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로의 여행 열린책들 세계문학 270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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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포로의 여행

글쓴이: 에릭 앰블러

옮긴이: 최용준

펴낸 곳: 열린책들

 

 

 

 자석에 끌리 듯 하나씩 들이게 되는 열린책들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 이번 신간은 스릴러 장르 문학의 거장 에릭 앰블러의 소설 『공포로의 여행』이다. 국내 초역으로 선보이는 작품이자, 에릭 앰블러라는 작가와의 첫 만남이기에 심장이 쿵쾅쿵쾅! 거장에게 예를 갖추자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기기 전에 미리 연보를 검색해봤다. '현대 스파이 소설의 아버지'라 칭송받는 영국 작가. 당시까지(1900년대 초중반) 흥미 위주의 삼류 소설로만 취급됐던 스릴러 장르의 수준을 높이 끌어올려 여러 스릴러 작가에게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풍전등화처럼 전운이 감돌던 불안했던 시기의 분위기와 등장인물에 관한 섬세한 심리 묘사가 절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소설이라니, 이건 뭐 재미가 없을 수가 없겠구나! 잔치로세!

 

 

 

 아름다운 아내, 보수가 괜찮은 안정적인 직장. 자신은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던 한 남자가 생사를 오가는 끔찍한 음모에 휘말린다. 제2차 세계 대전을 앞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영국 무기 제조사의 엔지니어인 그레이엄은 비밀 계약을 체결하려 터키로 가게 된다. 러시아 출신의 현지 중개인 코페이킨과 함께 카바레에 들렀다가 호텔로 돌아온 그레이엄은 암살자를 맞닥뜨린다.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진 세 발의 총성. 총알은 다행히 그의 손등만 스치고 지나간다. 신고를 만류하는 호텔 측과 뜻밖의 제안은 하는 코페이킨. 터키 비밀경찰의 우두머리인 하키 대령과 만난 그레이엄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임을 깨닫고 그들의 제안에 따라 기차가 아닌 작은 배에 몸을 싣는다. 불편하고 비위생적인 작은 배에서 그저 안전하게 영국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라던 그레이엄 앞에 카바레에서 만났던 금발의 댄서 조제트가 나타난다. 다양한 국적의 승객들. 마치 세계 대전의 축소판 같은 이 작은 배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그레이엄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데... 과연 그는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위험은 언제나 우리 주의 사방에 있다.

어쩌면 당신은 위험의 존재를 모른 채 오랜 세월 살 수 있으리라.

어떤 일은 절대로 당신에게 일어날 수 없다고 믿으며,

죽음은 병이나 불가항력 같은 달콤한 이유로만 찾아온다고 믿으며

삶의 마지막 날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은 언제나 주위에 도사리면서

시간 그리고 운명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당신의 순진한 생각을 비웃을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에릭 앰블러 『공포로의 여행』 p93 중에서...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작은 배. 졸지에 밀실에 갇혀 버린 이 특수한 상황에서 시시각각 주인공의 숨통을 조여오는 검은 그림자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어찌 보면 이것이 스릴러의 정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 요즘 소설에 비하면 조금 단조롭고 시시한 전개일 수도 있지만,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당시에는 꽤 파격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레이엄은 불안에 떨면서도 치명적인 조제트의 매력에 한눈을 팔며 일탈을 꿈꾼다. 정말 남자들이란! 하긴,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조금씩 발전해가는 조제트와의 관계가 묘미이기는 했다. 이 설정이 없으면 좀 지루했을지도... 국적도 직업도 다양한 승객들의 정체와 범인의 다음 행보를 추측하며, 나름 재밌게 결말까지 도달했던 시간이었다. 어디선가 싸구려 장미 향수 냄새를 맡으면 공포에 질렸던 그레이엄이 떠오를 것만 같은 느낌. 엄청난 반전은 없었지만, 그래도 치밀하게 전개된 심리전 덕분에 흥미로웠던 『공포로의 여행』. 에릭 앰블러와의 첫 만남은 매력적이었다. 전작인 《디미트리오스의 가면》도 읽어봐야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재밌게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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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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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지은이: 이디스 워튼

옮긴이: 성소희

펴낸 곳: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

 

 

 

