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박지영 지음 / 문학수첩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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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본명은 시인 이상과 같은 김해경이지만 한 때 잘 나가던, 방송국 입사 동기 중에서 가장 먼저 자신의 출연작을 연출하면서 성공을 하지만 어느 만화가의 내용과 유사하단 표절에 휘말려 퇴사를 하고 지금은 재연배우 노릇을 하며 살아간다.

 

 변비 때문에  고생을 하던 그는 촬영현장에서 조연출을 만나게 되고 보조작가로 일하던 때,  알고지냈던 후배의 부탁으로 생존보트라는 연예프로그램에 출연, 단 몇 분만에 30여명의 여성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채 탈락의 맛을 본다.

 

 일정한 소득없는지라, 할 수없이 엄마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 그는 연예프로그램 출연자 중 한 사람인 정윤선이란 홈쇼핑 모델을 하고 있는 여자가 입에 레몬을 물고 몸에 빨간 펜으로 여러군데 선을 그어놓은 형태의 모습으로 발견이 되면서 CCTV에 밝혀진 영상을 토대로 죽인 범인으로 해리가 지목이 된다.

 

 

그 때부터 해리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같이 있었던 조연출에 대한 행방을 찾는것과 함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토끼굴 처럼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행로를 보여준다.

 

 2013년도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대상을 받은 작품으로서 판타지에 대한 관심이 일반 다른 책에 비해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던 차에 이 책을 통해서 본격적인 한국의 문학에도 이런 판타지가 통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문구 중엔 "그럴 수도 있었을텐데..."다.

 시의 싯구처럼 두 갈래의 길에서 어느 한 길을 택하고 결정함에 있어서 주인공 해리는 지금의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 또 다른 길을 택했다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한다.

 

범죄드라마의 재연배우로서 자신이 그 역할에 몰두하면서  악마적인 근성도 발견하게되는 것이 현재의 시각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여전히 그 역할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앨리스가 여왕의 지시로 굴로 들어가는 과정처럼 현실에서 벗어난, 야구를 좋아하던 어린시절의 일과 럭키라 불렸던 친구의 죽음과 연관되 자신이 첫 출연작으로 내놓은 작품의 표절성에 휘말린 사연까지의 전개가 액자를 하나 맞추고 나면 다시 그 액자의 속을 들어가봐야 진실됨을 알 수있는 묘한 조합의 이야기를 시종 몽롱한 분위기와 스릴이 겹치게끔 전개해 나가는 과정이  읽으면서도 이것이 환상인지, 현재인지를 좀체 알수가 없게 만드는 책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이곳에서 이곳이 아닌 세계를 꿈꾸는 존재였다.
그럴 수도 있었는데, 라고 중얼거릴 때, 그것은 슬픔이라 해도 달콤한 슬픔이었다.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자신에게 그럴 수도 있었던 세계가 있는 것이었다.
사람은 결코 지금 이루어진 것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그럴 수도 있었던 세계를 안고 있을 때만이,
그럴 수도 있었던 자신이 보호막처럼 자신을 감싸고 있을 때만이,
하나의 존재로서 지금 이곳,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있는 거였다. -153

 

정윤선을 죽인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그녀와 연관된 사람들의 시각으로 다루어지는 글을 읽고 있노라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연결고리를 제시하면서 맞아! 그 부분이 바로이 부분과 연결이 되는구나하는 것을,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전반부보다는 후반부에 탄력을 받게하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는 책이다.

 

외국의 공상적인 판타지와는 확연히 다른 소재의 현실을 주제로 선택하지 못했던 가정의 세계를 넘나들며, 현대의 쇼 비지니스 세계의 현대인들의 환상과 쓸쓸함을 잘 포착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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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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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는 바퀴는 지금도 인간이 있는 한 쉼없이 계속 그 영속성을 유지하면서 굴러간다.

 

 흔히 말하는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졌다라는 말이 있는 것도 알고보면 인간에 의해서 쓰여지고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역사의 한 단면이요, 현장을 우리의 후대들은 그것을 답습함으로써 칼날 같이 날카로우면서도 그 이면의 뒷에 가려진 야사같은 것을 통하여 역사의 한 면을 보충해가면서 익혀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확실히 기존에 나온 인간이 살아 온 역사를 다루긴 다루는게, 뭔가가 좀 차이가 있다.

