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게임
오음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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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외계인 게임

글쓴이: 오음

펴낸 곳: 팩토리나인 (쌤앤파커스)

 

 

 

 낯선 곳으로 떠난 여행.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 혹은 홀로 있고 싶어 떠났다 하더라도 세상 어딜 가든 한국 사람은 만나기 마련이다. 타지에서 만나면 또 왜 그렇게 빨리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지!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보통 같은 언어를 쓰는 자기 나라 사람과 똘똘 뭉치게 되어 있다. 전혀 다른 인생을 살던 다섯 청년이 파키스탄 훈자라는 작은 마을에서 만나 이웃처럼 지내는 이야기. 모두 청춘이긴 하지만 연령대와 직업은 상당히 다양하다. 중학교 국어 교사인 28살 김설, 영상 번역가인 32살 남하나, 소설가인 40세 최낙현, 대학생인 22세 전나은, 여행자인 29세 오후. 각자 지닌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보니, 다음 인물은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게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이면서도 그 안에 어느덧 서로가 녹아들어 있는 이들은 한국에서는 독특한 외계인이었을지 모르나, 훈자라는 곳에서는 그저 좀 특별한 자유로운 영혼일 뿐이다. 서로를 이해하는 벗이 있음으로!

 

 

 

 이별을 결심하고 무작정 훈자로 날아온 설, 설의 이별은 서로 마음이 식어버려 마치 약속된 끝을 향해 달려가는 듯했지만 예상 못 한 반전이 숨어 있다. 그 진실은 하나의 이야기에서 밝혀진다. 영상 번역가라는 직업에 반가워하며 만난 하나의 이야기는 더 놀라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살기 위해 참 다양한 일을 했던 하나. 애써 드러내진 않지만 그녀의 인생 곳곳에 깔린 공허한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가란 얼마나 배고픈 직업인가. 30대에 야심 차게 등단했지만, 그 후 별다른 인기작을 내놓지 못한 낙현의 인생도 순탄치 않다. 10년이란 세월은 희망을 절망으로, 사랑은 애증으로 바꾸기에 충분한 세월이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니까. 그래도, 이혼한 아내가 보낸 메일 한 통에 안타까움이 조금 가셨다. 아름다운 이별이란 없다지만, 그래도 이 부부는 제법 괜찮은 이별을 한 게 아닐지.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저 하루를 사는 게 괴로운 나은이는 모두 같이 놀러 간 여행지에서 깜짝 헤프닝을 벌인다. 어려서 생각이 없다기보단,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나 못 견디게 힘든 상황에서 홀로 고통스러워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나은이를 이해했다.

 

 

 


 

 

 

 가장 궁금했던 후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실려 있다. 벌써 세 계절이나 후안에 머물고 있는 후. 하릴없이 허송세월 보내기 좋아하는 한량 같지만, 첫 등장부터 뭔가 가슴 아픈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아우라가 풍겼다. 역시나! 안 어울리게 대단한 순정파였던 후의 지울 수 없는 안타까운 추억. 그런 후의 상처를 설이 보듬어 줄 수 있을까? 에필로그에서 만난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음을 상상해본다. 낯선 곳에서 만나 남이 아닌 우리가 된 그들의 이야기. 이런 우정과 사랑이란 감정을 대체 언제 느껴봤더라? 까마득한 기억 속에서 억지로 끄집어낸 그 시절 나의 모습은 예상과 달리 편안해 보였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힘들었던 시절, 괴로웠던 과거란 꼬리표를 붙여 가슴 깊숙이 묻어버린 그때의 나는 어쩌면 이 다섯 청춘처럼 그 순간을 잘 살아낸 모양이다. 비슷한 점 하나 없는 남이지만, 정말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그들의 인생을 통해 지난날 내 청춘을 돌아본 특별한 시간이었다. 꽤 재밌는 소설이었음!

 

 

팩토리나인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몰입하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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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플레이 트리플 6
조우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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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팀플레이

《트리플 시리즈》

글쓴이: 조우리

펴낸 곳: 자음과모음

 

 

 

