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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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피플'로 일약 주목받는 작가로 이름을 알린 저자의 신작이다.



기존의 작품처럼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30대를 바라보는 청춘들을 배경으로 그린다.



두 권의 소설책으로 백만장자가 된 앨리스, 그녀와 대학 동창생인 절친한 친구인 아일린은 문학편집부에서 일하는  여성이다.


그리고 아일린이 어린 시절부터 이웃해 살고 있던 사이먼, 그리고 데이트 앱에서 앨리스가 만난 펠릭스가 주요 등장인물들이다.



앨리스는 유명세를 달고 살지만 정작 자신은 이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채 외딴곳으로 잠시 살고자 한다.



그곳에서 물류일을 하는 펠릭스를 만나고  이상한 데이트로  끝나는지만 이후에도 계속 만남을 갖는, 그녀와는 정반대로 책을 읽지 않는 청년이다.



한편 아일린은 오랜 연인과 헤어진 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생활하고 이런 와중에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여자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사이먼과 뒤엉킨 감정을 겪는다.



완벽하고도 완전한 인간이 이 세상에는 없다는 사실에 대한  생각을 이들의 감정을 따라가며 읽으면서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에겐 한 번쯤 나의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기도 하고 지금 현재 이들처럼 여전히 자신의 감정이나 주어진 상황에 따른 감정의 혼란을 겪는 분들이라면 많은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앨리스와 아일린이 주고받는 이메일을 통해 그들 나름대로의 각기 취향에 따른  시대에 흐름들이나 주장을 곁들인 내용들은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기엔 청춘들의 고민들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들이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점들이 실은 상대방을 그렇게 많이 알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특히 사랑과 우정이란 이름  앞에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삶 자체도 하루에도 고민과 결정 앞에서 많은 갈등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들이 한 곳에 모여 그동안 서로가 알거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상처받거나 깨닫는 과정 속에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그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들을 따라가다 보면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저자만의 생각이 글로 표현되었다는 점과 (이는 '노멀 피플'에서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저자는 이들이 힘든 상황을 겪을지라도 사랑할 가치만은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 과정을 요즘 세대들의 특징을 잘 잡아 그렸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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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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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든 부모를 돌보는 성인 자녀에게는 이 이야기가 조금씩 다른 점은 있겠지만 익숙한 이야기일 것이다. 직면한 문제가 같으면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아직 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을 겪지 않은 자녀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상황을 마주할 일이 없을 자녀들, 즉 행운아들에게 이 이야기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p 11




슬픔 중에서 단연코 가장 큰 슬픔은 내 곁에 있는 이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일 것이다.



 그것이 상대방과의 어떤 소통에 의한 감정교류가 깊다거나 그렇지 않을 때조차도 부재의 현실적인 감각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남는다.









86살의 엄마가 어느 날 이상징후를 보이고 이후 11년 간의 병간호를 언니들과 함께 한 경험을 다룬 내용들은 엄마의 손에 의지하던 한 소녀가 이제는 엄마가 자신의 손을 잡고 의지하게 되는 돌봄의 대상자로 변하는 시점과 이후의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을 보여준다.




초진부터 간병인의 해고와 새로운 만남, 의사들마다 지닌 도도한 자세와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식으로 진행된 치료 과정, 이후 엄마가 호스피스 진료를 통해 자녀들 앞에서 이별을 하기까지 저자의 글은 누구나 한 번은 겪는 부모와의 이별에 대한 일들이 모두 같은 마음이란 사실을 공감하며 읽게 된다.




자신의 삶 일부를 죽음을 향해 가는 엄마를 위해 희생해야만 한다는 생각(죄책감은 중요하지 않았다. 죄책감은 이기적이다. p 59) 엄마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부모와 자녀사이의 유대감정은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양가감정을 동반하며 이끌어 갈 수밖에 없는 끝없는 애간장의 연속이다.








사실 책 속에 담긴 저자의 감정이 동양에서 느끼는 부모의 관계를 생각해 볼 때 좀 더 냉철한 이성적인 감정이 앞선 부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자가 담아내고자 하는 내용들은 전반적으로 한 인간이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남아 있는 자들은 이들에게 어떤 돌봄과 안정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 특히 의료계의 문제점과 일과 간호라는 양 갈림길에서 불법 이민자나 기타 다른 국적의 여성들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여러 모로 생각의 방향을 달리 바라보게 한다.




