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네킹 >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98>니코마코스 윤리학

인간이 영위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은 어떤 것일까? 행복을 누리는 삶이라고 한다면 일단은 수긍할 수 있겠다. 그러나 행복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해두지 않는 한 아직 알맹이 있는 답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최선의 삶을 보장해주는 행복의 실질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가 제시한 답은 인간에게 주어진 역량을 최대한 계발하여 발휘할 수 있게끔 삶을 꾸민다면 그것이 곧 진정 행복한, 즉 최선의 삶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답 역시 인간에게 주어진 역량에 관한 설명이 따라주어야 만족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바로 그에 관한 설명이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핵심부분을 이루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의 관건이 되는 역량을 크게 지적인 것과 실천적인 것 두 종류로 나누어 상론한다. 그는 삶의 방식으로서는 지적인 역량을 발휘하여 진리탐구에 몰두하는 관조적인 삶을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 때문에 그의 윤리관은 너무 주지(主知)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 비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실천적 역량을 지적인 것보다 덜 중요한 것으로 취급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실천적 역량이란 주어진 상황에 대하여 특정한 정서적 반응을 보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성향으로서 흔히 말하는 덕(德)과 같은 것이다. 가령 의로움, 너그러움, 우애, 용기, 절제 등이 그 예다. 이런 덕목이 결핍된 인간은 지적인 역량을 갖추더라도 심각하게 잘못된 인생을 살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을 잘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사실상 실천적인 덕에 관한 논의에 훨씬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아주 세심한 정성을 쏟는다.

각 덕목에 관한 그의 논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논변의 정교함과 깊이 때문에 오늘날에도 철학적 분석의 뛰어난 모범으로 통용되고 있다. 각론뿐 아니라 덕 일반에 관한 총론적 논의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 많다. 가령 정서적인 반응과 관련된 측면에서는 덕이 중용(中庸)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동양사상사에도 비슷한 이론이 있기에 비교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이 대목이 특히 흥미로울 것이다.

또한 덕은 정서적 반응을 넘어 결국은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덕의 논의는 행위이론을 포함하게 되는데, 이 대목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기여는 기념비적인 것이다. 행위 일반의 구조와 그중에서도 윤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행위의 특성에 관하여 그가 시도한 분석은 최초의 본격적인 행위이론이라 할 만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어떤 기발한 윤리교설을 창안해내서 열렬한 신봉자를 끌어 모으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윤리문제에 관한 학문적인 논의의 기반이 되는 개념 틀을 차분하게 정리해서 마련해놓은 것이 그의 가장 큰 공로라고 할 수 있다. 그 개념 틀은 적어도 이 책이 쓰인 기원전 4세기부터 계속 서양 윤리학의 사상적 골격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서양 윤리사상사의 큰 흐름을 그 저류에까지 깊이 탐사하고자 하는 지적인 호기심을 가진 독자는 이 책을 재독, 삼독하면서 저자와 토론하기에 결코 싫증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번역으로는 최명관 역(서광사)을 추천한다.


이태수 서울대 교수 철학과

(동아일보 05.03.31 - 05.07. 29 기획연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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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99>삼국유사-일연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역사서로 손꼽힌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오랫동안 이른바 정사(正史)가 아닌 야사(野史)로 분류되어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세기에 들어와 비로소 한국의 고대문화를 더욱 원형에 가깝게, 그리고 총체적으로 담은 사서(史書)로서 제대로 평가받게 됐다.

삼국유사보다 140년 앞선 삼국사기는 유교적 정치사관을 중심으로 한 것인 데 비해 삼국유사는 불교적 정신사관을 강하게 반영한 사서다.

