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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세상
주원규 지음 / 새움 / 2013년 3월
평점 :
뜻하지 않은 지역 조정으로 8학군에 속하는 바람에 유명하단 강남의 고등학교에 다니게 된 우빈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지호란 친구의 거짓말에 속은 학교 측으로부터 제학처분을 받고 친구들과 지호가 있는 타워팰리스 B동의 집으로 그를 혼내주기 위해 향한다.
유빈의 배다른 누나인 세영은 아빠 현수의 빛을 갚고 다시 복학하기 위해서 마트에서 비정규직도 아닌 용역업체에서 파견나온 사원으로서 힘든 생활을 해 나간다.
세영의 새 엄마이자 우빈을 데리고 온 지수는 세영의 할아버지, 지금은 별거중이지만 남편인 현수의 아버지이자 시아버지, 치매에 걸린 최인보를 쪽방에 모시고 살면서 타워팰리스 C동에 근육무기력증으로 고생하는 정여사의 간병인으로 살아간다.
남편 현수는 사업이 망하고 빛더미에 오르자 테헤란로에 있는 회사의 경호업체 부장으로 일하다 하루 아침에 일방적 해고를 통보받고 직원들과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 벌써 여러 개월째-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없이 시아버지를 바깥 문에 자물쇠를 잠그로 출근해야 하는 지수는 집에 들어오지 않는 우빈, 남편 현수, 딸 세영과 함께 시아버지 생신을 맞아 행복했던 지난 날 약속하던 그 장소에 모두 모이기로 하자는 전화를 걸어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응낙을 받아내기 어려운 버거운 삶이다.
이렇듯 이 가족의 모습은 무거운 한 숨이 절로 나오게 한다.
하우스푸어니, 워킹푸어니 모두 이런 말들은 이들에겐 사치에 해당하는 말이다.
돈 있고 권세있는 사람들이 남용하는 힘 앞에서 자식의 한 마디로 온 학교를 들어놨다 하는 강남학부형의 세태,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이번 만은 제발 자신이 바라는 대로 마트에서 장기 일할 수있길 바라는 세영에게 직위를 이용해 세영에게 접근하는 지저분한 상사, 지호의 집에 들어갔지만 친구 석구의 지나친 행동 저지를 막다 자신도 모르게 살해해버린 우빈, 화장실을 간다는 말 한마디에 열어주다 집을 나가버린 할아버지,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이유를 들어보고자 하는 현수의 몸부림-
이 모든 일들을 뒤로하고 이 가족들이 겪는 세태의 고민들과 방황 속에서 해결책은 무엇을 먼저하고 뒤로해야할 지 결정할 수없는 그야말로 막막함이다.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르면, 사람들은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 쉽다 .
이들 가족도 그렇다. 세상 모두가 변해버려서 전혀 다른 세상으로 바뀐다면 지금보다야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일이 정말 생겨버린다.
바로 강도 9.0에 해당하는 지진-
타워팰리스가 엿가락처럼 휘어지면서 우빈이 겪는 사투, 정여사를 도저히 모른 채 할 수없었던 엄마 지수의 탈출, 비록 미운 사람들이지만 20층에서 구해달라는 고위층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현수의 행동은 극도로 불안에 떠는 상황에서도 가족들을 생각하게되고 휴대폰을 연일 연결하려는 몸부림 속에 비로소 가족간의 정을 그리워하게 되는 과정이 애잔하게 그려진다.
성산대교의 무너진 모습, 119의 모습처럼 무너져버린 모습의 아파트와 그 뒤로 자연의 현상으로 산이 무너지면서 흙으로 매몰되가는 섬뜩한 모습이 현장감있게 그려진다.
열심히 살고자 했으나 끝이 보이지 않는 일반 서민들의 힘든 모습을 투영하고 있기에 비단 소설이라 할지라도 작가의 세심한 생활포착의 모습들이 잘 표현되고 있다.
딸과의 통화, 아들과의 통화 속에서 자식과 부모간의 많은 말은 필요없지만 느낄 수있는 모든 인간들의 감정인 후회와 안심의 말 한 마디 속에 어쩌면 우빈이나 세영이도 그런 위안을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긋한 생활일지도 가족끼리는 서로 같이 있어야함을, 모든 것이 뒤바뀌길 바라지 않는 맘을 비로소 자연의 위대한 경고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이 가족들을 소설 속에선 하나의 대표로 표현되고 있을 뿐, 실제 이 소설을 읽노라면 지금의 내 가족간의 구성과 대화를 생각해보게 한다.
저 너머의 세상에선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현재의 이 세상 자체가 행복, 그자체임을 새삼 깨달아가는 과정이 안타까움 속에 이뤄지고 있기에 마냥 소설 속 이야기라고만은 할 수없은 어떤 아련함이 다시 전해져오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