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에 엄마가 되다
야마모토 메구미 글, 스기우라 유 그림, 박주영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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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이 만화의 주인공인 야마모토 메구미, 같은 여자로서 참 대책 없는 사람 같다. 보통 여자가 마흔이 넘어 첫 아기를 가질 경우 자연 임신이 어렵다는 말은 나도 들어 알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연 임신이 20대, 30대에 비해 어려운 거지 절대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은 아닌데 임신 계획을 딱히 세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피임을 확실히 한 것도 아니고 배가 아프길래 식중독인 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임신 9주라는 걸 알게 되다니. 여자는 한 달마다 마법에 걸리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마법을 안 하면 자연스럽게 의심을 할만도 한데 참 대단하다. 무신경한 건지 둔한 건지. 임신하고 3개월까지는 다들 극도로 조심하는 시기인데 임신은 꿈에도 생각을 안 했을 테니 술도 마셨을 거고, 담배 냄새도 맡았을 텐데. 그런데 그런 성격이기 때문에 계획없이 들어선 아이에 대해 천진난만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게 은근 귀엽다고 할까?


 이 책의 주인공 야마모토 메구미는 평범한 직장 여성이다. 목숨을 걸다시피 일을 열심히 하다 친구의 소개로 동갑내가 남편을 만나 41세에 결혼했다. 결혼하고 일 년이 지날 무렵 남편은 이제 슬슬 아기가 생길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했지만 아무래도 여자이다보니 남편보다는 임신 같은 거에 기본 정보가 더 있었던 주인공은 속으로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연 임신이 무리라고 생각했으니 당연히 평소에 하던 대로 야근도 열심히 하고 회식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다 덜컥 생긴 아기. 가는 곳마다 노산, 노산, 노산 노래를 부르니 덩달아 더 겁이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정엄마한테도 바로 알리지 않았고, 친한 친구들한테도 바로 알리지 않았다. 물론 회사에는 더더욱 빨리 알리지 않았다.


 나도 여자고 주변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도 봐서 임신과 출산에 대해 일자 무식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역시 옆에서 슬쩍 보고 아는 것과 직접 겪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략적으로 '이런 저런 준비를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준비할 게 많은 거 같다. 만화고 임신 과정 10달을 짧게 추려서 이 정도지 실재는 챙길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중에서 책을 보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건 아이를 낳은 후 바로 사진을 찍을 때 예뻐 보이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20대의 어린 엄마는 그런 준비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후 바로 사진을 찍어도 예쁘지만 작가는 고령 임신이니까 아기를 낳은 후 바로 찍는 사진도 그냥 찍는 게 아니라 미리 관리를 해서 예쁘게 보일 수 있다면서 준비를 하는데 그게 처량하거나 억지를 쓴다거나 하는 느낌이 아니라 단순하게 생각하고 예쁜 사진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책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어차피 만화니까 그냥 만화책 보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어도 되고 아주 가볍게 임신과 출산에 대해 기초적인 정보를 얻는다는 느낌으로 읽어도 된다. 같은 동양이니까 일본과 우리나라의 임신, 출산 문화가 엄청나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을 테니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만화로 재미있게 고령 임신에 대한 책을 내면 좋을 거 같다. 우니나라도 점점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부부도 많고, 일반적인 임신 적령기를 벗어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걸로 아는데 이렇게 읽기 쉽고 재미있게 된 책이 있다면 겁내지 않고 준비할 수 있을 듯. 그건 그렇고 이 책의 주인공, 출산 후의 이야기도 만화책으로 나오면 재미있겠다. 어쩐지 약간 철딱서니 없는 듯 단순한 듯 육아를 잘하고 있을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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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진짜 여행 - 당일치기부터 바캉스까지 테마별 국내여행 44
권다현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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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혼자 놀기 9단계인가'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때 기억으로 혼자 여행하기는 꽤 높은 단계였던 거 같다. 혼자 여행하기가 높은 단계였던 이유가 뭘까? 위험해서? 혼자 여행하면 재미가 없어서? 그건 아닐 거 같다. 그때 본 혼자 놀기 단계 대부분이 혼자 하면 남들 보기에 좀 그래 보인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들이었던 걸 보면 혼자 여행한다고 하면 남들이 보기에 친구도 없는 사람, 애인 없는 사람, 뭔가 사연이 있는 사람, 성격 괴팍한 사람쯤으로 보이기 때문인 거 같다. 하지만 혼자 떠나봤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혼자 하는 여행도 좋다.


