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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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한 아름.

 나이는  방년 17세.

하지만 신체적 나이는 80대를 이루는 중-  정확히 말하면 조로증이란 병을 갖고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아버지 한대수와 엄마 최미라는 요즘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에서 살짝 늦었다고 하면 늦은 34살-

 

체고에 다니던 아버지는 태권도 대회 출전에서 심판의 부정확성에 항의하는 바람에 정학처분을 당하고 있던 차, 한 미모를 자랑하는,  아들만 내리 낳다가 끝에 자신을 낳은 부모의 귀염속에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엄마와 눈이 맞아 나를 낳았다.

 

두 사람은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채 외할아버지의 다그침에 유원지 공사가 한창이던 동네의 건설현장에 뛰어든 아버지와 그런 남편을 둔 상태에서 어린 부모노릇을 하며 살아가지만 자신의 병 때문에 하늘이 무너짐을 당한다.

 

이 책은 그 동안 집에서 내리 한 쪽 구석에 고이 모셔둔 (?) 책 중의 하나다.

 

2011년도에 만났으니 다른 책들에 비하면 읽어도 벌써 읽고도 남아 타인에게 분양을 해도 훨씬 지나고 남을 책인데, 웬지 인기가 무척 많은 소설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책을 읽다보니 손에 가 닿지 못한 상태의 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강동원과 송혜교 주연의 영화로 확정되어 나온단 소리에 이크! 더 이상 늦으면 안될 것 같기에 서둘러 읽기 시작한 것이 못내 제 때 타이밍을 못맞춘 내 자신이 한심스럽단 생각까지 하게 한 책이다.

 

요즘 웃픈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들 한다.

웃으면서도 묘하게 울음이 나오는 상태정도로 알고 있는데, 어휴 ~ 작가의 나이를 보니 이런 감정의 상태를 고스란히 내보이려면 인생의 모든 감정의 맛을 알고도 남을 만한 연륜이 있어야 공평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너무 웃픈을 유발하게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읽는 동안 누가 보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아침부터 눈이 벌게가지고 있누? 했을 거다.)

 

 언뜻 보면 30대의 부모로서 17세의 아들이 자신들보다 먼저 늙어 죽어가는 조로증이란 진단을 받는다면, 그리고 17세의 아이가 느껴가는 하루하루의 생명의 연장선에 있는 그 초조함과 보통사람들의 일상이 아름에겐 한 없이 소중한 하루였음을 알아가는 일련의 연속성이 그저 무심한 듯 하면서도 유머와 기쁨, 그리고 슬픔을 안겨준다.

 

아름의 유일한 친구인 옆 집의 육순 노인인 장씨 할아버지는 그의 아버지인 또 다른 구순의 노인 장씨에겐 여전히 어린 자식임을 보여주는 행동 속엔 우리의 삶이란 그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철학이 담기고, 그 안에서의 자식과 부모관계를 보여주는 짧은 대화 속에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하느님이 '너한테 자식을 주겠다. 대신 두 가지 중 하나를 정해야 한다. 첫째 아프더라도 오래 산다. 둘째 짧게 나마 건강한 삶을 누린다' 그러면 어떡하나 꽤 오래 고민했거든요. 할아버지라면 어떡하시겠어요?

......

"아름아"

"네"

"그런 걸 선택할 수 있는 부모는 없어..... 넌 입버릇처럼 항상 네가 늙었다고 말하지. 그렇지만 그걸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거, 그게 바로 네 나이야. 질문 자체를 잘못하는 나이"

 

그런 아름에게 방송의 출연으로 인한 이멜을 통해서 서로 연락을 주고 받게된 서하란 친구는 그에게 전혀 다른 설렘과 친구이자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끼게 하지만 이마저도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이란 사실에 실망감을 안겨준다.

 

사람이 나이에 걸맞는 행동과 말을 하지만 아름의 말, 때론 어이없을 정도로 아버지보다 더 철이 든 태도를 보임으로써   부모는 아름을 통해서, 아름은 부모를 통해서 나중의 늙어갈 부모얼굴이 자신의 모습이란 사실, 부모는 그런 아름을 통해서 철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과정들이 정말 아름답다고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순수함과 내 자신조차도 철이 들어가게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삶이란 기쁨과 슬픔, 고통과 고민, 그리고 결정의 매 순간이지만 아름에겐 죽기 전까지의 일이 있으니 바로 글 쓰기다.

