수는 사업이 망하고 빛더미에 오르자 테헤란로에 있는 회사의 경호업체 부장으로 일하다 하루 아침에 일방적 해고를 통보받고 직원들과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 벌써 여러 개월째-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없이 시아버지를 바깥 문에 자물쇠를 잠그로 출근해야 하는 지수는 집에 들어오지 않는 우빈, 남편 현수, 딸 세영과 함께 시아버지 생신을 맞아 행복했던 지난 날 약속하던 그 장소에 모두 모이기로 하자는 전화를 걸어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응낙을 받아내기 어려운 버거운 삶이다.

 

이렇듯 이 가족의 모습은 무거운 한 숨이 절로 나오게 한다.

 

하우스푸어니, 워킹푸어니 모두 이런 말들은 이들에겐 사치에 해당하는 말이다.

 

돈 있고 권세있는 사람들이 남용하는 힘 앞에서 자식의 한 마디로 온 학교를 들어놨다 하는 강남학부형의 세태,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이번 만은 제발 자신이 바라는 대로 마트에서 장기 일할 수있길 바라는 세영에게 직위를 이용해 세영에게 접근하는 지저분한 상사, 지호의 집에 들어갔지만 친구 석구의 지나친 행동 저지를 막다 자신도 모르게 살해해버린 우빈, 화장실을 간다는 말 한마디에 열어주다 집을 나가버린 할아버지,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이유를 들어보고자 하는 현수의 몸부림-

 

이 모든 일들을 뒤로하고 이 가족들이 겪는 세태의 고민들과 방황 속에서 해결책은 무엇을 먼저하고 뒤로해야할 지 결정할 수없는 그야말로 막막함이다.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르면, 사람들은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 쉽다 .

이들 가족도 그렇다. 세상 모두가 변해버려서 전혀 다른 세상으로 바뀐다면 지금보다야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일이 정말 생겨버린다.

바로 강도 9.0에 해당하는 지진-

타워팰리스가 엿가락처럼 휘어지면서 우빈이 겪는 사투, 정여사를 도저히 모른 채 할 수없었던 엄마 지수의 탈출, 비록 미운 사람들이지만 20층에서 구해달라는 고위층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현수의 행동은 극도로 불안에 떠는 상황에서도 가족들을 생각하게되고 휴대폰을 연일 연결하려는 몸부림 속에 비로소 가족간의 정을 그리워하게 되는 과정이 애잔하게 그려진다.

 

성산대교의 무너진 모습, 119의 모습처럼 무너져버린 모습의 아파트와 그 뒤로 자연의 현상으로 산이 무너지면서 흙으로 매몰되가는 섬뜩한 모습이 현장감있게 그려진다.

 

 열심히 살고자 했으나 끝이 보이지 않는 일반 서민들의 힘든 모습을 투영하고 있기에 비단 소설이라 할지라도 작가의 세심한 생활포착의 모습들이 잘 표현되고 있다.

 

딸과의 통화, 아들과의 통화 속에서 자식과 부모간의 많은 말은 필요없지만 느낄 수있는 모든 인간들의 감정인 후회와 안심의 말 한 마디 속에 어쩌면 우빈이나 세영이도 그런 위안을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긋한 생활일지도 가족끼리는 서로 같이 있어야함을,  모든 것이 뒤바뀌길 바라지 않는 맘을 비로소 자연의 위대한 경고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이 가족들을 소설 속에선 하나의 대표로 표현되고 있을 뿐, 실제 이 소설을 읽노라면 지금의 내 가족간의 구성과 대화를 생각해보게 한다.

 

저 너머의 세상에선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현재의 이 세상 자체가 행복, 그자체임을 새삼 깨달아가는 과정이 안타까움 속에 이뤄지고 있기에 마냥 소설 속 이야기라고만은 할 수없은 어떤 아련함이 다시 전해져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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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아내 - 상처와 기만 집착으로 얼룩진 사랑
로버트 굴릭 지음, 공보경 옮김 / 팩컴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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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위스콘신 주에 사는 랄프 트루잇은 쉰이 넘은 나이에 이미 20여 년간 홀로 외로이 살아가고 있다.