 고민이 있어 마음이 어수선한 상태에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순수의 시대》라는 작품으로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거머쥔 작가. 그 후 문학적 업적을 인정받아 1923년에 미국 예일대학교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고, 1927년, 1928년, 1930년 세 차례에 걸쳐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화려한 꽃길을 걸었다. 한데, 이런 그녀가 평생 신경쇠약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다니... 인생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엔 이디스 워튼이 유령과 사후세계에 관해 느끼는 두려움을 잘 녹여낸 8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에서 읽어서인지 초반엔 몰입하기 힘들었지만, 책장을 넘기며 차츰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그때는 뭔지 모르고 넘어갔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소름 돋는 체험을 한 적 있는가? 첫 번째 이야기 <시간이 흐른 후에야>에서는 남편이 사라진 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된 수상한 남자의 정체가 독자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려고 누웠을 때 갑자기 떠올라서 더 괴롭고 두려운 이야기랄까? <하녀를 부르는 종소리>: 새로 일하게 된 저택에서 꺼림칙한 경험을 하게 되는 하녀. 아무 말 없이 서 있던 여인의 정체는 과연? <귀향길>: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이젠 가망이 없다는 남편과 함께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한 여인. 하지만 고향에 도착하기도 전에, 달리는 기차에서 남편은 사망한다. 고향에 도착하지 못할까 두려워 이 사실을 숨긴 여인. 그녀는 무사히 고향에 도착할 수 있을까? <기도하는 공작부인>: 아름다운 공작부인이 등장한다. 사람의 뼈를 보관하는 지하실 위 예배당으로 한껏 치장하고 홀로 드나드는 그녀. 공작 부인에겐 어떤 비밀이 있을까? 예상치 못한 결말에 주의하시라! <밤의 승리>: 한밤중에 홀로 도착한 기차역에서 잘생긴 청년이 호의를 베푼다면? 의심이 폴폴 나는 이 만남은 뜻밖의 결말로 치닫게 되는데... 인간의 이중성이란! <충만한 삶>: 저승사자의 솔깃한 제안으로 보게 된 맞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났지만 과연 그녀는 백년해로할 수 있을까? 마지막 선택은 대체 '왜 때문이죠'? <페리에 탄산수 한 병>: 친구의 초대로 힘겹게 찾아간 사막 한가운데 있는 집. 그런데 어째 친구는 보이지 않고, 고용인들이 그의 시중을 든다. 친절했던 이들의 행동이 점점 수상해지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은, 헉! <매혹>: 남편이 뭔가에 홀렸다며 도움을 청한 여자. 그런데 알면 알수록 이거 뭔가 이상하다. 과연 진짜 마녀는 누구일까?

 

 

 

 

 

 

 고딕소설이란 장르가 알쏭달쏭하여 검색해보았다. '고딕소설은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유럽 낭만주의의 소설 양식으로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성행했으며, 그 명칭은 중세의 건축물이 주는 폐허스런 분위기에서 소설적 상상력을 끌어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심심했던 그 시절 독자들이 킬링타임용으로 읽을 가벼운 책으로 사랑받던 작품이, 이젠 신비롭고 몽환적인 공포 문학으로 특별한 아우라를 뽐내는 격. 이디스 워튼이 환각 증세로 겪은 기묘한 체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소설들이기에 허무맹랑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부분도 상당수 있었다.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그녀의 탁월한 문장력도 한몫했다. 다 드러내지 않아도 잘 전달됐던 감정선, 곳곳에 치밀하게 배치한 복선과 반전, 안개에 싸인 듯한 묘한 분위기까지 상당히 특별한 작품이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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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 우리가 가진 솔루션과 우리에게 필요한 돌파구
빌 게이츠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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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글쓴이: 빌 게이츠

옮긴이: 김민주, 이엽

펴낸 곳: 김영사

 

 

 

 남태평양 중앙에 있는 아름다운 섬, 투발루. 하지만 이 섬이 처한 절박한 현실을 알고 나면, 무지함과 이기심으로 우리가 어떤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9개의 섬 중, 2개의 섬이 이미 가라앉았고 2060년이면 투발루의 모든 섬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멀쩡한 섬까지 바다에 잠기게 만드는 인간의 잔혹한 행위. 그 중심엔 무분별한 개발과 편리한 생활을 위한 타협이 빚어낸 과도한 탄소 배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의 유명한 석학들은 이대로 가면 50년 후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거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경고한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 역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에 주목하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운동에 힘쓰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그는 지구의 현재 상태를 눈에 보이는 수치로 정확하게 진단하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수년 안에 반드시 달성해야 할 세 가지 과제

1.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2. 태양광과 풍력 등 이미 보유한 수단들을 더 빨리, 그리고 더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

3. 나머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출시해야 한다.

