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다시 떠난 여행 - 펜 드로잉과 수채화로 떠나는 여행
고성준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 그림으로 다시 떠난 여행

그림과 글: 고성준

펴낸 곳: 바른북스

 

 

 

 이토록 오래 하늘길이 막힐 줄 누가 알았을까? 여행은 고사하고 마스크라도 벗고 싶은 요즘, 날은 또 왜 이렇게 푹푹 찌는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곧 다가올 여름 휴가 계획은 무기한 연기 혹은 아예 못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에서 동해로, 동해에서 집 근처 캠프장으로 차츰 강등됐던 여름 휴가 계획은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맞으며 즐기는 북캉스로 최종 결정될 듯. 코로나라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잃어버린 우리의 지난 1년 7개월의 시간을 과연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물론 직접 몸을 움직이는 물리적 여행은 자제해야 하므로, 이럴 땐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여행담에 푹 빠져보는 게 상책이다! 이 힘든 시기에 특별한 시간을 선사해준 고마운 책 『그림으로 다시 떠난 여행』! 영어 울렁증이 있는 성준 씨와 씩씩한 마눌이가 누빈 세계 곳곳을 정성 가득한 손그림으로 만나본다. 터키, 스페인, 이집트, 그리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에서 인도까지. 평소 관심 있던 나라들이 몇 곳 있어 눈을 반짝이며 읽었다.

 

 

 

 첫 배낭여행으로 간 나라가 터키라니! 상당히 특이한 행보다. 내 주변에 터키를 다녀온 사람은 딱 한 명뿐인데, 이 책에서 터키를 만날 줄이야. 로마 원로 의원이자 아시아 주의 총독이었으며 대단한 애서가였던 켈수스 폴레마이아누스의 웅장한 무덤과 통합된 형태의 도서관인 켈수스 도서관이 가장 눈에 띄었다. (누가 책벌레 아니랄까 봐, 도서관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전면 파사드 부분만 남아 있지만 압도적인 웅장함은 물론 정성과 혼이 담긴 건물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여행에서는 아무리 바짝 긴장해도 실수가 있는 법.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 야간열차를 타고 알람브라 궁전이 있는 그라나다로 가는 일정이었던 상황. 얼리버드로 2인실 침대칸을 싸게 예약한 성준 씨는 열차 출발 시간 20시를 오후 10시로 착각하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 바르셀로나에서 하루 더 묵어야 했고, 한 등급 아래인 열차 칸을 두 배 더 비싸게 다시 예약하고 알람브라 궁전 입장권도 새로 사야 했다고... 생각만 해도 정말 난감하고 속상한 일이지만, 이 또한 여행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아닐까 싶다. 이집트에 있는 스핑크스의 비밀스러운 궁둥이, 스페인에 있는 가우디의 여러 건축물, 이탈리아의 형형색색 아름다운 부라노섬, 인도의 엘로라 카일라사 사원과 아잔타 석굴 등 직접 가서 눈에 담고 싶은 장소가 한가득. 갈 수 있는 날이 꼭 오겠지?

 

 

 


 

 

 

 펜 드로잉과 수채화로 여행지 곳곳을 담아낸 이 책은 다른 여행책과 다른 특유의 감성이 있다. 사진으로는 미처 다 전할 수 없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과 진심이 담겨 있달까? 이 많은 그림을 하나하나 완성해갔을 성준 씨의 수많은 시간을 상상하며 이 책이 지닌 깊이와 특별한 가치를 감히 가늠해본다. 그림으로 만난 장소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문득 궁금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각 여행기의 마지막 장에 실물 사진이 실려 있어 그림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목조목 따져봐도 이건 뭐 싱크로율 100%. 그러다 갑자기 서문에 실린 과한 겸손의 말이 떠올라 잠시 분노! '2년 전쯤부터 책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도 조금 늘었다. 전부 어설프지만, 그중에서도 더 어설픈 그림들은 초기에 그린 것이니 너그럽게 보아주시길 바란다.' 아니, 이렇게 그림 잘 그리시면서 이 극심한 겸손은 뭡니까? 자랑할 건 하셔도 되는데! 액자에 넣으면 바로 예술 작품이 될 성준 씨의 그림과 특별한 여행기 덕분에, 코로나로 강제 집순이 노릇을 하는 한을 조금 풀었다. 멋진 그림을 감상하며 누군가의 추억과 더불어 가고 싶은 나라를 간접 체험한다면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올여름 북캉스 책으로 진심 추천하고 싶은 책!

 

 

 

바른북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여행하는 마음으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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