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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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기다렸던 정유정 작가의 신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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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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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메디컬 조선

지은이: 박영규

펴낸 곳: 김영사

 

 

 

 어떻게 하면 역사를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까? 단군 할아버지가 세운 고조선을 시작으로 현대사까지 이어지는 한국사. 그중 가장 재밌는 시대는 단연 조선 왕조 500년이다. 바람 잘 날 없던 그 긴 세월, 꿋꿋하게 500년을 이어온 조선 시대는 알면 알수록 흥미진진한 매력덩어리! 역사란 전반적인 흐름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턴 시대별, 주제별로 파고드는 게 좋다. 다양한 주제로 역사에 접근하다 보면, 이미 알고 있던 국한적인 지식에서 한층 발전하여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최근에 조선 왕들의 사사로운 이야기를 통해 살벌했던 불화의 순간을 엿본 <조선 갈등사>를 참 재밌게 읽었음. 그렇다면 이번 주제는? 조선 시대의 의료 이야기다.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를 속 시원히 알려주는 『메디컬 조선』! 목차부터 눈길을 사로잡더니, 역사책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가독성이 좋아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아니, 무슨 역사책이 이렇게 재미있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너무 재밌게 본 탓일까? 그 시절의 질병과 의료란 주제 앞에서 고작 생각나는 게 허준과 대장금이라니. 참 단순하구나... 이 책은 그런 단순(무식)함이란 우물에서 우리를 꺼내 줄 구원의 동아줄이다. 조선의 의료 체계와 의료 시설, 조선 백성을 괴롭힌 10대 질병, 조선 왕들의 질병과 죽음, 조선을 풍미한 명의, 조선 의학의 초석이 된 의서. 어쩜 이렇게 궁금하고 중요한 요점만 쏙쏙 골라 담았는지! 조선 시대에는 13일 이상 지속하는 감기를 '과경'이라 부르며 다들 몹시 두려워했다고 한다. 지금은 간단한 외과 시술로 제거할 수 있는 종기가 조선 왕 27명 중 10명 이상을 사망을 몰고 갔다니, 맙소사! 당시 의과 시험은 초시와 복시로 나눠 두 차례 시험을 보고 열두 과목을 통과해야 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의사 되기 어려운 건 똑같지만, 조선 시대에는 기술을 천하게 여겨 의원들의 사회적 계급이 낮았다니 참 황당할 노릇이다.

 

 

 


 

 

 

조선 시대 의녀가 약방 '기생'이라고?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 업종이 아무리 많고 많다지만, 조선 시대 의녀란 직업도 참 만만치 않게 힘들었겠다. 부인병 치료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양성된 의녀들은 성적이 좋지 않거나 40세가 지나도록 전문 분야가 없으면 다시 관비 신세로 돌아갔다. 뛰어난 기술을 발휘하여 내의녀가 되어야 비로소 월급을 받았는데 이건 뭐 하늘의 별 따기. 그나저나 의녀들이 담당했던 업무가 기가 찰 노릇이다. 기본적인 의무는 간병이지만 온갖 기상천외한 일을 도맡았던 그녀들. 여자 경찰 역할을 하며 여자 죄수를 살피고, 후궁이나 어린 왕자를 잡아들일 때, 왕비의 능을 옮기거나 조성할 때도 동원되었다. 상관들에게 시달리며 잔치에 불려서 술 시중을 들고, 심지어 성 상납까지 강요받았다고 하니 참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 아랫도리가 문제다, 문제! 그 시절 약방 기생이라 불렸다는 의녀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귀한 존재가 그런 험한 일을 겪다니...

 

 

 

'염병'이 그냥 욕 아니었어?

