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간호사 - 가벼운 마음도, 대단한 사명감도 아니지만
간호사 요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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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쩌다 간호사

글&그림: 간호사 요

펴낸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가벼운 마음도, 대단한 사명감도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간호사가 됐다는 주인공의 살벌할 만큼 솔직한 그림일기, 『어쩌다 간호사』! 대형 병원 5년 차 간호사인 작가는 자신이 겪은 수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운 근무 환경을 버텨낸 이야기가 신입 간호사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며 이 그림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참 예쁘고 고운 마음! 한데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간호사들이 이렇게 힘든 상황을 견디고 있을 줄이야. 아픈 환자도 괴롭지만, 환자에게 실수 없이 정확하게 처치해야 하는 간호사들 역시 괴롭고 힘들다. 이 책 『어쩌다 간호사』는 우리가 그동안 궁금했던 혹은 전혀 몰랐던 간호사들의 24시간을 간략하면서도 세세하게 보여준다.사원증과 통증자,

 

 

 

 네임펜과 가위, 볼펜과 만능 면 테이프를 챙기고 가장 중요한 멘탈까지 챙기면 오늘의 출근 준비 끝! 병실을 돌며 환자를 살피는 라운딩을 하다 보면 별의별 환자들이 다 있다. 우리 제발 이러지 좀 말자. '아가씨, 저기요, 이봐' 등등 간호사들은 아무렇게나 불러도 되는 분들이 아니다. 간호사들끼리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한데, 견디기 힘들다는 '태움' 일명 선배의 후배 갈굼은 실로 살벌하다. 군대인가? 하긴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차원에서 그러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보는 내가 안타까울 정도. (제발 인신공격은 하지 말아주세요) 어리바리한 신입의 실수와 끝없는 업무량으로 인한 스트레스, 환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 등등 간호사들이 버텨내야 하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는 상당하다. 하지만 건강을 회복한 환자의 고맙다는 따스한 한 마디에 또 힘을 내는 간호사들! 멋진 그대들,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간호사도 전문직이기 이전에 똑같은 인간임을 실감한다. 그들도 감정이 있고 각자 사정이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 그 점을 잊지 말고 서로 존중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과중한 업무에 지친 간호사도 아픈 환자도 작은 위안과 따스한 위로를 느낄 수 있을 텐데. 잘 몰랐던 간호사란 직업에 관해 이것저것 배워가며 나름 재밌게 읽은 『어쩌다 간호사』. 남 고생하는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다고 하려니 뭔가 미안하지만... 이 책 참 재밌다. 책을 덮으며 스스로 한 약속. 병원에 가면 간호사님께 잊지 말고 꼭 고맙다고 얘기할 것. 정말 감사한 분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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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박현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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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칭 포 허니맨, 양봉남을 찾아서

지은이: 박현주

펴낸 곳: 위즈덤하우스


 

 

 

읽던 책을 거실에 두고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표지가 접혀있었다. 지울 수 없는 흉터처럼 깊게 남아버린 자국. 심증상 범인이 누구인지 확실하지만 이걸로 꼬마를 혼낼 수는 없을 터. 결국 책을 책장에 꽂아두지 않은 내 잘못이다. 표지가 귀엽다고 좋아했던 『서칭 포 허니맨』은 결국 흉터가 깊이 팬 못난이가 되어버렸지만, 내용만큼은 상큼, 심쿵, 살벌하여 다양한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일단 이 책은 작가의 이력부터 특별하고 화려하다. 소설가이자 전문 번역가이며 에세이스트, 의욕 넘치는 서평가로 활동 중이라는 박현주 작가. 그래, 때론 신은 이렇게 불공평할 때가 있다. 번역하는 능력에 글솜씨와 지성까지 넘치다니 슬그머니 질투심마저 느껴지더라는... 부럽습니다!

