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 성장하고 기뻐하고 상상하라 김진애의 도시 3부작 2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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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지은이: 김진애

펴낸 곳: 다산초당

 

 

 

 간절히 바란 건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 언젠가 건축가가 되면 어떨까 조심스레 꿈을 품어보았다. 고고학에서 시작된 관심이 건축으로 옮겨가고 또 다른 대상을 찾아 헤매는 동안 나이는 소복이 쌓이고 꿈은 빛이 바랬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 가슴이 설레고 눈이 반짝인다. 사람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하나둘 건물을 올려 도시를 건설하고 다시 그 도시 속에서 인류를 탐구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순환 구조. "도시를 읽으면 인간 본성이 보인다" 이거야말로 이 책의 정체성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문장이 아닐지! 며칠간 행복하고 즐겁게 읽은 책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는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도시와 그곳에 스민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토실토실 알밤 같은 이야기보따리다.

 

 

 

 

 작은 책 한 권에 도시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기에, 어쩌다 도시에 호기심이 생겼고 얼마나 갈등하며 도시를 선택하는지, 이렇게 고민하는 와중에 어떻게 도시를 한없이 즐기는지, 도시에 대한 상상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담고 싶었다는 저자. 총 4부에 걸쳐 '호기심, 성찰하며 선택하기, 푹 빠지는 기쁨, 상상하기'를 이야기한다. 도시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생생한 첫 경험을 상기시키며 그 기분 좋은 떨림을 잊지 말고 감수성을 반짝이며 살아가라는 응원, 자신의 평생을 바르셀로나에 바친 건축가 가우디 이야기, 곧 2천 살이 된다는 로마 판테온, 추리 소설 같은 도시들, 카오스적 특성이 매력적인 런던,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한양을 그린 <수선전도>, 끔찍하고도 위대한 도시 뉴욕, 이데아를 넘어서 하나가 된 독일, 행복도시, '제주올레' 걷기 예찬, 네덜란드 운하, 식도락 등등.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두고 자주 꺼내 읽고 싶은 이야기가 한가득한 이 책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정말 매력적이다!

 

 

 

 

 

 

 

 

 

"어떤 도시가 가장 좋습니까?"

"지금 살고 있는 도시가 최고의 도시입니다"

 

 

 한 인터뷰에서 저자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완벽한 도시가 없으니 불만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좋은 점을 음미하며 살아야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해보니 정말 옳은 말이다. 잠시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봤다. 작지만 살기 좋고, 심심하지만 고즈넉하고, 자연재해가 없어 안정적이며, 무엇보다 삶의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곳이기에 정이 쌓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사는 이 도시가 더없이 사랑스럽다. 김진애 건축가의 글 역시 그러하다. 종횡무진 세계 곳곳에 있는 도시를 누비며 독자의 눈을 호강시켜주다가 글의 끝 무렵에서는 인생의 교훈과 철학, 위로와 격려의 말을 무심한 듯 뚝 던지는 그녀. 흠모하고 동경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난다면 바로 이런 기분이 아닐까? 매 순간 만나는 새로운 도시들이 가슴 벅찰 만큼 큰 감동으로 밀려오고 여정의 마무리에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풀어놓는 이 여행길이 그 빛을 잃지 않고 오래도록 추억 속에서 반짝일 것만 같다. 책을 덮고 물끄러미 표지를 바라보다 소리 내 제목을 읽어본다.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도시라는 큰 숲에서 발견하는 인생이 나아갈 길. 이 좋은 기분을 소중히 간직한 채, 저자의 도시 3부작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와 <우리 도시 예찬>을 연달아 만나볼 생각. 책장에 세 권을 나란히 꽂아놓을 상상만으로 흐뭇하다. 김진애 건축가의 도시 이야기!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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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분의 일을 냅니다 - 사장이 열 명인 을지로 와인 바 '십분의일'의 유쾌한 업무 일지
이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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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분의 일을 냅니다

지은이: 이현우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오래된 치킨집을 떠올리게 하는 유리문, 두더지 동굴처럼 뻗은 을지로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보물창고 같은 그곳! 지방에 사는 나조차 꼭 가보고 싶은 을지로 와인 바 '십분의일'. 커피, 치즈, 와인, 맥주, 각종 안주 구비, 단 소주는 없음. 그리고 짜파게티 맛집으로 소문남! 이 와인 바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사장이 10명이라는 사실! 그래서 바 이름이 '십분의일'이냐고요? 노노! 그건 아닙니다. 10명의 사장이 각자 본업으로 버는 수입의 10%를 가게에 투자하고 수익금은 똑같이 나눠 가지는 구조! 어떻게 이렇게 민주적(?)일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곳, 십분의일의 매력에 푹 빠져 봅시다!

