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선의 -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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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별것 아닌 선의

지은이: 이소영

펴낸 곳: 어크로스

 

 

 어크로스 출판사 서포터즈의 마지막 도서를 읽었다. 서포터즈 활동 종료 선물로 각자 고른 책이 오늘 도착하긴 했지만, 지금 리뷰를 적고 있는 이 책 『별것 아닌 선의』가 공식적인 서포터즈 활동의 마지막 도서다. 택배를 받고 기뻐할 독자를 떠올리며 진심을 담아 책 꾸러미를 포장하셨을 어크로스 식구들을 생각하면 울컥 올라오는 뭉클함에 코끝이 찡해진다. 내 평생 이토록 따스한 선물은 처음이었다. 서포터즈 활동의 마지막 책인 『별것 아닌 선의』는 우리의 아쉬운 이별을 위로하고 달래기에 참 좋은 책이 아니었나 싶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이라는 표지 문구답게 별것 아닌 선의가 주는 따스한 위로가 마음을 촉촉하게 적셨으니까. 방탄소년단이 BTS라는 이름으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것처럼 진짜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내겐 어크로스 출판사의 모든 책이 그러했다. 가슴 터질 듯한 설렘으로 만났던 어크로스의 모든 책. 그리고 그 끝이 이 책 『별것 아닌 선의』라 그 여정이 더 뜻깊었다.

 

 

 

 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에 몸담은 이소영 교수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온 청춘을 공부에 쏟아부은 그녀가 전하는 지난 추억들이 세월의 풍파에 깎여 둥글어진 돌처럼 또르르 굴러 내 가슴에 닿았다. 울면서 '명동성당'으로 가달라는 승객을 위해 성가풍 노래가 흘러나오는 채널로 주파수를 돌린 기사님, 체기로 끙끙 앓던 순간 연구실 서랍에 약이 있으니 챙겨 먹으라는 지도 교수님의 따스한 문자. 모든 게 서툴렀던 첫 연애의 아찔한 추억.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이 앞서 벌어진 낯뜨거운 상황. 분명 전혀 만난 적 없는 타인이건만, 그녀가 전한 작은 순간들이 낯설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빨간 끈으로 이어진 듯, 가슴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이해한 따스한 순간들. 감동이란 포장지로 굳이 포장하지 않아도 잔잔하게 밀려오는 온기에 이런 게 바로 사람 사는 이야기인가 싶었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이거다. 이심전심으로 전해진 서로를 위한 선의가 결국엔 모두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줄 것만 같은 기분 좋은 느낌!

 

 

 


 

 

관계 속에서 때론 상대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당신의 길을 그대로 걸으며 시간의 선물에 신뢰를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별것 아닌 선의』 p86 중에서...

 

 

 

 추운 겨울,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 커피를 사면 강의실에 도착할 때까지 따끈하게 손을 녹일 수 있었다. 강의실에 도착하니 한 선배가 사레라도 들렸는지 계속 기침하기에 별 생각 없이 그 캔 커피를 건넸다. 양손으로 꼭 쥐고 겉옷 속에 품고 온 덕분에 희미하게나마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시간이 흐른 후, 선배는 내게 그때 참 고마웠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선배는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다. 베풀었다고 하기에 민망한 나의 별것 아닌 선의로 그 순간 우리의 마음은 따스했으니까. 이런 작은 온정이 모여 세상을 아직 살만한 곳으로 만들 거란 믿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어크로스 식구들이 뽑아주신 특별 미션으로 '별것 아니지만 가치가 있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나의 하루를 지켜줄 수 있는 무언가'는 고민하다가, 하루를 여는 커피 한 잔으로 정했다. 소박하지만 귀한 그 커피 한 잔과 함께 『별것 아닌 선의』로 마음을 채웠던 시간.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두고두고 꺼내 볼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어크로스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음미하며 읽고 진심 가득 담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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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라 그래 (양장)
양희은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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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러라 그래

