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터 북 by 에드가 드가 아트 포스터 시리즈
에드가 드가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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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포스터 북 by 오귀스트 르누아르

더 포스터 북 by 에드가 드가

《아르테 아트 포스터 시리즈》

펴낸 곳: 아르테

 

 

 

 스릴러 맛집, 에세이 장인에 이어 클래식 클라우드로 인문학 섭렵, 더 포스터 북이라는 기가 막힌 기획으로 예술 분야까지 제대로 평정한 아르테 출판사! 도대체 아르테 출판사의 매력은 어디까지인가! 서점에 진열된 실물을 보고 두근두근했던 더 포스터 북. 그중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에드가 드가가 내 서재로 날아들었다. 이건 정말 실물로 봐야 하는데 사진으로 이 영롱함을 제대로 담을 수 없어 어찌나 안타까운지!

 

 

 

 

 

 

 

 

 더 포스터 북을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하면 받을 수 있다는 접착 메모지 굿즈. 명화를 좋아하는 문구덕후인 내 눈에서는 이미 하트가 뿅뿅! 너무 좋아서 어지러울 정도...크흑 ㅠㅠ 배송 시 책이 파손되지 않도록 각 모서리에 플라스틱 보조물이 붙어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날카로워서 손을 조심해야 할 듯! 그래도 책 모서리가 구겨질 일 없으니 안심, 또 안심이다. 이런 세심한 배려 칭찬합니다!

 

 

 

 

 

 오른쪽 책날개에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작품 소개. 더 포스터 북에 실린 명화 10점의 작품명, 완성한 연도와 간단한 감상평이 실려 있다. 따스함과 인간미 넘치는 그림으로 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어루만져 주는 르누아르의 명작들! <시골에서의 춤>, <도시에서의 춤>, <잔 사마리의 초상>, <우산>, <두 자매>, <신문을 읽는 모네>, <책을 읽는 두 소녀>, <해변가의 소녀들>, <아스니에르의 센 강변>, <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 식사>. 1880년대부터 1890년대에 이르는 르누아르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종이가 도톰하고 빳빳해서 이대로 벽이나 가구에 붙여도 좋지만, 액자에 넣으면 한층 고급스러울 듯. 하지만 이 책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너무 아까워서 뜯을 수가 없다. 벽에 붙이고 싶어서 뜯으려 시도했지만,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다가 그대로 내려놓았다는...

 

 

 

 

 

 

 

 

 

 

 

 

 

 아름답게 꾸민 모습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미를 화폭에 담고자 애썼던 드가의 작품들. 발레 하는 소녀들을 그린 여러 작품으로 유명한 드가지만 사실 데생도 꽤 많이 했다고 한다. 『더 포스터 북 - 에드가 드가』편엔 <사진사 앞에 선 무용수>, <스타>, <휴식을 취하는 무용수들>, <무용화를 고쳐 매는 무용수>, <무용수들>, <무용수>, <무대 위의 두 무용수>, <무대 위에서의 연습>, <오페라좌의 무용실>, <연습실의 무용수들> 이렇게 10점의 명화가 실려 있다. 르누아르도 그렇고 드가도 그렇고 더 포스터 북 에디터님은 안목이 탁월하신 듯!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전부 마음에 드는 작품만 쏙쏙 담겨 있다.

 

 

 

 

 

 

 

 

 원작 그대로의 색감을 담아내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일 정도로 명화의 느낌을 훌륭하게 재현했다. 방이나 카페, 사무실 벽에 걸어두면 아늑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길 듯! 그러나 역시... 아까워서 뜯을 수가 없다. 그냥 이대로 영원히 간직하며 보고 또 보다가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

 

 

 

 

 

 

 

 