 

 

 

 『서칭 포 허니맨, 양봉남을 찾아서』는 주인공인 세 여자를 중심으로 제주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담의 생일을 맞아 차경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로미는 3년 전 운명인 듯 우연처럼 스쳐지나간 한 남자와의 추억을 털어놓는다. 제주를 방문했던 일러스트레이터 로미의 팬이라며 전시장까지 찾아왔던 양봉남. 이틀간의 즐거운 만남 끝에 그린 라이트임을 확신한 로미는 관계가 더 발전하길 기대했지만, 남자와 연락이 닿지 않고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로미의 알쏭달쏭한 썸남 이야기를 들은 후, 차경과 하담은 로미의 양봉남을 찾아보자고 의기투합하고 그렇게 세 여자는 제주로 가기로 한다. 겉보기엔 로미의 과거 썸남을 찾기 위한 여행처럼 보이지만, 다큐멘터리 제작과 신규 프로젝트라는 각자의 목적을 지닌 채 여정에 오른 하남과 차경은 뜻밖의 의미 있는 만남을 거듭하며 가슴 설레는 찌릿찌릿한 시그널을 맛본다. 생각지 못했던 로미의 스토커란 존재와 세 여자가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양봉남을 찾는 좌충우돌 강행군에서 소소한 재미와 건빵에 별사탕처럼 알알이 박힌 가슴 서늘한 스릴러를 만끽할 수 있는 소설. 너무 자세히 쓰면 스포가 되어버리니 조심조심.

 

 

 

 

 

 

 

 

 

 귀여운 꿀벌 일러스트와 함께 시작한 각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심장은 두근두근, 기대감은 몽글몽글! 문득 대학생 때 즐겨봤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가 떠올랐다. 드라마 속 캐리, 사만다, 미란다와 샤롯은 각자 이성에 관한 고민을 상담하며 이게 그린 라이트인지 하트 시그널인지 늘 고민한다. 전기 충격을 받은 듯 마음이 찌르르하며 그에게 반했지만, 정작 그는 내게 그다지 관심 없는 슬픈 경험도 하고 때론 마음에도 없는 '양봉남'같은 존재가 집요하게 괴롭히는 끔찍한 상황도 겪으며 좌충우돌 사랑을 찾아갔던 그녀들. 『서칭 포 허니맨』은 결국 나와 또 다른 나, 당신과 또 다른 당신을 찾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혼자라도 좋지만 둘이면 더 좋을 수도, 둘이라 든든하지만 혼자라 더 속 편할 수도 있는 우리의 인생. 오싹하고 아찔하다가도 한없이 달콤하고 설레는 본격 미스터리 로맨스를 느끼고 싶은 분들께 이 책 『서칭 포 허니맨』을 추천합니다. 제법 두껍지만 가독성은 굿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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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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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통경찰의 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옮긴이: 양윤옥

펴낸 곳: 하빌리스


 2019년 11월 말에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 『교통경찰의 밤』. 한데 띠지 문구를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 초기 미스터리 명작'이라고 되어 있다. 어디 보자... 맙소사. 이 소설 정말 오래된 소설이다. 거의 묵은지 수준? (이 작품은 2010년에 국내에 출간됐다가 절판된 바 있다)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했던 게이고가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여에 걸쳐 문예지 《주간 소설》에 실었던 작품을 1992년에 한 권으로 묶어 출간한 것이라고.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천사의 귀>, <중앙분리대>, <위험한 초보운전>, <건너가세요>, <버리지 말아 줘>, <거울 속에서>. 이렇게 총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30년이라는 세월의 격차가 무색할 만큼 정교하고 세련됐다. 하나씩 아껴 읽으려고 했지만, '한 개만 더, 한 개만 더'라고 외치다가 이내 마지막 이야기에 도달할 만큼 게이고가 전하는 6개의 단편은 흥미진진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오빠를 위해, 사고 당시 동승했던 시각장애인 여동생이 놀랄만한 청각과 기억력으로 오빠의 무죄를 밝히는 <천사의 귀>, 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복된 트럭 사고로 목숨을 잃은 남편의 억울함을 풀고자 고군분투하는 아내의 이야기 <중앙분리대>, 한 남자의 난폭운전으로 사고를 당한 초보운전자가 통쾌한 복수를 하는 <위험한 초보운전>, 아무 생각 없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노상 주차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오싹한 깨달음을 주는 <건너가세요>,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되어 있다는 '인과응보'와 '사필귀정'의 예를 제대로 보여주는 <버리지 말아 줘>, 미심쩍은 교통사고의 진실을 밝히고 인정을 베푼 경찰이 등장하는 <거울 속에서>. 짧은 단편이지만 모든 이야기에 생각지 못한 반전이 숨어 있어 전혀 단편 같지 않다. 고작 50여 페이지에 완벽한 기승전결과 반전까지 갖춘 소설을 꽉꽉 채워 넣다니. 띠지에 실린 '치밀한 트릭과 신박한 반전'이란 문구는 정말 인정! 역시 게이고다!