'ㅈㄹ하네' 못지않게, 흔히 사용하는 욕설인 '염병하네'. 이게 그냥 욕인 줄 알았는데, 정말 병이었다니! 조선 시대의 염병은 현대 의학에서는 장티푸스와 유사하며 열과 설사, 기침을 동반하면 염병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병증까지 나타나 소문만 듣고도 10리 밖으로 달아났다는데, 전파력이 강해 일단 병이 돌면 가족이 다 죽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엔 이런 전염병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거의 매년 끔찍한 전염병이 돌았던 그 시절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고 한다. 양반들은 산속에 전염병 피신처를 마련해두고 오가기도 했다고. 놀랍도록 의학이 발전했지만, 코로나로 신음하며 맥을 못 추는 현재 상황과 참 비슷하다. 역시 질병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다양한 질병으로 고통받았던 왕들의 사연과 하늘이 내린 명의들의 활약, <동의보감> 같은 조선 의학의 초석이 된 의서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책을 내리 다 읽고는 그제야 이 책의 저자가 궁금해졌다. 책날개에 실린 저자 약력을 보면 '역사 대중화 열풍을 일으킨 대중 역사 저술가이자 밀리언셀러 실록사가', '200만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출간 후 20년 넘게 아홉 권의 '한 권으로 읽는 역사' 시리즈를 펴냈다.'고 한다. 유려한 문장으로 흥미롭게 지식을 전달하는 저자의 다른 책도 꼭 읽어 보고 싶다. 삽화나 사진 같은 시각 자료가 없어 살짝 아쉬웠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은 책이니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김영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게 읽고 신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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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
이수정.이은진 지음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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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수정, 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

지은이: 이수정, 이은진

펴낸 곳: 김영사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요즘,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상에 일명 '묻지마' 범죄는 물론 인륜을 저버린 흉악 범죄까지 기승을 부린다. 태어날 때부터 범죄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일부 유전적 특성이 있을 수 있단 건 알지만, 태생부터 악인은 없다고 믿고 싶은 마음. 그렇다면 범죄자는 왜 범죄를 저지르는 걸까? 우리나라 최고의 범죄 심리학자인 이수정 교수와 그녀의 후배 이은진 상담심리 전문가가 손을 잡고 그 비밀을 파헤친다. '왜 어떤 성격장애는 범죄로 이어졌는가'. 일반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심리 상태를 전문가의 설명에 따라 조심스레 탐구하는 과정. 경범죄가 아닌 살인이란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이기에 사건 정황은 하나같이 섬뜩하지만, 살아온 배경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공통 분자는 꼭 있는 법. 10건의 사건을 토대로 범죄자를 분석하는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유의미한 교집합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른다.

 

 

 

 성격장애의 유형이 이토록 세분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편집성, 조현성, 조현형, 경계성, 자기애성, 연극성, 반사회성, 회피성, 의존성, 강박성 성격장애. 편집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모든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고, 타인의 행동 동기를 추측한 다음 이를 지나치게 확신하며, 다른 관점에서 보지 못한다. 조현성 성격장애는 수줍음을 타고 과하게 예민하며 상호작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 성격장애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지만, 어떤 성격장애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의 숨 막히는 완벽주의에 늘 눈치만 보고 살았거나, 부모의 만성적인 거절과 거부로 정서적 교류 없이 방치되고 학대당했다. 부모의 과도한 집착 때문에 폭발하여 엇나간 경우도 있고 학창 시절에 당한 괴롭힘이 풀지 못할 응어리로 남아 어둠에 잠식된 경우도 있었다. 화목한 가정에서 문제없이 살다가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된 사례는 없다는 말씀. 태생 자체가 그런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대의 고통을 의식하지 못하는 양심 없는 인간도 있었지만, 후천적 요인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드러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범죄자는 가정과 사회가 잘못 길러낸 괴물 혹은 피해자인 걸까?

