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 마음속에 새기고 싶은 인생의 키워드 2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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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여울 작가 책은 처음이다. 이름은 낯설지 않은데 그동안 인연이 없었다. 약력을 보니 그동안 쓴 책이 제법 된다. 에세이와 인문서를 주로 쓰나 보다. 이 책은 에세이다. 2013년에 나온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의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40대 접어든 지은이가 자신의 30대를 정리하는 의미로 쓴 책이다. 지은이의 20대가 어땠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30대에 결정적으로 달라진 마음가짐 세 가지를 보니 지은이의 20대도 대부분의 20대와 비슷했나 보다. '~해야 해'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몰아붙이고, 어둡고 아름답지 않은 내 모습은 내 것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고, 나 하나 챙기기도 벅차서 '우리'를 생각할 여력 따위는 없는 그런 20대. 그러다 30대에는 서툴고 불완전한 나도 있는 그대로 보듬어 안고, 자신의 가장 환한 면조차도 가장 어두운 면이 받쳐주었기에 빛날 수 있음을 깨닫고, 슬픔조차 검열하고 자신에게 회초리를 드는 자아를 달래고, 더 커다란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생겼다(8쪽, 9쪽)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가 책이 고백 같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고백이 아니라 '실은 내가 이랬어', '나 이렇게 살았다', '내가 그때 그랬지' 하는 고백 말이다. 취미로 첼로를 배우면서 처음으로 '재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늘 칭찬을 듣는 제자'의 마음을 경험하며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 스승'을 발견했다(34쪽)는 이야기도 그렇고, 박사학위를 받은 지은이가 글을 쓰기 위해 직장을 포기하자 자신보다 더 안타까워했다는 어머니와 있었던 이야기도 그렇고. 


 그러면서 지은이는 깨달았다. 감사는 당연하다고 믿었던 존재들에 스민 무한한 축복을 일깨워주고(49쪽), 상황이 바뀌어야 인생이 바뀌는 게 아니라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 바뀌어야 진정으로 삶을 바꿀 수 있고(61쪽), 세상에서 가장 멋진 소식은 저 바깥에서 들려오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소식은 바로 내 안에서 들려온다는 것(81쪽)을. 그래서 책 제목이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인가 보다.


 지은이와 비슷한 상황이거나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이 많이 될 것 같다. '나 혼자만 이런 게 아니구나' 싶어서 위로가 되겠지. 나의 이야기가 나를 닮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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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장동선 지음, 염정용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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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을 받고 화사한 색감에 눈이 즐거웠다. 뇌에 관한 책이 색감이 이렇게 고울 수 있다니. 분홍색과 하늘색의 색감만 봐서는 감성 말랑말랑한 에세이나 연애 책일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사람은 뇌 과학자다.


 지은이는 한국 사람이다. 어머니는 북한 사람, 아버지는 남한 사람이다. 하지만 지은이가 태어난 곳은 독일 하이델베르크다. 태어나기는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한국과 독일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외모 때문에 독일 사람에게 어디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외모가 아니라 행동 때문에(별명이 '자유인'이었다고 한다. 교칙을 신경 안 쓰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했기 때문이다. 수업도 자주 빠졌고, 심지어 종일 수업에 나타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튀었다고 한다.  


 이 책은 독일에서 먼저 발표가 됐다. 독일 전체 서점 판매량을 합산하는 슈피겔과 아마존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은이가 한국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역자가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문장이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난 독일어를 전혀 모르는데 어순이 우리말 어순과 달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것 때문에 내용이 바로 쉽게 이해가 안 되는 면이 있다. 문장을 살짝 꼰 것처럼 느껴진다. 지은이가 처음부터 우리말로 쓴 책이거나 번역을 좀 더 우리말 어순에 자연스럽게 바꿨더라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이 왜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인지는 지은이의 한국어판 서문을 보고 알았다. 우리의 뇌는 '사회적인 뇌(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기에 최적화된 뇌라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뇌가 있을 때 행복을 느낀다는 뜻, 8쪽)'로 진화했기 때문에 실제 우리 뇌는 다른 사람들의 뇌를 복사해서 우리의 뇌 속에 넣고 늘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7쪽).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나의) 뇌 안에 또 다른 (사람의) 뇌가 있는 것이다. 


 책은 크게 9개의 장으로 돼 있다. 목차를 쭉 보고 관심이 가는 9장을 먼저 읽었다. '의지와 무관한 플라세보와 '나'보다 높은 '우리', 우리는 어떻게 자신과 남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장이다. 중간에 이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각 장의 내용이 독립적인 편이라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읽는 데 지장은 없다.


 "난 어차피 그런 사람이야!"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때는 당당하게, 또 어떤 때는 반항적으로. 우리가 일정한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고 나면 우리는 마치 돌이킬 수 없는 '나'라는 존재가 생긴다고 가정합니다(중략). 우리는 마치 '나'라는 존재가 예전부터 늘 있어 왔고, 앞으로도 늘 그대로 존재할 것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나'가 어디에 있나요? 알고 보면 우리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는 '나'라는 존재는 허깨비에 불과합니다. 