늙음은 순리적이고 엄마의 죽음 뒤에 그 뒤를 잇는 것은 바로 자신들 세대라는 사실과 시작은 있지만 끝은 언제인 지알 수없는 막막함의 돌봄의 시간들은 경험해 본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다룬 내용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 부모와 형제자매 사이에서 형성된 경험적, 심리적 관계는 암묵적이고 무의식적인 법칙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역사가 개인의 태도와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결과 돌봄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의 의욕을 꺾고 힘을 뺀다. 그동안 쌓인 감정들이 해석과 결정 속에 맴돈다. 지형은 험난하고, 이전 전쟁에서 남은 폭탄이 깊은 감정의 밀도에 의해 기폭된다. 가족 또는 친구들은 화자라는 대의를 위해 협력할 것이다. 아니면 분열하다 분해될 것이다. 많은 경우 그렇게 된다. - P81




그렇기에 엄마의 임종 순간을 다룬 부분에선 내가 겪었던 그 당시의 기억들이 떠올랐고 정희진 추천사에 담긴 글은 내내 마음을 울렸다.



우리들이 어렸을 때는 우리가 아기였지만 늙고 연약한 부모님의 손을 잡고 응급실 문을 두드릴 때 그들은 나의 늙은 아기였다는 사실이 새록새록 다시 떠오른다.




죽음을 통해 부모와의 이별을 겪은 후라면 삶에 대한 자세가 더욱 겸손해진다.




- 나는 어머니가 아프긴 해도 정신이 맑았을 때 물었다. 인생은 고달프고 살다 보면 끔찍한 일도 일어나잖아요. 그런데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어머니는 말했다. 삶에는 아름다운 것들도 있으니까. - P246




누군가에게는 이 시간이 절망과  희망이란 고문의 시간임을, 그들이 떠나고 남는 자의 후회는 왜 이리 시간이 가면서 더욱 깊어만 가는 것인지....




일말의 화해나 감정이 깃든 글이 아닌 정석으로 다룬 글로  마지막으로 끝을 맺은 저자의 책이라서 더욱 좋았던 책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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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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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후보에 이어 한국인 최초로 2023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오른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다.



총 10편의 단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신간 또한 저자만의 시선으로 그린 내용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제본으로 만난 작품들은 4편, 책 제목으로 우선 등장하는 이야기는 첫 등장부터 첫 번째 인물이 아닌 두 번째, 세 번째... 이렇게 표현돼 잠시 헷갈렸는데 총 네 남자 사이에 벌어진 어떤 일들에 대한 결과물인 폭력과 원한의 큰 공포를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다.



모든 작품들이  좋았지만 두 번째  작품인 '감염'이 제일 와닿았다.



폭력에 길들여진다는 것과 이에 중독되어 가는 자의 심리, 아닌 걸 알지만 점차 상대가 원하는 바대로 이끌려가는 과정 속에서 내면에 존재하던 폭력의 광기를 마주하는 과정들이 소름 끼치도록 섬뜩했다.




이외에도 이발관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이야기를 다룬 '리발관의 괴이', 육체적인 폭력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폭력에 가해지는 모습을 통해 파괴되어 가는 내용을 담은 '내 친구 좀비'에 이르기까지 작품들마다 지닌 특징을 통해 저자가 다루는 내용들은 현실을 바라볼 수 있게 그렸다.




이는 학원폭력을 비롯해 폭력의 전염성과 빠져드는 중독의 과정, 타인을 내 밑으로 두려는 욕망... 위태위태한 모습들을 보여준 작품들은 real이란 말이 절로 떠올를 만큼 사실적으로 다가온 부분들이 많았다.




과거보다 폭력에 대한 수위가 높은 장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상매체들을 연상 떠올리게 한 작품들,  다른 작품의 내용은 또 어떤 시사성을 담고 있을지 궁금하다.





***** 가제본 현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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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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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자의 책으로  21년 만에 복간되어 출간된 책-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쓴 10 편의 글을 모아서 출간한 내용들은 저자의 전공을 토대로 한 글은  확장의 세계가 넓다.



