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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라 그래 (양장)
양희은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평점 :

제목: 그러라 그래
지은이: 양희은
펴낸 곳: 김영사
시원한 숏커트 머리에 뿔테 안경,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를 지닌 국민 가수, 오랜 라디오 진행자, 마음에 안 드는 사람한텐 의례 쏘아붙이는 '넌 이름이 뭐니?'라는 화통한 한마디. 가수 양희은 씨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건강한 밥상을 차려내려 늘 노력하고 주변 사람을 잘 챙기며 베풀기로 유명한 양희은 씨의 인생을 엿볼 귀한 기회를 얻었다. 데뷔 51주년을 맞은 왕언니 양희은 씨의 현재진행형 에세이 『그러라 그래』! 제목에서 풍기는 기운이 역시 남다르다. 누가 뭐라고 하든, 어떤 어려움이 닥치든 낭랑하게 받아칠 것 같은 우렁찬 목소리. 그 목소리를 떠올리며 나도 슬그머니 '그러라 그래'라고 당당하게 따라 해보았다. (책 읽다 말고 이게 뭐 하는 건가 혼자 웃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나이 들면 좋을지 고민인 내게 왕언니가 살아온 나날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이 드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웬만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란 조언에 깊게 뿌리 내린 나무처럼 튼튼하고 씩씩한 사람이 되자 다짐! 자신이 예쁘고 빛났었다는 것을 알 때쯤, 이미 젊음은 떠나고 곁에 없다는 쓸쓸한 말씀을 하다가도 더 이상 꽃구경은 없는 줄 알았건만 생각을 바꾸니 지금이 가장 찬란한 때라며 이내 씩씩한 모습을 내비치는 왕언니. 어디선가 들었던 '우리는 오늘이 가장 예쁘다'는 말은 정말 옳다. 당신도 나도 살아 숨 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고 내일의 우리는 또 그 순간에 가장 아름다울 거다. 고로, 우리는 늘 예쁘고 아름답다. 흔들리는 순간마다 손가락질하거나,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지켜봐 준 오래 묵은 사이. 왕언니의 든든한 친구들 이야기에 괜스레 울컥하며 가슴이 찡했다. 내겐 그런 오래 묵은 사이가 있던가? 계획 세우지 말고 그냥 살라는 전유성 아저씨의 조언은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지만, 정말 참말이다. 돌이켜 보면 그래도, 그래도 인생을 살아볼 만하다는 말에 앞으로 다가올 멋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채우자며 주먹을 꼭 쥐어 본다.

우리 삶은 죽고 싶다고 해서 죽어지지도 않고
살고 싶다고 해서 살아지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러라 그래》 p56 중에서...
온 힘을 쏟아부어 노력해야 할 순간엔 진심으로 임하지만, 평소엔 느슨하게 힘을 풀고 살아내는 삶. 아등바등한다고 모든 일을 풀어낼 순 없다는 걸 알기에 조금 느려도, 인생이 흘러가는 순리대로 리듬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걸 실감한다. 왕언니 양희은 씨가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이야기에서는 구수한 시골 밥상 같은 따스함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들꽃의 풋풋한 풀 내음이 맴돈다. 혀를 굴려 따라 읽어본 문장은 쌉싸름하다가 싱그럽고 때론 쓰다가도 달콤했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자신은 여전히 애어른이 하시지만, 그래도 양희은 씨는 영원한 나의 왕언니다. 그저 나이고 싶고, 노래와 삶이 다르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 노랫말과 그 사람의 실지 생활이 동떨어지지 않는 가수이자 꾸밈없이 솔직하게 노래 불렀고 삶도 그러했던 사람이고 싶다는 왕언니의 소망은 내가 볼 땐 이미 한참 전에 이루셨지 싶다. 언제나 푸르른 상록수처럼 건강하게 우리 곁에 있어 주시기를!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