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네킹 > 독서로 논술잡기-‘마주치다 눈뜨다’…한국사회 쟁점 정리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사람들은 여러 이유에서 가슴 아파 한다. 어떤 이는 양심껏 시험 본 자신이 손해 보았다는 피해의식으로 마음이 아프다. 어떤 이는 대학 간판이 인생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세상이 어린 학생들을 망쳐놓았다고 아파한다.


열네 해 전 나는 대학입학 시험을 보았다. 그리고 시험 본 날 저녁 집에서 쫓겨났다. 아버지는 내가 국어교육과를 택해서 꿈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는 경영학과나 영문학과를 가야 성공한다고 여겼다. 말다툼이 있었다. 나는 집을 나왔다. 친척 집에서 잠을 자고 면접을 보러 간 나는 왜 교직을 택했느냐는 물음에, 능력 있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대우받지 못하는 자리라서, 라고 대답했다. 아무렇게나 되라는 심정이었다. 따뜻하게 웃어준 면접관이 고마웠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모두들 자기 사연이 있을 테다. 온힘을 들인 수능을 겪은 뒤라 논술준비에 대한 집중이 어려우리라. 머리로는 하고 싶은데 몸에 힘이 없다. 이쪽에선 고전 읽기가 중요하다 한다. 저쪽에선 시사 쟁점 정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고전을 읽으려 하니 책 내용이 어려워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시사 쟁점을 정리하려 하니, 세상에! 웬 사건이 이리도 많은지, 어떻게 이 많은 일들을 정리할까 막막하다.


지난해 ㅅ대학논술에서는 노동 현실을 물었다. 노동이 인간을 실현하는 과정이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옛글과 노동자의 기본권을 담은 세계인권선언을 보여준 뒤, 노동자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사는지를 고발하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시몬 베유의 ‘노동일기’를 내놓았다.


다른 ㅅ대학에서는 인간역사가 나아갈 방향을 쓴 칸트의 글을 제시하고, 사형에 대해 정당하다는 한국의 헌법재판소 판결문과 사형이 부당하다는 국제사면위원회의 글을 대비시켜 놓았다.


옛것을 익히는 이유는 오늘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글을 읽어도, 세상과 연결지어 사색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지승호씨가 펴낸 ‘마주치다 눈뜨다’는 한국사회의 쟁점들에 대해 지식인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사회 쟁점들을 익히고 논리를 공부하는 데 크게 도움 되는 책이다. 좌우논쟁, 색깔론, 파병논란, 양심적 병역거부, 과거사 청산에 대해 뛰어난 논객들에게 몇 시간 개인지도를 받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대화에서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 논리가 또렷하고 날렵해야 한다. 글은 천천히 사색하며 읽을 수 있지만, 말은 단숨에 자기논리를 증명해야만 힘을 얻는 까닭이다. 그래서 인터뷰 책에는 세련된 논리가 압축되어 잘 정리되어 있다.


사람마다 아파하는 이유가 다른 것은, 세상을 다르게 이해해서다. 내가 대학시험 본 날 남의 집에서 잠을 잔 이유는 아버지와 내가 세상을 다르게 이해한 까닭이다. 논술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연습해서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이다. 그 노력은 우리가 인생을 값지게 살 가능성을 높여준다.


송승훈 경기 광동고 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회원 원고입니다.
시사디지탈스토리 0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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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독서로 논술잡기-‘어찌 이방이 사또를 치리오’

좋은 미술품을 만드는 데는 나름의 안목이 필요하다. 논술문을 작성하는 데도 마찬가지다. 정교한 논리 감각은 좋은 논술문을 쓰기 위한 충분조건이라 해도 좋겠다. 논리 감각이 떨어지는 학생은 관련 없는 논거가 튀어나오고, 논의가 엉뚱한 쪽으로 치달아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논리학(logic)은 논리의 눈을 뜨게 해주는 학문이다. 우리는 논리학을 통해 오류가 생기지 않는 논증구조, 잘된 근거를 가려내는 방법,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추상적인 학문인 논리학에 접근하기란 어렵다.

오늘 소개할 ‘어찌 이방이 사또를 치리오’는 청소년들이 쉽게 논리에 접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는 실용논리학인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의 권위자 김광수 교수.

논리는 “왜 그런가?”하는 질문에 제대로 된 설명을 하려는 데서 출발한다. 무력으로 잘잘못을 가름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힘으로 잠시 상대를 누를 수는 있지만, 영원히 상대를 굴복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당화된 참된 믿음’ 앞에서만 진정으로 승복한다. 논리만이 진정한 갈등 극복방법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어서 이 책은 입증책임 등 논리법칙들을 예화와 함께 쉽게 풀어 준다. 소매치기가 경찰서로 잡혀 왔다. 지갑 주인은 지갑에 원래 20만 원이 들어있었다고 하지만, 소매치기는 3만 원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자신의 주장이 참임을 입증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저자는 여기에 필요한 여러 잣대를 제시해 준다. ‘문제를 지적받는 측보다는 지적하는 쪽이 먼저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 ‘공인된 사실에 대해 새로운 주장을 내세우는 측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등등.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덧 일상의 여러 상황을 판별하는 데 필요한 논리적 잣대들을 체득하게 된다.