 

 

 

 

 

 

 

 

이 책 『교통경찰의 밤』을 통해 또 하나 알게 된 사실. 한 해에 워낙 여러 작품이 출간되어 게이고는 닥치는 대로 쓰는 작가라고 오해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1985년 데뷔 후, 30년이 넘은 지금까지 해마다 2, 3권씩 일정한 페이스로 소설을 써왔다고. 간혹 1년에 4, 5권을 낸 적도 있었지만 작품 활동을 쉰 안식년도 있었다고 한다. 2019년 현재까지 총 87권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앞으로도 같은 페이스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는데, 정말 생각할수록 대단한 작가다. 『용의자 X의 헌신』이 전한 짜릿한 전율이 그리워 계속 책을 집어들었다가 어느 순간 게이고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닌가 싶어 한동안 읽지 않았는데 초기작인 『교통경찰의 밤』 덕분에 게이고에 대한 팬심이 다시 폭발! 게이고의 귀한 초창기 작품을 만나고 싶은 분들께 사심 담아 추천하고 싶은 책! 6개의 짧은 단편, 하나하나 참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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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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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끝없는 살인

지은이: 니시자와 야스히코

옮긴이: 주자덕

펴낸 곳: 아프로스미디어


 

 

 

 

 

 

조용한 골목에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울려 퍼진다. 무방비 상태로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하는 길.

현관문을 여는 순간까지도 여자는 몰랐다. 바로 뒤에 살인마가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놀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그녀에게 날아든 묵직한 덤벨. 쿵...

살인마는 비닐 끈으로 여자의 목을 조른다. 결국... 이렇게 죽는 걸까?

허우적거리던 여자의 손가락에 살인마의 청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수첩이 떨어지고

여자는 순간 정신이 팔린 살인마와 몸싸움을 벌이다 덤벨로 놈의 머리를 가격한다.

마지막 힘을 짜내 살려달라는 신고 전화를 거는 여자의 눈앞에서 살인마는 꿈틀꿈틀.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죽을 순 없는데... 제발...' 하지만 그대로 정신을 잃은 여자.

그녀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짧은 북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마음을 뺏긴 스릴러 소설, 『끝없는 살인』.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1997년 11월 6일에 발생한 이 살인미수 사건에서 고즈에라는 여성은 살아남았다. 현장에 남아 있던 수첩을 근거로 범인까지 금세 밝혀진 상황.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범인은 연기처럼 사라졌고 경찰은 몇 년이 지나도록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채 수사는 시들해진다. 목숨을 건진 고즈에는 소름 끼치는 그 순간의 악몽도 두렵지만, 무엇보다 왜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범인의 범행 동기를 알지 못해 더 괴롭고 답답하다. 2001년 12월 31일, 사건 발생 후 4년이 흘렀지만 아직 의문을 풀지 못한 고즈에는 담당 형사 나루토모의 도움으로 미스터리 소설가와 전직 경찰, 범죄 심리학자 등이 모인 '연미회' 멤버와 사건을 추리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나루토모를 제외한 5명이 주어진 사건 파일을 토대로 범인의 동기와 범행 과정을 파헤치는데, 각자 나름의 조사를 통해 경찰이 알아내지 못했던 사실을 하나둘 제시하며 흥미로운 추리와 다양한 가설을 제시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증거는 범인의 수첩. 고즈에를 비롯하여 이미 살해한 3명의 신상명세가 적힌 이 수첩에서 모든 추리가 시작된다. 놈은 연쇄살인마!

 

 

 

 

 

 

 

 

 한 사건을 두고 권위 있는 다섯 명의 전문가가 벌이는 추리 게임. 허를 찌르는 전개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의 제기로 쉴 새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건에 빠져든다. 고즈에가 과연 원하던 진실을 얻을 수 있을까도 관건이지만, 훈남인 듯한 나루토모 형사와의 썸도 기대하게 되는 상황. 게다가 이미 끝난 사건을 역으로 추리하는 이야기가 이토록 재밌을 줄이야! 하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헉'하고 숨을 들이켜게 하는 반전 끝에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또 다른 반전이 잇따른다. 그리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또 한 번의 반전. 이 작가 미친 사람인가? 독자를 쥐락펴락하다 못해 롤러코스터에 태워 붕 띄운 후 구불구불한 난코스에서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툭 떨어트린다. 소설 막바지에 이르러 하나씩 마주하게 되는 진실에 어느새 팔에는 오톨도톨 소름이... 세상에. 뭐 이런 소설이 다 있담? 정말 대단한 스릴러! 『끝없는 살인』을 읽고 반한 나머지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다른 책을 당장 검색해보고는 마침 4권의 책이 재정가 도서라 가격마저 착해 장바구니에 쏙 담아두었다. 그나저나 아프로스 미디어란 이 출판사 꽤 흥미롭다. 재작년에 읽은 『기억 파단자』도 참 특이하고 재밌었는데 『끝없는 살인』으로 호감 굳히기 성공! 주목해서 지켜볼 출판사임이 확실함. 아프로스 미디어, 멋진 책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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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비원의 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정지돈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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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 야간 경비원의 일기