그러나 삼국유사의 불교사관을 유교사관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이나 부정이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삼국유사의 찬술은 ‘유사(遺事)’라는 이름 그대로 사기에서 빠졌거나 자세히 드러내지 못한 것을 보완한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 삼국유사에서 삼국사기를 국사(國史) 또는 본사(本史) 등으로 칭한 것은 정사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

삼국유사는 기존의 역사서에서 간과한 고대의 사회 습속과 신앙, 특히 불교사의 많은 부분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보충해 삼국사기보다 역사 이해의 폭을 크게 확대시켜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지리 문학 언어 미술 고고 민속 사상 종교 등 고대의 역사와 문화의 총체적인 모습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삼국사기가 신이한 설화 형태로 전승되던 많은 고대 사료를 분해해 형식적인 편집체제에 맞추거나 화려한 문장으로 개서해 그 자료의 구체적인 성격이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한 데 비해 삼국유사는 신이한 설화를 원형 그대로 제시해 오늘날 우리들이 고대문화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삼국유사에 보이는 한국의 고대사 체계는 고조선에서부터 삼국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국가와 정치세력을 잡다하게 나열하여 전체적으로 일정한 체계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과 그 시조 단군에 대한 인식이 확실하게 성립됐음을 나타내 준다.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이 생존하던 13세기 고려는 야만시하던 몽골족의 침입을 받아 30여 년간의 치열한 항쟁 끝에 마침내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문과 불교를 문명의 상징으로 자부하던 고려인의 뇌리에 항쟁과 패배의 경험은 강하게 각인되었다.

또 그러한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기준을 찾기 위해 과거의 문화전통을 재인식하려는 사회적 배경이 당시 고려의 역사 인식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삼국유사의 불교사 인식에서도 이 나라가 오래전부터 불교와 인연이 깊은 땅이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몽골보다 문화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불교적인 영험담을 통하여 혼란한 민심에 강렬한 신앙심을 고취하려는 문화 의식을 나타내 주고 있으며 또한 세속적인 명리에 집착하거나 부도덕한 승려를 비판하고 일반 서민과 노비의 신앙 사례 등에 따뜻한 애정의 눈길을 기울이는 모습에서 불교신앙의 중심 과제가 중생의 구제임을 분명하게 나타내 주려는 저자의 사회의식을 읽을 수 있다.


최병헌 서울대 교수·국사학과

(동아일보 05.03.31 - 05.07. 29 기획연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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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100·>고전시가선집-유리왕 등

‘훨훨 나는 꾀꼬리는/암컷 수컷 정다운데/나의 외로움을 생각함이여/누구와 함께 갈거나.’
고구려의 유리왕이 불렀다고 전하는 ‘황조가’이다. 문면에 나타난 현실은 짝을 잃은 화자의 고독한 처지이고, 이상은 꾀꼬리처럼 정다운 부부관계이다. 이 노래에서의 현실과 이상은 화합을 이루지 못하는 영원한 갈등으로 나타난다. 이상적인 삶의 추구가 강렬할수록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는 결손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노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 노래의 앞부분은 자연의 정경을, 뒷부분은 화자 자신의 내면을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이 노래가 들려주는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는 곧 자연과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괴리인 것이다.

‘강강술래’나 ‘쾌지나 칭칭 나네’ 같은 노래도 이러한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다. 전자는 호남지방에서, 후자는 영남지방에서 향유하고 있는 민요이다. 이 둘은 집단예술의 형태로 보존되고 있는 점, 선후창이라는 가창 방식과 상당량의 노랫말까지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공을 초월한 우리 선조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하늘에는 별도 총총/쾌지나 칭칭 나네/강변에는 잔돌도 많다/쾌지나 칭칭 나네/솔밭에는 옹이도 많다/쾌지나 칭칭 나네.’

이 노래에 등장하는 하늘, 별, 강, 돌, 소나무는 자연물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자연이다. 인간의 손에 의해 가공되지 않은 그 순수 자연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야말로 자연은 그 어느 것 하나 풍성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많다’는 표현이 인간사에 결부될 때 그 의미는 180도 달라진다.

예컨대 ‘우리네 살림살이 수심도 많다’와 같은 구절은 풍성한 자연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결핍과 부조화의 현실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천 년에 걸쳐 향유되었던 우리의 옛 노래를 어찌 이와 같은 한 가지 잣대로만 말할 수 있으랴. 꿈속에서도 시를 짓고,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그 시를 잊어버릴세라 종이에 옮겨 적었다는 수많은 문인. 그들이 꿈꾸었던 세계와 그들이 소요했던 정신세계를 어찌 한마디로 재단할 수 있겠는가.