 이 책은 여행작가 권다현 씨가 쓴 혼자 하는 여행 안내서다. 여행지는 국내. 서울부터 경주, 순천, 인천, 강릉, 곡성, 제주, 죽도까지 대한민국 전체를 아울렀다. 이동은 모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중간에는 걷는다. 요즘은 한 집에도 차가 여러 대인 집도 많으니까 혼자하는 여행이라도 자신의 차를 가지고 이동할 수 있겠지만 작가의 말처럼 그런 경우 이동은 여행이 아니라 이동 자체로 끝나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소개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서 그때서야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걷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 되는 셈이다.


 작가는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보면 좋을 지역을 선정한 후 그곳에서 가볼 만한 곳, 혼자 머무르기에 좋은 곳, 혼자 밥 먹기 좋은 곳, 혼자 차 마시기 좋은 곳을 함께 소개한다. 꼭 혼자 여행이 아니더라도 여행의 경험이 많은 사람이야 갈 곳을 정하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잘 곳과 먹을 곳과 볼 곳을 선택하는 게 쉽겠지만 여행이 익숙하지 않거나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시작하는 입장이라 엄두가 안 난다면 이런 책이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특히 혼자 여행할 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안전인데 책에서 작가도 언급한 것처럼 아침 이른 시간이나 늦은 밤에는 외출을 삼가고, 사람이 너무 없는 외진 곳은 피하고, 매일 가족이나 애인, 친구랑 통화하며 이동을 알리고,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는 것을 피하고,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서 택시를 탔을 경우 지인에에 알리고, 간단한 호신도구를 늘 휴대하는 등 미리 조심하는 게 좋다.


 혼자 여행의 경험이 쌓이면 자신만의 주제를 정해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작가가 3장에 소개한 것처럼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꽃이 한참일 때 대표적인 곳을 찾는 것도 좋을 테고,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철 맞은 식재료 산지를 때에 맞춰 여행해도 좋을 거다. 난 개인적으로 혼자 하는 여행으로 한옥이나 고택 체험을 추천하고 싶다. 서울에도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거로 아는데 그런 데서 하룻밤 머물며 외국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재미있을 거고, 서울을 벗어나 전국 곳곳에 있는 한옥이나 고택에서 지내며 전통 문화 체험을 하거나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 분주하게 달리던 마음이 저절로 고요해질 것이다. 난 언젠가 고택에서 묵는데 낮에 비가 제법 와서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잔 적이 있는데 아파트에서와 달리 바로 옆에서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었다. 인연이 닿는다면 한 번 더 빗소리를 들으며 한옥에서 자보고 싶을 정도다. 고택 여행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았던 셈. 기회가 된다면 꼭 경험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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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블루 워터파이어 연대기 1
제니퍼 도넬리 지음, 이은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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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소개를 읽고 주인공의 이름이 세라피나라 반가웠다. 세라피나라는 이름을 세례명으로 쓰는 사람이야 전 세계에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세라피나인 건 처음 봤다. 그래서 그냥 끌렸다. 작가는 소설에서 세라피나를 어떤 사람으로 표현했을까?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 중 하나인 카네기 상을 수상한 작가이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제니퍼 도넬리는 2014년, 디즈니 하이페리온 출판사와 새로운 인어공주 이야기를 공동 기획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작가는 평소 천재 디자이너로 인정받는 알렉산더 맥퀸의 패션쇼를 즐겨보았는데 알렉산더 맥퀸의 유작인 '플라톤의 아틀란티스' 쇼를 보고 영감을 받아 여섯 명의 인어들(모두 여자다)이 바다와 바다생물을 위협하는 악당을 물리치고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는 워터파이어 연대기를 쓰게 되는데 [딥 블루]는 워터파이어 연대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2014년 5월에 출간됐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인 [로그 웨이브]는 2015년 1월에 이미 출간이 됐고, 세 번째 이야기인 [다크 타이드]는 2015년 가을쯤 출간될 예정이다. 워터파이어 연대기 시리즈는 총 4부작인데 지금까지 출간된 속도를 보면 워터파이어 연대기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네 번째 이야기는 내년인 2016년에 출간되지 않을까 싶다.