철학을 비롯해 문학, 생물학, 동물사회학, 포스트휴머니즘 연구에 영향을 끼친 글들은 현재 사이보그란 명칭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  만큼 여성학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내용들로 이뤄졌다.



성(sex)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해 왔는지, 여성은 곧 젠더라는 오류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방식부터 젠더의 계급화와 이 계급화를 소명해야 하는 이유를 지적한 글등은 지금의 여성학에 대한 발전사는 물론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부에 수록된 논문중 원숭이와 유인원을 연구하는 부분인  생명정치적 서사를 다룬 부분에서는 생물학과 동물 사회학을 연계해 이론을 통해  과학에 접근해,  과학이 어떻게 부계를 계승하며 연구들이 사회주의 페미니즘과 만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저자의 글은 인상 깊다.




2부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페미니즘 서사를 다루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엔 여성들의 '이종어(heteroglossia) 대한 저자의 글이 기존에 생각하지 못하던 지적들이라 새로운 전환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특히 논문의 형식상 딱딱하고 의미가 깊은 용어들을 찾아가며 읽느라  타 책을 접할 때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바,  그런 가운데서도 길버트와 구바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이나 ' 여전히 미쳐있는' 책과의 연관을 계속 떠올릴 수 있는 내용들이 들어 있어 페미니즘에 대한 다각적인 방향성 제시글들이 와닿았다.




저자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생물학을 위시로 근대 과학이 주는 결과에 안주하지 않는 객관성이란 것에 대한 허구와 사이보그란 용어를 택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여성이란 존재에 대한 정체성을 밝힌 글들의 진행이 처음보다는 뒤쪽에 갈수록 조금씩 이해가 되는 점을 느끼게 했다.




그저 순수하다는 인식의 여성만이 아닌 계급, 인종, 젠더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 남성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한 기술과학, 현실적인 여러 가지 상황에 뛰어들겠다는 저자의 의미를 내포하는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 것 자체가 이 책을 읽는  보람을 느끼게 했다. 




사실 그동안 많은 페미니스트나 페미니즘의 어떤 기초적이고도 획기적인 출발선에서 다룬 저자의 글은 읽기가 쉽지 않았다.




기존에 페미니즘에 대한 글들을 접해온 경험과는 비교할 수 없는 끈기가 필요한 책이었던 만큼 모두가 함께 그려나가는 세상에서 여성의 주도적인 역할과 그 밑바탕에 뿌리 박힌 고정관념과 인습을 헤쳐나갈 때 미래는 보다 원활한 소통의 장이 마련될 수 있겠다는 의미로 다가온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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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건너기 소설의 첫 만남 30
천선란 지음, 리툰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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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나가기 전 자아 안정 테스를 받는 공효의 이야기를 통해 어릴 적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



미래의 언젠가 도래할 가능성에 대해 다루는 이야기들이 그저 상상이 아닌,  어느 시점에는 이런 일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니게 한 작가의 글은 이번에도 그 빛을 발한다.



캡슐 하나를 먹고 누운 공효가 그 캡슐이 녹으면서 그 안에 있던 나노 로봇이 뇌로 이동해 AI기술로 어린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설정은 성장하면서 겪었던 공효란 인물의 아픔과 엄마와 단둘이 살던 그 어린 시절의 공효를 만나러 가는 모습이 어떤 심정일까 궁금하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의 공효는 어른이 된 공효가 바라볼 때 예상치 못했던 고집세고 말이 없는, 그러면서도 엄마와의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자신은 물론 외로운 엄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다.



작품의 공간이 무한한 우주라는 곳, 그 우주에 갇혀 어린 시절의 나와 화해하는 기술로 AI를 적용한다는 발상이 참신했다.



무심코 지나쳐왔던 어린 시절의 성장 속에 공효처럼 우리들도 이런 기술의 이점을 응용하게 된다면 나 자신의 어릴 적 어떤 모습을 통해 지금의 나는 어느 시점, 어느 행동을 용서하고 화해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노을이 점차 드리워져 붉게 변한 집에 홀로 남아 있던 것을 싫어했던 어린 공효, 어른 공효가 어린 공효와 서로 화해하는 모습이 따뜻한 여운을 느끼게 했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30번째 작품으로 일러스트레이터 라툰의 그림이 함께 들어있어 가족들이 읽어도 좋을 작품이다.





*****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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