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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막개 - 봄 꿩, 제 울음에 죽다
최명근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5년 7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12/pimg_7136731161291231.jpg)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의 신분 계급은 급속도로 무너지게 되고 노비가 양반이 되고 양반이 몰락하면서 가문이 무너져버리는 일대 대 변혁을 거쳐왔지만 이 이야기는 훨씬 전인 그 윗대인 연산군의 말기부터 시작되는 한 노비에 관한 이야기다.
할아버지의 잘못된 처신으로 인해 양인에서 관노로 급 전락하게 된 손자 막개는 아비도 어미도 죽으면서 조정에서 관리하는 목장에서 일하는 최하급 노비였다.
같은 동무인 굴무, 개도치와 함께 자신들이 말을 다스리는 것을 제외한 다른 칸의 말을 빼돌리고
무명으로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이 일이 발각이 되고 세 사람은 도망을 치게 되지만 굴무는 임금이 사냥하는 곳에 천운의 행운으로 먼저 토끼에 맞은 화살과 토끼를 발견한 막개를 제치고 임금 앞에 상납, 면천이 되면서 시전의 온전한 상인으로 살아간다.
개도치는 개도치대로 동네에서 어울렸던 깍쟁이 패들이 사는 땅굴 마을로 들어가게 되고 홀로 남은 막개는 자신이 해 오던 말 부리던 재주를 이용해 여러 곳을 전전한 뒤 당시 성희안 대감 집의 말을 보살피는 노비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성희안 대감을 필두로 한 연산군 폐위에 노비로서 참여를 하게 되고 그 와중에 성 대감과 친분이 있던 신윤무 대감의 나열에 참여를 하게 되지만 면천의 행운은 다시 능금이란 노비에게 돌아가게 되면서 자신에게 비껴나는 행운의 안타까움과 자신이 면천이 되는 길은 기회를 오로지 잘 포착하여 살리는 길임을 깨닫게 된다.
반정의 성공으로 그럴듯하게 지내던 어느 날, 우연히도 막개는 신윤무와 전 공조판서 박영문이 나누던 시국의 불만과 역적모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며칠을 고민하다 고변한 막개, 드디어 두 대신들의 가족들과 당사자는 몰살과 각기 노비로 떨어지게 되고 그 몰수된 토지와 가옥들, 노비들을 하사받으면서 일약 당상관인 절충 상호 군에 임명이 된다.
하루 밤새에 안녕이란 말이 있듯이 각처에서 사람이되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던 한낱 천하디 천한 노비이자 관노였던 정 막개는 이렇듯 버젓한 사람으로서의 자리를 잡아간다.
하지만 그 후에 파리떼처럼 몰려든 친척들과 그 먼 친척들까지 모두가 모여들게 되고 한때는 심하다 할 정도의 자신의 일에 임무를 다하지만 일약 양반 대열에 오는 그는 양반 처자를 아내로 삼을 것을 꿈꾸면서 본처인 성 대감 집에 있을 때 연을 맺은 조강지처에 대한 처신 문제로 처와 크게 다투게 되는데.....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에 사람 없다는 말에는 모두가 평범하고 평등하단 뜻이 들어 있다는 말일 진대, 이 정 막개란 책을 읽다 보면 당시의 계급적인 차별에서 오는 한 맺힌 다양한 인생유전의 이야기가 정 막개란 주인공을 통해 더욱 여실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자신의 본명이 아닌 필명을 쓰며 김동리, 박완서 작가의 좋은 글이란 추천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수상작엔 오르지 못한 작품이자, 자신의 이런 이야기꾼인 재질을 더욱 빛을 발하지 못하고 타계한 점이 안타깝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역사에서 사실적인 인물로 드러나는 정 막개란 노비의 삶에 참고하여 인간의 본성적인 야심과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 하루아침에 변해버린 자신의 처지로 인해 안하무인격으로 변해버린 막개란 인물의 그릇된 권력남용을 투시하는 이 작품은 개도치의 말처럼 누가 막개처럼 신분이 변하게 된다면 막개처럼 변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말로 대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현재의 이런 비일비재한 비슷한 일들이 연상 연상되는 것들, 관직에 오르게 되면서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주위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야망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것, 자신의 신분 상승과 주위의 달콤한 말에 젖어 진실된 이야기는 듣기 싫어하는 인간들의 습성, 그토록 야무지게 매몰차게 자신의 처지를 감내해왔던 조강지처를 버리려 했던 일말의 행동들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모습들이요, 이런 유혹을 물리치기란 사실 쉽지만은 않은 유혹들이 많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준다.
그가 임금의 총애를 받았을 때는 뇌물까지 바치며 설설기던 인간들이 나락으로 떨어진 막개가 찾아왔을 때는 모르쇠로 일관한 일련의 일들은 처신함에 있어 더욱 조심성 있는 행동이 요구된다는 사실, 좀 더 고개를 낮추고 겸손했더라면 역사 속에서 이름을 좋게 남기고 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역사적인 사료들에서 나타는 막개의 모습은 비열하고 교활하다고 나와 있다고 하던데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그저 무치하고 무식하고 한 템포 느린 어리석은 인물로 비치기에 사람을 대하는 자세나 처신에서도 그런 모습들이 그려져 있어서 답답함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자신의 신분 상승을 통해 양반대열에 오른 인물이었으나 그것 또한 한낱 흘러가는 구름에 불과했음을, 봄 꿩은 제 울음에 죽고란 부제의 말이 연신 떠오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