 소설의 주인공인 세라피나는 미로마라를 다스리는 메루우 왕가의 핏줄로 붉은 빛이 도는 금발에 진초록의 눈동자, 붉은 빛 도는 금색 비늘을 가진 열여섯 살의 소녀다. 미로마라는 대대로 여왕이 다스리는데 지금은 세라피나의 엄마인 이사벨라가 미로마라의 통치자 겸 베네치아의 여왕이다. 미로마라에서는 여왕이 되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도키미라는 절차인데 여러 인어들 앞에서 공식적인 후졔자로 인정받는 아주 중요한 자리다. 세라피나도 그날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알리테이아(공주가 진짜 메로우의 후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역할을 하는 바다거미. 진짜 메로우의 후손이 아니면 후계자가 되기는 커녕 목이 날아간다)한테 순수한 메로우의 후손으로 인정도 받았고, 자신없었던 노래주문도 완벽하게 해냈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인 마탈리의 황태자, 마흐디(세라피나보다 두 살 위로 열여덟 살)와의 약혼(결혼은 스무 살이 되면 한다)을 진행하기 전 모든 것이 끝났다. 엄마인 이사벨라 여왕이 독을 바른 화살에 옆구리를 맞았고, 아빠인 바스티안 공은 아내인 여왕을 구하려다 죽었다. 궁은 무너졌고, 수없이 많은 인어들이 죽었다. 곁에 남은 건 약혼자인 마흐디의 사촌동생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인 닐라밖에 없었다. 결국 모든 것을 잃은 세라피나와 닐라는 꿈에서 자신들을 부른 강의 마녀들인 이엘레의 우두머리, 바바 브라저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작가의 이력을 봐도 그렇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기본 틀을 봐도 그렇고 워터파이어 연대기 시리즈는 성장소설이다. 세라피나가 도키미(요즘으로 말하면 성인식)를 하는 날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그렇고,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역할에 대해 부담감만 가지고 있다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도 그렇고, 뜻이 통하는 동료를 만나 함께 같은 목표를 달성해내가는 것도 그렇고, 이야기 중간 중간에서 보여지는 미숙한 태도나 성격 등을 봐도 그렇다. 미로마라의 여왕이라는 자리가 처음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의무였기에 어쩔 수 없이 관습에 따라가는 미성숙한 태도를 보이지만 시련을 겪으면서 스스로의 선택이 되며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게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형식을 보인다. 다만 안 봐도 뻔한 기본 구조를 어떻게 살을 잘 붙여서 흥미로운 이야기로 끌어나가는가가 중요할 텐데 4부작의 1권에 해당하는 [딥 블루]만 볼 때 재미있다.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세라피나가 너무 상황 파악을 못 하거나 세상 물정 모르고 자라 배부른 소리를 하거나 답답한 행동을 해서 '주인공이 별로 매력이 없네'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세라피나의 나이가 열여섯 살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등장 인물의 성격보다는 이야기 자체의 힘이 더 강한 소설이라 인물들 성격이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감도 있기는 한데 나머지 시리즈에서 좀 더 매력적으로 인물을 창조해주면 좋겠다. 그럼 10대뿐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성장소설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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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젊은 뇌는 충동적일까 - 성장하는 뇌, 삶을 변화시키는 똑똑한 습관의 발견
제시 페인 지음, 엄성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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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제시 페인의 어머니와 친할머니는 멕시코 출신의 불법이민자였고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제시 페인이 네 살 때 어머니는 극심한 신경 쇠약, 정신 분열, 망상, 환각 증세를 보였고 여덟 살이 됐을 때 결국 부모님은 이혼했다. 생활은 정부 보조금과 식품 구입권으로 겨우 유지했다. 부모님이 이혼한 후 제시 페인은 아버지랑 같이 살았는데 엄마가 제시 페인을 납치하는 바람에 캘리포니아 주 프레즈노 시에서 경찰과 추격전을 벌인 적도 있다. 아버지 역시 주의력 결핍장애, 우울증, 불안 장애를 겪다 자살했다. 제시 페인은 어릴 때 육체적, 정신적, 생리적, 성적 학대를 받았다. 제시 페인이 자신이 자라온 환경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사람들은 제시 페인을 신기한 눈으로 본다. 죽거나 삐뚤어지지 않은 게 이상한 환경이었으니까. 하지만 제시 페인은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됐을 뿐만 아니라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뇌에 답이 있다.


