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드브레스트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평점 :
미 대통령이 노르웨이를 방문하는 일에 경호를 담당하던 해리는 미 경호원을 착각해 총을 쏴 버린 일로 인해서 양국 간의 합의하에, 이 일을 없던일로 무마하고 대신 해리를 국가정보국의 경위자리로 승진시킴으로써 사람들의 뇌리에 이 자체를 무마시키려한다.
그러던 차 불법무기류인 메르클린 라이플 총이 유통이 되었고 이를 추적하던 중 라켈이란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여인을 만나면서 한 순간에 사랑에 빠진다.
이 여인의 아버지는 신드레 페우케로서 총기의 구입수사를 하던 중 우연찮게 신나치주의와 1942년 부터 1944년 사이에 노르웨이 청년으로서 당시의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때 나라를 구하기 위해 히틀러가 있는 독일군에 편입해 싸운 전력을 알게된다.
한편 독일 점령기의 노르웨이와 민족단일당의 역사에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레지스탕스로도 활동했던 에벤 율이란 학자를 찾아 간 해리는 그에게서 라켈의 아버지 외에 다른 노르웨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당시에 실종자인 구드브란 요한센이란 사람에 대해 범위를 좁혀나간다.
이러는 와중에 에벤 율의 부인이 메르클린 총으로 살해를 당하고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에벤마저 자살로 마감하는 가운데 독립기념일을 구경하기 위해 왕궁으로 몰린 사람들 가운데 실제의 범인을 잡기위한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일명 해리홀레 시리즈로 유명한 요 뇌스뵈의 최신작이다.
최신작이라고는 하지만 국내에 출간간 순서가 바뀌는 바람에 실제적으론 이 작품을 기준으로 치자면 최우선 연도에 해당이 된다.
스노우 맨에서 라켈과 그녀의 아들 올레그를 구하기 위해서 범인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인 장면이나 레오파드에서 라켈과 이어질 듯 하다가도 만남이 쉽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에선 190cm의 거구가 라켈을 만나는 순간에 서로가 끌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어서 우선은 신선하다.
거기다가 그녀의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 해리가 그것의 비밀을 묻고 차후 라켈과 그녀의 아들을 사랑하는 과정이 아마도 스노우 맨과 레오파드에서까지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이 들게한다.
이 책이 유명해진 또 하나의 이유는 촘촘이 짜인 이야기의 구성도 있지만 2011년 7월 노르웨이의 우토야 섬에서 벌어진 신나치주의 소행으로 밝혀진 총기 난사 사건이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신 나치주위자 스베레 올센이 말하는 주장과 일맥 상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킨디나비아의 복지국가 답게 아무도 이런 큰 사건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을 하지 못했기에 세계 사람들의 충격은 컸을 것이고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이 소설 속에서 나오는 세계대전 당시의 전쟁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나라를 위해 어떤 길로 가야할 지를 놓고 고민할 때 자신들이 결정한 최선의 행동이 훗날 전쟁이 끝나고 심판을 받는 과정에서 히틀러에 동조했단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순수했던 나라사랑이 매도된 점에 분개를 했단 점에서 출발한다.
당시의 나치주의자 매국노란 이름을 달게 살고 취직도 할 수없는 불리한 조건, 소위 말하는 나라를 대표하는 왕과 고위층들은 나라를 버리고 런던으로 가서 오로지 국민들에게만 목소리로 응변하고 고국에 돌아와서는 전쟁이 끝나갈 무렵 레지스탕스에 활동한 사람들은 애국자로, 볼셰비키보단 순수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히틀러가 나을 것이란 순수동기에서 출발한 사람들을 대조적으로 대우했단 데서 작가는 역사가 주는 승자의 독식과 허울에 쌓인 역사의 진실을 꼬집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콜에 중독이 되고 담배를 좋아하는 해리의 풋풋한 30대의 모습과 라켈과 사라에 빠지는 장면이 시작점이 된 소설이란 것도 있지만 우리의 역사도 같은 진통을 겪었던 세계대전의 피해자란 점에서 간과만은 할 수 없는 문제점을 작가는 소설이란 형식을 빌어서 실제의 자신의 아버지가 참여했던 전쟁을 모티브로 사용했단 용기가 눈에 뛴다.