 

젊은 시절 방탕에 젖은 생활을 하다 이탈리아에서 에밀리아란 여인을 만나게되고 결혼하면서 딸 을 낳고 아들을 낳았지만 딸은 병으로 죽고, 아내가 피아노 선생과 바람을 피윘단 것을 알고 내쫓는다.

 

그런 생활이 20여 년간-

마을의 유지로서 부족할 것 없지만 이내 외로움을 느낀 그는 신문에 아내를 구한단 광고를 내고 자신이 단순하고 정직한 여자란 설명을 곁들여서 사진을 보내 온 캐서린이란 여인을 아내로 맞는다.

 

비밀에 쌓인 채 간간이 자신의 자라 온 환경을 얘기해 주는 그녀에게 랄프는 어릴 적 집을 나간 아들인 안토니오를 집으로 데려와 줄 것을 부탁하게되고 캐서린은 그런 그의 부탁으로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아들이 있다는 곳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의 두 사람과의 만남은 결국 집에 오게 하려한 계획을 뒤로 접어둔 채 다시 돌아온 캐서린은 랄프를 서서히 죽이기위해 천천히 비소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이를 알고는 있지만 비로소 따뜻한 가정의 품이 무엇인지를 캐서린을 통해 알게 된 랄프는 이를 거부하지 않은 채 마시길 마다 않는다.

 

안토니오와는 또 다른 품성을 가진 랄프를 대하는 캐서린 또한 마음에 양심을 느끼고 계획을 수정, 그를 살려내게 되면서 작은 행복을 느껴가지만 안토니오가 집에 온 순간 긴장감을 고조가 된다.

 

 

일명 철면피를 두른 두 남녀의 재산 가로채기 계획으로 시작된 음산하고 우울하고 눈과 바람이 연신 날리는 외떨어진 위스콘신 주의 한 부호 남자와 그를 둘러싼 자신의 아들은 아니지만 아들임을 인정하고 그를 받아들여 자신의 뒤를 잇게 하려는 회한의 부정을 내보이는 랄프, 그의 마음을 이용해 서서이 죽여 안토니오와의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꿈꾸었던 캐서린이란 여인간의 심적인 욕망, 치정에 얽힌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복수, 그리고 죽음, 용서를 그린 소설이다.

 

미국 대도시의 몸을 팔아 살아가던 캐서린이란 여인에겐 아무 쓸모는 없었지만 미래의 담보가 확실한 안토니오란 연하의 남자가 있음으로 해서 이 지긋지긋한 삶을 마감하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으로 랄프란 남자와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를 속이고 결혼을 하지만 점차 랄프란 사람이 20년간 외로움과 고독에 쌓인 심정을 고백함으로서 보인 그의 진실된 맘에 캐서린도 동화가 되어가는과정이 캐서린 자신이  갈등을 느끼는 부분과 또 다른 욕망인 부의 삶을 원하는 양 갈래길에서의 고민의 행동이 상반되게 보여진다.  

 

그런 두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는 안토니오의 어긋난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과 캐서린이 변한 맘을 돌리려고 한 행동 모두가 극에 치달은 불행을 자초하지만 소설 속에서 나오는 말처럼 이 모두가 사람들은 또 그렇게 살아가기 마련인 것이다.

 

그녀의 과거 행적과 안토니아와의 관계를 모두 안 랄프의 행동은 언뜻 이해하기도 어려운 면도 있고 그녀와 안토니아와의 깨끗지 못한 관계 청산의 과정도 이해를 하기엔 어렵지만 겨울을 거쳐 봄에 이르기까지 그 세 사람이 겪어야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엔 인간사의 세상사엔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인생의 여러가지 애증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첫 작품으로 크게 유명해진 작품이라고 한다.

 

세 사람간의 보이지 않는 심리전과 갈등, 그리고 결실의 과정이 1907년에서 1908년대의 미국의 삶 모습을 그리고 있단 점에서 배경만 다를 뿐 근본적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욕망의 모습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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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시선 1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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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검사보 스콧 덩컨은 생면부지의 죄수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그로부터 자신이 죽인 사람들 중에 스콧의 누이인 , 제리를 죽였단 말을 듣게된다.