 

작가의 내면 고백과도 같은 창작의 글 쓰기 시작부터 단어 하나하나, 연결구도, 그리고 한 문장이 탄생하기까지를 아름의 고민에 빗대 그려낸 점은 아름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글을 남겼음을 시사한다.

 

 인생의 끝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진정 내 가슴조차도 언제 두근두근 거릴만큼의 벅찬 환희의 기쁨을 누린 소중함을 깨달은 순간이 언제였던가? 불평과 불만 투성이의 인생은 아니었나를 되짚어보게 하는 한 아름이란 17세의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많은 것을 공감하고 느끼게 해 준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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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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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보스턴 경찰의 간부인 토너스 클린의 막내아들인 조는 보스턴 경찰파업 이후 큰 형 대니와 형수 노라, 그리고 전도유망했던 검사인 작은 형 코너마저 뿔뿔히 흩어지고, 엄마의 죽음 후엔 집을 뛰처나와 13살 적 부터 거리에서 살아간다.

 

 거리에서 아일랜드계인 자신과는 다른 이탈리아 출신인 디노와 파올로 형제와 함께 거리의 가판대를 뒤업는 것을 시작으로 우연찮게 앨버트 화이트란 사람이 두목으로 있는,  밀주를 주 거래사업으로 하는 조직의 일원으로 일하게된다.

 

어느 날, 앨버트화이트 소유의 비밀술집 골방도박장을 습격하던 그 곳에서 에마굴드란 여인을 만나게 되고 이 후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그녀는 이미 앨버트의 정부-

몰래몰래 사랑을 나누던 중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도망치기로 계획을 세우고 은행을 털게되지만 발각이 되고 만다.

 

 이후 감옥에 들어가게 된 조는 그 곳에서 이탈리아계의 거대조직의 핵심이자 밀주 사업을 쥐고 흔드는 마소 페스카토레를 만나게되고 그의 협박에 따라 아버지에게 그의 부탁을 들어 줄 것을 요청, 이후 마소의 보호를 받으면서 출소를 한 후 본격적으로 밤의 세계에 들어서게된다.

 

전작인 운명의 날(1.2권: 2010년도 출간)이 나온 이후 이 책으로 2013년도 에드거 상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에겐 미국의 한 역사라고 알려진, 큰 상처를 남겼다던 보스턴 경찰의 파업을 주 소재로 그 안에서 완고하고 냉정하며, 인종차별적인 성격을 가진 아버지 토머스와 그의 큰 아들인 대니를 중심으로 사랑과 인종폭동, 갖가지 위협적인 모든 역사들을 그려낸 책이 운명의 날이라면 이 책은 그 후에 터울이 큰 막내아들 조의 성장기이자 밤의 세력을 주도하기까지, 그리고 그 안에서 동지들과의 협력과 배신, 안타까운 죽음, 그리고 쿠바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미국이 법으로 금지하던 밀주에 대한 법을 어기고 뒷거래를 통해 성장한 조폭들의 갱스터 생활을  그린 책이다. (영화 대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

 

 

운명의 날과 비교를 하게되는데, 굳이 붙인다면 그 후의 연결편이라고도 해야하고, 별개로 읽어도 상관이 없지만 이왕이면 같이 붙여서 읽는다면 삼 형제간의 인생여정이 각기 다르기에 긴 여운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 여자와의 사랑이 진정이라고 믿었고 그렇기에 과감하게 일을 저질렀던 조는 아버지에게 지울 수 없는 또 하나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큰 형 대니가 그 좋던 경찰직에 복귀를 못하고 액션배우와 시나리오로 살아가는 현실(대화를 보건대 당시엔 영화계에서도 스턴트맨이나 시나리오 작가란 직업이 확실하게 각인된 시절이 아니었다.), 둘째 형의 사고로 인한 눈 실명에 따른 교회의 수위로 살아가는 현실이 막내 조와 아버지에겐 왜 이렇게 집안이 엉망이 되었는지에 대한 그 결과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아버지는 사랑에 대한 표현이 인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감옥에 있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약한 아버지이자, 그렇다고 청렴결백한 사람은 아니었다할 지라도 자식을 위해서 한 번은 법을 어길 수밖에 없었던 부정의 정도 가진 아버지로 비춰진다.

