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랜드
스티븐 킹 지음, 나동하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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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의 대학생인 데빈은 여친인 웬디와의 사이가 멀어진 마음의 상처로 괴로워하던 차, 방학을 맞아 알바로 조이랜드란 놀이공원에서 일하게 된다.

 

관람차의 조작방법부터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하는 때에 맞춰 강아지 탈을 쓰고 어린 아이들을 잠시 그에게 맡겨두고 자신들의 즐건 식사를 즐기려는 부모를 대신해 열심히 일하는 가운데, 문득 문득 웬디를 생각하지만 결국 차이고 만다.

 

 그러던 차, 이 조이랜드에 있는 '공포의 집'이란 놀이 시설에서 4년 전에 린다 그레이란 여인의 시체가 발견이 되고 이 사건은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의 뇌리 속에 멀어지게 됨을 알게되지만 데빈은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데빈은 점을 볼 줄 아는 로지로부터 그 앞에 두 명의 아이가 나타나는데, 누군인지는 모르나 심미안을 갖고 있단 말을 흘려 듣게 되는 가운데, 한 여아를 구해주고 유명인사가 되더니, 하숙집을 오고가다 만난 10세의 마이크 로스란 근육위축성을 갖고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살인 사건을 둘러싼 중심에 서게 된다.

 

스티븐 킹의 소설들은 독자들을 스릴이 주는 강력함이란 느낌을 주기 보단 그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는 전체적인 배경,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과 그것을 파헤치려는 주인공, 이를 저지하려는 마지막 순간에 기막힌 타이밍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을 끌어모으는데, 필력이 뛰어난 작가가 아닌가 싶다.

 

스릴이 추구하는 맛 보기외에 이 소설은 한 젊은 청춘들이 한 번쯤은 앓았을, 첫 사랑에 대한 자신들의 행동과 상대방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아 쓰린 맘을 추스리는 과정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겪고서 오랜 시간이 흐른 40년 후에 회상하는 형식의 나이 든 데빈이 젊은 시절의 데빈을 회상하는 식으로 이어지는 책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 어린이를 위한 특별나게 기억하는 날들이 되면 온갖 놀이공원에는 어린들이주인공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놀이기구의 하나하나 손질 과정부터 그것을 타고 즐기는 어린이들, 부모들, 그리고 알바를 함으로써 어떻게 놀이공원의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엿 볼 수있는 재미와  시체로 발견된 여인의 영혼을 본 친구 톰과 마이크의 영매가 깃든 말, 그리고 차후 사건의 해결을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  큰 힘을 발휘한 마이크의 엄마와 마이크의 행동이 마치 눈에 홀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금도  가끔 영혼을 볼 수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책도 그것을 볼 줄 아는 아픈 아이 미이크와 데빈간의 우정,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의 뭉클함이 스티븐 킹의 작품이란 생각을 들게 할 만큼 여지없는 감동과 성장통을 겪고 더욱 성숙해진 데빈의 모습이 교차되는 , 따뜻하면서도 범인임을 알게되는 장면이 영상으로도 그려지는  표현의 절제되면서도 모든 것을 아우를 수있는 그 만의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지난 날의 자신이 겪었던  만남과 헤어짐 속에 조이랜드가 갖고 있었던 데빈의 인생 한 측면을 장식한 그 곳은 인생의 전반을 흐르고 있는 유아적인 기쁨과 희망, 그리고 사랑, 이별, 또 다른 시작이 시작됨을 알려 준 그 곳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한 번 방문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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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킬러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36
제프 린제이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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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도 인기를 끈 덱스터 시리즈가 나왔다.

전작에서 리타와 그녀의 아이들인 두 명과 가족을 이루더니 진짜로 자신의 핏줄인 딸 릴리 앤이 탄생한 것이다.

 

딸아이 바보가 된 아빠 덱스터는 점차 인간이 갖는 심정과 어떤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더욱 좋은 아빠로 살길 원하지만 사건은 그를 다시 암흑 속으로 이끈다.

 

이복 여동생인 데보라의 차출로 여고생의 실종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인간을 먹는 식인종그룹인 뱀파이어 클럽을 알게되면서 덱스터의 맘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검은승객과의 오묘한 심리 싸움이 양 갈래로 이어지면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데보라를 죽일 뻔했던 자신의 친형, 브라이언이 나타나면서 덱스터의 아이들과 리타에게 신뢰를 쌓아가는 것을 초조하게 느끼는 덱스터, 다혈질 여형사인 데보라의 등쌀을 거절하지 못하고 사건현장에 끌려다니는 모습의 또 다른 덱스터를 보는 맛이 재미가 있다.

