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의 일을 냅니다 - 사장이 열 명인 을지로 와인 바 '십분의일'의 유쾌한 업무 일지
이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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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분의 일을 냅니다

지은이: 이현우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오래된 치킨집을 떠올리게 하는 유리문, 두더지 동굴처럼 뻗은 을지로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보물창고 같은 그곳! 지방에 사는 나조차 꼭 가보고 싶은 을지로 와인 바 '십분의일'. 커피, 치즈, 와인, 맥주, 각종 안주 구비, 단 소주는 없음. 그리고 짜파게티 맛집으로 소문남! 이 와인 바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사장이 10명이라는 사실! 그래서 바 이름이 '십분의일'이냐고요? 노노! 그건 아닙니다. 10명의 사장이 각자 본업으로 버는 수입의 10%를 가게에 투자하고 수익금은 똑같이 나눠 가지는 구조! 어떻게 이렇게 민주적(?)일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곳, 십분의일의 매력에 푹 빠져 봅시다!

 

 

 

 

 드라마 피디로 일하던 이현우 씨는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어럽사리 퇴원한 후 회사에 복귀했는데, 곧 드라마 촬영 현장에 투입될 상황에 부닥치자 떠오른 생각. '이러다 서른이 되기도 전에 일하다 죽는 거 아냐?'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이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그 고된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더는 버티기 싫었던 현우 씨. 퇴사와 동시에 인도로 떠났다 돌아온 그에게는 사실 꿈이 있었다.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는 것. 그런데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게 인생 아니던가? 대학 시절 스터디 멤버들과 재미 삼아 내뱉은 공동 사업이 일파만파 커져 을지로에 와인 바를 내기에 이르고 현재는 10명의 인원이 와인 바 운영 공동체로 묶여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쓴 현우 씨는 와인 바 '십분의일'의 실질적인 경영자. 물론 월급은 따로 받는다. 좀 속상한 금액이라 이 글에는 굳이 적지 않기로! 어쨌든 장사가 잘되어서 지금은 두 번째 가게 '빈집;비어있는집', 세 번째 와인 바 '밑술', 네 번째 브랜드인 게스트하우스 '아무렴 제주'까지 사업을 확장. 의견을 조율하며 싸우기도 많이 싸웠겠지만 10명의 청년 사장이 펼치는 파란만장한 앞길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현우 씨이기에 기본적으로 글을 참 잘 쓴다. 짤막하게 이어지는 글마다 진심이 묻어나고 때론 너무 재밌어서 배꼽을 잡게 되는 그런 책! 글로 먹고살고 싶은 사람이 어쩌다 보니 와인을 따르고 웍으로 짜파게티에 불맛을 입히고 있지만, 그런 현우 씨가 행복해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은 아닐 듯. 이 또한 젊기에 도전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 청춘의 에너지와 열정에 덩달아 으쌰으쌰 힘을 내게 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힘들게 발품 팔아 고른 가게를 직접 수리하며 문을 열기까지, 자신들의 스타일로 꾸민 공간에서 손님들과 하나하나 쌓은 추억까지 아낌없이 털어놓은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나도 그들의 일원이라도 된 듯 발로 뛰며 다음 사업은 뭐가 좋을까 희망을 품게 된다. 이 책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에세이를 가장한 업무 일지? 아니면 그 반대일까? 고생고생한 현우 씨의 경험담을 재밌게 읽으려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신선하고 통통 튀는 이야기에 적잖이 즐거웠던 책이었다. 그대들의 승승장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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