지은이: 양희은

펴낸 곳: 김영사

 

 

 

 시원한 숏커트 머리에 뿔테 안경,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를 지닌 국민 가수, 오랜 라디오 진행자, 마음에 안 드는 사람한텐 의례 쏘아붙이는 '넌 이름이 뭐니?'라는 화통한 한마디. 가수 양희은 씨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건강한 밥상을 차려내려 늘 노력하고 주변 사람을 잘 챙기며 베풀기로 유명한 양희은 씨의 인생을 엿볼 귀한 기회를 얻었다. 데뷔 51주년을 맞은 왕언니 양희은 씨의 현재진행형 에세이 『그러라 그래』! 제목에서 풍기는 기운이 역시 남다르다. 누가 뭐라고 하든, 어떤 어려움이 닥치든 낭랑하게 받아칠 것 같은 우렁찬 목소리. 그 목소리를 떠올리며 나도 슬그머니 '그러라 그래'라고 당당하게 따라 해보았다. (책 읽다 말고 이게 뭐 하는 건가 혼자 웃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나이 들면 좋을지 고민인 내게 왕언니가 살아온 나날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이 드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웬만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란 조언에 깊게 뿌리 내린 나무처럼 튼튼하고 씩씩한 사람이 되자 다짐! 자신이 예쁘고 빛났었다는 것을 알 때쯤, 이미 젊음은 떠나고 곁에 없다는 쓸쓸한 말씀을 하다가도 더 이상 꽃구경은 없는 줄 알았건만 생각을 바꾸니 지금이 가장 찬란한 때라며 이내 씩씩한 모습을 내비치는 왕언니. 어디선가 들었던 '우리는 오늘이 가장 예쁘다'는 말은 정말 옳다. 당신도 나도 살아 숨 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고 내일의 우리는 또 그 순간에 가장 아름다울 거다. 고로, 우리는 늘 예쁘고 아름답다. 흔들리는 순간마다 손가락질하거나,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지켜봐 준 오래 묵은 사이. 왕언니의 든든한 친구들 이야기에 괜스레 울컥하며 가슴이 찡했다. 내겐 그런 오래 묵은 사이가 있던가? 계획 세우지 말고 그냥 살라는 전유성 아저씨의 조언은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지만, 정말 참말이다. 돌이켜 보면 그래도, 그래도 인생을 살아볼 만하다는 말에 앞으로 다가올 멋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채우자며 주먹을 꼭 쥐어 본다.

 

 


 

 

우리 삶은 죽고 싶다고 해서 죽어지지도 않고

살고 싶다고 해서 살아지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러라 그래》 p56 중에서...

 

 

 

온 힘을 쏟아부어 노력해야 할 순간엔 진심으로 임하지만, 평소엔 느슨하게 힘을 풀고 살아내는 삶. 아등바등한다고 모든 일을 풀어낼 순 없다는 걸 알기에 조금 느려도, 인생이 흘러가는 순리대로 리듬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걸 실감한다. 왕언니 양희은 씨가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이야기에서는 구수한 시골 밥상 같은 따스함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들꽃의 풋풋한 풀 내음이 맴돈다. 혀를 굴려 따라 읽어본 문장은 쌉싸름하다가 싱그럽고 때론 쓰다가도 달콤했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자신은 여전히 애어른이 하시지만, 그래도 양희은 씨는 영원한 나의 왕언니다. 그저 나이고 싶고, 노래와 삶이 다르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 노랫말과 그 사람의 실지 생활이 동떨어지지 않는 가수이자 꾸밈없이 솔직하게 노래 불렀고 삶도 그러했던 사람이고 싶다는 왕언니의 소망은 내가 볼 땐 이미 한참 전에 이루셨지 싶다. 언제나 푸르른 상록수처럼 건강하게 우리 곁에 있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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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도 어려워하던 아이가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 변화를 만드는 초등 글쓰기 비법
정재영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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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문장도 어려워하던 아이가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지은이: 정재영