 한국 단편소설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트리플 시리즈 신간이 출간됐다. 박서련 작가의 <호르몬이 그랬어>, 은모든 작가의 <오프닝 건너뛰기>, 배기정 작가의 <남은 건 볼품없지만>, 임국영 작가의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장진영 작가의 <마음만 먹으면>에 이어 여섯 번째 출간된 조우리 작가의 <팀플레이>. 이번엔 '좋은 사람'이란 핵심 주제로 3개의 단편과 1편의 에세이를 만나본다. 연작 소설은 아니지만 어쩐지 닮은 구석이 있는 등장인물들 때문에 물 흐르듯 한 소설처럼 읽게 되는 조우리 작가의 짧은 글. 어디선가 봤을 법한 혹은 나도 그런 적이 있지 않았는지 생각하며 낯설지 않은 주인공들과 함께한 시간은 한여름 밤의 독서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건 미스터리 스릴러인가? 조금은 오싹했던 첫 단편 <언니의 일>. 전 회사의 후배로부터 잘못 걸려온 전화에 은희는 잊고 있던 기억을 꺼낸다. 늘 어딘가 부족하여 구박당했던 다정을 떠올리며 은희는 이심전심 그녀를 도왔던 자신을 좋은 언니로 기억한다. 유학을 앞둔 다정을 환송할 겸, 그 시절 함께 일했던 세진까지 불러 어색한 저녁 식사를 하게 된 세 사람. 한데, 은희의 생각과 달리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이게 아닌데? 성공을 좇는 한편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한 여인의 기묘한 기억 왜곡이 낳은 미스터리한 이야기. 다 읽은 후에도 알쏭달쏭했지만, 작품 해설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폭풍 공감했다. <팀플레이>에서는 한때 마음을 주었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관계가 틀어진 두 여자가 등장한다. 둘 다 피해자지만 서로에 관한 서운함에 더 괴로운 지연과 은주는 다시 예전처럼 가까워질 수 있을까? <우산의 내력>에서는 좀 더 인간미 넘치는 선배 희진과 철없는 수습사원 지우가 등장한다. 그저 좋은 사수가 되고 싶었던 희진과 사회생활을 하기엔 아직 배울 게 많은 지우의 관계에 과연 다음이란 있을 것인가!

 

 

 


 

 

 

 직장에 다니며 글을 쓴다는 조우리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어쩌면 이 단편에 등장한 모든 인물이 조우리 작가이자 독자인 우리 자신이겠구나 싶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내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한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팀플레이가 제법 합이 잘 맞기를 바란다. 더 많은 새로운 동료들과 만나고 싶어서 나는 쓰지 않는 일에 대해 쓰는 일을 한다.' 에세이 마지막 문장에 살포시 얹은 조우리 작가의 소박한 바람은 이뤄질 가능성이 제법 높겠다. 우리가 한 팀이라면 괜찮은 팀 플레이를 펼친 듯하니까. '좋은 사람 되기'란 과연 어떤 일일지, 지난 시절 나는 좋은 사수였는지, 앞으로 만날 많은 동료와 무탈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이 책에 등장한 인물 중 나와 가장 비슷한 사람은 누구인지... 잔잔하게 밀려오는 생각의 파도를 베고 누운 채, '나'라는 존재에 관해 조금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여지를 준 책이었다.

 

자음과모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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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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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글쓴이: 마루야마 마사키

옮긴이: 최은지

펴낸 곳: 황금가지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유난히 뭉클하고 여러 면에서 깊은 생각과 고민에 빠지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2017년 <데프 보이즈>를 시작으로 2019년 <용의 귀를 너에게>, 그리고 최신작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로 이어지는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 'Coda -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청인 자녀'인 아라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다양한 소수자가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회적 결함을 꼬집는다. 이전 두 작품에서는 농인과 청인의 경계에서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가파른 줄타기를 하듯 좀 불안해 보였던 아라이. 하지만 세 번째 이야기인 이번 신작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에선 진정한 '가족'을 꾸리며 한층 성숙해지고 안정된 그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엔 총 4편의 연작소설이 담겨 있다. 제목부터 가슴이 아린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에서 아라이는 농인 부부의 산부인과 진료 통역을 맡게 된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과연 농인은 119에 신고할 수 있을까? 메일과 문자로 신고하기엔 늘 다급한 상황 천지인 이 세상에서 사회적 보호망에 누락된 채 힘겹게 살아가는 농인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이야기다. <쿨 사일런트>에서는 최초의 농인 라이징 스타가 등장한다. 음악에 맞춰 연주하듯 손을 움직이는 멋진 모델 HAL. 하지만 돈벌이를 위해 불편한 요구를 하는 소속사와 충돌하며 HAL은 나날이 불행해진다. 과연 그는 진짜 원하는 꿈을 찾을 수 있을까? <조용한 남자>는 폐업한 숙박업소에서 중년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며 미스터리의 시작을 알린다. 살인일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집중했지만, 사건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안타까운 사연으로 짠한 연민을 불러일으킨 이야기였다. <법정의 웅성거림>에서는 아라이의 전문 분야인 법정 통역이 이뤄진다.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20대 농인 여성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 다름을 존중하거나 배려하지 않은 채, 얼마나 무심하게 때론 잔인하게 상대를 차별하며 상처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이야기였다.

