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병든 부모를 돌보는 성인 자녀에게는 이 이야기가 조금씩 다른 점은 있겠지만 익숙한 이야기일 것이다. 직면한 문제가 같으면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아직 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을 겪지 않은 자녀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상황을 마주할 일이 없을 자녀들, 즉 행운아들에게 이 이야기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p 11




슬픔 중에서 단연코 가장 큰 슬픔은 내 곁에 있는 이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일 것이다.



 그것이 상대방과의 어떤 소통에 의한 감정교류가 깊다거나 그렇지 않을 때조차도 부재의 현실적인 감각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남는다.









86살의 엄마가 어느 날 이상징후를 보이고 이후 11년 간의 병간호를 언니들과 함께 한 경험을 다룬 내용들은 엄마의 손에 의지하던 한 소녀가 이제는 엄마가 자신의 손을 잡고 의지하게 되는 돌봄의 대상자로 변하는 시점과 이후의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을 보여준다.




초진부터 간병인의 해고와 새로운 만남, 의사들마다 지닌 도도한 자세와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식으로 진행된 치료 과정, 이후 엄마가 호스피스 진료를 통해 자녀들 앞에서 이별을 하기까지 저자의 글은 누구나 한 번은 겪는 부모와의 이별에 대한 일들이 모두 같은 마음이란 사실을 공감하며 읽게 된다.




자신의 삶 일부를 죽음을 향해 가는 엄마를 위해 희생해야만 한다는 생각(죄책감은 중요하지 않았다. 죄책감은 이기적이다. p 59) 엄마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부모와 자녀사이의 유대감정은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양가감정을 동반하며 이끌어 갈 수밖에 없는 끝없는 애간장의 연속이다.








사실 책 속에 담긴 저자의 감정이 동양에서 느끼는 부모의 관계를 생각해 볼 때 좀 더 냉철한 이성적인 감정이 앞선 부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자가 담아내고자 하는 내용들은 전반적으로 한 인간이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남아 있는 자들은 이들에게 어떤 돌봄과 안정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 특히 의료계의 문제점과 일과 간호라는 양 갈림길에서 불법 이민자나 기타 다른 국적의 여성들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여러 모로 생각의 방향을 달리 바라보게 한다.




늙음은 순리적이고 엄마의 죽음 뒤에 그 뒤를 잇는 것은 바로 자신들 세대라는 사실과 시작은 있지만 끝은 언제인 지알 수없는 막막함의 돌봄의 시간들은 경험해 본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다룬 내용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 부모와 형제자매 사이에서 형성된 경험적, 심리적 관계는 암묵적이고 무의식적인 법칙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역사가 개인의 태도와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결과 돌봄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의 의욕을 꺾고 힘을 뺀다. 그동안 쌓인 감정들이 해석과 결정 속에 맴돈다. 지형은 험난하고, 이전 전쟁에서 남은 폭탄이 깊은 감정의 밀도에 의해 기폭된다. 가족 또는 친구들은 화자라는 대의를 위해 협력할 것이다. 아니면 분열하다 분해될 것이다. 많은 경우 그렇게 된다. - P81




그렇기에 엄마의 임종 순간을 다룬 부분에선 내가 겪었던 그 당시의 기억들이 떠올랐고 정희진 추천사에 담긴 글은 내내 마음을 울렸다.



우리들이 어렸을 때는 우리가 아기였지만 늙고 연약한 부모님의 손을 잡고 응급실 문을 두드릴 때 그들은 나의 늙은 아기였다는 사실이 새록새록 다시 떠오른다.




죽음을 통해 부모와의 이별을 겪은 후라면 삶에 대한 자세가 더욱 겸손해진다.




- 나는 어머니가 아프긴 해도 정신이 맑았을 때 물었다. 인생은 고달프고 살다 보면 끔찍한 일도 일어나잖아요. 그런데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어머니는 말했다. 삶에는 아름다운 것들도 있으니까. - P246




누군가에게는 이 시간이 절망과  희망이란 고문의 시간임을, 그들이 떠나고 남는 자의 후회는 왜 이리 시간이 가면서 더욱 깊어만 가는 것인지....




일말의 화해나 감정이 깃든 글이 아닌 정석으로 다룬 글로  마지막으로 끝을 맺은 저자의 책이라서 더욱 좋았던 책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