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안녕, 우리의 계절
글과 그림: 민미레터
펴낸 곳: 김영사
입속에 톡 털어 넣은 달콤한 사탕을 굴리듯 제목을 머금어 본다. 청량하고 상큼한 탄산음료가 톡톡 튀어 오르듯 짜릿한 전율이 흐른다. 『안녕, 우리의 계절』. 반갑게 안부를 묻는 다정한 인사. 너무 흔해 무심코 지나쳤던 '안녕'이란 단어와 '우리의 계절'이 손을 잡자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듯 마음이 포근해진다. 도심 속 푸른 산 아래 작업실 '벨르몽'에서 산책을 즐기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는 민미레터 님. 불어로 '아름다운 산'을 뜻한다는 벨르몽이란 이름답게 그녀의 작업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계절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무수히 지나쳐온 그 많은 계절이 우리의 마음속에서 모자이크처럼 알록달록 반짝이는 순간, 코끝이 찡해지며 가슴이 뭉클해진다. 안녕, 우리의 계절. 안녕, 우리의 추억!
그녀의 열 살 무렵 여름의 추억을 공유해본다. 냇가에서 놀다가 둥둥 떠내려온 자라. 그 자라를 대야에 담아 집으로 돌아왔지만, 며칠 뒤 자라의 움직임이 부쩍 둔해졌다. 집으로 돌려보내야 자라가 살 수 있다는 엄마의 말씀에 그녀와 동생은 고민 끝에 자라를 다시 놓아준다. "어떡해! 인사도 못 했어!" 아쉽고 다급한 마음에 우당탕 집으로 돌아와 급하게 편지를 썼다. 만나서 반가웠다고, 괴롭히려고 대야에 가둔 건 아니었다고, 꼭 가족을 만나서 잘 살라고. 정성 들여 쓴 편지를 고이 배에 접어 냇가에 띄웠지만, 배는 금세 물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어쩔 줄 몰라 하며 두 자매는 울음을 터트렸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동심이 고스란히 느껴져 읽는 내내 흐뭇했던 이야기. 그녀의 기억은 어느새 비슷한 시절의 내 추억을 불러온다. 몇 년간 키우던 거북이가 꽤 자라서 어항에 있기엔 너무 답답해 보였던 어느 날. 엄마는 거북이를 큰 세상으로 보내주자고 하셨다. 대청호에 녀석을 놓아주자, 조금 헤엄쳐 가더니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 돌아와 잠시 눈을 맞추고 떠났는데... 녀석은 잘 살아 있을까? 거북이는 오래 사니까 분명 어디선가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 이 책은 이렇듯 누군가의 추억과 나의 추억이 만나 아름답게 찰랑대며 눈부시게 반짝이는 가슴 시린 순간을 선사한다.

민미레터 작가처럼 자연을 벗 삼아 그림을 그리며 노니는 삶은 어떨까 상상해본다. 봄과 여름, 여름과 가을, 가을과 겨울, 다시 겨울과 봄. 계절과 계절 사이의 애매한 시기가 가장 좋다는 그녀. 다음에 사진을 찍자며 돌아섰던 꽃이 금세 저버린 이후로 그녀에게 다음은 없다고 한다. 매 순간 충실하며 감정의 끈을 놓지 않고 정성스레 사진과 화폭에 그 진심을 담아낸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녀의 글과 그림에서 느껴지는 밝은 에너지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희로애락 가득한 게 인생이라지만, 그녀의 시간은 어쩐지 느리고 잔잔하게 흘러갈 것 같은 느낌. 그 느긋하고 바삭한 나날을 책을 통해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긴 소담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나도 지나온 나의 계절과 앞으로 펼쳐질 순간들을 그려본다. 안녕, 우리의 계절.

김영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가슴 뭉클하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