 지금 당신을 이루고 있는 '나'라는 자아는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합니다(309쪽).

 지은이는 뇌의 유연성(뇌는 늘 예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지각하는데 매 순간 새로운 경험을 모으기 때문에 '나'는 매 순간 새로울 수밖에 없다)을 설명하며 이 말을 했지만 난 다른 프레임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지은이와 다른 프레임으로 이해해도 이 말에 동의한다. 1장에서 8장까지는 뇌 과학자가 알려주는 뇌에 관한 지식을 머리로 이해했다면, 9장은 경험으로 안 것이라 제일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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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다카기 나오코 지음, 고현진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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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다카기 나오코는 1974년으로 미에 현에서 태어났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때는 만화가가 꿈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프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1998년 봄 혼자 도쿄로 왔고 그때부터 혼자 밥해 먹고 사는 생활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고향 음식과 다른 도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도 했다고 한다. 고향에서 된장국을 해 먹을 때는 대부분 아카미소를 썼는데 도쿄에 오니 아카미소를 구경하는 것조차 힘들고, 고향에서 어묵탕을 먹을 때는 늘 미소 소스를 듬뿍 찍어서 먹었는데 도쿄에 와서 음식점에서 어묵탕을 시키니 겨자만 달랑 내놓아 당황하기도 했다고. 제일 보수적인 게 입맛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입맛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 그 말이 맞는다면 20년 넘게 먹은 고향 음식과는 다른 음식이 당연히 입에 맞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거의 20년 가까이 도쿄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젠 도쿄 음식에도 적응을 해서 괜찮다고 한다. 


 이 책은 지은이가 혼자 직접 해 먹는 밥 이야기다. 2011년부터 건강 잡지 [몸의 책]에 '다카기 나오코의 적당한 식사'를 5년에 걸쳐 연재했는데 그중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에 맞는 음식을 5개씩 뽑아 총 20개의 음식을 소개한다. 지은이가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만드는 법이 복잡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혼자 살며 혼자 밥해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감으로, 슬렁슬렁, 쉽게 만드는 음식이다. 같은 동양권이기는 하지만 음식 문화가 다르고 식재료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낯선 음식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은이가 고향에서 자주 만들어 먹던 토필 볶음이 생소했다. 토필이라니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식재료다. 어떤 맛일까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 봤지만 상상이 안 됐다. 그래도 음식마다 지은이가 사진을 붙여줘서 적어도 토필이 어떻게 생긴 채소인지는 알 수 있었다.


 책을 보며 지은이가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같아서 책을 읽는 게 즐거웠다. 양하를 좋아해서 화분에 직접 심어 작기는 하지만 수확해서 먹다니 이 정도 식탐이면 인정해줘야 할 듯.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도 그렇고, 뒤늦게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느끼는 지은이가 사랑스러워서 144쪽을 한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만화책을 좋아해서 원래 계획은 매일 조금씩 나눠서 읽는 거였는데 어림도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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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즐거움 단순함의 즐거움
프랜신 제이 지음, 신예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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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프랜신 제이는 'Miss Minimalist'라는 웹사이트(http://www.missminimalist.com/)를 운영한다. 'Miss Minimalist'는 지은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이름이자 닉네임 같다. 웹사이트에 가 봤더니 'Miss Minimalist' 옆에 이런 꼬리표가 달려있다. 'a beautiful life with less stuff'. 이 문장에 지은이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미니멀 라이프, 청소, 정리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은 입문서로 적당하다. 부담 없이, 가볍게 읽기에 좋다. 대신 지은이만의 깊은 철학은 느껴지지 않는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을 전에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편하게 읽기 좋지만, 이미 여러 권을 읽은 사람이라면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책은 크게 4장으로 돼 있다. 1장에서는 미니멀리스트의 마음 자세에 관해 다룬다. '물건이 곧 당신 자신은 아니다'라는 소제목으로 미니멀리스트의 마음 자세가 다 설명된다고 본다. 이 책뿐만 아니라 미니멀 라이프 관련 책에 늘 등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2장과 3장에서는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방법을 다룬다. 2장은 큰 원칙을 다룬다면, 3장은 공간별로 정리하는 방법을 다룬다. 사람마다 특히 정리하기 어려운 물건이 있을 텐데(글을 쓰는 게 직업인 사람이라면 아마 책을 정리하는 게 제일 어려울 것이다) 여자라면 아마 옷을 정리하는 게 제일 어려울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지은이의 조언이 유용할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입고 싶은 옷인지, 아닌지 생각해볼 것. 정리할까, 말까 망설여지는 옷이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면서 입고 싶은 옷인지, 아닌지 생각해보면 바로 답이 나오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입는 옷이라면 내가 예뻐 보이는 옷을 고르지, 옷의 가격이나 상표나 유행이나 그 옷에 깃든 추억을 생각해서 고르지는 않을 테니까. 오래전에 패션을 다룬 다른 책에서도 본 조언인데 여자에게 확 와 닿는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4장은 마무리 말이라 짧다. 난 미니멀리스트로 살기로 했다고 치고 함께 사는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갈지 말한다. 4장에서 지은이가 말하기도 했지만, 미니멀리스트로 살려면 물건을 살 때부터 미니멀리스트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 책의 지은이는 미니멀 라이프를 소개하며 물건에 한정해 말했지만, 생각, 감정, 인간관계 등 미니멀 라이프는 삶 전반을 아우르는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물건을 정리하는 것에서 시작하겠지만 물건을 비우고 정리하고 소비를 조절하며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자연스럽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땐 진짜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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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타이드 워터파이어 연대기 3
제니퍼 도넬리 지음, 이은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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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 타이드'는 지은이인 제니퍼 도넬리와 디즈니 하이페리온 출판사가 2014년에 공동으로 기획한 '워터파이어 연대기' 시리즈의 세 번째 시리즈다. 2014년에 나온 '딥 블루'가 첫 번째고, 2015년에 나온 '로그 웨이브'가 두 번째, 2016년 6월에 나온 이 '다크 타이드'가 세 번째인데 국내에서는 2016년 11월에 번역본이 나왔으니 영어로 된 원본이 나오고 5개월만에 소개가 된 셈이다. 빠르다. 