 

 

 

 이 책의 서문에서 빌 게이츠는 탄소 배출로 인한 아슬아슬한 지구의 상황과 왜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하는지를 물이 흐르는 수도꼭지와 욕조에 비유한다. 수도꼭지를 콸콸 틀든, 졸졸 틀든 결국 욕조엔 물이 차게 된다. 아슬아슬하게 찰랑거리던 물이 마침내 욕조를 넘어서는 순간, 지구는 재앙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탄소를 '제거'하지 않고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탄소 배출 제로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여기서 뜻하는 '제로'는 탄소 배출을 0으로 맞추겠다는 게 아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간은 탄소를 배출해왔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 지구는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을까? 그 비밀은 '순 제로'에 있다. 순 제로는 배출되는 양과 제거되는 양이 같은 상황을 의미한다. 탄소 중립과도 같은 개념인 이 순 제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간 활동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지구가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배출량을 끌어내려야 한다. 지구는 위대한 생명체이기에 우리가 노력한다면, 반드시 건강했던 이전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 아직은!

 

 

 

 

 

 

이대로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기온 상승으로 인해 이점을 얻는 곳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기후가 더워질수록 문제가 많아진다. 상승 기온은 더 파괴적인 폭풍을 일으켜 재산 손실과 인명 피해를 키운다. 산불은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더 파괴적이 된다. 한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숲을 태웠던 호주 산불은 너무도 처참했다. 인위적 기온 상승으로 인해 해수면도 상승한다. 때문에 바닷물이 수도관으로 역류하고, 투발루와 같이 고도가 낮은 섬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식물과 동물 또한 영향을 받는다. 환경 변화로 인해 재배할 수 있는 농작물이 대폭 줄어들고 변경되면서 지금 우리가 차려내는 식탁의 풍경은 점점 옛날 일이 되어 갈 거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폭우는 쏟아진다. 더운 날씨로 인해 모기가 폭발적으로 번식하며 말라리아를 포함한 곤충들이 옮기는 질병이 도처에 창궐하게 될 거다. 열사병 역시 문제다. 눈에 보이는 수치를 확인하면 불안감은 더 커진다. 글로벌 팬데믹이 세계 사망률을 얼마나 증가시킬지 추정한 연구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매년 10만 명당 14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는? 21세기 중반이면 팬데믹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21세기 말에는 10만 명당 75명에 이를 거라고 한다. 우리가 그냥 지금처럼 산다면 말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중 각각의 인간 행위가 차지하는 비중

무언가 만드는 것 (시멘트, 철, 플라스틱) - 31%

전기 (전력 생산) - 27%

무언가를 기르는 것 (동물, 식물) - 19%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 (비행기, 트럭, 화물선) - 16%

따뜻하고 시원하게 하는 것 (냉난방 시설, 냉장고) - 7%

 

 

 

빌 게이츠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나 큰지 알고 싶다면 온실가스 배출 총량인 510억 톤의 몇 퍼센트인지 계산해서 수치를 꼭 확인하라고 한다. 전기 생산, 제조, 사육과 재배, 교통과 운송, 냉방과 난방 등 온실가스 배출량의 Top 5를 차지하는 분야를 꼼꼼하게 살펴보며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우리가 지녀야 할 인식을 살펴본다.

 

 

 

그렇다면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세계를 이끄는 리더들이 나서야만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만, 가장 궁금한 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였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하나둘 손을 모아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믿기에 올바른 방향을 알고 싶었다. 빌 게이츠는 정치인이나 자선사업가가 아니어도 각 개인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정치적 압력으로 바꿔 정치인들이 실제로 행동에 옮기도록 촉구한다. 전화를 걸고 편지를 쓰고 공개 회의에 참석하라. 선두에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싶다면 공직에 출마하라. 청정 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고 백열전구를 LED로 교체하자.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설치하고 유리창은 단열 처리,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거나 기존의 냉난방 시스템을 열펌프로 교체할 수 있다. 전기차를 구매해라. 인공 고기와 유제품을 먹어라.

