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할 수 있을까?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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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 귀여운 분들이시다, 지은이 다카기 나오코의 부모님. 40년이나 다닌 직장을 은퇴하고 시행착오 끝에 자신에게 딱 맞는 은퇴 후 생활을 즐기고 계시고 양상추가 당뇨에 좋다며 밥 먹기 전에 염소처럼 양상추를 아삭아삭 드시면서도 정작 밥 먹기 전에 꼭 챙겨 먹어야 하는 당뇨병 약은 꼭 까잊어버리는 아버지도, 60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두 개나 하고 계시고 평소에는 출근하기 전에  빨래 잘 널어놓고 나가시면서 딸인 지은이만 본가에 오면 늦었다는 핑계를 대며 빨래 너는 걸 꼭 딸에게 맡기고 나가는 어머니도. 그리고 작가도 귀엽다. 위로 언니, 밑으로 남동생을 둔 2녀 1남의 둘째로 24살에 처음 동경으로 상경해 17년째 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부모님께 효도는 하고 싶은데 자신이 생각한 효도의 방법과 부모님이 반응을 보이시는 지점이 묘하게 어긋날 때마다 당황하는 모습이 귀엽다. 음- 작가가 스물 넷에 상경해서 17년이 지났다고 했고, 이 책이 일본에서 나온 건 몇 년 전 같으니까 지금쯤이면 40대 중반쯤 됐으려나?


 그리고 지은이의 부모님과 지은이의 반응, 우리 집을 보는 거 같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으니 정도의 차이가 물론 있겠지만 왜 부모님은 물건을 잘 안 버리고 쌓아두시는 걸까? 게다가 쌓아서 두시기만 하나? 심지어 새로 물건을 더 사서 쌓아두신다(지은이의 부모님도 공기청정기와 청소기를 샀다). 대체 왜? 나도 결국 지은이 다카기 나오코처럼 살짝 잔소리를 하게 되고 티 안 나게 몰래몰래 물건을 버리게 된다. 엄마가 모아놓은 유리병 하나 쓸쩍, 플라스틱 통 하나 슬쩍, 걸레로 쓰신다고 모아둔 구멍 난 양말도 슬쩍. 지은이가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에 갈 때마다 폭풍 잔소리를 하며 물건을 잔뜩 버리는 걸 보면서 얼마나 공감이 됐는지. 난 지은이처럼 왕창 버리지는 못하고 티가 안 나게 하나씩, 작은 거로만, 시간차 공격을 하는 게 다르지만.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아이가 된다는 말도 있고, 평소 느낀 것도 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어느 순간 부모와 자식의 역할이 뒤바뀌는 거 같다. 정확히 몇 살을 기준으로 "자, 이젠 부모가 자식 역할, 자식이 부모 역할" 이렇게 바뀌는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자식인 내가 예전에 엄마가 어린 나를 챙길 때 하던 걸 엄마에게 하고 있는 걸 깨닫게 된다. 지은이가 부모님과 여행을 가기 전 여행가이드의 자세로 여행을 준비하거나 낡은 본가 리모델링을 챙기게 되는 것처럼. 부모와 자식의 관계란 게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비슷한가 보다. 참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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