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의 연가 세트 - 전2권 열두 달의 연가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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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에 친구인 시율과 지량은 개성에서 치뤄지는 놀이에 어린이 자격으로 참가, 지량은 자신을 친 형처럼 따르는 재상의 아들인 재경에게 가면을 보여주겠단 약속을 하며 만나기로 한 장소에 시율만 남기고 떠난다.

 

한 편 자신의 몸에 귀신이 씌어있어 아버지와 동생을 먼저 보낸 혜완은 자신의 어미가 공덕을 빌러 각지로 돌아다니는 사이 엄마와 친한 사이인 재상가의 집에서 같은 나이인 재경과 지낸다.

 

재경과 지량의 약속을 알게 된 혜환은 자신의 몸에 귀신을 쫓아 낼 수있단 생각에 재경보다 먼저 그 장소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시율과 만남을 가지게 되지만 어린 12살의 혜완을 바라 본 15살의 시율은 먼 훗날인 19살이 되는 정월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 후로 자신의 외로움을 알아주고 귀신을 쫓게 해 준 탈을 쓴 남자를 기다리는 혜완은 엄마의 지나친 시주로 인한 가세가 기울자 이를 타협하기 위해 절의 시주를 만난 곳에서 다시 시율을 만나게되고 설렘을 느끼지만 서로는 전혀 7 년 전의 상대방이란 사실을 모른 채, 지나친다.

 

 재경 또한 친형처럼 따르는 두 형이 급제하여 일정한 관리직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자신은 급제하지 못한 채, 혜완과 친형제처럼 지내는 이혼 당하고 같이 사는 귀영에게 맘을 쏟게된다.

 

 하지만 귀영은 자신의 재산만 노리고 자신을 버린 남편에 대한 상처 때문에 자신보다 연하인 재경이 자신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갖고 있단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서서히 그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급제는 하였지만 아직 정식으로 관리직을 명령받지 못하고 기생 집과 술로만 세월을 보내고 있는 지량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감정을 포착하고 혜환과 시율의 사랑맺어주기와 재경과 귀영의 사랑 맺어주기에 애를 쓴다.

 

 그런 지량에게도 아픈 사랑의 상처가 있었으니 바로 기생을 사랑한 일로 더 이상 사랑에 대한 인연에 얽매어 있고 싶지 않은, 그저 허허 웃되 가슴아픈 사랑의 감정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진달래 꽃 부침개를 먹는 계절이 다가오고 모든 사람들이 나들이를 즐기는 가운데, 현감의 면상을 상처내고 도망 중인 기생 영랑이 긴박하게 그들 모임에 끼여들게되고 자신을 부인이라고 속인 채 혜완의 집에서 지내게된다.

 

 하지만 현감이 내린 추포령에 따라서 그녀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게되고 이를 눈치 챈 지량고 시율은 더 이상 혜완과 자신들의 직위에 위험을 피하고자 그녀에게 조용한 해결선을 제시하게 된다.

 

 이 책에는 총 3쌍의 각기 다른 사연과 사랑을 그린 세 가지 맛의 사랑을 느낄 수가 있다.

 

 고려가요인 동동을 소재로 삼아 일 년 12달의 노래를 따와서 그 계절에 맞게 치뤄지는 다양한 축제일 같은 놀이와 먹거리를 그대로  표현해 낸 과정이 이들 세 쌍의 사랑과 맞물려 유쾌, 상쾌한 로맨스를 시종 그려나간다.