요 네스뵈의 한 마디
이것은 슬프고 치열한 이야기이다. 첫 장을 쓸 때부터 예감했다. 그리고 이 깊은 상처를 어떻게 헤집고 들여다볼 것인가에 대해 집필 내내 고민했다. 《레드브레스트》는 거대한 역사이자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고 무엇보다도 나의 개인사이기 때문이다.
애국이란 같은 목적을 두고서 일제의 침략을 벗어나기 위해 서로 다른 노선을 겪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선택이 결국은 분단이란 나라로 가는 역사의 한 점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비단 이것 만이 아니라 신드레가 갖고 있었던 신념 자체가 타인이 봤을 때는 그릇된 행동이었다 할지라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과연 그 사람만을 탓할 수가 있겠는가를 묻고 싶어진다.
수단이 어떻든 간에 목적 자체만 두고 본다면 이들이나 소련군에 앞장서 싸운 사람들이나 나쁘다고 만은 할 수가 없는 역사가 지닌 묘한 쟁점이 아닐까도 싶다.
1999년도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는 시점과 1942년에서 1944년 사이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엮은 이 책은 프린스나 샤니 트웨인,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란 책을 영화로 보는 해리가 나오기에 역시 나와 해리는 궁합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드레, 아니 구드브란과 헬레나의 사랑이야기를 우리아와 밧세바에 빗댄 이야기 구성, 그것을 현재의 라켈이 겪는 고통을 빗대어서 비교시킨 점 또한 작가의 탁월한 구성과 쉼없이 가독성을 하게 만드는 현란한 글 솜씨에 또 한 번 해리의 만남을 기뻐하기도 했다.
레드브레스트-일반적으로 개똥지빠귀를 의미하나 역자의 말처럼 작가의 의도를 살려서 진홍가슴새로 번역했다고 한다.
"이 시기가 되면 진홍가슴새의 90%는 남쪽으로 떠나죠. 말하자면, 극소수만 위험을 감수하고 여기 남는 거예요." -P17
"중요한 사실은 만약 겨울이 따뜻하면 다른 새들이 돌아오기 전에 최상의 위치에 등지를 틀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계산된 위험인 셈이죠.잘 되면 입이 찢어지도록 웃는 거고, 아니면 완전 엿먹는 거고요. 위험을 감수하는냐 마느냐. 괜히 도박을 했다가, 어느날 밤 꽁꽁 얼어붙어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수도 있어요. 봄이 올 때까지 얼어 있는 거죠. 반면 겁이 나서 남쪽으로 갔다가 돌아와보면, 둥지 틀 곳이 없을 수도 있고요. 사실 이건 우리가 늘 대면하는 영원한 딜레마예요." -P18~19
영원한 딜레마의 숙제를 안긴 진홍가슴새의 일생이나 인간들의 이념이 대립되어 슬픈인생으로 마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나, 역사와 인간과의 관계를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 원래 진홍가슴새는 잿빛으로 된 평범한 새였다고 한다. 하지만 신은 너희들이 참사랑을 베풀 수있을 때 그 이름에 합당한 깃털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진홍가슴새들은 가슴을 붉게 물들이기 위해 온갖 시도를 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진홍가슴새의 둥지 근처에 십자가가 세워지고, 한 남자가 십자가에 매달리게 된다. 십자가로 가까이 날아간 진홍가슴새는 가시면류관을 쓴 남자의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았다. 진홍 가슴새는 남자가 너무 가여워서 부리로 그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하나씩 빼내기 시작했는데, 그 때 홀러내린 피가 새의 가슴에 떨어져 깃털을 붉게 물들였다. 그 후로 진홍가슴새는 대대로 진홍빛 깃털을 가지게 되었다는 신화이다. - 역자님의 글 중에서 발췌-
다음 편의 소설로는 네메시스가 나온다고 한다.
네메시스- 과연 어떤 이야기로 또 한 번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족**** P337
첫 줄에 미소를 지으면.... 미소를 지으며가 문맥상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