 

 

 

 그저 막연하게 지구가 위험한 상황이고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만 알고 있던 터라, 무엇부터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할지 상당히 막연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유레카'를 외칠 정도는 아니지만, 정확한 수치로 상황을 파악하고 세계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과 올바른 인식을 한눈에 정리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빌 게이츠처럼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는 건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다음 세대에게 아름다운 초록별을 잘 물려주기 위해, 현재 지구의 사용자인 우리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변화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골든 타임이기에! 워낙 관심 있는 주제라 더 재밌게 읽었지만, 이 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은 흥미로워도 너무 흥미롭다. 2021년에 만난 최고의 책 후보로 꼽고 싶을 만큼 알차고 파격적이었던! 엉덩이 무거운 나까지 움직이게 했으니, 이 책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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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짐을 안고 있는 당신에게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민경욱 옮김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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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의 짐을 안고 있는 당신에게

글쓴이: 나이토 요시히토

옮긴이: 민경욱

펴낸 곳: 김영사

 

 

 

 11년 차 프리랜서인 내게 일과 삶의 경계는 상당히 모호하다. 처리해야 할 일이 몰아치면 밤샘 작업을 하기도 하고, 예상보다 일정이 일찍 끝나면 대낮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즐기기도 한다. (주량이 한 캔이라 상당히 아쉬운...) 일과 삶을 나누는 문제에 있어 물리적 시간은 어떻게든 노력하면 가능할 것 같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심리적인 요소가 아닐까? 바쁘면 바쁜 대로 괴롭고, 쉬면 또 찝찝한 우리의 인생. 놀 땐 신나게 놀고 일할 땐 스트레스를 덜 받는 비법이 담긴 책을 만났다.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일과 삶을 분리하는 방법 44가지'라는 표지 문구가 마음을 사로잡은 책 『마음의 짐을 안고 있는 당신에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을 알아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저자의 카운셀링이 심심한 위로와 안정감을 준다. 어찌 보면 저자가 동양 사람이라 우리와 더 잘 맞을지도!

 

 

 

 좀처럼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는 건,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를 최대한 줄여라. 오래 공들여 찾을수록 만족하지 못했을 때 실망감이 크다. 정보 검색도 좋지만, 적당할 정도로만 해라. 지나치면 독이 된다. 생활 습관을 루틴화하여 생활하면 스트레스를 느끼는 빈도가 줄어든다. 단순한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해보자. 기준을 정하고 '기준에 맞는지 아닌지만' 판단하면 만사가 편하다. '나만의 규칙'을 정하자. 속도를 아주 조금이라도 줄이면, 기분 전환도 되고 결과적으로 다 잘 돌아간다. 늦장을 피우라는 것이 아니라,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 머리를 식히고 정리할 쉼표를 잠시 찍어주라는 말씀. 무슨 말을 듣더라도 적당히 흘려버려라. 객관화는 부정적인 기분을 억누르거나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 나의 감정 상태는 몇 점인지 점수를 매겨보자. 분노의 감정을 빨리 없애려면 분노의 대상을 딱 90초만 생각하지 말아보라. 허세를 부리지 않아야 편하게 살 수 있다.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며 기분을 전환해라. 릴렉스를 하기 위한 습관이나 취미가 있다면 좋다. 이유 없이 마음이 무겁고 의욕이 없을 때는 '나는 뭘 하고 싶은 거지?'보다는 '나는 뭘 하고 싶지 않지?'라고 생각해보자. 부정적인 이미지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 불안 수준을 상승시키는 불안감을 행동 에너지로 전화하면 된다. 다소 겸손한 나르시시스트를 목표로 해보자. 신나고 즐거운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라. 한심한 기분을 수없이 곱씹지 말고 내 고민은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지녀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어야 좋을 때도 있어요