 '워터파이어 연대기' 첫 번째 시리즈인 '딥 블루'를 읽고 1년 전에 나온 두 번째 시리즈 '로그 웨이브'는 읽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주인공인 세라피나 공주뿐만 아니라 혈맹으로 맺어진 5명의 인어 아가씨들도 많이 성장한 게 느껴졌다. 인어 왕국 미로아라의 공주였던 주인공인 세라피나는 첫 번째 시리즈인 '딥 블루'에서는 아직 철이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도 없었고, 자신을 믿지도 못했다. 그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어머니인 이사벨라 여왕(미로아라 왕국에서는 대대로 딸이 왕위를 계승한다)과 아버지가 죽고, 나라가 멸망하고, 백성들이 죽고, 자신도 쫓기는 신세가 되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왕위 계승자로 곱게 자라왔기에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도 못 하고, 갈팡질팡하고, 일련의 사건이 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 그게 좀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두 번째 시리즈인 '로그 웨이브'를 건너뛰고 세 번째 시리즈인 '다크 타이드'에서 다시 만난 세라피나는 공주에서 여왕이 돼 있었고(물론 망명 중이기 때문에 정식 여왕은 아니다. 하지만 대대로 딸이 왕위를 물려받는 미로아라 왕국의 관습에 따라 정통 계승자다), 세라피나의 어머니이자 친누이인 이사벨라 여왕을 죽이고 미로아라 왕국을 빼앗은 발레리오 외숙부와 싸우는 저항군 블랙 핀의 리더가 돼 있었다('딥 블루'에서는 반역자가 누군지 드러나지 않아서 궁금했었는데 '로그 웨이브'에서 드러났나 보다). 위치만 바뀐 게 아니라 진정한 성인식을 거친 것처럼 몇 안 되는 자신의 백성들을 이끌고 사랑하는 여왕, 자신의 역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약혼자이자 마탈리의 황제인 마흐디와 진정한 사랑을 확인한 연인이 돼 있기도 했다. 주인공인 세라피나뿐만 아니라 여섯 마법사들의 후손들이자 혈맹으로 맺어진 5명의 인어 아가씨들, 닐라와 링과 베카와 아바와 아스트리드 역시 모두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여 성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딥 블루'에서는 없었던 각자의 로맨스도 살짝 곁들여졌다. 덕분에 페이지가 훨씬 쉽게 넘어갔다. 


 소설은 디즈니와 공동 기획한 시리즈답게 디즈니스러운 색채가 많이 느껴진다. 모함과 도전, 성장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기본 축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래서 대사가 특별히 인상적이라든지 문장이 좋다기보다는 사건이 주는 재미, 인어라는 가상의 존재가 주는 상상력의 자극, 적과 시련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인물을 보며 느끼는 카타르시스 같은 게 더 중심이 되는 것 같다. 흥미로운 건 작가가 1963년생이니 올해 우리 나이로 54세인데 문장에서 느껴지는 단순한 느낌이 꼭 20대가 처음으로 쓴 소설 같다는 거다. 총 몇 부작인지 모르겠는데 세라피나 여왕이 외숙부를 쫓아내고 나라를 되찾고, 마흐디와의 사랑을 이루고, 5명의 다른 인어 아가씨들이 각자의 꿈과 사랑을 이루는 마지막 시리즈를 보면 시원한 느낌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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