바로 어느 특정의 한 부분의 시대인 1913년을 다룸으로써 그 시대에 살았던, 이미 역사 안으로 흡수를 하고 있고 배우고 있는 사람들을 통하여 그 일면을 다룬다. (거의 300여명의 이름이 거론된다.)

 

읽으면서 의아했던 것은 하필이면 하고많은 역사의 한 순간에 대한 포착 시점이 왜 1913년일까 하는 것이었다.

 

 출판사 제공의 내용을 보니 1913년은 1914년의 제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바로 전 해로 이미 세계의 정세는 전쟁의 발로 시점에 있었고 그 와중에 문학, 예술, 정치, 건축, 그림등 모든 전 분야를 막론하고 기존의 어떤 흐름을 유지하는 대신 완전히 뒤엎어버리고 새로운 문화기조로서의 모더니즘이 활발히 이어지던 시대였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3년여에 걸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통합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역사.문화사를 편년체 형식으로 써내려간다.

 

1913년의 한 해를 첫 해인 1월부터 시작해서 12월에 이르기까지 각 달에 활동하고 모종의 인위적인 만남이 아닌 한 번 스쳤을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을 덧대어 그려지고 있어서 일률편적인 흐름이 아닌 , 예를 들어 1월엔 뉴올리언스의 12살 소년인 루이 암스트롱이 훔친 총을 가지고 방아쇠를 당긴 죄로 유치장에 처해지지만 너무 날뛰는 바람에 트럼펫을 쥐여준 교도관 덕에 지금에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사가 되었단 식에서 훌쩍 그 공간을 넘어 갑자기 프란츠 카프카가 자신의 연인 펠리체 바우어에게 편지를 쓰는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동시다발적인 같은 시간대의 공간에서 한쪽에선 이런 인사가, 저쪽에선 다른 인사의 모습을 그려나감으로써 읽는 이에게 같은 느낌이되 이 시대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졌구나 하는 것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없어진 1월의 사건, 쇤부른 궁정을 산보하던 스탈린과 히틀러의 우연히 스치듯한 만남의 현장, 토마스 만의 "마의 산" 탄생 과 그의 동성애, 클림트의 활발한 예술활동의 이면에 드리워진 난잡한 여성들과의 관계,

 

 

 

 

 

 에곤 실레의 그림활동,

 

 

           ("우정"이란 제목으로 붙여졌지만 너무 선정적이란 이유로 전시되지 못했다.)

 

  제 1차 세계대전의 발발의 원인제공이 된 황태자의 생활과 정신학의 대표격인 프로이스트와 그의 제자 융과의 친부살해란 이름까지 붙여진 절교의 과정, 하나하나 섬세한 그 시대의 한 단절된 면을 다시 복원시키고 그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주는 작가의 탁월한 장기가 십분 발휘되는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2월달의 뉴욕의 '아머리'에서 세기 최고의 전시회가 열림으로써 기존의 미술계를 쥐고있던 흐름을 탈피하는 순간, 피카소가 입체파 화가로서 본격적인 두드림이 연상되는 시기의 현장, 마르셀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라는 작품은 아머리 쇼의 대표적인 그림이 된 과정, 작곡가 말러의 부인인 알마 말러와 오스카 코코슈카의 스캔들,

 

 

      ("바람의 신부들" 이란 제목으로 붙여진 오스카 코코슈카의 그림..알마와의 관계를 그린 것)

 

연방준비제도의 설립과 카뮈의 탄생, 샤넬의 만남, 릴케의 작품활동,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이후의 뉴요과 모스크바에까지 미치는 영향....  방대한 100 년 전에 이뤄진 일들의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이미 지난 세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은 나만의 느낌일까? 할 정도로 생동감과 창작에 불타는 모든 예술가들, 그리고 전쟁이 발로가 되는 발칸의 위기상황까지, 모든 것이 지금에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문학과 역사, 정치,모든 부분을 다룸에 있어서 지칠줄 모르는 활력을 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활동시기와 창작을 대하는 느낌만을 알고 있었다면 이 책은 그들이 느끼고 살아가는 삶에 대한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 보는 데서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다.