 

 

 


 

 

 

 

들리지 않는 부모와 형 밑에서 어쩌면 너무 외롭게 자란 아라이는 청각장애인 딸 히토미를 낳고 비로소 완전해진다. 연인 미유키와 그녀의 딸 미와와 이룬 가정이 히토미 덕분에 더 굳건해졌달까? 생후 1년 안에 받아야 하는 인공 와우 수술을 놓고 고민하던 미유키와 아라이는 결국 히토미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씩씩하게 키우고자 한다. '너는 있는 그대로의 너로 괜찮아.' 이 인정의 한마디로 그동안 팽팽하게 당겼던 긴장의 끈이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의미 있는 각자의 사연을 통해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뭉클한 감동으로 마음을 토닥여주는 따스한 소설. 마루야마 마사키만이 지닌 이 독보적인 감성이 잘 녹아 있는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아라이가 앞으로 어떤 사건을 만나고 미와와 히토미가 어떻게 성장할지 작가만큼이나 나 역시 궁금하고 한없이 기대하는 상황. 부디 우리에게 또 다른 다음이 있기를!

 

 

황금가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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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다시 떠난 여행 - 펜 드로잉과 수채화로 떠나는 여행
고성준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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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그림으로 다시 떠난 여행

그림과 글: 고성준

펴낸 곳: 바른북스

 

 

 

 이토록 오래 하늘길이 막힐 줄 누가 알았을까? 여행은 고사하고 마스크라도 벗고 싶은 요즘, 날은 또 왜 이렇게 푹푹 찌는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곧 다가올 여름 휴가 계획은 무기한 연기 혹은 아예 못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에서 동해로, 동해에서 집 근처 캠프장으로 차츰 강등됐던 여름 휴가 계획은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맞으며 즐기는 북캉스로 최종 결정될 듯. 코로나라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잃어버린 우리의 지난 1년 7개월의 시간을 과연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물론 직접 몸을 움직이는 물리적 여행은 자제해야 하므로, 이럴 땐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여행담에 푹 빠져보는 게 상책이다! 이 힘든 시기에 특별한 시간을 선사해준 고마운 책 『그림으로 다시 떠난 여행』! 영어 울렁증이 있는 성준 씨와 씩씩한 마눌이가 누빈 세계 곳곳을 정성 가득한 손그림으로 만나본다. 터키, 스페인, 이집트, 그리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에서 인도까지. 평소 관심 있던 나라들이 몇 곳 있어 눈을 반짝이며 읽었다.

 

 

 

 첫 배낭여행으로 간 나라가 터키라니! 상당히 특이한 행보다. 내 주변에 터키를 다녀온 사람은 딱 한 명뿐인데, 이 책에서 터키를 만날 줄이야. 로마 원로 의원이자 아시아 주의 총독이었으며 대단한 애서가였던 켈수스 폴레마이아누스의 웅장한 무덤과 통합된 형태의 도서관인 켈수스 도서관이 가장 눈에 띄었다. (누가 책벌레 아니랄까 봐, 도서관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전면 파사드 부분만 남아 있지만 압도적인 웅장함은 물론 정성과 혼이 담긴 건물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여행에서는 아무리 바짝 긴장해도 실수가 있는 법.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 야간열차를 타고 알람브라 궁전이 있는 그라나다로 가는 일정이었던 상황. 얼리버드로 2인실 침대칸을 싸게 예약한 성준 씨는 열차 출발 시간 20시를 오후 10시로 착각하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 바르셀로나에서 하루 더 묵어야 했고, 한 등급 아래인 열차 칸을 두 배 더 비싸게 다시 예약하고 알람브라 궁전 입장권도 새로 사야 했다고... 생각만 해도 정말 난감하고 속상한 일이지만, 이 또한 여행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아닐까 싶다. 이집트에 있는 스핑크스의 비밀스러운 궁둥이, 스페인에 있는 가우디의 여러 건축물, 이탈리아의 형형색색 아름다운 부라노섬, 인도의 엘로라 카일라사 사원과 아잔타 석굴 등 직접 가서 눈에 담고 싶은 장소가 한가득. 갈 수 있는 날이 꼭 오겠지?