 

 

 


 

 

 

 살다 보면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참 많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신작 <죄의 궤적>의 주인공 간지 역시 그랬었다. 어린 시절 계부에게 당한 학대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렸던... 하지만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고 그가 저지른 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이 책 『이수정, 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 역시 범죄자들이 저지른 죄의 정당성을 논하거나 연민을 사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저 범죄자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여 특정 성격장애로 분류하고, 그런 성격 장애가 발생한 원인과 그로 인해 저지른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랄까. 1인칭 시점, 때론 3인칭 시점으로 각 사연에 어울리게 기술한 방식 덕분에 사건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재밌다'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겠으나 꽤 흥미로운 책인 건 확실하다. 평소 스릴러와 추리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와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시청자라면 이 책에 더없이 만족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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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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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리의 계절
민미레터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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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녕, 우리의 계절

글과 그림: 민미레터

펴낸 곳: 김영사

 

 

 

 입속에 톡 털어 넣은 달콤한 사탕을 굴리듯 제목을 머금어 본다. 청량하고 상큼한 탄산음료가 톡톡 튀어 오르듯 짜릿한 전율이 흐른다. 『안녕, 우리의 계절』. 반갑게 안부를 묻는 다정한 인사. 너무 흔해 무심코 지나쳤던 '안녕'이란 단어와 '우리의 계절'이 손을 잡자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듯 마음이 포근해진다. 도심 속 푸른 산 아래 작업실 '벨르몽'에서 산책을 즐기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는 민미레터 님. 불어로 '아름다운 산'을 뜻한다는 벨르몽이란 이름답게 그녀의 작업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계절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무수히 지나쳐온 그 많은 계절이 우리의 마음속에서 모자이크처럼 알록달록 반짝이는 순간, 코끝이 찡해지며 가슴이 뭉클해진다. 안녕, 우리의 계절. 안녕, 우리의 추억!

 

 

 

 그녀의 열 살 무렵 여름의 추억을 공유해본다. 냇가에서 놀다가 둥둥 떠내려온 자라. 그 자라를 대야에 담아 집으로 돌아왔지만, 며칠 뒤 자라의 움직임이 부쩍 둔해졌다. 집으로 돌려보내야 자라가 살 수 있다는 엄마의 말씀에 그녀와 동생은 고민 끝에 자라를 다시 놓아준다. "어떡해! 인사도 못 했어!" 아쉽고 다급한 마음에 우당탕 집으로 돌아와 급하게 편지를 썼다. 만나서 반가웠다고, 괴롭히려고 대야에 가둔 건 아니었다고, 꼭 가족을 만나서 잘 살라고. 정성 들여 쓴 편지를 고이 배에 접어 냇가에 띄웠지만, 배는 금세 물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어쩔 줄 몰라 하며 두 자매는 울음을 터트렸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동심이 고스란히 느껴져 읽는 내내 흐뭇했던 이야기. 그녀의 기억은 어느새 비슷한 시절의 내 추억을 불러온다. 몇 년간 키우던 거북이가 꽤 자라서 어항에 있기엔 너무 답답해 보였던 어느 날. 엄마는 거북이를 큰 세상으로 보내주자고 하셨다. 대청호에 녀석을 놓아주자, 조금 헤엄쳐 가더니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 돌아와 잠시 눈을 맞추고 떠났는데... 녀석은 잘 살아 있을까? 거북이는 오래 사니까 분명 어디선가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 이 책은 이렇듯 누군가의 추억과 나의 추억이 만나 아름답게 찰랑대며 눈부시게 반짝이는 가슴 시린 순간을 선사한다.