펴낸 곳: 김영사

 

 

 

 글쓰기 그것이 문제로다! 자기 생각과 감정에 여러 기교를 양념 삼아 맛있게 차려낸 글쓰기는 재밌다. 하지만 이 글쓰기란 녀석은 참 녹록지 않다. 제목과 첫 문장부터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물꼬를 트기도 어렵거니와 튼다고 해서 술술 써지는 것도 아닌... 참 요망한 녀석! 그런데도 우리가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 그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온 정재영 작가는 그런 글쓰기의 매력과 장점을 가감 없이 피력한다. 거기서 그쳤다면 그저 물고기만 안겨준 격이겠지만, 낚시하는 법을 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쉽고 재밌게 글쓰기에 접근하며 생생하고 흥미로운 문장을 완성하는 법. 좋을 글을 낚는 방법이 담긴 기특한 책 『한 문장도 어려워하던 아이가 글쓰기를 시작합니다』는 어른인 내게도 유용할 비법이 가득하다.

 

 

 

이 책은 구성부터 꽤 특이하다. 본책과 아이용 문제 편, 부모용 해설 편, 이렇게 3권이 한 세트.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글쓰기를 재밌게 배우도록 구성한 본책으로 글쓰기 비법을 공부하고 문제와 해설을 통해 함께 연습하며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는 방식이다. 초등학교 시절, 엄마와 함께 공부했던 학습 전과가 떠올라 간만에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간간하게 읽었다. 일단 글쓰기의 장점부터 살펴보자면...

 

 

▶▶▶ 글쓰기의 장점!

글을 쓰면 나 자신이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라고 믿게 된다. 고로 자존감이 높아진다.

심지어 자책하고 후회하는 글을 써도 기분이 맑아짐.

글은 '객관화된 자신'이기 때문에 글쓰기는 자신을 존중하고 보듬게 한다.

글쓰기를 잘하게 되면 이해력이 높아져 성적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글쓰기, 이거 안 하면 정말 아까울 듯! 단순 나열 방식으로 글을 쓰지 않도록 주의하고 가장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골라 글을 써보도록 지도하자. 아이들은 글쓰기를 통해 지식과 정보가 중요한 재료라는 걸 깨닫게 된다. '꼭 알아야 할 글쓰기 필수 기술 여덟 가지'는 상당히 유용한 팁들이 담겨 있다. 좋은 제목의 세 가지 조건! 제목은 구체적이고 중요한 내용이며 재밌어야 한다. '왜냐하면~'은 꼭 써야 할 때만 쓸 것. 한 문단에는 중심 문장이 하나만 있어야 한다. 첫 문장은 어떻게 쓸까? 요약, 속담이나 사자성어, 질문을 던지며 시작해보자. 비유법은 마음을 생생하게 전달해 설득력을 높이고 상대를 감동시킨다. 의인법과 과장법도 활용하여 풍성하고 다채로운 문장을 완성해보자.

 

 

 

 자신이 어떤 분야를 잘하는 것과 그 분야를 잘 가르치는 건 정말 다른 문제다. 두 가지 모두 잘한다면 금상첨화! 알찬 글쓰기 비법이 담긴 이 책을 요목조목 따져가며 읽다 보니 정재영 작가는 글쓰기와 글쓰기 수업 모두 잘하는 분 같다. 적절하고 다양한 예시를 통해 더 나은 문장을 쓸 수 있도록 돕고 재밌는 에피소드로 흥미를 유발한다. 집중력이 약한 초등학생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맞춤형 글쓰기 수업! 우리 꼬마가 한글을 떼면 이 책에서 배운 방법들을 토대로 함께 재밌는 글쓰기를 해 볼 생각이다. 나이 먹는 건 서럽지만, 꼬마와 함께 글짓기를 할 그날은 기쁜 마음으로 슬그머니 기대하게 되는! (혼내지 말고 잘 가르쳐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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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노트 - 식물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신혜우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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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학자의 노트

