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네킹 >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57>물질문명과 자본주의-페르낭 브로델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는 현대 역사학의 고전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근대 세계의 내부 구조와 그 역사적 기원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은 한번 진지하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사전 준비 없이 쉽게 접근할 만한 책은 분명 아니다. 이 책을 처음 읽노라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역사 사실과 아리송한 개념 때문에 혼란에 빠지기 십상이다.

사실 그 모든 것은 아무렇게나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이 세계를 그 나름대로 해석하려는 저자의 독특한 사관에 따라 교묘하게 배치된 것이다. 이런 점을 잘 모른 채 무작정 이 책을 읽는 것은 약간 무모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세계를 읽어내는 저자의 거대한 틀을 좇아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지적인 체계를 세워보는 데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로델이 제시한 가장 흥미로운 개념은 제1권에서 소개하는 ‘장기지속’이다. 이것은 다른 역사학자와 브로델을 구분 짓는 가장 독특한 개념이다. 대부분의 역사학자는 인간의 삶과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밝히려고 한다.

그러나 브로델이 볼 때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대부분 아주 오랜 시간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일상생활에서 변함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사람들의 기본적인 삶이 전개되는 방식과 한계를 규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브로델이 이처럼 구조의 불변성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노력의 성과를 장기적으로 ‘보존’한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브로델이 그리는 세계가 완전한 무변화의 시공간은 아니다. 변화를 모르는 관성의 세계만이 아니라 그 위에서 활기차게 움직이는 ‘경제’와 ‘자본주의’를 함께 이해해야 그의 사관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상층의 층위를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제2권이고, 다시 여기에 시간의 요소를 집어넣어, 우리에게 익숙한 대로 세계경제가 어떻게 구조적 변화를 해 왔는가를 그린 것이 제3권이다.

브로델의 거대한 체계를 간략하게 요약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가 그려낸 구조는 뼈만 앙상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길어온 여러 이야기들로 흥미진진하게 짜여 있다.

브로델이 이야기하듯 우리의 삶은 여러 층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도 살고 장기적으로도 사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세대만이 경험하는 독특한 사건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되어 온 문명의 성과를 그대로 반복하며 살아가는 측면도 있다. 이것들을 함께 이해하려는 브로델의 구조는 그토록 거대하고 복잡한, 그리고 여러 차원에 걸친 서술들로 짜일 수밖에 없다.

유장한 긴 호흡과 급격하게 변화하는 짧은 호흡이 함께 존재하고, 또 그런 층위들이 서로 교차하는 것이 인간의 역사이다. 이런 여러 차원을 염두에 두고 인간과 사회를 거시적으로, 총체성 속에서 이해해 보자는 것이 그의 중요한 메시지이다.


주경철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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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58>객관성의 칼날-찰스 C 길리스피

갈릴레이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서양 과학의 흐름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과학적 사상의 역사에 관한 에세이’라는 부제를 지니고 있다. ‘칼날’이라고 번역된 ‘에지(edge)’라는 단어는 칼날의 의미 외에 ‘경계’ ‘가장자리’라는 뜻도 지니는데 저자는 아마도 이 모든 의미를 함께 염두에 두었을 수도 있다. 갈릴레이에서 근대과학이 태동한 이래 서양 과학의 발전 과정 전체를 ‘객관성’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연세계가 설명, 이해되고 그 경계가 규정되어 가는 과정으로 본 것이다.

갈릴레이의 천문학과 역학에 대한 논의로 시작한 책은 하비의 피 순환이론, 베이컨과 실험과학, 데카르트와 기계적 철학, 뉴턴에 의한 종합, 계몽사조와 과학, 라부아지에의 연소이론과 근대화학, 자연사, 진화이론, 열역학, 전자기학, 상대성이론을 다루면서 이어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과학자, 사상가가 등장하고 수많은 과학 텍스트가 분석된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서양 과학의 역사상 수많은 과학자와 그들 저서의 내용 및 핵심 구절을 직접 대할 수 있다.

이 책은 학부 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서는 놀랍게도 아주 높은 수준에서 깊이 있는 해석을 제공하고 있다. 갈릴레이의 낙하법칙이 얻어지는 과정을 갈릴레이가 남긴 텍스트를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첫 부분에서부터, 저자는 직접 텍스트의 분석을 바탕으로 갈릴레이의 사고과정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그 같은 과정이 천재적 영리함과 성공만이 아니라 오해와 좌절, 실패가 포함되는 긴 우회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결국은 운동에 대한 이해가 갈릴레이 같은 사람이 빼어든 ‘객관성의 칼날’을 통해 근대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지만 그것이 객관성이 승리하는 단순하고 논리적인 ‘당연한 과정’이 아니라 갈릴레이 개인의 상황이나 당시 과학자와 그들이 살던 사회의 여러 여건이 결합되어 진행된 복잡한 과정이었음을 보인 것이다.