카프카의 어이없는 청혼에 대한 편지나, 릴케와 토마스 만의 사생활, 피카소와 마티스간의 교류, 다리파의 해체에 이르는 역사의 한 과정이 그 시대를 상징하는 유럽의 이상기온과 맞물려 절묘하게 그려지고 있다.

 

막바지인 12월엔 최초의 기성예술품인 마르셀 뒤샹의 의자 위의 자전거 바퀴가 뒤샹의 손에서 돌고 있을 때 [자전거 바퀴], 모스크바에선 최초의 [검은 사각형]이 탄생함으로써 현대미술의 두 영점이 탄생된다.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

 

 

                                              ( 마르셀 뒤샹의 "자전거 바퀴" )

 

다시 찾은 모나리자의 되돌아오기 과정은 한 에피소드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렇듯 1월에 없어진 모나리자가 다시 12월 막바지 1913년에 되찾아 오는 것으로 , 카프카가 말한 "신경과민의 시대"는 이렇듯 저물어 간다.

 

하지만 1913년은 그저 시간상 흘러가는 시대가 아니었고 오늘 날의 모든 부분에서 영향을 지대하게 끼쳤단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역사의 한 현장을 봄으로써 다시금 지금을 되돌아보게 하는 가교의 역할이자 산 현장임을 작가의 손을 통해 함께 느껴보게 함음 물론이요, 아마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도 저물어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또 다시 우리의 삶을 반추해서 드러내볼 수있는 책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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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 살인사건 - 제3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2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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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역은 지방 사람들에겐 도시로 향하는 하나의 관통의 길로서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도쿄 토박이인 사람들은 그것의 느낌을 인지하지 못하나, 지방사람들만이 느끼는 도시와 지방간의 냄새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역이 바로 우에노역이다.

 

 경시청 수사 1과에서 근무하는 가메이 경사는 아오모리 출신으로 고등학교 동창이자 고향에서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 모리시타의 부탁으로 여자 제자인 마쓰키 노리코란 여인의 행방을 찾아 줄 것을 부탁받게 된다.

 

그러던 차에 우에노역 화장실에서 사람이 죽은 것을 알게되면서 사건에 동참하게 되는데, 죽은 이의 신원은 통상성 공무원인 야스다 아키라-

 

알고보니 그 역시 아오모리 출신으로 동창생인 7명이 고등학교 졸업 후 우에노 역을 통해서 도쿄로 진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던 동기들 중 신문편집장을 맡았던, 지금은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미야모토 다카시의 주도아래, 날짜를 정해서 고향인 아오모리로 가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아오모리로 가기 위한 열차인 블루트레인으로 불리는 유즈루 7호에 동행을 하기로 해 놓고선 시체로 발견이 되고, 이어서 기차 중간 쯤에 또 다시 다른 동창이 강에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되면서 이들 동창생들은 가메이 형사와 다른 지역의 형사의 공조 아래 수사를 받게된다.

 

 계속해서 청산가리를 음독한 채, 그렇다고 누구의 손길이 닿았다는 증거를 포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시체들이 발견이 되고 총 7명 중 2명 만이 남은 가운데, 도대체, 왜, 무엇때문에 이런 살인을 저지르게됬는지에 대한 동기자체를 알기 위해 경찰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가메이와 뜻 밖의 다른 사람이 연루되어 벌어지는 사건의 정황들이 그려진다.

 

 무심코 던진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서, 당시에는 웃고 넘기는 이야기로 치부하고 살았던 이들이 먼 훗 날에 다시 모임을 갖기로 한 이후,  그 일을 당한 당사자는 잊을 수없는 치욕으로 삼아 복수를 하는 경우를  이 책에선 종착역이자 출발역인 우에노란 역을 배경으로 살인사건을 통해 다루고 있다.

 

 이 책도 한 때의 치기로, 어린 시절의 장난으로 삼았던 , 그들 나름대로는 재미로 여겼겠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당한 사람의 입장에선 결코 즐겁다고만은 할 수없는 아픔의 세월을 지니고 살아왔음을 알게 해 주는 이 책은 말 조심과 행동의 조심성에 대한 경고를 전체적인 큰 흐름에 비쳐주면서 범인임을 알게 해 주는 전개로 이어지고 있다.

 

 흔히 영화에서 보는 시간차를 이용한 살해 방법을 이 책에서도 볼 수있다.