 

 먼저 혜완과 시율이 사랑 - 마시멜로의 달콤하고 부드러움의 사랑

 

 자신의 몸에 귀신을 쫓겠단 일념으로 재경보다 먼저 간 장소에서 운명의 상대인 시율을 만나게되지만 자신의 악귀를 쫓아내준 사람을 지량으로 알고 이미 7 년전의 사랑의 대상을 운명의 상대자로 알고 짝사랑 해 온 그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지니고 사느냐, 아니면 보면 볼수록 , 아니 첫 눈에 반해버린 철두철미하고 허투름이 없되, 자신의 감정표현 조차 내색하지 않은 채 혜완에 대한 사랑을 친구인 지량 때문에 접어야하는냐를 둔 두 사람간의 어긋날 뻔했던 사랑의 전개가 시종 부드러움과 촉촉함을 연상시키는 마시멜로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두 번째 재경과 귀영의 사랑 - 풋풋한 사과의 맛을 느끼는 사랑

 

 이미 결혼을 한 번 하고 맘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혼녀 귀경은 귀한 자제 분의 막내 아들 재경에 대한 사랑은 꿈도 꾸지 못할 사랑이지만 시율과 지량을 이웃 집에 살게 함으로써 의도적으로 귀경에게 접근하고 지량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철 없는 도련님이 사랑에 대한 진정한 감정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귀경의 맘을 움직이는 과정은 첫 사랑을 이뤄나가는 풋풋한 열혈 청년의 용기있는 모습과 아무것도 모른 채, 혜완과의 결혼을 추진하는 두 어머니들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쓰러움을 보여주는 , 사랑에 목매되 쩔쩔매는 귀염성을 보여주는 생기발랄함을 보여주는 과정이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절로 짓게 만든다.

 

세 번째 지량과 영랑의 사랑 -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사랑, 그러나 파격적인 사랑

 

 기생에 대한 사랑과 그녀가 자신을 배신한 감정 때문에 사랑에 초탈한 모습을 보이는 , 한량에 버금가는 사람이지만 그 속내는 뜨겁다 못해 절절한 사랑의 패배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지량에게 기생인 영롱은 그의 맘 속까지 뚫어보고 혜완과 귀경의 사랑모습을 보면서 자신과는 또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의 세상을 비웃는다.

 

하지만 지량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상처를 알게되면서 자신의 처지인 기생이란 직업을 업신여기고 오로지 몸과 술, 노래만 착취하는 다른 귀족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량에게 끌리고 있음을 알지만 두 사람은 결코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시종 긴장감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사랑에 대한 달콤함을 맛보고 기댔지만 실패를 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문을 닫았고 사랑이 지나 간 후의 쌉싸름한 맛을 알고 있었기에 섣불리 새로운 사랑하기를 외면한다.

 

하지만 다시 만난 인연은 파격적인 지량의 결정으로 해후를 하게되는 과정이 시대가 비록 고려라고는 하나 당시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센세이션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다.

 

 전작인 "왕은 사랑한다(드라마화 결정)", "을밀" 에 이어서 다시 작가는 고려라는 배경으로 세 쌍의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를 풀어낸다.

 

 12달의 동동요를 기준으로 고려의 세밀한 풍속과 여성의 지위가 조선보다 훨씬 활발하고 자기주장이 강하게 표현됬다는 점, 이혼한 여성이 오히려 결혼의 대상자로서 환영을 받았다는 점, 고려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풍속과 놀이, 먹거리의 자료조사는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조선이 아닌 또 다른 한반도의 다른 나라를 통일하고 살았던 당시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과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으로 풀어나간 작가의 세 쌍의 사랑찾기 여정은 시종 즐겁고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 하면서도 가슴이 설레게 하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특히 모두 저마다의 특징들이 도드라져 보이는 인물의 감정전개라든가, 사랑에 대한 쟁취를 해 나가는 여성들의 활기찬 주장의 모습과 행동은 사랑 앞에선 누구보다도 용감한 자가 쟁취한다는 말이 떠오르게 한다. (개인적으론 지량의 캐릭터가 멎져보인다. )

 

성균날...이 드라마화 하여 인기를 끌었듯이, 이 작품도 드라마화 한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있을 것인란 생각이 든다.

 

 때론 부드러운 마시멜로도 좋고, 풋 사랑의 기억이 생각날 만큼 싱그러운 풋사과도 좋고, 첫 입에 먹을 때는 달콤하지만 뒷맛은 씁쓸한 초코릿의 맛이 생각난다면 이 책 한 권으로 모두 맛 볼 수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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