그 이후의 장에서도 근대과학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했던 변화가 진행된 실제 과정이 어떠했는가에 대한 길리스피의 논의가 이어진다. 당연히 직접 그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과학자가 남긴 텍스트가 분석되는데 그들이 단순히 책이나 사람의 이름으로 거론되는 것이 아니라 서양 근대과학의 핵심적 이론이나 변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에 그 주역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당시의 사회적, 사상적 배경이 설명된다. 서양 근대과학의 역사상 중요한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던 것일까에 대한, 그리고 그 과정에 참여했던 과학자가 어떤 개인적, 사회적 상황 속에서 어떤 생각을 했던 것일까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사색이 개진되고, 독자는 저자와 함께 그 같은 사색을 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딱딱한 과학 텍스트에 담긴 과학자의 생각의 흐름과 그것이 당시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지니는 의미를 저자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로 조망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근대과학 역사상의 중요한 변화가 그 어느 하나도 단순한 요인에 의해 한 가지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해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영식 서울대 교수·동양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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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59> 당시선-이백(李白) 외

중국을 흔히 ‘시의 나라’라고 한다. 중국은 오랜 역사를 통해 방대하고 다양한 문화를 이루었는데, 그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것이 시라는 뜻이다. 현전하는 중국의 문헌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시경(詩經)’이다.

중국 문화의 남상(濫觴·모든 사물의 시발점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2500∼3000여 년 전 시가 수록되어 있으니, 중국의 역사는 시로써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또한 시를 짓는 능력이 관리 선발의 기준이었던 당대(唐代) 이후 청대(淸代)까지 거의 모든 지식인이 시를 창작했다는 점에서도 중국은 시의 나라라고 불릴 만하다.

수천 년 중국 시사(詩史)에 있어서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가 받는 것이 당대에 창작된 시, 즉 당시(唐詩)다. 이백(李白), 두보(杜甫), 왕유(王維), 백거이(白居易) 등 여러 대가가 수많은 시를 지었는데, 이 중 명편들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중국의 시가 중국 문화의 정화(精華·뛰어난 부분)이고, 당시가 중국 시를 대표하기 때문에 중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당연히 당시를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전하는 당시는 그 양이 너무 많다.

청대에 편찬된 ‘전당시(全唐詩)’만 보더라도 시인의 수가 2000명이 넘고 수록된 시가 거의 5만 수가 되니 일반인이 이를 모두 통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따라서 예로부터 여러 사람이 명편을 골라서 편찬하는 작업을 해 그중 대표성을 갖는 선집(選集)이 널리 보급됐다.

당시에는 여러 시인의 갖가지 정감이 표출되어 있다. 몇 편을 예로 들어 보자. 이백이 봄날 달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며 지은 시 ‘달 아래 혼자 술을 마시며’(月下獨酌)에는 절대 자유를 추구하다가 이루지 못한 천재의 고독감이 진하게 배어 있다. 두보가 전란의 참상을 보고 지은 시 ‘석호의 관리(石壕吏)’에는 위정자의 잘못으로 고통 받는 인민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지식인의 분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왕유가 대나무 숲에서 유유히 혼자 놀다가 밝게 비치는 달빛을 보고 지은 시 ‘죽리관(竹里館)’에는 담담한 마음으로 세계를 관조하려는 지향이 응축된 필치로 표현되어 있다

이 밖에도 인간의 다양한 서정과 사상이 녹아 있어서, 이런저런 시를 읽다 보면 절로 한시의 세계 속에 빠져들게 된다. 따라서 당시의 명편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선인이 삶 속에서 추구한 풍류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새삼 음미하게 해준다. 또한 기계문명과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정신세계의 가치를 잊고 사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당시의 선집은 당대 이후 100종 이상이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늘날에도 선정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종류의 선집이 나와 있으니, 당시를 읽으려는 독자들은 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할 것이다.

서울대출판부에서 출간한 ‘당시선(唐詩選)’은 당대의 대표적 시인 50명의 작품 약 270수를 시기순으로 수록했다. 선정한 작품에 대한 번역과 주해(註解)를 달고 해설을 곁들여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이영주 서울대 교수·중어중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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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60>무정-이광수

이광수의 장편소설 ‘무정(無情)’은 1917년 매일신보에 연재된 후 단행본으로 간행됐다. 이 소설은 식민지시대에 신소설이 빠져들었던 통속화 경향을 극복하고 근대소설의 서사적 속성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학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설 무정의 시대는 무엇보다도 개인에 대한 발견과 자아에 대한 각성이 요청된 시기이다. 민족적 자기인식과 그 주체적 확립이 가능하지 않은 식민지 상태에 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문학이 자아에 대한 각성을 주장했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여기에는 개인의 자각과 각성에서 출발할 때에 민족 전체의 주체적인 자기 확립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가 전제되어 있다.