 추천의 글을 쓴 다니엘 에이먼은 정신과 의사이자 의학박사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다니엘 에이먼 집안에는 그 집안의 딸들과 사귈 경우 뇌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는데 스믈 한 살의 제시 페인 역시 일 년 동안 다니엘 에이먼의 딸과 연애를 하면서 그 집안 불문율에 따라 뇌사진을 찍게 됐다. 그때 제시 페인은 스물 한살이었고 그때의 여자친구는 지금은 아내가 됐다. 여자친구 아버지였던 다니엘 에이먼이 장인어른이 된 것이다. 다니엘 에이먼보다 30cm는 더 크지만 잔뜩 긴장해서 쪼그라들어있던 제시 페인에게 다니엘 에이먼은 고집스럽고 따지기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놈의 뇌사진이 문제였다. 말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뇌사진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작가 제시 페인은 이 책에서 무게 1.4kg(전체 체중의 2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 무게지만 인체가 소모하는 전체 칼로리의 30퍼센트를 소모한다), 따뜻한 버터나 달걀 흰자위, 부드러운 젤라틴이나 두부 같은 밀도, 약 600만 년분의 [윌스트리트 저널] 기사와 맞먹는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뇌에 대해 얘기한다. 뇌의 중요한 각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고, 각 부분이 덜 활성화되거나 더 활성화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뇌를 망치는 습관에 어떤 것이 있고, 반대로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습관에는 뭐가 있는지, 뇌에 좋은 음식은 어떤 게 있고 뇌에 안 좋은 음식은 어떤지까지 다룬다.


 뇌의 대표적인 부분으로는 전전두피질, 대상계, 변연계, 기저학 등이 있는데 전전두피질은 한마디로 인생의 CEO로 하는 일에는 집중력, 충동 통제, 공감 능력, 계획 능력, 감정 조절, 실수에서 배우기 등이 있는데 전전두피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충동적이 되고, 순간순간 되는 대로 살고, 뭐든 뒤로 미루고, 뭔가를 잘 잃어버리게 된다. 반면 심부 변연계가 하는 일은 기분 통제, 감정 조절, 식욕과 수면 조절, 의욕 조절, 유대감 강화 등의 일을 하는데 이런 심부 변연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부정적 사고나 남 탓하기, 무력감, 의욕 저하, 우울증 등을 경함하게 된다. 나 같은 경우 책을 읽으면서 주변에서 해당이 되는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보며 읽었는데 변연계 이상에 해당되는 사람이 가까이에 두 명이나 있어서 이해가 굉장히 쉬웠다. 평소에도 모든 면에서 안 좋은 면을 찾아내는 재주가 특출한 두 사람을 보면서 이해가 안 됐는데 변연계에 이상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럼 모든 면에 영향을 주는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마약이나 술, 신체 외상, 심리적 외상, 환경독소, 담새, 산소 결핍, 수면 박탈, 첨단 기술. 멀티 태스킹(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하는 건 예외다. 음악을 들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분과 다른 일을 할 때 활성화가 되는 뇌의 부분이 다르다)처럼 뇌의 건강을 망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적절한 수분을 공급하고, 칼로리를 제한하는 식사를 하고, 좋은 지방 섭취는 늘리고 나쁜 지방 섭취는 줄이고, 좋은 탄수화물 섭취는 늘리고 나쁜 탄수화물 섭취는 줄이고, 뇌에 좋은 음식을 먹고, 인공 감미료 대신 천연 감미료를 먹고,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고, 염분 섭취를 줄이는 대신 칼륨 섭취를 늘리고, 음식을 균형있게 섭취하고, 매일 종합 비타민과 어유를 먹는 식으로 뇌의 건강을 식단을 바꾸는 게 좋다. 또한 매일 최소한 10분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악기를 배우고, 일상에서 벗어나 보고, 단기 기억력 손실을 막기 위해 독서 그룹에 가입하고, 시간을 내 새로운 곳에 가보면 뇌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뇌가 성격이나 습관, 태도 등을 결정하고 습관, 태도, 성격 등이 운명을 좌우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눈에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는 손이나 얼굴이나 무릎처럼 뇌의 건강을 위해서도 관리를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생소한 뇌과학 얘기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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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다시, 유럽
정민아.오재철 지음 / 미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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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오재철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대학도 사진학과(중앙대학교)를 졸업했다. 20대 때는 여행 잡지 기자로 세상 여러 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이 책을 같이 쓴 정민아는 오재철을 T군이라고 부른다. 지은이 정민아는 웹 에이전시에서 기획자로 7년을 일했다. 전공은 국어국문학이다. 대학교 1학년 때 국토대장정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유럽 등을 다녔다. 이 책을 같이 쓴 오재철은 정민아를 N양이라고 부른다. 두 사람은 부부다.