『마음의 짐을 안고 있는 당신에게』 p185 중에서...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까지 들이지 말 것! 현관문을 열기 전에 잠시 멈추고 심호흡하며 그날의 기분을 털어내자. 내 경우엔 일을 마치고 컴퓨터를 끄며 쭉 기지개를 켜고 만세를 부르면 좋겠다. '이제 놀자!' 가장 실천해보고 싶은 라이프 스타일은 습관의 루틴화와 비움. 일과 운동처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필요한 일을 할 때마다 하기 싫다는 청개구리가 불쑥 고개를 들지만, '이건 이 시간에 해야 하는 일이니까 정해진 대로 하자'고 생각하면 좀 더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 새벽 4시 30분 기상으로 많은 이의 삶에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은 유튜버 김유진 변호사님도 모닝 루틴의 중요성에 관해 말한 바 있다. 일찍 일어난다고 끝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소중한 새벽 시간을 자기 계발의 원동력으로 삼으라고 말이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징글징글한 코로나의 여파로 일상이 무너진 요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 힘찬 시작에 이 책 『마음의 짐을 안고 있는 당신에게』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거다. 알고 있던 내용이라도 잘 정리한 책으로 읽으니, 사뭇 다른 느낌! 오늘 하루도 멋지게 잘 꾸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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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피카소 할애비다 - 최영준 수묵화 에세이
최영준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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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피카소 할애비다

글쓴이 & 그린이: 최영준

펴낸 곳: 김영사

 

 

 

 유쾌하고 재밌는 성격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걸까? 이 시대의 마지막 변사이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광대 화가'라는 최영준 님. 띠지와 작가 소개에 실린 사진과 책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연극배우로 출발하여 개그콘테스트 입상 후에는 <유머 일번지>에서 코미디언으로 활약했고 <6시 내 고향>에서는 장터 여리꾼,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니... 우와, 정말 파란만장한 인생이다. 게다가 취미라고 하기엔 예사롭지 않은 글솜씨와 그림 솜씨. 팔방미인, 아니 팔방미남이란 이런 분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겪는 희로애락과 더불어 인생 선배의 허심탄회한 조언이 담긴 수묵화 에세이. 마음에 와닿는 그림과 글귀가 한가득하다.

 

 

 

책임감이 버거울 때면 무책임하게 살자. 살아보니 무책임이 더 어렵다.

날마다 새로 태어나고 다시 시작.

인간의 가치는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에 있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다르다.

세상 모든 갈등의 근본은 과도한 욕심이다.

큰일을 저지르고 싶다면 경계를 넘어야 한다.

진짜 멋쟁이는 뒷모습이 멋있다.

일편단심 민들레로 살지 마라. 떠난 놈은 글렀다.

안 좋은 기억은 망각으로 삭제되고, 좋았던 기억은 따로 저장되어 추억이 된다.

인생도 유효기간이 있다. 유효기간이 끝나면 겨울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얼어 죽고 굶어 죽는다.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바꾼다.

불확실성은 예술의 매력이다.

넘보지 마라, 독도는 우리 땅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바닥에 남은 자국과 스크래치를 보며 피카소 그림을 떠올렸다는 최영준 님. '라파엘로처럼 그리기 위해서 4년이 걸렸어. 그런데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데는 평생 걸렸지.'라는 피카소의 인터뷰를 떠올리며 '단순하게, 쉽게, 어린아이처럼 그리자'라고 결심한 후, 석 달간 300점의 수묵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중 가려 뽑은 작품이 이 책에 담겼다. 수묵화를 보는 안목은 없지만, 붓끝이 남겨놓은 역동적인 움직임과 힘찬 응원, 훌훌 털어내고 비워낸 후련함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쉽고 재밌는 그림에 촌철살인의 풍자와 유머 그리로 따끔한 충고까지 담겨 있으니 이 정도면 종합 선물 세트! 받는 사람의 취향을 잘 고려해야 하기에 책 선물을 늘 고민되지만, 이 책은 어르신들께 선물하면 호불호 없이 모두 즐겁게 보시지 않을까 싶다. 어르신들에게는 황혼 녘의 동무처럼, 젊은이들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날을 잘 이끌어줄 선배처럼 재밌고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내가 피카소 할애비다』. 이건 뭐, 그림과 글도 좋지만 이미 제목부터 유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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