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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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메디컬 조선

지은이: 박영규

펴낸 곳: 김영사

 

 

 

 어떻게 하면 역사를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까? 단군 할아버지가 세운 고조선을 시작으로 현대사까지 이어지는 한국사. 그중 가장 재밌는 시대는 단연 조선 왕조 500년이다. 바람 잘 날 없던 그 긴 세월, 꿋꿋하게 500년을 이어온 조선 시대는 알면 알수록 흥미진진한 매력덩어리! 역사란 전반적인 흐름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턴 시대별, 주제별로 파고드는 게 좋다. 다양한 주제로 역사에 접근하다 보면, 이미 알고 있던 국한적인 지식에서 한층 발전하여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최근에 조선 왕들의 사사로운 이야기를 통해 살벌했던 불화의 순간을 엿본 <조선 갈등사>를 참 재밌게 읽었음. 그렇다면 이번 주제는? 조선 시대의 의료 이야기다.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를 속 시원히 알려주는 『메디컬 조선』! 목차부터 눈길을 사로잡더니, 역사책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가독성이 좋아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아니, 무슨 역사책이 이렇게 재미있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너무 재밌게 본 탓일까? 그 시절의 질병과 의료란 주제 앞에서 고작 생각나는 게 허준과 대장금이라니. 참 단순하구나... 이 책은 그런 단순(무식)함이란 우물에서 우리를 꺼내 줄 구원의 동아줄이다. 조선의 의료 체계와 의료 시설, 조선 백성을 괴롭힌 10대 질병, 조선 왕들의 질병과 죽음, 조선을 풍미한 명의, 조선 의학의 초석이 된 의서. 어쩜 이렇게 궁금하고 중요한 요점만 쏙쏙 골라 담았는지! 조선 시대에는 13일 이상 지속하는 감기를 '과경'이라 부르며 다들 몹시 두려워했다고 한다. 지금은 간단한 외과 시술로 제거할 수 있는 종기가 조선 왕 27명 중 10명 이상을 사망을 몰고 갔다니, 맙소사! 당시 의과 시험은 초시와 복시로 나눠 두 차례 시험을 보고 열두 과목을 통과해야 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의사 되기 어려운 건 똑같지만, 조선 시대에는 기술을 천하게 여겨 의원들의 사회적 계급이 낮았다니 참 황당할 노릇이다.

 

 

 


 

 

 

조선 시대 의녀가 약방 '기생'이라고?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 업종이 아무리 많고 많다지만, 조선 시대 의녀란 직업도 참 만만치 않게 힘들었겠다. 부인병 치료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양성된 의녀들은 성적이 좋지 않거나 40세가 지나도록 전문 분야가 없으면 다시 관비 신세로 돌아갔다. 뛰어난 기술을 발휘하여 내의녀가 되어야 비로소 월급을 받았는데 이건 뭐 하늘의 별 따기. 그나저나 의녀들이 담당했던 업무가 기가 찰 노릇이다. 기본적인 의무는 간병이지만 온갖 기상천외한 일을 도맡았던 그녀들. 여자 경찰 역할을 하며 여자 죄수를 살피고, 후궁이나 어린 왕자를 잡아들일 때, 왕비의 능을 옮기거나 조성할 때도 동원되었다. 상관들에게 시달리며 잔치에 불려서 술 시중을 들고, 심지어 성 상납까지 강요받았다고 하니 참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 아랫도리가 문제다, 문제! 그 시절 약방 기생이라 불렸다는 의녀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귀한 존재가 그런 험한 일을 겪다니...

 

 

 

'염병'이 그냥 욕 아니었어?

'ㅈㄹ하네' 못지않게, 흔히 사용하는 욕설인 '염병하네'. 이게 그냥 욕인 줄 알았는데, 정말 병이었다니! 조선 시대의 염병은 현대 의학에서는 장티푸스와 유사하며 열과 설사, 기침을 동반하면 염병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병증까지 나타나 소문만 듣고도 10리 밖으로 달아났다는데, 전파력이 강해 일단 병이 돌면 가족이 다 죽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엔 이런 전염병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거의 매년 끔찍한 전염병이 돌았던 그 시절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고 한다. 양반들은 산속에 전염병 피신처를 마련해두고 오가기도 했다고. 놀랍도록 의학이 발전했지만, 코로나로 신음하며 맥을 못 추는 현재 상황과 참 비슷하다. 역시 질병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다양한 질병으로 고통받았던 왕들의 사연과 하늘이 내린 명의들의 활약, <동의보감> 같은 조선 의학의 초석이 된 의서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책을 내리 다 읽고는 그제야 이 책의 저자가 궁금해졌다. 책날개에 실린 저자 약력을 보면 '역사 대중화 열풍을 일으킨 대중 역사 저술가이자 밀리언셀러 실록사가', '200만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출간 후 20년 넘게 아홉 권의 '한 권으로 읽는 역사' 시리즈를 펴냈다.'고 한다. 유려한 문장으로 흥미롭게 지식을 전달하는 저자의 다른 책도 꼭 읽어 보고 싶다. 삽화나 사진 같은 시각 자료가 없어 살짝 아쉬웠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은 책이니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김영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게 읽고 신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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