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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소망상자 바보바보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와 다른 길을 가고 있고,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사람들을 혹자는 기인으로 또는 바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이 세상에서 숨을 쉬고 있고, 느끼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우리가 가진 我相에 갇혀 자신을 비판하기 앞서 그들을 조소하고 시기함에 익숙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첫 느낌이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평범치 않는 인생과 굴곡속에서 그만의 독특한 세상보기와 도인같은 풍모로 우리에게 우리안에 숨겨놓은 채 잊어버리고 만 우리의 진실한 자아 찾기에 도움을 주고자 이 글을 쓴 것 같다.
우리는 세상의 온갖 미물에 다양한 과학적 실험과 접근으로 신의 세계로 치부되어진 비밀을 알게 되었지만, 그 앎이 인격적인 개인 수양과 동떨어진 채 살다보니 깨닫음도 제 때에 하지 못한 채 자신을 잃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되묻고 있는 이 책은 우리와 친숙한 사물들에 대한 보기에서 시작하여 자신을 보는 관점으로 이동하면서 문득 던져진 질문과 자문들이 한 마디의 말속에 답을 찾는 듯 싶다. 이 답 또한 이성적 그늘과 자만, 허영에 노출되어진 인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국 소귀에 경읽기에 불과함을 작자는 말해주고 있다.
풍요로움속에 버려진 우리의 진실한 모습들이 물질적 욕망과 이기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진실로 느끼고 보여지는 일은 요원한 일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글을 저자만큼이나 아름답고 남을 생각하는 영혼을 간직한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우리 또한 우리의 부끄러움 느끼고 진정 움직이고 행할 수 있다면 아주 조금씩이라도 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 이외수가 그려내는 세상 보기속에는 때론 온갖 욕설과 비방을 일삼은 네티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 자신의 치부조차 부끄러워 하지 않는 허풍쟁이 정치인들에 대한 조소의 목소리도 있지만, 거리에 지나치다 흘려 들어버린 말 한마디에 머리가 쭈뼛히 서는 충격과 깨닫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가 보여주는 재밌는 그림과 글의 묘미에 빠져봄도 괜찮을 정도로 읽기에 편하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