글&그림: 신혜우

펴낸 곳: 김영사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을 앞두고 소박한 베란다 정원을 점검했다. 겨우내 추위에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아이의 빈 화분도 있고 병충해로 고생 중인 환자도 있다.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며 공중에 뿌리를 내리는 녀석, 꽃 한 송이를 소담하게 드러낸 수줍은 친구, 건강한 푸른 잎을 자랑하는 씩씩한 장군까지 소박하지만 다채롭고 풍성한 베란다 정원은 나만의 소중한 보물이다. 마음이 힘들었던 시절, 식물이 심심한 위로가 되어 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욕심내어 반려 식물을 늘렸던 적도 있다. 결과는 참담했지만, 식물이 속삭이며 선사한 그 싱그러운 나날의 행복한 추억은 여전히 내 가슴에 살아 숨 쉰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심성이 못될 리가 없다는 믿음이 있어서일까? 동지를 만나면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 한데 이번엔 동지를 뛰어넘는 스승을 만났다. 전문적으로 식물을 공부하고 멋지게 그려내는 식물학자 신혜우 씨. 그녀가 쓰고 그려 담아낸 『식물학자의 노트』는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막연하게 따라 그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보태니컬 아트는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임을 이제야 알았다. 식물 그림은 식물 종에 대해 깊이 조사하고 전 생애를 관찰하여 최소 1년에 걸쳐 제작된다니! 관찰해야 할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라도 하면 다음 해를 기다리기 일쑤라고 한다. 이런 사정을 알고 나니, 그간 '예쁘다'란 탄성만 연발하며 감상했던 식물 그림이 얼마나 고된 노력으로 빚어낸 예술품인지 깨달았다. 더럽고 없애야 할 존재라 여겼던 곰팡이가 난초의 모든 생애에서 조력자 역할을 한다니 맙소사! 물론 집안에 핀 곰팡이와는 다른 종이겠지만, 그간 곰팡이를 홀대했던 게 슬그머니 미안해졌다. 손대면 톡하고 터져버리는 열매를 가진 봉선화의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한다. 이런, 우리는 왜 봉선화의 애절한 부탁에 귀 기울이지 않았나! 꽃이 밤에 지고 낮에 피는 달맞이꽃과 반대로 낮에 피고 밤에 지는 낮달맞이꽃도 있다고 한다. '대마초'부터 떠올리게 하는 대마의 줄기가 삼베를 만드는 재료라는 건 금시초문. 연못을 온통 뒤덮었다가 겨울이 되면 사라지는 개구리밥은 죽은 것이 아니라 씨앗 같은 겨울눈을 만들어 동면하고 있는 거라고 한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꽃이 노란 유채꽃이라면, 독도를 대표하는 꽃은 바위틈에서 자라는 해국이라도 한다. 척박한 땅에서 바닷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버터낸 그 뚝심이 어려운 시절을 이겨낸 우리의 모습 같아 괜스레 가슴이 찡하다. 식물은 냄새를 못 맡을 거라 생각했는데 냄새를 맡는 식물도 있다고 한다. 식물의 세계가 이토록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다니. 효녀 심청이 덕에 눈을 번쩍 뜬 심 봉사처럼 새로운 세상에 눈뜬 나는 더없이 즐겁게 이 책을 즐겼다.

