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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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소설가의 글은 파랑의 깊이만큼이나 신비롭고 슬픈 SF. 그래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싫을 정도로 좋다.
내가 작가를 알게 되는 경우는 8할이 작품을 통해이지만 천선란 소설가는 우연하게 인터뷰 기사로 알게 됐다.
인터뷰만으로도 사람 자체에 매력을 느낄 만큼 인상적이었다. 특히 필명이 가족의 이름을 천(아버지), 선(언니), 란(어머니) 이름을 한 글자씩 조합해서 지었다는 것에도 뭔가 따뜻함과 끌림이 있었다.
앤솔로지를 통해 단편은 몇 번 읽었는데, 역시나 만나게 될 운명이었는지 이번 신간인 두 번째 소설집 <노랜드>는 표지부터가 취향 저격 파란색으로 깊게 보자마자 꽂혔다. 또 한 분의 최애 작가가 내 마음에 꽂혔다.
오감을 자극하는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노랜드>라는 제목처럼 낯설지만 뭔가 익숙한 소름 끼치게 상상하기도 싫은 이야기지만 자꾸 생각나는 그런 감정이 널을 뛰는 소설집이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흰 밤과 푸른 달‘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름 없는 몸‘이었다.
소설을 읽는 동안 한 아이의 가족의 실종 기사가 뉴스에 나왔다. 딸아이 또래의 실종 아이의 사진이 며칠 동안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사라진 것이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속보가 떴다.
‘실종 한 달 만에 완도 바다에서 인양된 차량 안에서 가족 모두 주검으로 발견.‘

˝설 땅이 없어 탈출하더라도, 삶의 어떤 목적이 없더라도,
살아가고 싶은 데엔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천선란 작가님의 인터뷰 중

유나도 저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인터뷰를 읽는 동안 세상에 많은 이들이 이유 없이 살아만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

‘-에게‘에서 ˝추모가 많은 죽음은 심판을 받지 않고 그대로 다음 생으로 넘어가니, 너는 곧바로 다시 태어나면 되겠구나.˝처럼 유나가 다음 생에는 ˝네가 누리지 못했던 남은 삶의 행복과 영광을˝ 덧붙여서 태어나기를 빌어본다.


영상이나 소설에서만 봤던 역병을 겪은 지금 모든 공포가 세상 모든 푸른색의 깊이처럼 미세하게 다를 뿐 다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겨나가고 있다. 아니 버티고 있다가 더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2년도 절반을 버틴 모두가 작가님의 친필 사인 문장처럼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랜드>를 읽어보시길 절망 속에서 나를 건져준 문장을 찾길 바랍니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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