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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미래 - 10년 후,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린다 그래튼 지음, 조성숙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뭔가 희망을 가지며 책을 읽었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실망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인적자원관리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라고 하는데, 향후 10여년 뒤의 일하는 방식이나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할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맞이하게 될 시대는 일에서 근본적 변화를 겪을 것이라면서 이런 변화는 결국 모든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러한 변화를 추동하는 다섯 가지 힘으로 저탄소 경제의 활성화, 급속한 기술 발전, 세계화의 증가, 수명과 인구 통계의 근본적 변화, 중대한 사회적 변화를 꼽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기술발전에 따른 업무 혁신이 눈에 띄게 보이는데 아바타, 인지적 비서, 홀로그램, 로봇 등의 기술이 활성화된다고 예측한다. 게다가 2020년에는 동시통역 기술이 도입되어 전문적인 언어 학습이 필요 없을 것이라 말한다. 또한 지금 활성화되고 있는 클라우드컴퓨팅에 모든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한다.

 

이런 기술 예측을 바라보는 IT전문가로서의 시각은 좀 다르다. 안 그래도 이 책 주석에 2009년과 2010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텔레프레전스나 클라우드 컴퓨팅이 실제 기업에 사용되기까지 거쳐야 할 문제가 많았다고 공표하고 있다. 홀로그램 등을 설명하면서 주석에 달린 내용도 틀린 것 같다. 육감 기술의 선구자가 발명한 TED기술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MIT에서 식스센스라는 기술을 발표한 것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리라. 학습방식에 있어서 블렌디드 러닝, 비디오 게임과 시뮬레이션 도입이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이미 한물간 기술에 대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는 IT 업계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 잘못된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여러 인물들의 2025년의 가상적인 경험들을 소개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기반을 두고 전개되는 일상의 일들인데, 대부분 그리 유쾌하지 않은 내용들이 펼쳐지고 있다. 어쩌면 다가올 미래는 탁월한 능력자가 아닌 이상 지금보다 업무환경이 더 나빠질 것 같다.

 

이를테면 2025년에는 어떤 활동도 3분 이상 이어지지 않으며 직장인은 누구나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끝없는 경쟁을 벌인다고 가정된다. 이른바 파편화 된 세상으로 글로벌 세상이 지나치게 연결되어 있어 밤낮도 주말도 없이 일한다고 가정된다. 이러한 파편화, 과도한 업무, 시간 압박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진정으로 관찰 및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킨다는 게 문제라 한다. 미래의 일터를 더욱 분주하고 편협하며 기발함과 재미가 사라진 곳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라 예측한다. 또한 2025년이 되면 일상 업무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관계는 대부분 사라진다고 가정된다. 편안한 동료관계가 실종되며 가족들도 서로 떨어져 지내게 된다. 왜냐하면 부모들도 80대까지 계속 일해야 하기 때문에 수백 혹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게 되고, 특히 치솟는 에너지 가격, 탄소발자국 비용이 늘어나고 가상현실 기술이 향상되면서 통근이나 비행기를 타는 대신 집안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예측한다.

 

그리고 대다수는 프리에이전트로 일하게 되며, 은퇴시기가 되는 65세까지도 충분한 저축을 못하게 될 거라 예측한다. 더불어 차후 10년을 더 버티게 해줄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워진다고 가정된다. 물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분야일수록 고도로 숙련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한다. 이 책에서는 대개 암울한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좀 더 나은 미래도 예측하고 있는데, 그게 기술발전과 세계화의 결합을 통해 상호협력적인 세계가 될 것이라든지, 수억 명이 소기업가로 활동하며 이른바 인터넷 생태계에서 협력관계를 맺는다든지 하는 정도이다. 이 책에서는 또한 향후 미래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지 몇 가지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고립을 줄이고 공동체 활동을 늘리기 위해 의지할 수 있고 오랫동안 상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온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아이디어 집단과의 네트워크,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평범한 제너럴리스트가 아니라 여러 영역을 깊이 있게 아는 유연한 전문가(Serial Master)가 되라고 조언한다. 전통적인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졌기에 그간 일했던 회사에 대한 일반 지식만 들고 새로운 구직시장에 뛰어들어 승부를 볼 수 없을 거라 말한다. 그리고 전문성을 쌓기 위해서는 여전히 1만 시간 이상의 수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이 책에서는 2025년 어떤 능력과 기술이 가장 높은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어떤 기술과 능력이 공급부족을 빚을지 예측하고 있다. 이른바 미래에 주목받을 경력과 기술로 풀뿌리 권익대변 운동, 사회적 기업 운영 경험, 소기업가 경험, 그리고 생명과학과 건강 영역, 에너지보존 영역, 창의성과 혁신 영역, 코칭 및 관리서비스 영역이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리고 여러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되므로 보다 유연하면서도 느슨한 방식으로 자신을 눈에 띄게 만들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평판관리를 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전문가 집단을 조직하고, 편종형 학습 곡선을 만들어 다채롭고 모자이크 같은 업무생활을 구축해 적극 참여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 편종형이라는 것의 예를 이 책에서 들고 있다. 20대에 대기업에 입사해 서른 살까지 열심히 일하며 해당 분야에서 깊은 전문능력과 지식을 갈고닦는다. 서른 살에는 1년 동안 일을 쉬면서 여행을 다니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서른한 살에는 다양한 회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경험을 넓힌다. 그리고 직장으로 돌아와 속도를 조절해 이후 3년 동안 업무 공유를 한다. 40대가 되면 1년 동안 학습에 매진해 전문 능력을 쌓고 두 번째 전문영역으로 변형을 한다. 40대초나 50대초가 되면 두 번째 전문능력에 쏟는 에너지를 늘리며 50대 중반에 다시 사회체험을 위해 1년 동안 여행을 하거나 자원봉사를 한다. 50대 후반 혹은 60대에는 지금까지 두 분야에서 쌓은 전문 능력을 바탕으로 소기업가로 변신한다. 덕분에 70대와 80대까지도 계속 사회에 공헌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우 이상적인 아이디어로 이 책이 가득하다.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친구 등이 대규모 아이디어 집단이 되어주며, 오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언제든 도와줄 네트워크를 만들라면서, 자신의 사례를 들어 친구가 MIT교수를 소개해주고, 자신은 런던경영대학원의 게리 해멀 교수를 소개시켜주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말 끼리끼리 노는가 싶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본문이 아니라 주석이었다. 특히 HSBC 보험사가 2005년 행한 글로벌 통계조사는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이 노년에도 일하고 싶어 하는 5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정신적으로 계속 자극받기 위해, 신체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단 간의 평균을 내면 5가지 이유를 고루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싶다. 청년실업, 고령화 등 수많은 사회문제 앞에서 이 책은 그런 문제는 배제한 채 기술발전과 세계화를 너무 강조하여 미래를 그리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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