 

 

 


 

 

 

 민미레터 작가처럼 자연을 벗 삼아 그림을 그리며 노니는 삶은 어떨까 상상해본다. 봄과 여름, 여름과 가을, 가을과 겨울, 다시 겨울과 봄. 계절과 계절 사이의 애매한 시기가 가장 좋다는 그녀. 다음에 사진을 찍자며 돌아섰던 꽃이 금세 저버린 이후로 그녀에게 다음은 없다고 한다. 매 순간 충실하며 감정의 끈을 놓지 않고 정성스레 사진과 화폭에 그 진심을 담아낸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녀의 글과 그림에서 느껴지는 밝은 에너지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희로애락 가득한 게 인생이라지만, 그녀의 시간은 어쩐지 느리고 잔잔하게 흘러갈 것 같은 느낌. 그 느긋하고 바삭한 나날을 책을 통해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긴 소담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나도 지나온 나의 계절과 앞으로 펼쳐질 순간들을 그려본다. 안녕, 우리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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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뭉클하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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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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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지은이: 백영옥

펴낸 곳: 나무의 철학

 

 

 

 10년이란 세월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겐 잊고 싶은 고생스러운 지난 날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꿈에 그릴 만큼 돌아가고 싶은 시절일 수도 있다. 내게 지난 10년은 앞만 보고 그저 달리고, 또 달린 세월이었다. 젊음을 담보로 희망 하나만 믿고 내일을 위해 달렸던 그 시절. 돌이켜보면 참 힘들었지만,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10년이기에 그때의 나에게 참 고맙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로 앤을 사랑하는 수많은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백영옥 작가에게 지난 10년은 어떤 의미였을까? '35만 독자의 뜨거운 요청이 불러온 10년 만의 재출간!' 띠지에 꾹꾹 담긴 이 문구에 가슴이 설렌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거다. 길고 긴 세월의 다리를 건너 다시 빛을 보게 된, 백영옥 작가의 에세이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미 어른이었지만 마음만은 아이 같았던 백영옥 작가의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 조심스레 펼친 그립고 혹은 가슴 아픈 추억들. 이 책과 함께 우리에게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첫 제목부터 가슴이 시큰하다. '서른아홉, 나의 삼십 대가 저물어 간다', 마치 내가 이 책을 읽을 줄 알았다는 듯 그녀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쏟아낸다. '청춘이 스러진다.' 우리는 언제나 오늘이 가장 예쁘다고 힘주어 말하는 나지만 이 구절에서는 괜스레 눈물이 글썽했다. 이 글을 쓰고 또 10년의 세월을 보낸 그녀는 이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더 귀 기울이고 있을까? 현재의 그녀가, 그리고 10년 후의 내 모습이 궁금한 순간이었다. 신춘문예를 준비하겠다고 고시원에 틀어박혀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 월급을 준다는 신의 직장에서 미래의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녀. 그 시절 그들은 과연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등 그 시절에 참 재밌게 봤던 작품을 따라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른다. 지금의 백영옥 작가가 되기 전의 시간들. 20대에 겪은 쓰디쓴 실패와 상실, 만남과 이별, 글쓰기를 향한 집념으로 끊임없이 도전했던 순간들. 그 모든 순간에 30대의 그녀와 20대의 내가 함께 살아 숨 쉰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들 속에서도 낡아가는 시간의 주름들을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눈에 보일리 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릴 리 없는 들리기 시작하면,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p209 중에서...

 

 

 

 땀이 뻘뻘 흐르는 무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때론 은은한 조명 아래서 맛있는 치즈를 곁들인 와인과 함께. 그것도 아니면 얼음 가득 든 컵에 콸콸 부어 마신 시원한 콜라와 함께. 어느 순간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백영옥 작가의 문장을 좋아하기에, 가슴에 꾹꾹 눌러 담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글귀가 참 많았다. 그녀는 이때도 참 글을 잘 썼구나. 역시는 역시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지는 에세이 중에서도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2012년과 2021년이란 책과 책 사이의 공백 덕분이다. 그 사이 우리의 청춘은 조금 저물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그대로란 사실을. 그리고 이토록 아프고 힘들었지만, 잘 이겨내고 오늘을 맞이했다는 위로를. 앞으로의 10년은 더 멋진 일이 펼쳐질 거란 기대를. 이 책은 우리에게 갖게 한다. 수줍게 고백하건대, 이 책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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