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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엔 역시 [공중그네]라는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인더풀]과 [공중그네]를 통해 유치찬란 제어불능의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우리에게 소개하며 어느새 우리의 생활 깊은 곳으로 침투한 그는 [남쪽으로 튀어!]라는 작품을 통해 무정부주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특이한 주인공의 모습으로 재미나게 표현하였고 [걸]이라는 소설에서는 남성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여성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놀랍도록 섬세하게 풀어냈다. [오~수다!]라는 작품을 통해선 자신의 다른 취미인 여행을 주제로 한 기행문을 소개하여 어떤 장르의 글도 쓸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면장선거]와 [한밤중의 행진]이라는 책으로 공중그네에 이은 인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리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은 오쿠다는 이젠 직장에 다니는 아저씨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었나보다. [마돈나]는 제목과는 다르게 담배냄새를 폴폴 풍기며 허리춤을 쥐어 올리는 중년의 직장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돈나는 다섯 개의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져있다. 이야기간의 상관관계는 없으므로 하나씩 따로 읽어도 무방하다. 수염이 까칠하게 돋은 턱을 쓰윽 문지르며 음흉하게 웃고 있을 것만 같은 아저씨들의 이야기는 내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재미있고 유쾌했다. 역시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만으로도 갖게 되는 기대와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작품이었다. 책은 얇은 편은 아니었다. 350페이지가 넘는 도톰한 두께를 가진 책인데 놀랄 만큼 빨리 읽어 내려갔다. 읽기 쉬운 문장들과 재미난 내용들 덕분이다. 표지에서 긴 생머리를 휘날리고 있는 어여쁜 아가씨와 거기에 매달려있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하거나 징그럽다는 생각보다는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젊음을 보내고 중년의 나이로 접어드는 남자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한 번쯤 깜작 놀라며 땀을 닦아낼 것 같다. 자신의 치부를 들켜 부끄럽다는 듯이 말이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재미나고 웃기지만 모든 작품들엔 나름의 메시지가 들어있다. 속이 빈 강정은 결코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오쿠다는 우리를 즐겁고 유쾌하게 만들다가도 그 끝에는 뭔가 남는 것이 있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아저씨들이 자신의 부인이나 직장상사 혹은 직장 직원인 아리따운 아가씨들을 사모하거나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인간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으며 어느 정도의 진심은 항상 통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 나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그런 일들이 이 정도 수위에서라며 결코 부끄럽거나 더러운 것이 아닌 한 번쯤은 앓고 지나가야할 볼거리와 같은 병치레라고 여기게 해준다. 오쿠다 히데오와 함께 한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아저씨들의 생태탐험은 즐거운 마음으로 끝이 났다. 언제나 새 작품이 기다려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아쉬움을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