 

 자신을 밀고한 디온을 받아들이면서 밤의 세계에서 마소의 밑에서 철저하게 금주법을 이용해가면 세력확장을 해나가는 과정과 또 다른 사랑하는 여인인 그라시엘라와의 결혼생활, 자신이 비록 악법을 저지르고 살지만 악화가  또 다른 선행을 불러일으키는 역설도 보여주는 과정이 미국의 한 역사를 관통하는 지점을 세밀하게 묘사한 과정으로 갱스터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상당히 읽는 호흡이 빠르게 넘어간다.

 

 보스턴에서 플로리다 템퍼, 그리고 쿠바에 이르기까지 해군의 무기고를 탈환하는 장면, 마지막에 죽을장면이라고 생각했던 하나하나의 설정묘사 장면이 남성독자라면 무척 좋아할 만한 소재감이란 생각이 들게한다.

 

 굳이 낮의 세계가 아닌 밤의 세계를 지향했던 조의 일생을 그린 이 책은 밤에 벌어지는 욕심을 더 채우기 위한 탐욕의 끝을 모르는 인간들의 극치를 보여줌으로써 어두운 세계의 나름대로의 질서평정을 위한 죽음도 불사하는 장면을 읽을 때면 과연 탐욕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그 곳 , 고지탈환을 이룬다면 인간의 끝은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보게한다.

 

 

찌는 듯한 무더위와 쿠바의 하바나, 담배농장을 운영하는 모습까지, 어둠 저 편 뒤에 평화가 한 순간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또한 인생의 한 흐름임을 느끼게 해 주는 책-

 

어두운 갱스터 무비를 연상시키는 이 책은 말 그대로 영화배우 밴 애플렉에 의해서 영화화 되기로 결정이 됬다고 한 만큼 데니스 루헤인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두말 할 것 없이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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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고전 : 한국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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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하는 자연생태에 관해서 여러 매체라든가 단체들의 활동이 다른 때와는 달리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말로만 듣던 우리 곁에 보이되,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가는 자연이 주는 다양한 혜택을 우리 인간들은 저마다 더 편안하고 쉽게 가려는 생각에 무분별한 공사나 자연훼손에 대한 경고와 아울러 영상으로 보여주는 그 실례들이 많은 바,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다르게 다가온다.

 

 고전이라는 학문에 비춰서 그 안에서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했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함께 지금의 우리들이 이 만큼의 여유와 호사를 누리고 사는 결정적인 원인이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한 글 하나하나에 모두 들어있단 사실에서 고마움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마치 옆에 학생에게 강연을 두듯이 차분한 톤의 설명을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 고전이 새삼 가깝고 다시 들여다보고 싶게 할 만큼 시대를 아우르는 폭 넓은 소개가 눈에 뛴다.

 

토속신앙에서 드러나는 문구에서부터 모든 종교 속에  포함된 참된 뜻의 말 속에 들어있는 미물이라도 저마다의 타고난 생명의 존중함을 알고서 살아간 조상들의 글귀들은 지금에 다시 들여다봐도 오늘 날의 우리들에게 부끄러움을 던진다.

 

 

그린피스라는 환경단체의 활약이 무시 못할 만큼의 성장을 이뤄가는 것도 바로 이런 지구의 생태가 곧 우리의 생명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열렬히 구호를 외치면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고전을 통해서 바라 본 녹색문화의 탄생, 자연과 철학 속에서 드러나는 생명의 고귀함과 그 가치를 우리는 그저 길 가의 한 낱 생명에 지나지 않는 풀뿌리로 인식하고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지구 온난화, 프레온 가스 방출 자제, 각종 여러 국제기구협약에서 외치는 한계치의 수치보다 진정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전에서 나오듯, 느림의 여유와 같이 동행하는 하나의 동지로서 함께 가고자할 때 가깝게는 우리들의 생애가 다 할 때까지, 멀게는 먼 후손들이 하나 밖에 없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어떻게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있을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해 준다.