 

 

 

 

 드라마 피디로 일하던 이현우 씨는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어럽사리 퇴원한 후 회사에 복귀했는데, 곧 드라마 촬영 현장에 투입될 상황에 부닥치자 떠오른 생각. '이러다 서른이 되기도 전에 일하다 죽는 거 아냐?'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이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그 고된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더는 버티기 싫었던 현우 씨. 퇴사와 동시에 인도로 떠났다 돌아온 그에게는 사실 꿈이 있었다.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는 것. 그런데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게 인생 아니던가? 대학 시절 스터디 멤버들과 재미 삼아 내뱉은 공동 사업이 일파만파 커져 을지로에 와인 바를 내기에 이르고 현재는 10명의 인원이 와인 바 운영 공동체로 묶여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쓴 현우 씨는 와인 바 '십분의일'의 실질적인 경영자. 물론 월급은 따로 받는다. 좀 속상한 금액이라 이 글에는 굳이 적지 않기로! 어쨌든 장사가 잘되어서 지금은 두 번째 가게 '빈집;비어있는집', 세 번째 와인 바 '밑술', 네 번째 브랜드인 게스트하우스 '아무렴 제주'까지 사업을 확장. 의견을 조율하며 싸우기도 많이 싸웠겠지만 10명의 청년 사장이 펼치는 파란만장한 앞길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현우 씨이기에 기본적으로 글을 참 잘 쓴다. 짤막하게 이어지는 글마다 진심이 묻어나고 때론 너무 재밌어서 배꼽을 잡게 되는 그런 책! 글로 먹고살고 싶은 사람이 어쩌다 보니 와인을 따르고 웍으로 짜파게티에 불맛을 입히고 있지만, 그런 현우 씨가 행복해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은 아닐 듯. 이 또한 젊기에 도전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 청춘의 에너지와 열정에 덩달아 으쌰으쌰 힘을 내게 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힘들게 발품 팔아 고른 가게를 직접 수리하며 문을 열기까지, 자신들의 스타일로 꾸민 공간에서 손님들과 하나하나 쌓은 추억까지 아낌없이 털어놓은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나도 그들의 일원이라도 된 듯 발로 뛰며 다음 사업은 뭐가 좋을까 희망을 품게 된다. 이 책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에세이를 가장한 업무 일지? 아니면 그 반대일까? 고생고생한 현우 씨의 경험담을 재밌게 읽으려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신선하고 통통 튀는 이야기에 적잖이 즐거웠던 책이었다. 그대들의 승승장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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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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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름의 겨울

지은이: 아들린 디외도네

옮긴이: 박경리

펴낸 곳: 아르테

 

 

 조금은 낯선 나라 벨기에. 추운 겨울 상수리나무 위로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을 듯한 그곳에서 태어난 작가가 써낸 이야기 『여름의 겨울』. 어찌 된 일인지 벨기에 소설이 아닌 프랑스 소설이라지만... '열다섯 살에 내 아픔을 끌어안았다'라는 띠지 문구가 가슴 깊이 파고들어 떨리는 손으로 첫 장을 넘긴 소설이었다. 성장소설이라면 가벼운 성장통을 이겨내고 한 걸음 나아가는 주인공의 희망찬 이야기를 기대하기 마련인데, 벨기에의 성장소설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이 작가의 스타일이 그런 건지 사뭇 다른 분위기에 흠칫하며 여러 번 놀란 가슴을 다독였다.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극소수의 문장을 지나 차마 바라볼 수 없는 묵직한 현실이 가슴에 내려앉아 읽는 내내 먹먹하고 안쓰럽고... 하아... 이 이야기를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우리 집에는 방이 네 개 있었다. 내 방, 동생 질의 방, 부모님의 방, 그리고 시체들의 방' - p7

 

 

 첫 문장부터 강렬했던 이야기. 시체들의 방? 성장소설이 아니라 스릴러인가 잠시 고민했던 순간. 주인공인 소녀가 10살이던 무렵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귀여운 남동생 질을 사랑하는 소녀. 6살인 남동생 질은 무서운 아빠와 무기력한 엄마가 자아내는 어두운 집안 분위기 속에서 소녀가 유일하게 아끼고 기댈 수 있는 존재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 앞에 찾아온 아이스크림 트럭. 아이스크림 할아버지가 소녀의 아이스크림에 휘핑크림을 올려주려던 순간 기계가 폭발하고 소녀와 질의 눈앞에서 잔인한 몰골로 목숨을 잃는다. 동생 질이 시체들의 방에 틀어박힌 건 그때부터였다. 아빠가 사냥한 동물들의 사체가 박제로 남아 머릿속에 기생충을 자라게 하는 어둠이 자욱한 그곳. 처음엔 그저 꼬장꼬장하고 무서운 줄만 알았던 아빠가 엄마에게 심한 폭력을 가하고 질 역시 그런 아빠와 똑같이 닮아간다. 소녀는 시간을 되돌려 아이스크림 할아버지를 살려내고 착하고 순진했던 남동생을 되찾고자 한다. 그렇게 물리학 공부에 매진하며, 점차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첫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며 어느덧 15살이 된 소녀. 그런데 15살이 겪기엔 너무 가혹하고 복잡하며 가슴 아픈 일이 자꾸만 소녀의 앞을 가로막는다.