 

3개월 후-

화가인 그레이스는 가족사진현상을 맡긴 사진가게에 사진을 찾으러 가게되고 사진들 중에서 처음 본, 남녀가 섞인 오래 된 사진이 끼여있음을 발견한다.

그 사진 속엔 젊은 시절의 남편얼굴로 보이는 잭의 모습과 함께 그를 쳐다보는 , 한 여인이 있었으며, 그 여인의 머리 위로 금이 그어진 상태의 표시가 있음을 알게된다.

 

퇴근 후 도착한 잭은 그 사진을 보게되고 이후 집을 나서면서 연락이 끊기게되고, 그레이스는 남편을 찾기위해 그의 누이를 찾아가는 일부터, 자신이 보스턴의 대학살이라 불린 지미 엑스가 소속된 밴드의 공연에서 누군가 총을 난사함으로써 군중들이 광란의 아수라장이로 변한 당시의 피해자로 다리를 절면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뒤로하고 그 당시의 현장에서 아들이 죽은 슬픔을 갖고 있던 마피아계의 인물인 베스파의 도움까지 받게되는 상황으로 번진다.

 

여기에 남편을 끌고 간 북한출신의 에릭 우가 자신까지 납치하면서 그간 그녀와 스콧의 만남으로 이어진 사건의 본 실체를 파악해나가는 과정이 긴장감을 조이면서 시종 독자들의 눈을 현혹시킨다.

 

 이 작가의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결코 영웅을 내세우지 않는단 점이다.

 

일개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레이스만 해도 그렇다.

자신의 아픈 트라우마를 지닌 채 새로운 인생을 사는 그녀에게 잭이란 사람과의 사랑과 결혼의 생활은 보통의 가족들이 누리고 사는 그런 삶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장의 낯선 사진 때문에 모든일이 뒤죽박죽이되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과거의 일이 사건의 본 실체가 드러나면서 다시 한 번 ,아니지, 두 번씩이나 범인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인물의 실체와 스콧이 말한 마지막 에피소드의 반전은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을 해 보게 만든다.

 

젊은 시절, 푹 빠진 밴드의 공연이 있던 날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스콧이 말한대로, 아니면 자신의 기억 속엔 알지못했던 사건의 실체를 보여주고있는 사진이 증명해주는 그것이 말한대로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두 권으로 이뤄진 책이지만 눈동자가 흐트럼이 없이 몰아치는 그 만의 속도 높은 가독성은  말 할것도 없거니와, 스릴이 주는 궁금증을 넘어선 독자들로 하여금 같이 사건에 동참하게 만드는 묘한 맛이 일품인 작품이다.

 

뭐든 첫 작품이 가장 끌리는 법일까?

 

이 작가의 작품은 결백을 먼저 읽었던 탓일지도 모르겠으나, 기존의 소설의 기법에서 크게 벗어난 점은 없지만 결백만큼은 못하단 느낌이 들었다.

 

한 등장인물의 설명이 너무 길고, 촘촘히 엮여져나가는 글의 마무리 단계에서 여지없이 독자의 상상을 허물다는 점에선 탁월하다 할 수있겠으나, 억지로 꿰어맞추어져간단 느낌이 들었으니까.

 

 

복수를 꿈꾸며 가석방이 된 사람이나, 유일한 동양인으로 나오는 에릭 우란 존재에 대해서도, 글쎄 미국독자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도 북한에 대한 다른 상상을 할 수도 있었지 않을까 싶다.

 

용서와 후회, 고통과 좌절, 그리고 복수가 선사하는 보통 사람들의 한 단면을 드러낸 사건치고는 참으로 허망하단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고통조차도 이겨내고 그레이스처럼 또 다시 일상의 삶에 스며들 듯 살아가는 것이 아닐런지...

 

스릴의 맛을 아는 독자라면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해선 두 말이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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