 

이젠 더 이상 달이 뜨고 사회의 몹쓸인간을 처지함에 있어서 유혹을 해 오는 검은 승객을 거절하고 일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려했던 덱스터는 시종 유머를 잃지않되, 다시금 철저한 살인의 방식을 고수하다 또 다시 후회를 하면서도 자신이 실수를 하지 않았나 고민하는 인간의 감정을 어느 정도 갖춘 인물로 나온단 점이 이 책의 전 과정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사건의 주된 흐름인 뱀파이어들이라 불리는 이해 불가능한 식인종들의 행동과 다른 때와는 달리 꼼짝없이 붙잡혀 고통스런 모습을 보게되는 덱스터의 처연한 모습은 다음 편엔 어떤 모습으로 진화된 덱스터의 모습을 보여 줄지 사뭇 기대가 크다.

 

이 책의 전반에 흐르고 있는 따뜻한 가족애와 형제간의 우애와 사랑,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의 아기를 임신한 데보라의 이야기까지, 훈훈함이 넘쳐나는 이야기와 법 망을 피해 교묘히 피해나간 또 다른 범인을 다시금 잡으러 나가는 덱스터의 피할 길 없는 죄의 단죄를 하는 모습이 상반되게 펼쳐지는 이 책은 다음 시리즈에선 리타의 아이들이 덱스터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덱스터가 바라는 대로 어둠을 헤치고 인간들의 기본정서로 살아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지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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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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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면서 연작으로 나오는 주인공들을 그다지 쉽게 접하진 않았다.

똑같은 작가의 글이란 것이 어느 한 순간 눈에 익어가면서 그 작가의 특유의 흐름의 의식과 이 장면에 이어서 다른 장면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란 상상이 가기에, 쉽게 말하자면, 내 스스로 한 특정 작가의 작품 속에 빠지는 매너리즘을 경계하곤 했다.

 

하지만 요 뇌스뵈의 작품을 접하고 부터는 내 스스로도 이런 특정 주인공에 빠지긴 처음이란 생각이 든다.

 

바로 해리홀레 시리즈-

 

처음 접한 것이 "헤드헌터"이고 그 당시엔 북유럽의 인기있는 작가들 중 한 사람을 소개하는 작품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후의 스노우맨, 레오파드, 레드브레스트, 올 해 나온 두 작품인 네메시스, 그리고 박쥐를 통해서 해리홀레란 주인공의 성장과 그가 느꼈던 감정을 다시 한 번 공감하게 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출간년도가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박쥐란 책은 요 뇌스뵈가 해리홀레란 주인공을 탄생시킨 작품이다.

 

배경이 노르웨이가 아닌 호주에서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러 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으로흔히 젊은이들이 갖는 워킹비자로 호주에서 일하던 잉게르 홀테르란 여인이 강간을 당한 후 절벽에서 떨어져 시신이 발견이 된 사건을 밝혀내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오는 것 부터 시작이 된다.

 

이 여인의 사건을 같이 조사하기 위한 동료로 일명 "애버리진"이란 말로 통용되는 사람인 앤드류란 형사와 같이 뛰게된다.

 하지만 이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서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여기선 애버리진이란 말로 불리는 애달픈 호주의 토속민족에 대한 차별과 정책으로 인한 애환이 사건과 관계가 있고 앤드류가 말하는 자신이 속한 세대인 , 일명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라 불린 아픈 역사에 대한 것을 듣게 되면서 사건과 연관성을 갖게 된다.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란 백인이 호주에 정착하던 때를 기점으로 호주에 이미 자리를 잡고 살았던 원주민들에게 호주정부는 원주민들의 생활방식을 이해하려하지 않고 그들이 백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피부색에 따라 강제적으로 부모로부터 떼어 내어 백인피부를 가진 아이는 입양이나 교육을 시키고, 검은 피부는 고아원에 입양시켜 그들의 인생을 빼앗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앤드류와 그가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애버리진의 인생 이야기는 전설 속의 등장인물과 동물들을 대비시켜 사건의 주 범인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고, 이 때문에 30살 초년의 풋풋한 해리홀레는 다른 작품에서 나온 것처럼 물불 안가리고 위험을 자처하면서도 지독한 알콜중독에 빠진 극한 상황의 인물로 까지는 비쳐지지 않는(이제 막 알콜중독에 빠지기 시작하는..)미완성이자 미숙함의 형사모습을 보여준다.

