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상식 - 조선의 한국인,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왔는가
최남선 지음, 최상진 해제 / 두리미디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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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상식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솔직히 이 책이 재미난 소설이 아닐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은 조선에 대한 작은 백과사전이었다.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분류한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이 적혀있는 [조선의 상식]을 읽으며 상식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상식은 말 그대로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선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고 정작 안다고 해도 그것은 역사의 일부에 그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약간의 좌절감을 느끼며 최남선 선생과 함께 다녀 온 조선의 상식여행은 유쾌했다.

 이 책은 1946년에 발행되었던 [조선상식문답]을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좀 더 현대적인 문체로 바꾸어 재출간한 책이다. 때때로 약간의 고리타분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책이 아주 오래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짧은 질문과 함께 공부해보는 조선은 가끔은 마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같았다. 별 생각 없이 지나치던 작은 것들도 세세한 설명과 함께라면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그런 과정을 반복하며 나는 그렇게 조금씩 조선과 친해져갔다.

 10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주제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들은 풍속과 역사였다. 학창시절 내가 싫어했던 국사 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 분은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으로 어떻게 역사를 공부하셨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 좋은 말들만 하셨다. 그 중 하나가 우리의 조상들이 흰 옷을 입은 것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백의민족이 좋은 것인 줄 아냐고 단지 염색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우리나라는 미개하게 뒤떨어진 종족이었다고 말했다. 그 당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자기나라의 역사를 너무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그 분에게 더 이상 배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여하튼 이 책에는 우리가 하얀 옷을 왜 즐겨 입었으며 그 속에 숨어있는 깊은 뜻은 무엇인지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궁금했던 명절에 대한 이야기들도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50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리의 땅에 뿌리를 내렸던 조선은 그 긴 역사만큼이나 우리에게 남겨 놓은 것도 많았고 배울 것도 많았다. 언젠가 나의 조상이 살았을 그 시절 그 땅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을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모아서 정리해 놓은 이 책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조선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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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꼬물 세균대왕 미생물이 지구를 지켜요 - 자연의 아이들 지구를 살리는 친구 (풀빛 지구지킴이) 1
김성화.권수진 지음, 박재현 그림 / 풀빛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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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 번이라도 세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가진 적이 있을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지더라고 느껴지지 않으며 때로는 몸을 고통스럽게 하는 그 세균들은 지금 글을 쓰기 위해 타자를 두드리는 나의 손가락에서도 암벽등반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다리에 돋은 뾰루지로부터 미세한 쓰라림의 아픔을 느끼면서 나는 세균의 존재를 실감한다.

 [꼬물꼬물 세균대왕...]은 참으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어린이의 시각으로 써진 글을 읽는 것은 언제나 유쾌한 일이지만 이번 독서는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나는 많은 과학책들을 읽었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권의 책은 2010년이 지나면 우리의 생활이 어떻게 변할지 미리 예측해본 책과 세계의 7대 불가사의라는 책이다. 너무도 재미있어 읽고 또 읽었던 그 때를 생각해보며 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만났으면 좀 더 즐겁게 읽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세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야기부터 세균의 나이와 특성 그리고 좋은 세균도 있다는 사실과 그들이 만들어낸 여러 가지 업적들을 읽으며 나는 생각보다 과학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거 이러다가 조카가 초등학생이 되면 언쟁에서 밀릴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책들을 읽으며 자라나는 세대들은 훗날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될지 알 수 없는 기대감에 흐뭇해진다. 컬러풀한 그림들과 재미난 글로 함께한 세균수업은 정말이지 유쾌했다. 아직 세균들에 대한 비호감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좋은 녀석들도 있다니 조금은 친하게 지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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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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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을 읽었을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단군신화나 여느 전래동화보다도 우리에게 친숙했으며 가장 사랑받았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근본도 알 수 없는 무질서한 책들과 쏟아져 나오고 그 방대한 양들의 속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향한 애정은 조금씩 사그라졌던 것 같다. 이윤기님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경쟁이라는 단어가 무의미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책이기에 그 기대가 남달랐다. 3권에 이어 오래도록 기다려온 4권의 주인공은 바로 헤라클레스였다.