 더 포스터 북의 표지를 장식한 작품으로 만든 굿즈. 역시 굿즈 장인 아르테다. 은은한 색감에서 느껴지는 따스함. 이것도 아까워서 어떻게 쓴담 ㅠㅠ 누군가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을 때, 기분에 따라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근사한 명화와 늘 함께하고 싶을 때, 그저 넘겨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아르테의 더 포스터 북 시리즈 강력 추천합니다! 실물을 영접하면 책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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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 영리한 자기 영업의 기술
박창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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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지은이: 박창선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쉴 새 없이 경쟁하며 내가 괜찮은 사람임을 어필해야 하는 요즘 세상. 잠시라도 방심하면 눈앞에서 기회를 놓치고 마는 이 사파리 정글에서 어떻게 하면 나를 멋지게 포장하여 잘 팔 수 있을까? 그 고민에 어느 정도 해답을 알려줄 책을 만났다.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저자의 이력이 상당히 독특하다. 판매, 영업직과 콜센터, 기획자, 대행사를 거쳐 서른 살에 독학으로 디자인을 시작. 현재 6년 차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브런치에 풀어내어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데다 제7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의 영예까지 안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이분은 자기 계발의 달인이자 의지의 아이콘이 아닐지! 어떻게 현명하게 나를 영업할 수 있을지 그 비법을 알아보자!

 

 

 

 

 능력을 판매할 곳이 생겼다면 다음 작업은 '잘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다. 누구나 각자 다른 장기와 재능을 가졌으니 자신이 가진 능력을 어떻게 극대화하는지가 관건! 작가는 이 책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생존매뉴얼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생존매뉴얼이라... 이 무시무시한 정글에서 월급 사수는 물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려면 그래, 이건 정말 생존이다.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만들기 위해 일 처리를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법, 쉽게 내뱉은 '할 줄 안다'는 말의 무게로 짊어질 수도 있는 엄청난 난관, 어떤 상황에서도 대충하는 법 없이 끝까지 꼼꼼하게 작업할 것,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내 머릿속에만 있다면 아무 소용없으니 제대로 전달할 것, 조리 있게 말하게 될 그 날까지 받아쓰고 반복!

 

 

 

 

 나를 멋지게 포장하고 능력을 극대화하여 선두로 나설 수 있는 다양한 조언도 좋았지만, 평소 늘 고민이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란 생각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부분에선 정말 뜨끔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내가 가진 욕망과 상대가 가진 욕망이 딱 맞물리는 지점을 찾아야 가능합니다'. 좋아하는 게 뭔지 모호하거나, 능력은 받쳐주지 않으면서 무턱대고 좋아한다거나, 혹은 좋아하는 게 너무 많거나, 상대방의 욕망을 모르거나, 그 상대가 돈을 주지 않거나... 그리고 나를 자극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며 일목요연하게 '좋아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는 작가의 말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고심하게 만든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하고자 하는 분께는 더 도움이 될 이야기가 아닐지. 스타카토처럼 통통 튀는 호흡으로 짧고 굵게 전하는 작가의 노하우가 제법 괜찮다. 대단한 해답을 얻고자 눈에 불을 켜고 읽기보다는 사회생활 잘하는 선배 혹은 롤모델에게 인생 상담한다는 기분으로 읽기를 추천! 그럼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얻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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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1
이정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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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지은이: 이정석

펴낸 곳: 아르테

 

 

 

 카카오 프렌즈가 주인공인 에세이 시리즈로 큰 인기를 끈 아르테 출판사에서 이번엔 네이버 라인 프렌즈와 손잡고 소설을 출시했다!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보다 덜 친숙한 아이들(?)이어서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세상에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녀석들이 있을 줄이야! 그저 귀여웠던 여러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고 스토리를 더하니 라인 프렌즈 녀석들 여느 영화배우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곧 출판업계에서도 국민적인 사랑을 받겠구만? 브라운, 샐리, 코니, 초코 그리고 브라운과 친구들이 주인공이 총 5권의 스토리북 시리즈에서 운 좋게도 가장 관심 있던 브라운을 만나게 되었다. 이 브라운으로 말할 것 같으면 따뜻하고 세심한 마음을 가진 진국! 곰 주제에 토끼인 코니와 알콩달콩 행복한 추억을 쌓으며 연애 중. 탁월한 손재주와 장인 정신으로 친구들의 손과 발이 되어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믿음직스러운 존재! 더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브라운은 10점 만점에 10점!

