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지은이: 백영옥

펴낸 곳: 나무의 철학

 

 

 

 10년이란 세월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겐 잊고 싶은 고생스러운 지난 날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꿈에 그릴 만큼 돌아가고 싶은 시절일 수도 있다. 내게 지난 10년은 앞만 보고 그저 달리고, 또 달린 세월이었다. 젊음을 담보로 희망 하나만 믿고 내일을 위해 달렸던 그 시절. 돌이켜보면 참 힘들었지만,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10년이기에 그때의 나에게 참 고맙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로 앤을 사랑하는 수많은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백영옥 작가에게 지난 10년은 어떤 의미였을까? '35만 독자의 뜨거운 요청이 불러온 10년 만의 재출간!' 띠지에 꾹꾹 담긴 이 문구에 가슴이 설렌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거다. 길고 긴 세월의 다리를 건너 다시 빛을 보게 된, 백영옥 작가의 에세이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미 어른이었지만 마음만은 아이 같았던 백영옥 작가의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 조심스레 펼친 그립고 혹은 가슴 아픈 추억들. 이 책과 함께 우리에게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첫 제목부터 가슴이 시큰하다. '서른아홉, 나의 삼십 대가 저물어 간다', 마치 내가 이 책을 읽을 줄 알았다는 듯 그녀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쏟아낸다. '청춘이 스러진다.' 우리는 언제나 오늘이 가장 예쁘다고 힘주어 말하는 나지만 이 구절에서는 괜스레 눈물이 글썽했다. 이 글을 쓰고 또 10년의 세월을 보낸 그녀는 이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더 귀 기울이고 있을까? 현재의 그녀가, 그리고 10년 후의 내 모습이 궁금한 순간이었다. 신춘문예를 준비하겠다고 고시원에 틀어박혀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 월급을 준다는 신의 직장에서 미래의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녀. 그 시절 그들은 과연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등 그 시절에 참 재밌게 봤던 작품을 따라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른다. 지금의 백영옥 작가가 되기 전의 시간들. 20대에 겪은 쓰디쓴 실패와 상실, 만남과 이별, 글쓰기를 향한 집념으로 끊임없이 도전했던 순간들. 그 모든 순간에 30대의 그녀와 20대의 내가 함께 살아 숨 쉰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들 속에서도 낡아가는 시간의 주름들을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눈에 보일리 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릴 리 없는 들리기 시작하면,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p209 중에서...

 

 

 

 땀이 뻘뻘 흐르는 무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때론 은은한 조명 아래서 맛있는 치즈를 곁들인 와인과 함께. 그것도 아니면 얼음 가득 든 컵에 콸콸 부어 마신 시원한 콜라와 함께. 어느 순간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백영옥 작가의 문장을 좋아하기에, 가슴에 꾹꾹 눌러 담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글귀가 참 많았다. 그녀는 이때도 참 글을 잘 썼구나. 역시는 역시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지는 에세이 중에서도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2012년과 2021년이란 책과 책 사이의 공백 덕분이다. 그 사이 우리의 청춘은 조금 저물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그대로란 사실을. 그리고 이토록 아프고 힘들었지만, 잘 이겨내고 오늘을 맞이했다는 위로를. 앞으로의 10년은 더 멋진 일이 펼쳐질 거란 기대를. 이 책은 우리에게 갖게 한다. 수줍게 고백하건대, 이 책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참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