 

 

 

 

 

 

사진 출처_Pixabay

 

 

 

'아버지는 뭐든 파괴하려는 사람이었기에 나는 매우 신중하게, 침묵으로 복종해야만 했다.' - p143

 

'아버지는 내가 어머니처럼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욕망을 잃은 텅 빈 봉투가 되기를' - p144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죽어버리는 게 나을 정도로. 그렇지만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 p180

 

 

 

 

 소설 같지 않아 뭔가 화가 났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의 인생인 것만 같아 가슴이 아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을 과연 '성장'이라는 단어로 포장할 수 있을까? 동물을 죽이며 쾌락을 느끼는 남동생. 엄마와 딸에게 무차별한 폭력을 가하는 아빠. 어떤 상황에서도 맞서지 않고 산송장처럼 그저 체념하는 엄마. 잘못된 사랑을 꿈꾸는 소녀. 이 모든 건... 글쎄, 옳지 않다. 동화처럼 아름다웠던 문장을 지나 송곳처럼 따끔하게 생살을 파고드는 현실을 마주하며 손가락 끝을 타고 전해지는 소녀의 이야기는 일말의 꾸밈도 없는 날것이었다. 가슴 아프고 슬프고 인정하기 힘든...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소녀는 그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내일을 꿈꾼다. 수많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강인한 자신을 믿으며 원하는 삶을 쟁취하려고 했던 소아이. 찬 바람이라도 분 듯 스산했던 마음이 책을 덮고서야 조금 잦아들었다. 탁월한 완급조절로 독자를 쥐락펴락했던 작품. 결코 유쾌하진 않았지만 이 또한 성장소설이라면 성장소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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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몰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원작 소설 새소설 5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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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인자의 쇼핑몰

지은이: 강지영

펴낸 곳: 자음과모음

《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 05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콜24>, <메이드 인 강남>, <내일이 없는 소녀>, <신을 받으라> 등 한국 작가들의 굵직한 소설을 엮은 네오픽션 시리즈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훔친 자음과모음 출판사. 청소년 문학과 해외 문학은 물론이거니와 한국문학의 신선하고 첨예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새소설 시리즈'도 일품!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책은 실패한 적이 없기에 언제나 믿고 읽을 수 있다! 네오픽션으로 시작된 자음과모음 책에 대한 사랑은 이제 새소설 시리즈로 이어져 나날이 커지는데, 이번에도 반가운 신간이 등장! 그런데 이 작품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살인자의 쇼핑몰』... 응? 살인자가 쇼핑몰을 운영한다는 건가? '수상한 쇼핑몰을 둘러싼 약탈 누아르'라는 띠지 문구에 심장이 두근두근. 그 수상한 쇼핑몰로 어서 떠나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은 21살 정지안. 지안이 8살에 겪은 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지병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 장례식장 옥상에서 엄마를 무참히 살해한 후 아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렇게 홀로 남게 된 지안에게 유일한 가족은 삼촌. 비보를 듣고 그길로 집을 나선 삼촌은 1달이 지나서야 보호소로 지안을 찾으러 왔고 두 사람은 지안이 서울로 대학을 가기 전까지 쭉 함께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삼촌이 죽었다. 욕조에서 면도 나이프로 자살이라니...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온 지안은 삼촌의 주검을 확인하고 장례를 치른다. 그런 지안을 살뜰하게 챙기는 어린 시절 친구 정민과 함께 삼촌 집으로 돌아와 뒷정리를 하던 중, 삼촌 핸드폰으로 수상한 문자가 날아든다. 누군가 돈을 보냈다며 물건을 요구하는데... 순식간에 뜻밖의 손님이 들이닥치고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기 시작! 삼촌은 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살인자들을 불러들인 걸까? 과연 홀로 남은 지안은 목숨이 위태로운 이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간략하게 정리해본 줄거리는 얇은 뼈대일 뿐 이 작품엔 더 굵직한 이야기와 유쾌 상쾌 통쾌한 액션이 즐비하다. '오감 짜릿한 스릴러'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참신하고 독특한 스토리. 뜸 들이지 않고 속전속결로 끌고 가는 문장에서 리듬감이 넘쳐흐른다. 영상이었다면 붉은 선혈이 낭자하고 그 수법이 너무 잔인하여 차마 눈 뜨고 못 봤을 그런 일들이 별거 아니라는 듯 무심하고 심지어 경쾌하게 벌어지는 요지경 액션! 수위만 조금 조절하면 영화로 만들어도 참 재밌을 듯하다. 소설 전체에서 넘쳐흐르는 강렬한 에너지에 읽는 사람마저 손에 땀을 쥐며 숨 가쁘게 도망치는 듯 실감나는 이 작품. 반전은 덤! 짧지만 굵직하고 살짝 유치한 듯하면서도 상당히 탄탄하다. 한 마디로 참 재밌는 소설! 역시 자음과모음 출판사 책에 실패란 없다. <시트콤>을 시작으로 <우주를 담아줘>, <밤의 행방>, <빛의 마녀> 그리고 이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까지 총 5권이 출간된 '새소설 시리즈'. <시트콤>이란 작품도 참 재밌게 읽었기에 그간 놓친 3권의 책에 욕심이 난다. 차근차근 읽으며 한 권씩 모아보자. 우리 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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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힘 곤도 마리에 정리 시리즈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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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리의 힘