 

전 작에서 나온 바 처럼 왜 해리가 그렇게 알콜과 사랑은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어떤 감정을 드러내길 꺼려했는지에 대한 경위가 들어있어서, 아마도 해리홀레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이 책부터 접해보면 훨씬 쉽게 그를 이해 할 수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동화에 나오는 박쥐는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정체성을 교묘히 바꿈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는 얇팍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여기의 제목에서 주는 박쥐는 그런 박쥐가 아니다.

비록 타국이지만 그 어느 곳에도 속할 수없는 자신들의 정체성 때문에 오늘도 호주의 실업난, 범죄에 관여를 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애버리진들의 삶을 반추한다.

 

그 곳에서 만난 여인 비르기타와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와 이별은 차후의 다른 작품에서 해리의 성격에 영향을 끼쳤단 생각과 함께  자신들이 원하지 않았던 병 속에 갇혀 그 병 속 밖을 날아서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싶었던, 소리없는 외침의 박쥐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해리홀레의 범인잡기의 과정과 호주의 곳곳의 유명 장소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책 표지 자체도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코팅된 표면이 아닌 스웨이드 감촉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진 것이 눈에 뛴다.

 

잘은 몰라도 박쥐의 겉 표피를 연상시키듯한 느낌과 함께 병 속에 갇혀있는 박쥐가 처음으로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반사회적인 성격의 사이코패스임을 자신도 알면서도 살인을 저지른 범인의 동기도 그래서 그런지, 웬지 더욱 쓸쓸하게 느껴짐을 알개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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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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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 시립 제2중학교 2학년 B반의 학생이자 테니스부에서 활동 중인 나구라 유이치의 엄마로부터 학교에 전화가 걸려온다.

아들이 아직 하교를 하지 않고 있는데, 혹 학교에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부탁-

이지마 히로시 선생은 학교 주위를 돌아보다 테니스 부를 들러보면서 테니스 부 지붕과 그 옆의 우뚝 서 있는 은행나무를 주시, 은행나무 밑에 어떤 물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죽은 시신으로 발견이 된 나구라의 죽음을 둘러싸고 학교의 선생들과 당사자인 부모, 그리고 나구라와 같이 어울려 놀았던 같은 부 친구인 4명이 주목된다.

 

보통 가정의 부모를 둔 이치카와 겐타와 이혼 후 엄마와 살고 있는 사카이 에이스케, 외할아버지가 지방 의원인 후지카 가즈키, 또 다른 친구인 가네코는 사건 당일 나무라와 같이 지붕에 올라갔지만 다시 내려와 나무라만 남겨 둔 채 모두 집으로 향했단 진술을 한다.

 

하지만 편의점 CCTV의 동영상과 나무라의 사체부검에서 나온 등 뒤의 꼬집힌 자국을 토대로 지방 경찰서에서의 취조는 이 사실을 아이들이 인정하면서 법 적인 테두리에 의한 나이를 기준으로 두 명씩 갈라져 한 그룹은 자칫하면 소년원에 가게 될 상황이고, 나마지 둘은 나이의 제한에 걸려 아동보호소에 관찰을 받게된다.

 

자, 그러면 과연 나무라의 죽음을 타인에 의한 지시로 내린 죽음인가, 아니면 실수에 의한 사고사였나를 두고 각기 다른 처지를 맞은 가해자와 피해자인 부모와 학교, 경찰서, 검사, 지방기자들간의 특종 보도 경쟁으로 모든 시선이 분산이 되어지면서 이 이야기의 본격적인 흐름이 시작된다.

 

아무리 사건이 심각하다해도 일단은 내 자식을 우선시 하고 보는 부모의 심정이 가해자인 부모입장에서 피해자의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 외동아들을 다시는 볼 수없다는 절망에 쌓여 이 원통함을 밝혀줄 것을 ,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피해자의 부모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긴장감이 흐르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부모의 입장에선 결코 내 아들만은 그럴리가 없다는, 왕따를 시킬만큼 모질지 못한 성정을 갖고 있단 확신과 함께 자식을 잃은 유족의 마음은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생각이 겹치면서 이 사건은 부부간의 사이도 틀어지게 만들고, 남편 없이 사는 이혼녀의 입장에서 세상살이를 살아가는 어려운 점, 권력의 구심점을 갖고 있는 것을 빌미로 변호사 선임과정과 변호사의 안하무인격인 말투, 어떻하든 이 사건의 결말은 사고가 아닌 왕따로 인한 죽음이 벌어졌다는 것으로 결론을 지어낼 욕심으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답보상태의 경찰서 간의 시선이 이어진다