 

 

 

 

 

 

 학술적인 전문 지식이 담긴 글이지만 전혀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학명이 나올 때면 곧이어 쉬운 설명을 따라 붙이고 그 식물에 얽힌 자신의 추억도 슬그머니 공개하며 지루할 틈 없이 재밌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매력적인 식물학자 신혜우 씨. 식물에 관한 진심도 진심이지만, 직접 완성한 다양한 식물 그림이 충격적일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작은 꽃잎, 뿌리 한 줄기까지 온 마음을 다해 그려낸 그 정성과 노력에 감탄하며 이 찬란한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만날 수 있는 이 순간이 행운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식물을 만나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가슴 뭉클하게 감상한 이 책은 오래도록 곁에 두고 자주 펴보고 싶은 소중한 벗이자 보물이다. 손재주는 없지만,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태니컬 아트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동고동락하는 반려 식물의 멋진 초상화를 완성할 그 날까지 찬찬히 노력해보자. 꽃잎 한 장, 줄기 하나를 그릴 때마다 이 책 『식물학자의 노트』가 선사한 뭉클한 설렘이 떠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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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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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딜레마

글쓴이: B. A. 페리스

옮긴이: 김은경

펴낸 곳: 아르테

 

 

 <비하인드 도어>, <브레이크 다운>, <브링 미 백>으로 추리 소설 애독자에게 스릴 넘치는 여름을 선사했던 B. A. 페리스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이번 신간의 제목은 '딜레마(The Dilemma)'. 진퇴양난을 뜻하는 단어로, 두 개의 판단 사이에서 어떤 쪽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어쩜 이렇게 제목을 찰떡같이 잘 지었는지, 시작부터 주인공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다는 암시를 뿌리며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내 비밀은 꽁꽁 숨기고 싶지만, 남의 비밀은 너무나 궁금한 법. '알면 다친다'는 경고를 떠올리면 분명 조심해야 할 상황이지만, 작가가 제대로 뿌려놓은 떡밥 때문에 멈출 수가 없다. 오랜 시간 손꼽아 기다렸던 특별한 순간에 몰아치는 끔찍한 운명의 장난. 당신이라면 과연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40살 생일 파티를 앞둔 리비아. 10대 시절 이른 임신으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그녀에게 40살에 성대하게 치를 생일 파티는 인생의 낙이자 목표였다. 리바아의 남편 애덤도 아내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그날만큼은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 먹는다. 곧 미국으로 떠날 아들 조시와 홍콩에서 유학 중인 딸 마니 역시 엄마의 멋진 생일을 위해 노력한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의절하게 된 리비아의 부모님은 리비아가 끊임없이 청한 화해의 손길을 이제라도 잡아주실까? 시험 스케쥴 변동으로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어려워진 마니는 아빠와 함께 깜짝 계획을 세운다. 몇 번의 환승을 거쳐 영국에 도착하는 저렴한 항공편을 타고 엄마 몰래 파티에 나타나기로 한 마니. 애덤과 마니는 기뻐할 리비아를 생각하며 한껏 들뜬 상태지만, 어째 리비아의 속내는 전혀 다른 모양이다. 생일 파티에 딸 마니가 참석하지 못해 다행이라며 안심하는 그녀. 대체 리비아에겐 무슨 말 못 할 비밀이 있는 걸까? 초반에 은근하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중반부에 들어서며 팔팔 끓는 가마솥처럼 폭주하기 시작한다. 이륙 직후 추락하여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비행기. 그 비행기에 마니가 타고 있었을까? 리비아와 마니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남자의 정체는 과연 누구일까? 리비아와 애덤이 서로에게 말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비밀은 무엇일까?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습니까?"

 

 

 

 상대를 위한 하얀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좀 서툴고 이기적이었던 그들의 비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홀로 간직한 비밀에 끙끙거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이해되면서도 답답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우리가 감수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아니, 과연 상대를 위한다는 이런 배려 아닌 배려가 과연 옳은 것인가? 누구에게나 불시에 닥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소설이라고만 여기긴 힘들었던 이야기. 진실을 숨기는 것이 사랑이라 믿었던 부부에게 닥친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를 지켜보며 착잡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다. 그들의 선택은 최선이었을까? 이성의 잣대로 시시비비를 가리기엔 그들의 진심을 알기에 안타까움이 앞선 시간이었다. 교묘한 심리전으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B. A. 패리스의 신작 『딜레마』, 역시는 역시다!

 

 

아르테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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