지은이: 곤도 마리에

옮긴이: 홍성민

펴낸 곳: 웅진 지식하우스



 

 화면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주변을 둘러본다. 이사 와서 한동안 서재를 깨끗이 정리했었는데, 지금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할 정도로 난장판. 이리 쌓고 저리 옮기며 어렵사리 깨끗한 공간을 마련한다고 해도 잠시뿐. 하루는 친한 언니와 통화하며 이런 우스갯소리도 했다. '미니멀 라이프로 살려면 다시 태어나는 게 빠르겠지?' 같이 배꼽 잡고 웃었지만 사실 마음은 울고 있었다는... 극상의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더라도 버릴 건 버리고 필요한 것만 깔끔하게 수납하는 삶을 간절히 꿈꿨다. 그런 상황이니 이 책을 만나자마자 눈을 번쩍 뜨고 '유레카!'를 외쳤을 수밖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따끔한 일침을 가하며 많은 이를 정리하는 인생으로 이끈 곤도 마리에가 쓴 신간 『정리의 힘』. 그래, 이건 운명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을 꿈꾸며 이 책 참 재밌게 읽었다.

 

 

 

 

 '잘 부탁합니다', '그동안 수고했어, 고마워'라고 집 혹은 물건에게 말을 걸라는 그녀. 유치원생일 때부터 엄마가 보는 잡지에 실린 정리법 기사에 푹 빠졌다니 오로지 '정리'에만 집중한 외길 인생이다. 정리는 인생의 모든 것을 바꾼다고 주장하며 기적의 정리법을 선보이는데, 중요한 건 수납이 아니라 우선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버릴까? 조금 황당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물건을 만져보며 가슴이 설레는지 아닌지로 판단하라는데... 이게 직접 따라 해보면 은근히 효과가 있다. 실제로 버리기 아까운 물건을 만지작거리다가, 설레지 않는다 싶으니 바로 재활용 통에 던져 넣기 성공!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의 여러 비법에서 하루에 1개 버리기 혹은 1년 안에 물건 1,000개 버리기란 방법을 본 적 있었는데, 저자는 이 방법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전한다. 매일 무언가 버려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며 물욕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물건이 불어나기 십상이라니 날을 정해서 장소가 아닌 물건별로 쓱싹쓱싹 정리해보자. 아까워서 남겨뒀다가 결국 버리게 되는 물건이 속출할 테니 곰곰이 생각해서 바로바로 버릴 수 있도록!

 

 

 

 

 

 

 

 

 인생의 거의 모든 순간을 책과 함께한 나이기에 이사를 할 때도 잠시 집을 비울 때도 애지중지 책을 이고 지고 다녔는데... 이젠 좀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읽으려는 책은 과감히 버려라'라는 소제목이 가슴이 철렁. 책벌레들은 잘 안다. 우리에게 '언젠가 읽으려고 쟁여둔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다. 과연 그 책을 다 정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지만...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절대 버릴 수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꼭 줄여보기는 할 생각.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한 권씩 만져보고 좋은 곳으로 보내줘야지. 버리고 정리하는 즐거움, 살이 빠지고 운도 좋아진다는 반가운 효과, 설레는 물건이 주는 행복 그리고 정리 후에 시작된다는 새로운 인생을 꼭 경험해보고 싶다. 읽는 것만으로 벌써 정리를 시작한 것처럼 뿌듯하고 긍정적인 기운이 넘쳐흘렀던 이 책 『정리의 힘』. 사진이나 삽화가 없어 아쉬웠지만, 내용은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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