나아가 저자는 연역, 귀납, 가설, 유비(類比·analogy) 라는 추리의 네 가지 기본 틀을 착실하게 일러 준다. 머리 아플 법하지만 재미있는 삽화와 이야기들이 섞여 있어 술술 읽힌다.

책 곳곳에 서려있는 논리의 대가(大家)다운 견해도 돋보인다. 논리만으로는 상대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밝힐 수 없다. 단지, 상대의 말이 ‘참이라고 받아들일 이유가 없음’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나아가 의심할 이유가 없는 한, 상대의 말이 일단 옳다고 인정하는 ‘자비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해심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논리감각. 이 책으로 학생들이 갖출 수 있는 미덕이다.


안광복 서울 중동고 철학교사 원고입니다.
시사디지탈스토리 0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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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독서로 논술잡기-‘학벌사회’…대학간판 따지기가 당연

한 번씩 그런 일이 있지 않은가. 아버지가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앞에 앉으라 한 다음에 손을 잡고 “넌 꼭 서울대에 가야 해”라고 말한 기억 말이다.


자식이 커 가면서 부모의 꿈은 작아지는 법이어서 나중에는 이런 이야기를 못 들었을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 그런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아버지들에게 서울대는 꿈이다. 그 꿈을 꾸는 이유가 자식이 최고의 학문을 익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최고의 학문이 아니라 최고의 권력을 보고 사람들은 서울대를 바란다.


공부 잘한 것이 잘못이냐고?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사람들이 더 노력한다고? 그래서 서울대가 최고의 시험점수를 얻은 대학이기에 최고의 권력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그래 미국에도 명문대가 있다. 그들이 한국의 서울대처럼 단 하나의 대학이 상층권력의 50% 이상을 혼자 차지하던가. 아이비리그와 같은 8개 명문대들도 상층권력의 20% 정도를 차지할 뿐이다.


얼마나 배웠느냐보다 어디서 배웠느냐를 따지는 일에 우리는 참 익숙하다. 한국에서 대학을 서열화해서 따지는 일은 숨쉬는 일처럼 자연스럽다. 실력이 좋아도 대학 간판이 사람들의 통념에 비추어 좋지 않으면, 그는 어렵다.


이 책은 이런 문제를 파헤쳤다. 글쓴이는 국내 칸트 철학의 대가이다. 이 책은 학벌 사회가 왜 틀렸는지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색에서 길어 올린 철학 언어로 꼼꼼하게 증명하는데, 그 증명 과정에서 쓰인 언어가 참 아름답다. 현실 비판 서적이 갖기 쉬운 생경함은 없고, 풍부한 인문 서적을 읽는 맛은 넘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교육이 인간에게 어떠해야 하는지 가슴 깊은 곳에서 공감하는 논리를 확실히 얻게 된다. 그리고 공교육, 대학 평준화, 지역 할당제, 입사원서 학력란 폐지, 수능 폐지와 자격고사 도입과 같은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이 책은 앞에서부터 찬찬히 읽어 나가면 어렵다. 차례를 보고 눈에 들어오는 제목을 찾아 건너뛰면서 책을 읽는 게 낫다. 정교한 논리가 돋보이는 책인 만큼 마음에 와 닿는 장이 있으면 그 부분을 몇 번 되풀이해서 읽으면서 그 논리 전개 과정을 체험해보기 바란다.


책을 덮고선 그 논리를 다른 사람에게 자꾸 말해보면 자신의 논리 구성 능력을 높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설명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정도에 따라 자기 실력을 가늠하면 거의 정확하다.


앎은 삶에서 검증될 때 온전해진다. 정해진 답이 없어야, 사람은 자유롭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객관식 시험 준비를 할 때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앎은 삶에서 검증될 필요가 없었다. 그런 공부는 ‘타자적 지식과 소외된 진리에 노예적으로 굴종하는 것을 배우는’ 일이라고 글쓴이는 강하게 비판한다. 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자기 삶에 비추어 생각해보라. 답을 정하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다.


송승훈 경기 광동고 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회원 원고입니다.
시사디지탈스토리 0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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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님의 "위대함을 알아보는 시각을 키워야--마음 다스리기"

남들에게 베푸는 삶이 항상 즐거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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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님의 "'분명한 입장' 독창적으로 일관되게"

좋은 글인데 그 실천이 쉽지 않고 아이들에게 그런 정도의 경지에 이르게 하려면 혹시 빠른 길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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