 

같은 학교 안에서도 뚜렷한 해결대책이 없는 가운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부류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유족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면서 쩔쩔매는 교장과 교감의 마음, 소 지방이다 보니 부유한 포목점 외동이었던 나무라의 집안을 결코 모른 척 할 수없는 이해상황이 맞물리면서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고 기대하는 심정들의 묘사가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은 무엇이 중요한 사안인지, 친구가 죽은 사실은 큰 충격이지만 솔직한 답변을 원하는 경찰과 검사, 선생님의 바램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침묵으로 일관한다.

 

왜 나무라가 왕따를 당해야 했으며, 이런 나무라를 보호 하려고까지한 에이스케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한 나무라의 행동, 자신이 당한 것을 고스란히 1학년에게 했던 나무라의 행동까지, 어찌보면 중학생의 시절은 그야말로 제대로 성장의 발판이 이루어지지 않는 시절이기에 이런 일들이 가능한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보기에 심각한 사안도 중학생의 눈엔 그저 장난이고, 치기어린 자부심과 자존심이며, 왕따를 당한 것을 보고도 모른 척 외면하는 과정 자체가 방조자의 일환인 것을 모르는 존재로 비쳐진다.

 

배가 침몰할 때 가장 먼저 달아나는 사람은 되지 말래. - P243

 

부모로서 자식을 향한 사랑은 끝이 없다.

그것이 설령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부모는 자신이 낳은 내 핏줄이기에 용서라는 말 자체도 성립이 안될 뿐더러 오로지 그저 내 자식만은 절대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보는 그런 마음의 성향에서 자식들은 자신의 방에 갇혀 말 안하기 일쑤고, 부모도 내 자식의 생각을 제대로 알고 지내지 못한단 사실이 실감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나만 살자고 이기심을 버리란 교훈을 준 부모는 그대로 받아들인 자식으로 인해, 답답한 맘과 일말의 배신당하는 끝부분이 강하게 다가오지만, 나무라의 죽음을 둘러싸고 누가 죄가 없다고 말할 수있을까? 를 묻는다면,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는 비극이 이 책엔 들어있다.

 

공중그네를 통해 특유의 유머를 발한 작가의 글을 기대한 이 책은 오히려 왕따, 이지메란 단어를 다시 떠올려보게함으로써 내 자식과 올바른 소통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문제의 심각성을 토대로 아이들 수준에서 바라보는 어른들의 책임감 있는 교육적인 지도는 무엇인지, 여전히 한 인간이 성장하는 데에 있어서 어렵게만 느껴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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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어디로 갔나
서영은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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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순은 이상한 결혼식을 했다.

24살의 나이에 만난 유부남과는 근 30여년의 세월을 두고 만남을 가져오면서, 그의 두 번째 부인인 방여사가 병으로 별세하자, 절에서 초대한 사람없이 콩볶듯이 한복차람으로 서로 간략하게 치른 식이었다.

 

그리고 그의 집으로 들어간 날-

그녀는 정말로 내가 사랑한 사람이 이 사람이었나를 의심하게되는 한 남자를 보게된다.

 

첩첩히 쌓인 이중, 삼중으로 된 문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고, 그 문을 들어갈 때마다 남자는 열쇠를 가져와 열어준다. 그리곤 집 안에 채광이란 채광은 모두 차단한 채,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그의 첫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다섯 자식들에게 제대로 소개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아버지의 여자로 데면데면, 아니면 모른 채로 넘어가는 세월이 시작된다.

 

 집 안에 뭐가 들어있길래 오랜 세월 당신이 가꿔어 온 모든 것을 도둑맞을까, 도우미 아주머니 외에 잠을 자지 않고 집을 지키는 아주머니까지 두는 그의 전혀 이해하지 못할 행동 속에 그녀는 그와의 부부로서의 인연을 하나의 운명이란 생각에  살아갈 것을 결심한다.

 

첫 번째 부인과의 이혼이 쉽사리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스란히 다섯아이를 거둬들였던 두 번째 부인, 또한 유부녀 상태에서  어렵사리 결혼생활을 하던 차에 이 둘의 관계를 알게되면서 두 여자사이는 미묘한 어떤 기류가 흐르게된다.

 

하지만 남자는 말한다.

