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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포대기
공선옥 지음 / 삼신각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액자 속의 그림은 그 풍경안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상처까지를 말해 주진 못한다"(P179)
그렇다. 이 소설을 보면서 나와 가족들 그리고 나와 관계된 모든 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상처를 하나 이상은 짊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것이 주는 고통은 세상 누구도 겪을 수 없는 나만의 상처로 인식하고 자위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여기서 나오는 인물 하나하나 남들에게 보이는 외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진실한 그 자체로 본다면 그들은 모두 마음속에 말하지, 전하지 못한 상처들을 가졌고, 그것에 힘들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자신의 시어머니(복녀)의 눈치때문에 자기가 낳은 아이(태준, 인혜, 수혜)보다는 전처 아이들(태건, 명혜)에게 신경을 더 써야했던 어머니(박영매), 그렇게 힘들게 애들을 키워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내에게 살가운 따뜻한 말 한마디 조차 해주지 못하는 권위적인 아버지(황희조),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반항과 어긋난 행동으로 일관했던 아들 태준과 애써 그 자리를 피해 홀로 외롭게 커간 인혜, 그런 복잡한 가족사에 희생되어버린 순수한 영혼 수혜까지 그들은 이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살았는지 모른다.
그러던 것이 어머니의 병환과 치매 걸린 친할머니의 간호를 위해 신평으로 내려오라는 아버지의 강압(?)에 못이겨 시골집에 정착하면서 가족사이에 쌓이고, 멍울졌던 상처들이 터지고 아무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끔 되새기고 있다. 특히, 자신과 결혼할 것이라 믿었던 윤호로부터 버림을 받고 끝내 자신의 애까지 지웠던 인혜가 자신의 여동생인 수혜가 환영받지 못한 아이를 임신했을 때 지우기 위해 저질렀던 행동들은 돌이켜보면 우리가 그들에게 시킨 일이라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뒷맛이 씁쓸했다. 끝내는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하나의 카타르시스처럼 그 상처들이 다시 봉해지는 과정속에서 가족간의 사랑은 재의미를 갖게 된다.
'붉은 포대기'가 상징하는 과거의 상처와 증오등을 벗어던지고 어머니인 박영매가 순수 만든 옷으로 수혜가 낳은 아이에게 입힌 하얀 포대기속에 사랑과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작가는 부여해 준 것 같다. 작가 공선옥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내가 살아온 인생도 이렇게까지 질릴 정도로 현실감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녀가 표현한 인물들의 행동이나 말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 내 머리속에 각인되어 잊혀지지 않는 흔적들은 나를 일깨우고 있다. 읽는 내내 때론 분노하고, 공감하고, 울고 싶을 정도로 마음속에 응어리를 토해내게 하는 작가의 표현력에 박수를 보낸다. 많은 분들이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정말 훌륭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