옛 노래의 참맛을 이해하려면 오늘 우리가 소중한 것이라고 꿈꾸고 있는 그 모든 것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라는 사실, 세계인의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새로 제작하는 1만 원권 지폐에 ‘용비어천가’의 제2장을 넣기로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 또한 조선 왕조의 꿈과 이상을 담았던 노래가 오늘 우리의 꿈과 이상을 표현하는 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제안이 아니겠는가.

이 노래는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을 통해 대자연의 섭리를 노래하고 있다. 또 꽃 좋고 열매 많음은 자손의 번성과 풍요를, 바다로 나아감은 세계를 바라보며 우리 민족이 더욱 융성하기를 바라는 것인데 이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바람 아니겠는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움직일 새/꽃 좋고 열매도 많으리니/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그치지 아니할 새/내가 되어 바다로 가느니.’


권두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05.03.31 - 05.07. 29 기획연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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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논의 범위 넓히면 참신한 답안 쓸수 있다

1000장이 넘는 논술 답안지를 채점한 모 사립대 교수는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쓴 답안이어서 내용이 천편일률적이었다”면서 “참신한 답안을 보면 다소 문장이 서툴러도 높은 점수를 주게 되더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독창적인 답안이 높은 점수를 얻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주장해야 독창적인 답안이 되는지를 설명하는 논술 참고서는 거의 없다. 수험생은 ‘남들이 안하는 주장을 하는 것’을 독창적인 답안으로 오해해 엉뚱한 주장을 펴기도 한다.

논리적인 근거가 없는 엉뚱한 답안은 높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독창적인 사고란 기이하거나 극단적인 것은 아니다. 독창성은 기본이 충실할 때 획득된다.

논리적으로 허술한 주장이 난무할 때 홀로 치밀한 논리를 펴면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얻는 것이다.

옛날 한국인의 특성을 나타낸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에서 우리는 세가지 특성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사촌’이라는 말에서 친척을 경쟁대상으로 삼고 있는 폐쇄적 사회성, ‘땅 사면’이라는 말에서는 토지를 경쟁문화물로 삼고 있는 농경문화성, ‘배가 아프다’에서는 비행동성 내향성을 각기 찾아볼 수 있다.(이어령의 ‘신한국인’에서)

이 글이 독창적인 것은 글쓴이의 뛰어난 분석력과 통찰력 덕분이다. 즉 분석력이 뛰어나면 독창적이다.

독창성 획득의 또 다른 요건은 고정관념을 뒤집는 것이다.

백인 교사들이 인디언들에게 현대식 교육을 시키며 말했다.
“시험을 볼 때 남에게 묻거나 남의 답안지를 보는 것은 비도덕적이다.”
그에 대한 인디언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의논해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옳다고 배웠다. 시험이야말로 어려운 일의 대표적인 경우다. 함께 의논해서 최선의 답을 찾으려는 시도를 금지하는 교사의 명령은 부도덕이다.”(윤구병의 ‘똑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더 좋아’에서 요약)
인디언들의 주장처럼 발상의 전환을 통한 주장은 독창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수험생들에게 분석력을 키우라거나 발상 전환 훈련을 하라고 권하기는 어렵다. 수험생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독창성 획득법 중 하나는 ‘논의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예컨대 ‘교복 착용의 찬반’을 묻는 문제가 있다고 하자. 찬성 논거로는 흔히 △동질성 확보 △사치풍조 방지 등을, 반대 논거로는 △개성 신장을 든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참신한 답안 가운데 이렇게 시작하는 답안이 있었다.

“세계 군복(軍服)콘테스트가 있다고 한다.”

이 답안은 ‘교복’에 대한 논의를 하기 전에 교복을 포함하는 더 큰 범주―제복(制服)―에 대해 논함으로써 독창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옷’에 대한 논의(옷이 사고(思考)에 미치는 영향 등)로 시작해 ‘옷→제복→교복’ 순으로 전개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동강댐 건설’에 대한 찬반을 물으면 반대 논거로 △자연보호가, 찬성 논거로 △홍수 방지 △용수 공급 △전력 생산 등이 흔히 거론된다. 독창적인 주장을 하고 싶어도 더 이상 들 수 있는 논거가 없다. 이 경우 ‘자연’ ‘환경’ 등 더 큰 범주에서 출발해 동강댐에 대한 논의로 연결하면 좋다.