 

"사랑은 목숨 같은 거야. 목숨을 지키려면 의지를 가져야해. 그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니 목숨을 지킨다고 생각해라." -p68

 

그래서 그녀는 3년 간의 짧은 결혼생활 동안 자신의 모든 활동을 하고 싶고 나가고 싶은 맘에도 여전히 자신을 구속하고 관찰하는 남편 곁에서 자신의 결혼관을 굳히며 살아간다.

 

오로지 정원의 나무와 잡초들을 뽑아내는 일과를 거치면서...

 

한편으론 그토록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살아가고 싶었던 남편의 인색한 돈 씀씀이와 나이차가 많은 것에서 오는 타인의 시선과 자신과의 괴리를 여실히 느낀다.

 

- 삼십 년의 나이 차이는 일상 깊은한 곳곳에 숨어있었다. 그녀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써야 하지만, 남편 앞에 놓인 시간은 '무엇을 하기에도 아까워, 그냥 지켜보기만 해야 할 만큼' 절박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시간을 '둘로 허리 내어' 남편이 아까워하지 않을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었다. -p240

 

우리나라의 많은 작품을 남기고 타계한 김동리와 서영은 작가의 사랑이야기는 유명하다.

신문에서 봤던 기사도 생각나고, 많은 나이 차를 넘어서 문학으로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간의 사랑으로 결실을 맺었던 이야기의 기사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서영은 작가가 남편이 타계하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고 철저히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있는 느낌을 써 내려간 자전적인 소설이다.

 

자전적이라고 한 만큼 솔직한 그녀 자신의 결혼생활을 글을 통해서 풀어나간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은 두 남녀 주인공의 뜨거운 사랑의 대사가 아닌 묵직한 사랑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묵직한 사랑도 세월의 흐름과 두 번째 부인과 자신과의 어쩌면 모녀지간이라고 생각될 만큼 서로간의 생각과 미안함, 그리고 남편에 대한 부인의 생각을 그녀 자신이 듣게 되면서 같은 처지이되 또 다른 사랑의 방식으로 그와의 결혼생활을 펼쳐보인다.

 

 근 짧은 3년의 결혼생활에서 남편의 뇌졸증은 그녀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확인시켜주는 결과를 보이고 만다.

 

의식잃은 남편 곁에서 얼굴을 처음 본 친척들, 자식들, 의사들, 그런자들의 결정으로 남편의 치료와 간호가 결정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그녀는 남편에게 소리없는 외침으로 말한다.

 

-당신이 자식들에게 비겁했던 만큼, 세상에 비겁했던 남큼, 당신 인생에 있어 가장 위급한 때에 당신 곁을 아내란 이름으로, 불꽃같은 의지와 사랑으로, 지켜줘야 할 아내의 입지ㅏ 참으로 구차스러워졌다는 사실을?-p281

 

불가에서 말하는 인연은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여러 번의 만남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 가운데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말 할것도 없거니와 부부간의 인연도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나이 차가 많고 적음을 떠나 한 때는 그의 곁을 떠날 결심을 하고 연락을 두절한 상태에서 찾아 온 그에게 따귀를 맞으면서 그녀는 사랑의 확인이 아닌 운명임을 깨닫고 그와의 사랑을 이어가지만 현실 속의 그는 완고하면서도 나약하며, 인색한 남자이면서 그녀의 자리를 확신시켜주지 못한 유연한 남자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까지 운명적인 사랑을 짊어지고 갈 것을 결심, 모든 것을 그의 중심으로 살아갈 것을 결심하지만 사랑이란 둘레에는 이마저도 허락지 않은 채, 그 찬란했던 꽃들은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인의 눈으로 보게 되는 시선까지 흘러내렸다.

 

시종 담담하다 못해 남의 일 보듯 그려나간 이야기 자체가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해도 쉽지만은 않았을 터인데, 작가의 감정을 배제한 채 최대한 그려낸 이야기여서 그런지  더욱 사랑이란 말과 부부간의 사랑, 운명, 주위의 시선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그 모든 긴 세월을 견뎌내고 살아왔던 결혼생활을 통해 작가의 작지만 소리없는 강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사랑은 밖에서 찾아오는 길과 안에서 찾아나가는 두 길이 있다. 안에서 찾아나가는 사람은 절대로, 밖에서 찾아오는 길을 걸어나갈 수 없는 것이다.’ -p205

 

스스로 책임진 사랑의 결실을 담담히 내뱉은 말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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