 

 

 


 

 

 

 펜 드로잉과 수채화로 여행지 곳곳을 담아낸 이 책은 다른 여행책과 다른 특유의 감성이 있다. 사진으로는 미처 다 전할 수 없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과 진심이 담겨 있달까? 이 많은 그림을 하나하나 완성해갔을 성준 씨의 수많은 시간을 상상하며 이 책이 지닌 깊이와 특별한 가치를 감히 가늠해본다. 그림으로 만난 장소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문득 궁금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각 여행기의 마지막 장에 실물 사진이 실려 있어 그림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목조목 따져봐도 이건 뭐 싱크로율 100%. 그러다 갑자기 서문에 실린 과한 겸손의 말이 떠올라 잠시 분노! '2년 전쯤부터 책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도 조금 늘었다. 전부 어설프지만, 그중에서도 더 어설픈 그림들은 초기에 그린 것이니 너그럽게 보아주시길 바란다.' 아니, 이렇게 그림 잘 그리시면서 이 극심한 겸손은 뭡니까? 자랑할 건 하셔도 되는데! 액자에 넣으면 바로 예술 작품이 될 성준 씨의 그림과 특별한 여행기 덕분에, 코로나로 강제 집순이 노릇을 하는 한을 조금 풀었다. 멋진 그림을 감상하며 누군가의 추억과 더불어 가고 싶은 나라를 간접 체험한다면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올여름 북캉스 책으로 진심 추천하고 싶은 책!

 

 

 

바른북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여행하는 마음으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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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 - 六月. 七月. 八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28인 지음, 에드워드 호퍼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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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

글: 윤동주 외 28명

그림: 에드워드 호퍼, 제임스 휘슬러, 앙리 마티스

펴낸 곳: 저녁달고양이

아, 이 책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보석 같은 책과 너무 늦은 만남에 아쉬운 순간들이 있다. 이번에 만난 책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 역시 그러하다. 예전에 이 시리즈에 관해 얼핏 알긴 했지만, 명화와 시의 만남은 다소 고전적이고 안 어울리지 않을까 지레짐작했었다. 이 책을 직접 만나고 나니 과거의 나를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체 넌 왜 그랬니? 왜 이 시리즈를 진작 알아보지 못했니!'. 과거의 나를 향한 개탄스러운 질책은 이내 미래의 나를 향한 기대감으로 바뀐다. 앞으로 만날 3권의 책이 더 있다는 설렘.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남았다. 앞서 출간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12권 세트까지는 어려울지라도, 사계절 시리즈만큼은 꼭 소장하겠다고 다짐에 또 다짐! 한여름 밤의 꿈처럼 내게 찾아온 이 책, 이젠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 유럽에서 활약했던 미국 화가 제임스 휘슬러,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대의 화가'로 꼽힌 앙리 마티스. 그들의 멋진 작품과 함께 윤동주, 백석, 김소월, 노천명, 한용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가 어우러져 아름답게 여름을 노래한다. 책을 엮은 방식이 특이하다. 6월부터 8월까지 3달로 나누어 한 달 꼬박 한 화가의 작품과 여러 시인의 아름다운 문장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재치 있는 구성인가! 마치 시와 처음부터 하나였던 듯 어우러지는 그림을 눈에 담으니 깊고 진한 감동이 샘솟는다. 창문 너머에서 목청 높여 여름을 알리는 매미와 풀벌레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넘실넘실 노를 젓듯 이 책과 노닐며 여름을 만끽한다. 가만히 눈을 감자, 사각사각 종이 위를 바삐 움직이는 시인의 손과 쓱쓱 캔버스 위를 거침없이 훑는 화가의 손이 나를 그들만의 파티로 초대한다. 이 위대한 예술가들이 한목소리로 선사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여름. 눈부시게 아름답다.









반디불 - 윤동주

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 그믐달 반디불은

-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 중에서...






문학과 명화를 사랑하는 내게 더없이 좋은 책이다. 이런 책이라면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어도 좋겠다. 내가 느낀 이 향긋한 여름을 너에게도 안겨줄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하리라. 가끔 책을 읽던 순간의 분위기와 감성이 유난히 짙게 남을 때가 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은 모래사장에 찍힌 발자국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던 순간을 또렷하게 남긴다. 깊어가는 여름의 소리,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 달칵 소리 내며 컵 속 얼음이 녹아내리는 소리, 꿀꺽꿀꺽 물을 들이켜며 책장을 차르륵 넘기던 소리. 손끝이 저릿할 정도로 가슴이 뭉클했던 순간들. 이 여름의 한복판에 나와 이 책이 있다. 그 순간을 기억하며 앞으로 다가올 남은 여름을 기대한다. 여름이 끝나는 순간에도 이 책이 여전히 내 곁에 있다면 좋겠다. 아끼며 소중하게 간직해야지.








저녁달고양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행복한 마음으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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