 나는 헤라클레스라고 하면 힘이 유난히 센 장사였고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며 온갖 시련을 다 겪었다는 정도만 기억이 났었다. 때문에 그에 대해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나 세세한 뒷이야기들을 읽으며 너무나 흥미로워 시간이 가는 것도 몰랐다. 한참을 읽고 나니 어두웠던 창밖이 환해져오고 있었고 그제야 내가 밤새도록 책을 읽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책의 가장 첫 부분에 나오는 러시아 뻬쩨르부르그의 여름궁전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 어학연수 시절 내가 가장 사랑했던 그 장소, 단 두 번 다녀온 것뿐이지만 지금도 꿈에 아른거리는 그 곳을 친절한 설명과 함께 멋진 사진으로 다시 만나자 눈앞이 흐릿해지고 코 끝이 시려서 가슴을 추스르느라 진을 뺐다. 작가와 같이 나도 삼손분수를 헤라클레스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나 한참을 웃었다. 분명 사자의 입을 찢고 있고 다른 신들의 석상도 모두 올림퍼스에 있던 그 신들인데 갑자기 삼손이라니. 역시나 오해할 만 했다. 헤라클레스에 대한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그에 연관된 수많은 신화의 가지들까지 한 품에 껴안은 나는 왠지 그리스 로마 신화에 한 발 더 다가선 기분이다.

 여러 명화들과 함께 신화 속 한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이다. 그렇기에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고 "역시나 이윤기다!"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1권을 읽었던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가 않는다. 꽤 오래 전이었던 것 같은데……. 4권을 읽고 나니 1권부터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에 시달리며 헤라클레스가 잠시 쉬도록 책장에 소중히 넣어두었다. 어디까지나 잠시일 것이다. 자꾸만 또 읽고 싶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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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 행운의 절반
스탠 톨러 지음, 한상복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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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운의 절반 친구]라는 제목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맥의 공간이라는 영문이 새겨진 머그잔과 그 위에 걸터앉아 커피를 즐기는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친구에 대한 에세이나 경험담쯤으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일종의 자기계발서였다. 하지만 압도적인 제목과 명령들로 이루어진 그런 계발서가 아닌 마치 한 편의 소설 같은 멋진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그런 책이었다. 주인공인 조가 맥이라는 커피숍 사장과 커피를 만나면서 자신의 영혼을 깨워가는 이야기. 읽는 동안 자꾸만 행복해지는 내 자신의 모습에 낯설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책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친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친구라는 의미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자. 얼굴만 알고 인사하는 그런 관계는 친구라고 부를 수 없을 터,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하나씩 꼽아본 나의 친구들은 다행히 다섯 명이 넘어 한 손으로 다 셀 수 없었다. 때로는 별 것 아닌 서운함으로 삐걱거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 바로 우정이자 친구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책은 우리가 이런 진정한 친구를 만들기에 아직 늦은 때가 아니라고 용기를 준다. 그 사람을 자신의 친구로 만들고 싶다면 내가 먼저 그 사람을 친구로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대할 것, 그리고 사과와 용서에 인색하지 말 것이며, 작은 칭찬과 덕담을 아끼지 말 것을 당부한다. 생각해보면 돈 하나 들지 않는 이런 작은 일들이 우리의 관계에 환력을 불어 넣어주고 기분 좋은 일상들을 가져다주는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바보스럽고 인색하기 짝이 없다. 친구와 내 영혼에 대한 좋은 글들이 굉장히 많이 실려 있어서 다 적어보고 싶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네 가지 정도를 적어보려 한다. 

 "사람은 볶기 전의 원두 같은 존재야. 저마다의 영혼에 그윽한 향기를 품고 있지만, 그것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화학반응이 필요하지. 그래서 볶는 과정이 필요한 거야. 어울리면서 서로의 향을 발산하는 것이지." - p 112.

