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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로의 여행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70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 공포로의 여행
글쓴이: 에릭 앰블러
옮긴이: 최용준
펴낸 곳: 열린책들
자석에 끌리 듯 하나씩 들이게 되는 열린책들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 이번 신간은 스릴러 장르 문학의 거장 에릭 앰블러의 소설 『공포로의 여행』이다. 국내 초역으로 선보이는 작품이자, 에릭 앰블러라는 작가와의 첫 만남이기에 심장이 쿵쾅쿵쾅! 거장에게 예를 갖추자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기기 전에 미리 연보를 검색해봤다. '현대 스파이 소설의 아버지'라 칭송받는 영국 작가. 당시까지(1900년대 초중반) 흥미 위주의 삼류 소설로만 취급됐던 스릴러 장르의 수준을 높이 끌어올려 여러 스릴러 작가에게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풍전등화처럼 전운이 감돌던 불안했던 시기의 분위기와 등장인물에 관한 섬세한 심리 묘사가 절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소설이라니, 이건 뭐 재미가 없을 수가 없겠구나! 잔치로세!
아름다운 아내, 보수가 괜찮은 안정적인 직장. 자신은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던 한 남자가 생사를 오가는 끔찍한 음모에 휘말린다. 제2차 세계 대전을 앞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영국 무기 제조사의 엔지니어인 그레이엄은 비밀 계약을 체결하려 터키로 가게 된다. 러시아 출신의 현지 중개인 코페이킨과 함께 카바레에 들렀다가 호텔로 돌아온 그레이엄은 암살자를 맞닥뜨린다.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진 세 발의 총성. 총알은 다행히 그의 손등만 스치고 지나간다. 신고를 만류하는 호텔 측과 뜻밖의 제안은 하는 코페이킨. 터키 비밀경찰의 우두머리인 하키 대령과 만난 그레이엄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임을 깨닫고 그들의 제안에 따라 기차가 아닌 작은 배에 몸을 싣는다. 불편하고 비위생적인 작은 배에서 그저 안전하게 영국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라던 그레이엄 앞에 카바레에서 만났던 금발의 댄서 조제트가 나타난다. 다양한 국적의 승객들. 마치 세계 대전의 축소판 같은 이 작은 배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그레이엄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데... 과연 그는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위험은 언제나 우리 주의 사방에 있다.
어쩌면 당신은 위험의 존재를 모른 채 오랜 세월 살 수 있으리라.
어떤 일은 절대로 당신에게 일어날 수 없다고 믿으며,
죽음은 병이나 불가항력 같은 달콤한 이유로만 찾아온다고 믿으며
삶의 마지막 날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은 언제나 주위에 도사리면서
시간 그리고 운명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당신의 순진한 생각을 비웃을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에릭 앰블러 『공포로의 여행』 p93 중에서...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작은 배. 졸지에 밀실에 갇혀 버린 이 특수한 상황에서 시시각각 주인공의 숨통을 조여오는 검은 그림자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어찌 보면 이것이 스릴러의 정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 요즘 소설에 비하면 조금 단조롭고 시시한 전개일 수도 있지만,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당시에는 꽤 파격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레이엄은 불안에 떨면서도 치명적인 조제트의 매력에 한눈을 팔며 일탈을 꿈꾼다. 정말 남자들이란! 하긴,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조금씩 발전해가는 조제트와의 관계가 묘미이기는 했다. 이 설정이 없으면 좀 지루했을지도... 국적도 직업도 다양한 승객들의 정체와 범인의 다음 행보를 추측하며, 나름 재밌게 결말까지 도달했던 시간이었다. 어디선가 싸구려 장미 향수 냄새를 맡으면 공포에 질렸던 그레이엄이 떠오를 것만 같은 느낌. 엄청난 반전은 없었지만, 그래도 치밀하게 전개된 심리전 덕분에 흥미로웠던 『공포로의 여행』. 에릭 앰블러와의 첫 만남은 매력적이었다. 전작인 《디미트리오스의 가면》도 읽어봐야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재밌게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