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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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구역

지은이: 콜슨 화이트헤드

옮긴이: 김승욱

펴낸 곳:은행나무

 

 

역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흑인 작가들의 책은 좀 어렵다. 구어체로도 사뭇 다른 그들의 말이 글에서도 여지없이 남다른 소울을 뽐내는 듯하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소설 역시 그렇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각종 문학상을 휩쓸고 오프라 윈프리도 극찬한 작가이기에 그가 그리는 인류 종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던 책 『콜슨 화이트헤드』. 내용을 떠나 가독성을 논하자면... 글쎄...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펼치는 상상 속 종말은 마치 눈 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하고 여느 좀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잔인함과 안타까움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크는 살아남는 법을 아는 존재다. 학창 시절 공부도 직장생활도 모두 눈에 띄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나무랄 데는 없는 수준을 유지하는 평범한 인물. 뉴욕 고층 빌딩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삼촌처럼 살고 싶긴 했지만,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았다면 과연 그는 삼촌 같은 삶을 누릴 수 있었을까? '어쩌면...'이라는 상상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끔찍한 현실이 들이닥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가 되어버린 엄마가 아버지의 창자를 열정적으로 갉아 먹는 장면을 목격한 그. 살아 있어도 산 게 아닌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마크는 좀비를 처리하는 수색대원으로 목숨을 부지한다. 오늘의 동료가 삽시간에 적이 될 수 있는 상황. 잠시 식료품을 사러 나간 가족이 좀비가 되어 공격하고 한때 소중한 존재였던 인물이 영혼을 빼앗긴 채 피에 굶주려 서로를 물어뜯는다. 콜슨 화이트헤드는 세상 모든 이가 상상했던 죽어가는 도시를 누구보다 생생하고 끔찍하게 펼쳐내고 그 끔찍한 상상은 현실과 오버랩되어 고통을 가중한다.

 

 

 

 

 

'희망'. 이 두 글자가 절실한 가운데... 마크는 과연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글쎄. 정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희망이란 한 줄기 빛이 보이는 듯 사태가 진정될 듯하지만, 그 희망을 믿고 섣불리 나선 수색팀은 전멸하는데...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 누가 내일을 꿈꿀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전 인류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극한 상황만을 묘사하는 건 아닐 거다. 좀비라는 존재에 버금가는 추악한 인간의 행태와 인간의 존엄성,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온정이 사라져가는 이 사회 역시 결국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 아닌지. 흐름이 끊겨 몇 번이나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었던 소설이지만, 돌이켜보니 흐름이 끊겨도 무조건 직진하는 게 정답이었던 소설 『제1구역』. 이 책을 읽는 다음 독자님들은 앞부분이 조금 흐릿하고 어지러워도 무조건 전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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