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소설가의 글은 파랑의 깊이만큼이나 신비롭고 슬픈 SF. 그래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싫을 정도로 좋다.내가 작가를 알게 되는 경우는 8할이 작품을 통해이지만 천선란 소설가는 우연하게 인터뷰 기사로 알게 됐다. 인터뷰만으로도 사람 자체에 매력을 느낄 만큼 인상적이었다. 특히 필명이 가족의 이름을 천(아버지), 선(언니), 란(어머니) 이름을 한 글자씩 조합해서 지었다는 것에도 뭔가 따뜻함과 끌림이 있었다.앤솔로지를 통해 단편은 몇 번 읽었는데, 역시나 만나게 될 운명이었는지 이번 신간인 두 번째 소설집 <노랜드>는 표지부터가 취향 저격 파란색으로 깊게 보자마자 꽂혔다. 또 한 분의 최애 작가가 내 마음에 꽂혔다. 오감을 자극하는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노랜드>라는 제목처럼 낯설지만 뭔가 익숙한 소름 끼치게 상상하기도 싫은 이야기지만 자꾸 생각나는 그런 감정이 널을 뛰는 소설집이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흰 밤과 푸른 달‘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름 없는 몸‘이었다.소설을 읽는 동안 한 아이의 가족의 실종 기사가 뉴스에 나왔다. 딸아이 또래의 실종 아이의 사진이 며칠 동안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사라진 것이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속보가 떴다.‘실종 한 달 만에 완도 바다에서 인양된 차량 안에서 가족 모두 주검으로 발견.‘˝설 땅이 없어 탈출하더라도, 삶의 어떤 목적이 없더라도, 살아가고 싶은 데엔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천선란 작가님의 인터뷰 중유나도 저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인터뷰를 읽는 동안 세상에 많은 이들이 이유 없이 살아만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 ‘-에게‘에서 ˝추모가 많은 죽음은 심판을 받지 않고 그대로 다음 생으로 넘어가니, 너는 곧바로 다시 태어나면 되겠구나.˝처럼 유나가 다음 생에는 ˝네가 누리지 못했던 남은 삶의 행복과 영광을˝ 덧붙여서 태어나기를 빌어본다.영상이나 소설에서만 봤던 역병을 겪은 지금 모든 공포가 세상 모든 푸른색의 깊이처럼 미세하게 다를 뿐 다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겨나가고 있다. 아니 버티고 있다가 더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2년도 절반을 버틴 모두가 작가님의 친필 사인 문장처럼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랜드>를 읽어보시길 절망 속에서 나를 건져준 문장을 찾길 바랍니다.(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앞으로 삶의 최대 목적은 ‘지식‘이 아니라 ‘행동‘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알아도 실천하지 못했던 삶을 살아보았으니 몰라도 행동하다 보면 그 의미를 곱씹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되겠지.그 어떤 이유나 관습, 시선, 시간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이다.나를 붙잡았던 것들을 풀어놓고 부지런히 어디론가 향할 것이며 소소한 것들을 만드는 기쁨을 가질 것이다. 좋은 말을 듣고말하고, 그런 나를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그렇게 나를 키우고단단해져 세상의 잘못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최중‘할 것이다. - P10
저는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 운명. 이런 단어를대장님이 가장 싫어하신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모든 일은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시니까요. 하지만 어쩔 땐운명이라는 말 외에 대치할 수 있는 단어가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제가 수학과 과학을 잘한 건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은 것이니 저의 선택이라기보다 타고난 성질이고, 아버지가완치 가능성이 없는 병에 걸려 평생 병원신세를 져야 했던 것도 저의 선택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이런 것들 역시도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대장님 말처럼 선택의 결과물이겠지만, 어찌 됐건 저는 운명이라 생각하는 게 편했습니다. - P67
내 감정도 제대로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던 내가 결혼 그리고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배우자와 아이의 감정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을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내서야 알게 됐다.다행인 것은 너무 늦지 않게 내 감정도 제 가족의 감정도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비터스위트¡는 나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저자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다. 부모님의 생전에는 절대 내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고 쓰더라도 세상에 내놓지 않겠다는 내 결심과도 같은 심정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순간순간 울컥하는 포인트도 곳곳에 있었고 요즘 딸과 엄마에 관한 책들을 유난히 많이 읽었다. 그리고 나의 모친 그리고 나의 딸에게 나도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감정을 다시 공부하는 되는 계기가 됐다.(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책 속의 이야기가 내 아버지의 이야기고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일주일 동안 아버지가 계속 나오는 꿈을 꿨다. 건강에 대한 걱정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 일 수도 있고, 치매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돌보던 것이 생각나서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났다.불행은 내 몫이 아니라는 착각을 누구나 한다.부모의 죽음이 주는 두려움과 공포는 특히 누구나 겪은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너무 많이 너무 길게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풍선처럼 점점 커지다가 터지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말이다.<엄마, 가라앉지 마>의 후반부의 이야기를 다 필사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와닿았고 모든 이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었다.특히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가 노인들을 깔보는 태도는 자신의 미래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깨닫기를 바란다.(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