 "후회할 일을 하나라도 더 줄이는 게 멋진 삶이 아닐까?" -p 135.

 "꿈을 이룬 사람들의 웃는 얼굴, 그 주름살에 숨어 있는 땀과 눈물의 흔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p 209.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할수록 우리는 더욱 강해진다." - p237.

 우리는 결코 홀로 살아갈 수가 없다. 언제나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는 생명체이기에 우리의 모자란 반을 채워 줄 친구가 필요한 것이다. 어린 시절 친구 귀한 줄 모르고 사소한 다툼으로 잃게 되었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가슴이 심하게 쓰라렸다. 가장 귀한 보석인 줄도 모르고 내가 내 손으로 그것을 던져버렸으니 정말 한심하단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날 정도다. 이미 지나간 일은 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앞으로 다가올 나의 좋은 인연들과 지금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진심을 다해 대할 생각이다. 건강한 관계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친구의 일을 내 일과 같이 생각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해 볼 것, 그리고 항상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마음으로 기뻐할 것. 내 인생의 가장 커다란 재산은 바로 친구들이다. 부디 그들에게도 내가 그런 친구이길 바라며 청소와 샤워로 싹 비워버린 마음을 그들의 생각으로 다시금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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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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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엔 역시 [공중그네]라는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인더풀]과 [공중그네]를 통해 유치찬란 제어불능의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우리에게 소개하며 어느새 우리의 생활 깊은 곳으로 침투한 그는 [남쪽으로 튀어!]라는 작품을 통해 무정부주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특이한 주인공의 모습으로 재미나게 표현하였고 [걸]이라는 소설에서는 남성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여성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놀랍도록 섬세하게 풀어냈다. [오~수다!]라는 작품을 통해선 자신의 다른 취미인 여행을 주제로 한 기행문을 소개하여 어떤 장르의 글도 쓸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면장선거]와 [한밤중의 행진]이라는 책으로 공중그네에 이은 인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리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은 오쿠다는 이젠 직장에 다니는 아저씨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었나보다. [마돈나]는 제목과는 다르게 담배냄새를 폴폴 풍기며 허리춤을 쥐어 올리는 중년의 직장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돈나는 다섯 개의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져있다. 이야기간의 상관관계는 없으므로 하나씩 따로 읽어도 무방하다. 수염이 까칠하게 돋은 턱을 쓰윽 문지르며 음흉하게 웃고 있을 것만 같은 아저씨들의 이야기는 내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재미있고 유쾌했다. 역시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만으로도 갖게 되는 기대와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작품이었다. 책은 얇은 편은 아니었다. 350페이지가 넘는 도톰한 두께를 가진 책인데 놀랄 만큼 빨리 읽어 내려갔다. 읽기 쉬운 문장들과 재미난 내용들 덕분이다. 표지에서 긴 생머리를 휘날리고 있는 어여쁜 아가씨와 거기에 매달려있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하거나 징그럽다는 생각보다는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젊음을 보내고 중년의 나이로 접어드는 남자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한 번쯤 깜작 놀라며 땀을 닦아낼 것 같다. 자신의 치부를 들켜 부끄럽다는 듯이 말이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재미나고 웃기지만 모든 작품들엔 나름의 메시지가 들어있다. 속이 빈 강정은 결코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오쿠다는 우리를 즐겁고 유쾌하게 만들다가도 그 끝에는 뭔가 남는 것이 있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아저씨들이 자신의 부인이나 직장상사 혹은 직장 직원인 아리따운 아가씨들을 사모하거나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인간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으며 어느 정도의 진심은 항상 통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 나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그런 일들이 이 정도 수위에서라며 결코 부끄럽거나 더러운 것이 아닌 한 번쯤은 앓고 지나가야할 볼거리와 같은 병치레라고 여기게 해준다. 오쿠다 히데오와 함께 한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아저씨들의 생태탐험은 즐거운 마음으로 끝이 났다. 언제나 새 작품이 기다려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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