 

같은 유즈호에 대한 시간의 간격을 이용해 교묘하게 혼선을 빛게만드는 작가의 글 구성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건 해결에 뛰어드는 형사들의 모습에서 다른 책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있다.

 

읽으면서 아하~ 이런 속임수도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 된 연도에 비해서 판매부수도 많고, 드라마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단 점에서 소재의 지루함을 덜어버릴 수있는,  기차 안의  침대가 달린 밀실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란 점에서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일본만의 냄새를 느낄 수가 있는 책이란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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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대화 - 넬슨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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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연일 유명인사들이 운명을 달리 할 때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좀 더 그들의 재능과 사상적인 영향, 그리고 차후의 후세대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남겨주길 원하는 것이 많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넬슨 만델라-

그 덕분에 남아공이란 나라에 대해서 좀 더 알게됬고, 그가 평생의 인생을 통하여 이루고자 한 그의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행동과 정치적인 영향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에 나온 내용에서 보여지는 것 보다 훨씬 넬슨 만델라란 사람의 육성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보통 자서전이라한다면 그저 한 문장의 나열대로 그가 살아 온 인생을 다루지만 이 책도 그런면에선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다름을 표현한다면 편집적인 성격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그의 광적인 메모습관과 모든 것을 보관해 온 성격 덕에   대화형식과 편지를 통해서 그의 생각을 엿 볼수 있어 글의 문장보다도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게 된다.

 

 아프리카 부족의 아들로 태어나지만 일찍 아버지가 죽는 바람에 아버지를 대신해서 키워진 상태의 넬슨은 서양에서의 대학공부를 통하여 본격적인 자신의 나라가 갖고 있는 현실에 눈을 뜨게된다.

 

물론 아프리카적인 영향으로 인해서 할례를 하지만 이마저도 철저한 교육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있는 사고를 지니게 되는 것을 볼 수가있다.

 

 아프리카 민족회의 (ANC)에 몸을 담고 정치세계에 뛰어들게 되면서 정부의 눈에 가시가 되어버린,자신보다 훨씬 적극적인 자세로 정부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은 한 인간의 생애 전체를 통틀어 볼 때 그의 헌신적인 태도엔 존경해 마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1962년 8월에 체포되면서 그 이후의 27년이란 긴 세월, 한창 일 할때의 젊음과 장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감옥에서 보낸 그에겐 간디의 사상과 감옥 안에서 조차도 죄수들에게 행하는 법 이치에 맞지 않은 사항을 조목조목 집어가며 항의한 열정이 있었기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이미 갖추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하지만 그도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이기에 감옥 안에서 주고 받은 편지를 통해서 느끼는 감정은 다른 아버지들과도 같은 보통의 사람이었다.

 

수 많은 검열을 거치면서 때로는 가족들 품 안에 도달하지 못한 편지도 많고, 그 중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 부인마저 반 정부활동으로 인한 감옥생활을 하게 됬을 때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할 수없었던 데에서 오는 괴리감, 이것을 포기함으로써 과연 내 조국에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오게 될까하는 고뇌에 찬 편지내용은 누구나 할 수는 없는 힘든 결단의 인생 전반에 걸친 솔직함이 묻어나기에 훨씬 그에 대한 인간성을 보다 자세하게 느낄 수가 있다.

 

 많은 시간을 감옥에 보내면서 그 나름대로의 자신만의 명상과 자기컨트롤을 다스리며 살아왔기에, 출소 후에 자신들에게 해를 가한 사람들을 용서하며 진정으로 화합의 장을 만들어가는 그의 정신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인터빅스를 통해서도 그의 면모를 볼 수가 있다.)