 

학창시절에 배운 시조서 부터 알게 모르게 흥얼거리던 싯구, 유명인사들의 책 속에서 그려낸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같이 동반해서 살아갔는지에 대한 삶에 대한 철학들이 제목과 함께 그 내용이 들어있고 다시 해설을 풀이함으로써 좀 더 쉽게 녹색이 주는 단어의 연상이 다시금 자연이란 것으로 이어지면서 싱그러움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이름없는  들꽃,들풀의 소박하지만 자신만의 모습을 드러내주는 듯한 표지가 참으로 맘에 든다.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저마다의 생명의 가치를 나타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들은 결코 강인한 존재가 아니며 자연 앞에선 한낱 힘없는 나약한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이 책은 앞으로도 동양, 서양편으로 계속 나올 예정이란다.

 

 

벌써부터 서양 편에선 떠오르는 싯구도 있고, 동양이라면 우리나라와는 또 다른 동양만의 색깔을 기대해보게 한다.

 

 날로 발전하는 만큼의 자연에 다시 되돌려주고 그 혜택을 다시 받아가는 삶, 그것이 진정 녹색의 문화를 통해서만이 아닌 실제적인 행동의 실천이 필요함을 이 책은 시종 느림과 차분함으로 독자들에게 심금을 울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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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의 연가 세트 - 전2권 열두 달의 연가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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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에 친구인 시율과 지량은 개성에서 치뤄지는 놀이에 어린이 자격으로 참가, 지량은 자신을 친 형처럼 따르는 재상의 아들인 재경에게 가면을 보여주겠단 약속을 하며 만나기로 한 장소에 시율만 남기고 떠난다.

 

한 편 자신의 몸에 귀신이 씌어있어 아버지와 동생을 먼저 보낸 혜완은 자신의 어미가 공덕을 빌러 각지로 돌아다니는 사이 엄마와 친한 사이인 재상가의 집에서 같은 나이인 재경과 지낸다.

 

재경과 지량의 약속을 알게 된 혜환은 자신의 몸에 귀신을 쫓아 낼 수있단 생각에 재경보다 먼저 그 장소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시율과 만남을 가지게 되지만 어린 12살의 혜완을 바라 본 15살의 시율은 먼 훗날인 19살이 되는 정월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 후로 자신의 외로움을 알아주고 귀신을 쫓게 해 준 탈을 쓴 남자를 기다리는 혜완은 엄마의 지나친 시주로 인한 가세가 기울자 이를 타협하기 위해 절의 시주를 만난 곳에서 다시 시율을 만나게되고 설렘을 느끼지만 서로는 전혀 7 년 전의 상대방이란 사실을 모른 채, 지나친다.

 

 재경 또한 친형처럼 따르는 두 형이 급제하여 일정한 관리직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자신은 급제하지 못한 채, 혜완과 친형제처럼 지내는 이혼 당하고 같이 사는 귀영에게 맘을 쏟게된다.

 

 하지만 귀영은 자신의 재산만 노리고 자신을 버린 남편에 대한 상처 때문에 자신보다 연하인 재경이 자신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갖고 있단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서서히 그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급제는 하였지만 아직 정식으로 관리직을 명령받지 못하고 기생 집과 술로만 세월을 보내고 있는 지량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감정을 포착하고 혜환과 시율의 사랑맺어주기와 재경과 귀영의 사랑 맺어주기에 애를 쓴다.

 

 그런 지량에게도 아픈 사랑의 상처가 있었으니 바로 기생을 사랑한 일로 더 이상 사랑에 대한 인연에 얽매어 있고 싶지 않은, 그저 허허 웃되 가슴아픈 사랑의 감정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진달래 꽃 부침개를 먹는 계절이 다가오고 모든 사람들이 나들이를 즐기는 가운데, 현감의 면상을 상처내고 도망 중인 기생 영랑이 긴박하게 그들 모임에 끼여들게되고 자신을 부인이라고 속인 채 혜완의 집에서 지내게된다.