 

 

 

 

 

 

 

 황금손을 가진 능력자 브라운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나 슬그머니 나타나 뚝딱 상황을 처리한다. 브라운이 진짜 갖고 싶은 타이틀은 딱 하나, '최고의 친구'! 코니와 함께 일곱 개의 소모임에 참여하는 브라운은 진정한 프로 참석러다. '문'의 꾐에 넘어가 필요하지도 않은 TV를 산 후, 안절부절못하는 소심남이자 번개를 맞으면 몸이 커지는 비밀을 지닌 브라운. 코니와 영화를 보다 심장이 쿵쾅쿵쾅 뛴 후, 이상 증세를 걱정하며 병원에 갔다가 '혹시 사랑에 빠지지 않았습니까?'라는 의사의 말에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고백을 준비하던 브라운. 브라운처럼 무뚝뚝하지만 듬직하고 마음씨 고운 남자 친구가 있다면 어떨까 상상하며 슬그머니 미소 짓고 웃고... 이런, 나... 브라운에게 반한 건가? 이 녀석의 철철 넘치는 매력에 속수무책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초코와 샐리까지 하나둘 모여들어 마치 오랜 친구처럼 함께 웃고 떠들게 된다. 캐릭터와 스토리의 힘이란 정말 대단하구나!

 

 

 

'가끔은 들키는 것도 괜찮아지는 방법' - p84

'어떤 마음은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있는 그대로' - p154

 

 

 그저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예쁜 그림과 따스한 이야기에 푹 빠졌던 시간. 브라운이 이렇게 매력적인 존재라는 걸 이제 알게 된 게 안타까울 정도로 이 녀석에게 푹 빠져버렸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예쁜 책을 선물하고 싶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은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이 책을 읽기 전엔 절대 알 수 없는 브라운의 매력에 퐁당 뛰어들 준비되셨나요? 어서 오세요! 망설이면 설레는 마음만 늦출 뿐! 부디 걷잡을 수 없는 콩닥콩닥 심장 테러를 마음껏 음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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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시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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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덕의 시간

지은이: 오승호

옮긴이: 이연승

펴낸 곳: 블루홀6


 

 

 

 

 첫사랑, 첫 만남, 첫 주문, 첫 입학... 우리에게 '첫'이란 단어는 늘 설렘으로 다가오기 마련. 책을 좋아하는 내게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은 그 옛날 짝사랑하던 남자 선배를 몰래 훔쳐볼 때처럼 늘 두근거리고 설렌다. 이번 만남 역시 그러하다. 재일 교포 3세인 오승호 작가가 블루홀 6 출판사를 통해 국내 독자에게 처음 인사한 작품 『도덕의 시간』! 고급스러운 표지 디자인과 더불어 기괴한 사건과 허를 찌르는 반전, 인간의 추악한 면까지 면밀하게 파고드는 그의 글솜씨에 책을 덮은 후에도 쉽사리 잠에 들 수 없었다. 사건을 벌인 동기부터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 책. 이 작가 꼭 기억해둘 만하다.




 

 차에 치여 뭉개진 토끼의 사체. 토끼를 담은 상자엔 빨간색 크레파스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생물 시간을 시작합니다'. 4살 여자아이가 누군가에 의해 들어 올려져 철봉에 매달린 채 엉엉 우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철봉에 공업용 접착제를 바른 악의적인 사건으로, 아이의 등에는 역시 비슷한 낙서가 적혀 있었다. 찢어진 노트에 빨간색 크레파스로 갈겨 쓴 '체육 시간을 시작합니다'.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지역 유지인 난보 씨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살로 결론 짓고 유가족의 뜻에 따라 서둘러 장례를 치렀지만, 시체 수습 당시 미처 보지 못했던 큰 낙서가 발견된다. 불단에 누군가 스프레이로 갈겨 쓴 '도덕 시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 조그맣게 붓펜으로 쓴 '죽인 사람은 누구?' 과연 이 일련의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일까? 흉흉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주인공인 영상 저널리스트 후시미에게 다큐멘터리 촬영 의뢰가 날아든다. 촬영 주제는 13년 전 초등학교에서 은사를 살해한 무카이 하루토라는 복역수의 사연. 그는 강연에 참석한 3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미술용 칼로 마사키 선생을 무참하게 살해했다. 하루토가 달려든 동시에 그를 저지하러 달려든 미야모토 선생. 동네에서 벌어진 난보 씨 살인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자신의 아들 도모키가 지목된 상황에서 후시미는 무카이 하루토 사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간다. '도덕'이라는 형체도, 명분도 불분명한 애매한 단어에 휩싸인 채 휘청거리는 이 사건 끝에 숨죽인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도덕이라..."