소설 무정에서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개인적 운명의 양상이다. 이것은 작품에 등장하는 이형식과 박영채라는 두 인물의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이형식은 경성학교 영어 교사로서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극복해 나아가는 선각자적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고아의 신분이었지만 자신의 처지에 굴하지 않고 신교육을 통해 문명개화의 길을 열어간다. 박영채는 가계의 몰락과 함께 기생 신분으로 전락하지만, 이형식을 다시 만나기를 오랫동안 기다린다. 그러나 이형식이 이미 다른 여성과 혼약의 단계에 이른 데다 자신의 순결마저 잃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고자 한다. 이 작품의 후반부에서 박영채가 자살을 포기하게 된 것은 평양으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동경 유학생 김병욱 때문이다. 박영채는 김병욱의 충고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깨닫고,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알아차린 후 일본 유학을 결심한다. 이 소설에서 서사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박영채의 변모과정은 가족의 붕괴와 신분적 몰락이라는 개화 공간의 사회적 격변과 맞물려 있다. 그녀는 사회적 변화와 가치의 혼란 속에서 빚어지는 개인의 운명적인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 구시대의 질서가 붕괴되는 과정 속에서 운명적으로 강요된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게 된다. 그러나 문명개화의 이상을 따라 새로운 교육의 길을 택함으로써 재생의 가능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소설 무정에서 볼 수 있는 자아의 각성과 개인의 발견은 현실에 근거하고 있는 개인의 존재와 그 인식을 중시하는 근대소설의 요건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근대소설은 사회에 대한 개인의 관계를 개인의 운명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보여준다. 근대소설은 경험적인 세계 속에서 개인의 삶의 양상을 총체적으로 포착해 내는 것이므로, 자아에 대한 인식의 확대를 통해 개인의 삶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단계에서 성립된다. 개인의 행동과 그 행동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조건이 서로 관련되어 있는 모습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때에 진정한 근대소설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소설 무정에서 그려내고 있는 개인의 자기 발견 과정이 반성적인 자기 각성의 단계에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정이 개인과 사회를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데에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권영민 서울대 교수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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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수험생들의 논술 실력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정답은 ‘비슷비슷하다’이다. 대다수의 수험생이 점수가 논술의 10배 이상 되는 수능시험에 몰두하느라 논술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은 한 달 동안의 노력이 논술 실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다. 논술 총점이 16점밖에 되지 않는 서울대 자연계 입시 결과 수능 성적이 합격선보다 무려 10여점이나 낮은 학생이 합격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5∼6점 정도는 한 달 동안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얻고 잃을 수 있다.

논술의 핵심은 독해력을 바탕으로 한 논리력이다. 이 모든 것이 문장으로 표현된다. 논리력이나 문장력은 따로따로 느는 것이 아니라 쓰는 과정에서 차츰차츰 향상되므로 많이 써보는 것이 최선의 공부 방법이다.

명심할 것은 논술문을 쓴 후 반드시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혼자서 쓰는 것도 도움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른 채 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언받을 대상은 현실적으로 국어선생님이 가장 이상적이다.

“적어도 20편 이상을 써 보아야 하며 쓴 다음 국어 선생님께 가져가서 조언을 부탁하라.” 이것이 논술실력 향상의 제1공식이다.

논술시험이 ‘고전에서 출제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학생이 많다. 논술시험은 ‘고전을 바탕으로 출제’되는 것이며 더 정확히는 ‘고전의 일부분’이 제시문으로 나온다. 고전의 내용을 암기하려는 시도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전에 대한 지식을 측정하려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고전의 일부분이 제시문으로 나왔을 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는 능력, 즉 ‘독해력’이다. 두꺼운 고전을 읽는 것도 좋지만 여러 고전의 일부분을 발췌해서 묶어놓은 책을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서점에 이러한 책이 많다.

글쓰는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명문장을 읽는 것이 좋다. 좋은 음악을 많이 들으면 음감(音感)이 나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문열씨의 ‘삼국지’가 도움이 되었다는 서울대 합격생의 이야기가 보도된 적이 있다. ‘삼국지’의 내용보다 작가의 훌륭한 문장이 좋은 문장에 대한 감을 형성했다고 보인다.

소설가들의 글 외에도 이어령 김홍준 유시민 김찬호 진중권씨 등의 책은 수험생에게 좋은 감을 형성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수험생들의 화두(話頭)는 ‘논술’이다. 특정 대학 학과 지원자들의 수능과 내신 성적은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논술 성적이 당락을 좌우한다. 그러나 남은 한 달 동안 논술 실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는 없다.

축구해설가 하일성씨는 “큰 시합에서는 작은 실책 하나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논술 시험에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 여러분의 논술 실력을 조금씩 향상시키면서 ‘실책’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수험생 여러분께 다음 한 마디를 우선 전하고 싶다.

“내 다리가 움직인 만큼 내 몸은 앞으로 나아간다.”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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