‘체벌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는 ‘올바른 법 제정과 집행’으로 논의를 시작하면 어떨까? 마찬가지로 ‘영어공용화’문제는 ‘언어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부터 논의하면 좋을 것이다.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   시사디지탈스토리 9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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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논의 범위 넓히면 참신한 답안 쓸수 있다

1000장이 넘는 논술 답안지를 채점한 모 사립대 교수는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쓴 답안이어서 내용이 천편일률적이었다”면서 “참신한 답안을 보면 다소 문장이 서툴러도 높은 점수를 주게 되더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독창적인 답안이 높은 점수를 얻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주장해야 독창적인 답안이 되는지를 설명하는 논술 참고서는 거의 없다. 수험생은 ‘남들이 안하는 주장을 하는 것’을 독창적인 답안으로 오해해 엉뚱한 주장을 펴기도 한다.

논리적인 근거가 없는 엉뚱한 답안은 높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독창적인 사고란 기이하거나 극단적인 것은 아니다. 독창성은 기본이 충실할 때 획득된다.

논리적으로 허술한 주장이 난무할 때 홀로 치밀한 논리를 펴면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얻는 것이다.

옛날 한국인의 특성을 나타낸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에서 우리는 세가지 특성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사촌’이라는 말에서 친척을 경쟁대상으로 삼고 있는 폐쇄적 사회성, ‘땅 사면’이라는 말에서는 토지를 경쟁문화물로 삼고 있는 농경문화성, ‘배가 아프다’에서는 비행동성 내향성을 각기 찾아볼 수 있다.(이어령의 ‘신한국인’에서)

이 글이 독창적인 것은 글쓴이의 뛰어난 분석력과 통찰력 덕분이다. 즉 분석력이 뛰어나면 독창적이다.

독창성 획득의 또 다른 요건은 고정관념을 뒤집는 것이다.

백인 교사들이 인디언들에게 현대식 교육을 시키며 말했다.
“시험을 볼 때 남에게 묻거나 남의 답안지를 보는 것은 비도덕적이다.”
그에 대한 인디언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의논해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옳다고 배웠다. 시험이야말로 어려운 일의 대표적인 경우다. 함께 의논해서 최선의 답을 찾으려는 시도를 금지하는 교사의 명령은 부도덕이다.”(윤구병의 ‘똑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더 좋아’에서 요약)
인디언들의 주장처럼 발상의 전환을 통한 주장은 독창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수험생들에게 분석력을 키우라거나 발상 전환 훈련을 하라고 권하기는 어렵다. 수험생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독창성 획득법 중 하나는 ‘논의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예컨대 ‘교복 착용의 찬반’을 묻는 문제가 있다고 하자. 찬성 논거로는 흔히 △동질성 확보 △사치풍조 방지 등을, 반대 논거로는 △개성 신장을 든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참신한 답안 가운데 이렇게 시작하는 답안이 있었다.

“세계 군복(軍服)콘테스트가 있다고 한다.”

이 답안은 ‘교복’에 대한 논의를 하기 전에 교복을 포함하는 더 큰 범주―제복(制服)―에 대해 논함으로써 독창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옷’에 대한 논의(옷이 사고(思考)에 미치는 영향 등)로 시작해 ‘옷→제복→교복’ 순으로 전개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동강댐 건설’에 대한 찬반을 물으면 반대 논거로 △자연보호가, 찬성 논거로 △홍수 방지 △용수 공급 △전력 생산 등이 흔히 거론된다. 독창적인 주장을 하고 싶어도 더 이상 들 수 있는 논거가 없다. 이 경우 ‘자연’ ‘환경’ 등 더 큰 범주에서 출발해 동강댐에 대한 논의로 연결하면 좋다.

‘체벌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는 ‘올바른 법 제정과 집행’으로 논의를 시작하면 어떨까? 마찬가지로 ‘영어공용화’문제는 ‘언어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부터 논의하면 좋을 것이다.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   시사디지탈스토리 9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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