지은이: 정지돈

펴낸 곳: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1권부터 차근차근 읽고 있던 핀 시리즈 소설선. 8권 『나의 사랑, 매기』까지 읽고는 최신간 20권 『야간 경비원의 일기』로 고공 점프! 곧 다시 9권으로 돌아가겠지만, 잠시나마 출간 속도에 맞춰 읽었다는 사실에 뭔가 뿌듯했다. <젊은작가상>과 <문지문학상>을 거머쥐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정지돈 작가. 이름이 낯설지 않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가정신 출판사의 『멜랑콜리 해피엔딩』에서 만났던 적이 있다. 음! 초면인 줄 알았네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지난 19권부터 연달아 이어진다는 건물 표지가 상당히 고급스럽다. 고풍스러운 시계에 동그란 눈을 끔뻑일 것 같은 부엉이. 기차역인가 싶다가 대사관 건물인가 싶다가 결국 그냥 멋있는 건물이라고 마음대로 결론짓고 보니 '야간 경비원의 일기'라는 제목과 표지가 참 잘 어울린다. 소설의 첫인상은 비교적 친절했다.

 

 

 

'야간 경비원의 일기 2018. 1. 3. 02:51

이것은 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매일 밤 도시 위를 떠도는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며 여성 혐오와 가난에 대한 이야기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두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다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야.

이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줄일 수도 있다. 그것을 실현하지 않고 그것을 하는 것. - p9'

 

 

 음... 사실 첫 시작은 어렵지 않았다. 야간 경비원인 주인공의 에피소드를 예상했고 사람 사는 냄새 폴폴 나는 글을 기대했다. 한데 다 읽고 나니 머릿속엔 물음표가 한가득.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나'는 블로그에 일기를 공유하기로 한다. 일종의 습작이라는데 그럼 이것은 일기인가, 소설인가? 일단 출발부터 모호하다.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직장 동료 조지(훈)과 상사인 송 주임, 대학에서 알게 된 친구 기한오, 독서 모임에서 만난 시인 이성복과 '내'가 반한 에이치라는 여자아이. 짤막하게 연달아 이어지는 일기 형식의 글은 어떤 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그날의 혹은 지나간 이야기를 전한다. 기한오와 에이치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방황하는 20대 청춘의 삶을 엿보는 듯하다가, 출근하여 야간 경비원이 되면 사회 초년생의 혹독한 신고식 같은 나날을 엿볼 수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해커(?). 주인공이 입학하고 싶다는 에콜 42 이야기가 등장하면 이미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가출을 시도한다. 게다가 한자가 가득한 몇몇 페이지가 있는데 작가는 과연 그 페이지를 독자들이 전부 이해할 거란 전제하에 썼을까? 물론 한자를 잘 모르는 나의 무식함도 있지만, 이건 좀 불친절하잖아! 독음이라도 달아주시지 ㅠㅠ

 

 

 

 아홉 번째 만난 핀 시리즈 중 가장 어려운 작품이었다. 친절하고 세밀한 작품 해설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었는데, 해설은 없고 작은 소설이 하나 더 들어 있었던... 정지돈 작가는 대부분의 해설이나 작가의 말은 누군가에서 잘 보이려고 쓴 글 같아 그런 글을 그만 보고 싶다는데, 음... 작가님 독자는 작품 해설이 절실한 경우도 있답니다. 그래도 믿고 읽는 핀 시리즈니 이 책 『야간 경비원의 일기』는 어느 주말 오후, 진한 커피를 마시며 다시 찬찬히 음미해볼 생각이다. 그땐 이번에 놓친 무언가를 발견하리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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