 

 하지만 현감이 내린 추포령에 따라서 그녀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게되고 이를 눈치 챈 지량고 시율은 더 이상 혜완과 자신들의 직위에 위험을 피하고자 그녀에게 조용한 해결선을 제시하게 된다.

 

 이 책에는 총 3쌍의 각기 다른 사연과 사랑을 그린 세 가지 맛의 사랑을 느낄 수가 있다.

 

 고려가요인 동동을 소재로 삼아 일 년 12달의 노래를 따와서 그 계절에 맞게 치뤄지는 다양한 축제일 같은 놀이와 먹거리를 그대로  표현해 낸 과정이 이들 세 쌍의 사랑과 맞물려 유쾌, 상쾌한 로맨스를 시종 그려나간다.

 

 먼저 혜완과 시율이 사랑 - 마시멜로의 달콤하고 부드러움의 사랑

 

 자신의 몸에 귀신을 쫓겠단 일념으로 재경보다 먼저 간 장소에서 운명의 상대인 시율을 만나게되지만 자신의 악귀를 쫓아내준 사람을 지량으로 알고 이미 7 년전의 사랑의 대상을 운명의 상대자로 알고 짝사랑 해 온 그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지니고 사느냐, 아니면 보면 볼수록 , 아니 첫 눈에 반해버린 철두철미하고 허투름이 없되, 자신의 감정표현 조차 내색하지 않은 채 혜완에 대한 사랑을 친구인 지량 때문에 접어야하는냐를 둔 두 사람간의 어긋날 뻔했던 사랑의 전개가 시종 부드러움과 촉촉함을 연상시키는 마시멜로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두 번째 재경과 귀영의 사랑 - 풋풋한 사과의 맛을 느끼는 사랑

 

 이미 결혼을 한 번 하고 맘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혼녀 귀경은 귀한 자제 분의 막내 아들 재경에 대한 사랑은 꿈도 꾸지 못할 사랑이지만 시율과 지량을 이웃 집에 살게 함으로써 의도적으로 귀경에게 접근하고 지량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철 없는 도련님이 사랑에 대한 진정한 감정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귀경의 맘을 움직이는 과정은 첫 사랑을 이뤄나가는 풋풋한 열혈 청년의 용기있는 모습과 아무것도 모른 채, 혜완과의 결혼을 추진하는 두 어머니들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쓰러움을 보여주는 , 사랑에 목매되 쩔쩔매는 귀염성을 보여주는 생기발랄함을 보여주는 과정이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절로 짓게 만든다.

 

세 번째 지량과 영랑의 사랑 -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사랑, 그러나 파격적인 사랑

 

 기생에 대한 사랑과 그녀가 자신을 배신한 감정 때문에 사랑에 초탈한 모습을 보이는 , 한량에 버금가는 사람이지만 그 속내는 뜨겁다 못해 절절한 사랑의 패배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지량에게 기생인 영롱은 그의 맘 속까지 뚫어보고 혜완과 귀경의 사랑모습을 보면서 자신과는 또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의 세상을 비웃는다.

 

하지만 지량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상처를 알게되면서 자신의 처지인 기생이란 직업을 업신여기고 오로지 몸과 술, 노래만 착취하는 다른 귀족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량에게 끌리고 있음을 알지만 두 사람은 결코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시종 긴장감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사랑에 대한 달콤함을 맛보고 기댔지만 실패를 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문을 닫았고 사랑이 지나 간 후의 쌉싸름한 맛을 알고 있었기에 섣불리 새로운 사랑하기를 외면한다.

 

하지만 다시 만난 인연은 파격적인 지량의 결정으로 해후를 하게되는 과정이 시대가 비록 고려라고는 하나 당시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센세이션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다.

 

 전작인 "왕은 사랑한다(드라마화 결정)", "을밀" 에 이어서 다시 작가는 고려라는 배경으로 세 쌍의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를 풀어낸다.

