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지방 소도시 시립 제2중학교 2학년 B반의 학생이자 테니스부에서 활동 중인 나구라 유이치의 엄마로부터 학교에 전화가 걸려온다.

아들이 아직 하교를 하지 않고 있는데, 혹 학교에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부탁-

이지마 히로시 선생은 학교 주위를 돌아보다 테니스 부를 들러보면서 테니스 부 지붕과 그 옆의 우뚝 서 있는 은행나무를 주시, 은행나무 밑에 어떤 물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죽은 시신으로 발견이 된 나구라의 죽음을 둘러싸고 학교의 선생들과 당사자인 부모, 그리고 나구라와 같이 어울려 놀았던 같은 부 친구인 4명이 주목된다.

 

보통 가정의 부모를 둔 이치카와 겐타와 이혼 후 엄마와 살고 있는 사카이 에이스케, 외할아버지가 지방 의원인 후지카 가즈키, 또 다른 친구인 가네코는 사건 당일 나무라와 같이 지붕에 올라갔지만 다시 내려와 나무라만 남겨 둔 채 모두 집으로 향했단 진술을 한다.

 

하지만 편의점 CCTV의 동영상과 나무라의 사체부검에서 나온 등 뒤의 꼬집힌 자국을 토대로 지방 경찰서에서의 취조는 이 사실을 아이들이 인정하면서 법 적인 테두리에 의한 나이를 기준으로 두 명씩 갈라져 한 그룹은 자칫하면 소년원에 가게 될 상황이고, 나마지 둘은 나이의 제한에 걸려 아동보호소에 관찰을 받게된다.

 

자, 그러면 과연 나무라의 죽음을 타인에 의한 지시로 내린 죽음인가, 아니면 실수에 의한 사고사였나를 두고 각기 다른 처지를 맞은 가해자와 피해자인 부모와 학교, 경찰서, 검사, 지방기자들간의 특종 보도 경쟁으로 모든 시선이 분산이 되어지면서 이 이야기의 본격적인 흐름이 시작된다.

 

아무리 사건이 심각하다해도 일단은 내 자식을 우선시 하고 보는 부모의 심정이 가해자인 부모입장에서 피해자의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 외동아들을 다시는 볼 수없다는 절망에 쌓여 이 원통함을 밝혀줄 것을 ,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피해자의 부모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긴장감이 흐르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부모의 입장에선 결코 내 아들만은 그럴리가 없다는, 왕따를 시킬만큼 모질지 못한 성정을 갖고 있단 확신과 함께 자식을 잃은 유족의 마음은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생각이 겹치면서 이 사건은 부부간의 사이도 틀어지게 만들고, 남편 없이 사는 이혼녀의 입장에서 세상살이를 살아가는 어려운 점, 권력의 구심점을 갖고 있는 것을 빌미로 변호사 선임과정과 변호사의 안하무인격인 말투, 어떻하든 이 사건의 결말은 사고가 아닌 왕따로 인한 죽음이 벌어졌다는 것으로 결론을 지어낼 욕심으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답보상태의 경찰서 간의 시선이 이어진다

 

같은 학교 안에서도 뚜렷한 해결대책이 없는 가운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부류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유족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면서 쩔쩔매는 교장과 교감의 마음, 소 지방이다 보니 부유한 포목점 외동이었던 나무라의 집안을 결코 모른 척 할 수없는 이해상황이 맞물리면서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고 기대하는 심정들의 묘사가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은 무엇이 중요한 사안인지, 친구가 죽은 사실은 큰 충격이지만 솔직한 답변을 원하는 경찰과 검사, 선생님의 바램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침묵으로 일관한다.

 

왜 나무라가 왕따를 당해야 했으며, 이런 나무라를 보호 하려고까지한 에이스케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한 나무라의 행동, 자신이 당한 것을 고스란히 1학년에게 했던 나무라의 행동까지, 어찌보면 중학생의 시절은 그야말로 제대로 성장의 발판이 이루어지지 않는 시절이기에 이런 일들이 가능한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보기에 심각한 사안도 중학생의 눈엔 그저 장난이고, 치기어린 자부심과 자존심이며, 왕따를 당한 것을 보고도 모른 척 외면하는 과정 자체가 방조자의 일환인 것을 모르는 존재로 비쳐진다.

 

배가 침몰할 때 가장 먼저 달아나는 사람은 되지 말래. - P243

 

부모로서 자식을 향한 사랑은 끝이 없다.

그것이 설령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부모는 자신이 낳은 내 핏줄이기에 용서라는 말 자체도 성립이 안될 뿐더러 오로지 그저 내 자식만은 절대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보는 그런 마음의 성향에서 자식들은 자신의 방에 갇혀 말 안하기 일쑤고, 부모도 내 자식의 생각을 제대로 알고 지내지 못한단 사실이 실감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나만 살자고 이기심을 버리란 교훈을 준 부모는 그대로 받아들인 자식으로 인해, 답답한 맘과 일말의 배신당하는 끝부분이 강하게 다가오지만, 나무라의 죽음을 둘러싸고 누가 죄가 없다고 말할 수있을까? 를 묻는다면,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는 비극이 이 책엔 들어있다.

 

공중그네를 통해 특유의 유머를 발한 작가의 글을 기대한 이 책은 오히려 왕따, 이지메란 단어를 다시 떠올려보게함으로써 내 자식과 올바른 소통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문제의 심각성을 토대로 아이들 수준에서 바라보는 어른들의 책임감 있는 교육적인 지도는 무엇인지, 여전히 한 인간이 성장하는 데에 있어서 어렵게만 느껴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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