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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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통경찰의 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옮긴이: 양윤옥

펴낸 곳: 하빌리스


 2019년 11월 말에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 『교통경찰의 밤』. 한데 띠지 문구를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 초기 미스터리 명작'이라고 되어 있다. 어디 보자... 맙소사. 이 소설 정말 오래된 소설이다. 거의 묵은지 수준? (이 작품은 2010년에 국내에 출간됐다가 절판된 바 있다)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했던 게이고가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여에 걸쳐 문예지 《주간 소설》에 실었던 작품을 1992년에 한 권으로 묶어 출간한 것이라고.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천사의 귀>, <중앙분리대>, <위험한 초보운전>, <건너가세요>, <버리지 말아 줘>, <거울 속에서>. 이렇게 총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30년이라는 세월의 격차가 무색할 만큼 정교하고 세련됐다. 하나씩 아껴 읽으려고 했지만, '한 개만 더, 한 개만 더'라고 외치다가 이내 마지막 이야기에 도달할 만큼 게이고가 전하는 6개의 단편은 흥미진진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오빠를 위해, 사고 당시 동승했던 시각장애인 여동생이 놀랄만한 청각과 기억력으로 오빠의 무죄를 밝히는 <천사의 귀>, 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복된 트럭 사고로 목숨을 잃은 남편의 억울함을 풀고자 고군분투하는 아내의 이야기 <중앙분리대>, 한 남자의 난폭운전으로 사고를 당한 초보운전자가 통쾌한 복수를 하는 <위험한 초보운전>, 아무 생각 없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노상 주차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오싹한 깨달음을 주는 <건너가세요>,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되어 있다는 '인과응보'와 '사필귀정'의 예를 제대로 보여주는 <버리지 말아 줘>, 미심쩍은 교통사고의 진실을 밝히고 인정을 베푼 경찰이 등장하는 <거울 속에서>. 짧은 단편이지만 모든 이야기에 생각지 못한 반전이 숨어 있어 전혀 단편 같지 않다. 고작 50여 페이지에 완벽한 기승전결과 반전까지 갖춘 소설을 꽉꽉 채워 넣다니. 띠지에 실린 '치밀한 트릭과 신박한 반전'이란 문구는 정말 인정! 역시 게이고다!

 

 

 

 

 

 

 

 

이 책 『교통경찰의 밤』을 통해 또 하나 알게 된 사실. 한 해에 워낙 여러 작품이 출간되어 게이고는 닥치는 대로 쓰는 작가라고 오해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1985년 데뷔 후, 30년이 넘은 지금까지 해마다 2, 3권씩 일정한 페이스로 소설을 써왔다고. 간혹 1년에 4, 5권을 낸 적도 있었지만 작품 활동을 쉰 안식년도 있었다고 한다. 2019년 현재까지 총 87권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앞으로도 같은 페이스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는데, 정말 생각할수록 대단한 작가다. 『용의자 X의 헌신』이 전한 짜릿한 전율이 그리워 계속 책을 집어들었다가 어느 순간 게이고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닌가 싶어 한동안 읽지 않았는데 초기작인 『교통경찰의 밤』 덕분에 게이고에 대한 팬심이 다시 폭발! 게이고의 귀한 초창기 작품을 만나고 싶은 분들께 사심 담아 추천하고 싶은 책! 6개의 짧은 단편, 하나하나 참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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