 

 12달의 동동요를 기준으로 고려의 세밀한 풍속과 여성의 지위가 조선보다 훨씬 활발하고 자기주장이 강하게 표현됬다는 점, 이혼한 여성이 오히려 결혼의 대상자로서 환영을 받았다는 점, 고려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풍속과 놀이, 먹거리의 자료조사는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조선이 아닌 또 다른 한반도의 다른 나라를 통일하고 살았던 당시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과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으로 풀어나간 작가의 세 쌍의 사랑찾기 여정은 시종 즐겁고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 하면서도 가슴이 설레게 하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특히 모두 저마다의 특징들이 도드라져 보이는 인물의 감정전개라든가, 사랑에 대한 쟁취를 해 나가는 여성들의 활기찬 주장의 모습과 행동은 사랑 앞에선 누구보다도 용감한 자가 쟁취한다는 말이 떠오르게 한다. (개인적으론 지량의 캐릭터가 멎져보인다. )

 

성균날...이 드라마화 하여 인기를 끌었듯이, 이 작품도 드라마화 한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있을 것인란 생각이 든다.

 

 때론 부드러운 마시멜로도 좋고, 풋 사랑의 기억이 생각날 만큼 싱그러운 풋사과도 좋고, 첫 입에 먹을 때는 달콤하지만 뒷맛은 씁쓸한 초코릿의 맛이 생각난다면 이 책 한 권으로 모두 맛 볼 수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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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2
도진기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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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스릴러라 하면 일단은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의 문학권이 강세다.

 추리가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 장르를 이보다 더 잘 느끼고 공감할 수없겠단 생각이 들도록 외국의 문학작가들의 솜씨는 한국의 독자들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바, 이런 풍토 속에서도 한국 작가들의 일취월장의 감성을 느낄 수있는 추리소설을 읽은 느낌은 희망적이었다.

 

 각양각색의 색깔을 가지고 이야기를 써 내놓은 신진 작가들도 있고 자신이 갖고 있는 직업을 십분 발휘해서 우리나라의 법 체계와 현실적인 사회의 풍토를 고발하는 작품성등이 들어있어서 일단은 추리라는 영역에서도 소재의 발군이 돋보인다.

 

 현직 판사로서 여러 권의 책을 낸 바있는 도진기 님의 악마의 증명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입각한 법망을 이용해 죄를 피하려다 오히려 검사에게 빌미를 잡히는 전개의 과정이 쌍둥이라는 잇점을 이용한 범인과 검사간의 두뇌 싸움이 흥미롭다.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너목들'의 작품 내용 중에서 도진기 님의 이 작품과 유사성이 있다는 문제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이 밖에도 사회적인 사각지대에 몰린 사람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이용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보려는 흐름에 당황하게되는 인권위 소속 직원의 갈등, 집을 잡히면서까지 가정이 무너진 한 가정의 가장이 행동하고 느끼는 쓸쓸함과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버린 아내의 행동이 추리라는 것을 접목해 접근하는 방식이 새롭게 떠오른다.

 

 현대의 배경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시장의 잡배의 죽음을 둘러싸고 범인을 밝히려는 자와 이를 미리 언지해 경고를 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간의 다툼이 마치 현대에 와서도 고스란히 그 배경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작가가  당시의 묘사라든가, 인물들 간의 두뇌다툼과 알력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필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만 단편이기에 범인이 확실히 누군인지를 밝혀주었더라면 속이 풀리는 경험을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

 

이 밖에도 다양한 소재의 분류로 엄마의 죽음 뒤에 찾아 온 지갑을 두고 벌이는 추적, 살인 청부를 하고 숨어지내던 은둔자의 비참한 말로, 쓰레기 문제를 대두해 놓고 그린 사회적인 문제, 블러그에서 유명한 분이 글을 써 놓은 추리물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외국의 단편추리와 비교해 볼 좋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흐름과 구성에 만족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살짝 아쉬운 작품도 들어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독서계의 흐름상 추리물이 그다지 많은 호응을 이끌고 있지 않은 것을 생각한다면 한 걸음부터라도 천천히 발전해 나가는 모습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 책이다.

 

 단편이기에 순서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도 그 맛 나름대로 느낄 수있는, 단편만이 갖고 있는 잇점을 이용해 이 기회에 추리라는 영역속에 한 번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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