 

*****  감옥이 자신을 알고 깨우치기에, 자신의 마음과 감정의 흐름을 냉철하게 규칙적으로 살펴보기에 이상적인 곳임을 발견할지도 모르오. 우리는 자신이 개인으로서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판단할 때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 인기, 부, 교육 수준 같은 외적 요소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소. 물론 이런 것들도 물질적 문제에서 자신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때는 중요하고, 많은 사람이 주로 이 모든 것을 성취하려고 애쓰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오. 그러나 자신이 인간으로서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평가할 때는 내적 요소들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오. 정직하고 성실하고 소박하고 겸손하며 순수하게 너그럽고 허영심이 없고 남을 위해 기꺼이 일하는 것, 이 모두는 누구나 얻기 쉬운 것들이지만 우리의 정신적 삶의 바탕을 이루는 자질들이오. 그런데 이런 성질의 문제에서 성장과 발전은 진지한 자기 성찰 없이는, 자신을 알지 못하고는, 자신의 약점과 잘못을 모르고는 상상할 수도 없다오. 감옥은 다른 것은 몰라도 날마다 자신의 행동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나쁜 것은 극복하고 좋은 것은 무엇이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오. 이 점에서 날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15분 정도 규칙적으로 명상을 하면 아주 알찬 결과를 얻을 수 있소. 처음에는 자신의 삶에서 부정적인 것들을 정확히 집어내기가 어려울지 몰라도, 계속 시도하다 보면 열 번째에는 알찬 보상을 얻을 수 있다오. 성인은 계속 노력하는 죄인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오. -P 274~275

 

그는 이미 갔으나, 가지않았으며, 영원히 아프리카의 산 증인이요, 세계의 모든 사람들 뇌리에 영원한 평화주의자로 남을 것이다.

 

두껍지만 대화체 형식이 많고 직접 그의 육성을 대한듯한 장면들이 많기에 그가 감옥에서 겪은 일들과 정치계의 일에서 느끼는 상당부분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알 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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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새롭게 - 맑고 향기롭게 근본 도량 길상사 사진공양집
일여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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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날짜는 왜 이리도 빨리 가는지, 요즘은 도통 정신이 없다.

 작심 삼일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한 해를 뒤돌아보는 시간이 오는지라, 잠시 마음을 다스려본다.

 

종교를 갖고 있던 가지고 있지 않던 ,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망이나 소원을 절로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하여 갖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소유를 말하시며 입적하신지도 벌써 4년-

 

 

 

   ( 법정 스님의 다도하시는 모습과 겸손함을 나타내시는 모습, 그리고 참선을 행하기 전의 죽도를     쥐고 있는 스님을  촬영한 것이다. )

 

길상사의 스님으로서 한 때 요정으로 인식되던 곳을 시주로 받아 맑고 향기롭게란 말씀 아래 손수 실천하시고 종교의 구분을 떠나서 행하신 생전의 모습과 고요한 본연의 모습인 사찰이 지니는 다양한 모습들을 사진이란 매개를 이용하여 담백하게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진- 고 김수환 추기경 님과 함께 하시는 모습, 오른쪽은 생전에 마지

   막으로 배웅을 하시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정말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결코 종교를 믿으라거나, 강요하지 않는 일상의 세세한 모습의 관찰과 사계절이 주는 자연의 평화 속에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는 사실이 때론 많은 활자를 통해서 받는 감동보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통해서 드러내보이는 가식없는 모습에서 절로 고개가 수그러든다.

 

 

탁한 도심의 중심지 한 가운데 자리한 길상사란 곳을 다시 태어나게 만드신 노력과 도시인들이 잠시나마 쉴 수있는 안식처, 때론 구원의 장소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길상사의 보통의 그 날 그날이 새삼 평온 그 자체란 말이 떠오른다.

 

 

 

( 세 개의 찻 잔 중에서 가운데 것이 영가을 위한 차라고 한다. 양쪽의 차는 식으면 다시 놓지만

 영가의 찻 잔만은 영가의 혼을 기리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는단다. )

 

 

며칠 전 방송에서 "꽃보다 누나"란 방송을 한 적이 있다.

 크로아티아의 성당에 들어간 여자 탤런트들이 성당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었다.

 

나중에 인터뷰에서 자신들 조차도 왜 울었는지에 대한 대답을 정확히 하지 못한 채 그저 좋아서 울었단 말이 정말 공감이 됬다.

 

아마도 이런 감정이 솟아나진 않았을까?

 나약한 인간이기에, 인간이 만든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어떤 신적이고 존경스러운 대상을 향한 경외심에서 저절로 울어난 눈물이 아닐런지 .... 나 조차도 그 방송을 보면서 눈물이 나온 것을 보면 이 책에서 주는 감동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느낌을 준다.

 

마음의 고요와 정화, 그리고 새삼 한 해를 돌아보는 계기를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맑고 향기롭게를 느껴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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