 이 책은 부부가 된 두 사람이 둘이 부부가 되기 전에 각자 찾았던 유럽을 신혼여행으로 다시 찾은 기록이다. 두 사람은 패물, 웨딩 촬영, 예단, 폐백 다 생략하고 신혼여행에 몰빵한 부부다. 자그마치 신혼여행으로 500일을 다녀왔다. 50일이 아니다. 두 사람은 500일 동안 중남미, 유럽, 북미를 누볐다. 둘 다 500일의 신혼여행을 위해 자발적으로 백수가 됐다. 프리랜서인 남자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고, 직장인인 여자는 사표를 냈다. 두 사람이 부자라서 신혼여행을 500일이나 한 건 아니다. 사람들마다 1순위가 다른데 이 부부에게는 집이나 경제적 안정보다 좀 더 넓은 세상을 접하는 게 더 중요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했을 뿐이다. 물론 운은 좋았다. 부부야 쿵짝이 맞아서 신혼여행으로 세계 여행을 일찌감치 합의봤지만(나중에 알고 보니 각자 세계 여행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결혼하는 당사자들의 행사가 아니라 양가 부모님들을 위한 행사라는 말이 있을 만큼 양쪽 부모님들의 의견에 좌지우지 되는데 두 사람이 세계 여행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을 때 흔쾌히 "여행은 젊었을 때 해야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낄 수 있지"라며 허락해주셨다고 하셨다니까.


 그렇게 부부는 각자 자신 몫의 배낭을 짊어지고 여행을 떠났다. 둘이 같이. 돈이 남아돌아서 가는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꼭 쓸 때는 쓰고 아낄 때는 최대한 아꼈다. 유럽에서는 차를 빌려 이동했기 때문에 차숙(길에서 자는 건 노숙, 차에서 자는 건 차숙)도 많이 했다. 대신 두 사람 다 꼭 보고 싶은 공연은 제 값을 주고 공연을 봤다. 먹을 것도 절약의 대상이었다. 가끔은 여유롭게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 식사를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귀신 같이 싼 걸 골라내는 남편이 시장을 본 걸로 가볍게 해결했다. 일정을 짜고, 숙소를 알아보고 하는 건 아내의 몫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상대가 왜 나를 도와주지 않는지 불평하는 대신 각자 잘하는 걸 맡아서 하게 되며 불만이 사라졌다. 유럽은 부부가 각자 다녀온 적이 있는 곳이지만

같이 본 유럽은 또 다르게 다가왔다. 같은 곳을 가도 서로 시선 가는 게 달라고 덕분에 보이는 것이 풍요로워졌고 다채로워졌다. 물론 긴 여행이 항상 즐겁고 재미있었던 건 아니다. 여행이 일상이 되면 시들해질 때가 있는데 그때가 각자 다르니 둘이 늘상 붙어다니는 여행인데 김 나간 콜라 같은 표정의 상대와 여행을 다닐 땐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것조차 여행이 해결해줬다. 같이 다니면서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으니까.


 부부는 500일의 신혼여행을 다니며 앞으로 50년 정도 함께할 결혼생활을 미리 맛본 건지도 모른다. 여행도 결혼생활도 계획대로만 되지 않고, 예측불허의 일은 언제든 생길 수 있고, 그렇다고 상대를 버리고 갈 순 없는 거니까. 상대는 나와 다른 사람이고, 각자 잘하는 것도 다르니까 각자 잘하는 걸 하며 함께 가기, 대신 이야기를 많이 해서 마음에 앙금을 남기지 않기, 두 사람은 그걸 여행에서 배웠으니 여행을 닮은 결혼생활에서도 여행에서 배운 걸 잘 써먹으며 50년의 여행도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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