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글쓴이: 마루야마 마사키

옮긴이: 최은지

펴낸 곳: 황금가지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유난히 뭉클하고 여러 면에서 깊은 생각과 고민에 빠지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2017년 <데프 보이즈>를 시작으로 2019년 <용의 귀를 너에게>, 그리고 최신작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로 이어지는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 'Coda -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청인 자녀'인 아라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다양한 소수자가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회적 결함을 꼬집는다. 이전 두 작품에서는 농인과 청인의 경계에서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가파른 줄타기를 하듯 좀 불안해 보였던 아라이. 하지만 세 번째 이야기인 이번 신작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에선 진정한 '가족'을 꾸리며 한층 성숙해지고 안정된 그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엔 총 4편의 연작소설이 담겨 있다. 제목부터 가슴이 아린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에서 아라이는 농인 부부의 산부인과 진료 통역을 맡게 된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과연 농인은 119에 신고할 수 있을까? 메일과 문자로 신고하기엔 늘 다급한 상황 천지인 이 세상에서 사회적 보호망에 누락된 채 힘겹게 살아가는 농인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이야기다. <쿨 사일런트>에서는 최초의 농인 라이징 스타가 등장한다. 음악에 맞춰 연주하듯 손을 움직이는 멋진 모델 HAL. 하지만 돈벌이를 위해 불편한 요구를 하는 소속사와 충돌하며 HAL은 나날이 불행해진다. 과연 그는 진짜 원하는 꿈을 찾을 수 있을까? <조용한 남자>는 폐업한 숙박업소에서 중년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며 미스터리의 시작을 알린다. 살인일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집중했지만, 사건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안타까운 사연으로 짠한 연민을 불러일으킨 이야기였다. <법정의 웅성거림>에서는 아라이의 전문 분야인 법정 통역이 이뤄진다.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20대 농인 여성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 다름을 존중하거나 배려하지 않은 채, 얼마나 무심하게 때론 잔인하게 상대를 차별하며 상처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이야기였다.

 

 

 


 

 

 

 

들리지 않는 부모와 형 밑에서 어쩌면 너무 외롭게 자란 아라이는 청각장애인 딸 히토미를 낳고 비로소 완전해진다. 연인 미유키와 그녀의 딸 미와와 이룬 가정이 히토미 덕분에 더 굳건해졌달까? 생후 1년 안에 받아야 하는 인공 와우 수술을 놓고 고민하던 미유키와 아라이는 결국 히토미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씩씩하게 키우고자 한다. '너는 있는 그대로의 너로 괜찮아.' 이 인정의 한마디로 그동안 팽팽하게 당겼던 긴장의 끈이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의미 있는 각자의 사연을 통해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뭉클한 감동으로 마음을 토닥여주는 따스한 소설. 마루야마 마사키만이 지닌 이 독보적인 감성이 잘 녹아 있는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아라이가 앞으로 어떤 사건을 만나고 미와와 히토미가 어떻게 성장할지 작가만큼이나 나 역시 궁금하고 한없이 기대하는 상황. 부디 우리에게 또 다른 다음이 있기를!

 

 

황금가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