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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 - 六月. 七月. 八月 ㅣ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28인 지음, 에드워드 호퍼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1년 6월
평점 :

제목: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
글: 윤동주 외 28명
그림: 에드워드 호퍼, 제임스 휘슬러, 앙리 마티스
펴낸 곳: 저녁달고양이
아, 이 책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보석 같은 책과 너무 늦은 만남에 아쉬운 순간들이 있다. 이번에 만난 책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 역시 그러하다. 예전에 이 시리즈에 관해 얼핏 알긴 했지만, 명화와 시의 만남은 다소 고전적이고 안 어울리지 않을까 지레짐작했었다. 이 책을 직접 만나고 나니 과거의 나를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체 넌 왜 그랬니? 왜 이 시리즈를 진작 알아보지 못했니!'. 과거의 나를 향한 개탄스러운 질책은 이내 미래의 나를 향한 기대감으로 바뀐다. 앞으로 만날 3권의 책이 더 있다는 설렘.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남았다. 앞서 출간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12권 세트까지는 어려울지라도, 사계절 시리즈만큼은 꼭 소장하겠다고 다짐에 또 다짐! 한여름 밤의 꿈처럼 내게 찾아온 이 책, 이젠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 유럽에서 활약했던 미국 화가 제임스 휘슬러,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대의 화가'로 꼽힌 앙리 마티스. 그들의 멋진 작품과 함께 윤동주, 백석, 김소월, 노천명, 한용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가 어우러져 아름답게 여름을 노래한다. 책을 엮은 방식이 특이하다. 6월부터 8월까지 3달로 나누어 한 달 꼬박 한 화가의 작품과 여러 시인의 아름다운 문장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재치 있는 구성인가! 마치 시와 처음부터 하나였던 듯 어우러지는 그림을 눈에 담으니 깊고 진한 감동이 샘솟는다. 창문 너머에서 목청 높여 여름을 알리는 매미와 풀벌레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넘실넘실 노를 젓듯 이 책과 노닐며 여름을 만끽한다. 가만히 눈을 감자, 사각사각 종이 위를 바삐 움직이는 시인의 손과 쓱쓱 캔버스 위를 거침없이 훑는 화가의 손이 나를 그들만의 파티로 초대한다. 이 위대한 예술가들이 한목소리로 선사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여름. 눈부시게 아름답다.

반디불 - 윤동주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 그믐달 반디불은
-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문학과 명화를 사랑하는 내게 더없이 좋은 책이다. 이런 책이라면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어도 좋겠다. 내가 느낀 이 향긋한 여름을 너에게도 안겨줄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하리라. 가끔 책을 읽던 순간의 분위기와 감성이 유난히 짙게 남을 때가 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은 모래사장에 찍힌 발자국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던 순간을 또렷하게 남긴다. 깊어가는 여름의 소리,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 달칵 소리 내며 컵 속 얼음이 녹아내리는 소리, 꿀꺽꿀꺽 물을 들이켜며 책장을 차르륵 넘기던 소리. 손끝이 저릿할 정도로 가슴이 뭉클했던 순간들. 이 여름의 한복판에 나와 이 책이 있다. 그 순간을 기억하며 앞으로 다가올 남은 여름을 기대한다. 여름이 끝나는 순간에도 이 책이 여전히 내 곁에 있다면 좋겠다. 아끼며 소중하게 간직해야지.

저녁달고양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행복한 마음으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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