"참으로 모호하고 그럴싸한 단어. 실상은 무기력한 주제에 마치 규칙처럼 굴려는 단어죠.

대체 누가 그런 걸 정하는 건가요?" - p409



 

 추리 소설을 읽을 때마다 수십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어쩌면, 혹시, 설마?' 하지만 이번엔 정말 해도 너무했다. 아무리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지만... 이런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피 튀기는 살육도 무서운 복수심도 없이 모든 경우의 수를 제치고 내달린 결론에 그저... '뭐야, 정말?'이란 단어만 한없이 내뱉으며 당황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폭력적인 아빠와 무기력한 엄마에게 방치된 채 끔찍한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던 하루토, 박해받는 소중한 이의 모습에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직접적으로 말하고자 그 길을 선택한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용납할 수 없었다. 이야기 중에 끊임없이 반복되는 '도덕'이란 개념에 관해 심각하게 고심했던 시간. 바른 생활, 도덕, 윤리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우리 삶 속에 존재했던 그 개념은 과연 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었지만, 꽤 리드미컬하게 흘러간 사건 전개에 진실을 향한 갈증이 점점 더해졌던 책, 『도덕의 시간』. 오승호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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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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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구역

지은이: 콜슨 화이트헤드

옮긴이: 김승욱

펴낸 곳:은행나무

 

 

역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흑인 작가들의 책은 좀 어렵다. 구어체로도 사뭇 다른 그들의 말이 글에서도 여지없이 남다른 소울을 뽐내는 듯하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소설 역시 그렇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각종 문학상을 휩쓸고 오프라 윈프리도 극찬한 작가이기에 그가 그리는 인류 종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던 책 『콜슨 화이트헤드』. 내용을 떠나 가독성을 논하자면... 글쎄...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펼치는 상상 속 종말은 마치 눈 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하고 여느 좀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잔인함과 안타까움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크는 살아남는 법을 아는 존재다. 학창 시절 공부도 직장생활도 모두 눈에 띄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나무랄 데는 없는 수준을 유지하는 평범한 인물. 뉴욕 고층 빌딩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삼촌처럼 살고 싶긴 했지만,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았다면 과연 그는 삼촌 같은 삶을 누릴 수 있었을까? '어쩌면...'이라는 상상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끔찍한 현실이 들이닥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가 되어버린 엄마가 아버지의 창자를 열정적으로 갉아 먹는 장면을 목격한 그. 살아 있어도 산 게 아닌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마크는 좀비를 처리하는 수색대원으로 목숨을 부지한다. 오늘의 동료가 삽시간에 적이 될 수 있는 상황. 잠시 식료품을 사러 나간 가족이 좀비가 되어 공격하고 한때 소중한 존재였던 인물이 영혼을 빼앗긴 채 피에 굶주려 서로를 물어뜯는다. 콜슨 화이트헤드는 세상 모든 이가 상상했던 죽어가는 도시를 누구보다 생생하고 끔찍하게 펼쳐내고 그 끔찍한 상상은 현실과 오버랩되어 고통을 가중한다.

 

 

 

 

 

'희망'. 이 두 글자가 절실한 가운데... 마크는 과연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글쎄. 정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희망이란 한 줄기 빛이 보이는 듯 사태가 진정될 듯하지만, 그 희망을 믿고 섣불리 나선 수색팀은 전멸하는데...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 누가 내일을 꿈꿀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전 인류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극한 상황만을 묘사하는 건 아닐 거다. 좀비라는 존재에 버금가는 추악한 인간의 행태와 인간의 존엄성,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온정이 사라져가는 이 사회 역시 결국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 아닌지. 흐름이 끊겨 몇 번이나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었던 소설이지만, 돌이켜보니 흐름이 끊겨도 무조건 직진하는 게 정답이었던 소설 『제1구역』. 이 책을 읽는 다음 독자님들은 앞부분이 조금 흐릿하고 어지러워도 무조건 전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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