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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포 유 - 여자의 가치를 높여주는
이제뉴 지음 / 라테르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친한 남자친구가 소개팅을 다녀오고 나서는 다짜고짜 하는 말이 "야! 나 지금 기분 완전 안 좋으니까 술이나 한 잔 하러가자. 나 좀 살려주라."였다. 영문을 알 수 없던 나는 그녀석의 손에 이끌려 술집으로 향했고 얼큰한 찌개안주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알고 보니 소개팅에 나가서 폭탄을 만나고 온 모양이었다. 남자들은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내가 핀잔을 주기 시작하는 순간 그 친구는 정색을 하더니 하는 말이 얼굴이 못생긴 건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자기가 공주인줄 착각하는 중증의 공주암 말기 환자였다는 거였다. 그 친구가 소개팅녀의 이런 저런 행동들을 흉내 내며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데 어찌나 웃었던지 머리가 띵해질 정도였다.
그렇다. 모든 여자들은 한 번쯤 자신이 공주라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그 소개팅녀처럼 공주암 환자가 되지는 말자!!) 언제나 공식처럼 굳혀져있는 예쁘지만 나약한 공주와 그녀를 구해주러 오는 백마 탄 왕자님(여기서 말은 꼭 백마여야 한다. 당나귀라면 돈키호테로 다른 색의 말이라면 그냥 기사로 강등되는 현실이기에...^^;) 그리고 그 둘은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에 익숙하기 때문이리라. 나는 앞으로 태어날 나의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읽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내가 프린세스 포 유라는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이 책은 공주의 이야기들을 통해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자는 취지로 쓴 것이어서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었다.
[프린세스 포 유]에서는 8명의 공주를 만나게 된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예쁜 동화책속에 등장하던 인물들로 우리에게 낯선 이는 없다. 그녀들을 보면서 작가가 끄집어낸 내용들을 축약하자면 언제나 노력하라, 자신을 사랑하라, 현실에 무릎 꿇지 마라 등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여느 자기계발서들과 다를 것이 없어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내가 워낙에 자기계발서들을 많이 읽어 지쳐있던 이유도 있었을 테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공주들의 이야기를 친구삼아 작가의 조언을 듣고자하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 나이가 들고 읽는 공주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재미있기에 독서가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좀 아쉬운 기분이 든다. 여성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들의 공통된 주장들만 봐와서 그런 것 같다. 이 책 역시 여자들에게 여자라는 것을 당당하게 여기고 자신만의 무기와 장점을 갈고 닦을 것을 당부한다. 중요 포인트이기에 누구나 강조하게 되니 내용들이 많이 겹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공주들을 통해 자기계발의 팁을 얻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나와 다른 느낌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2%가 아쉬웠던 독서를 마치며 여자로서 당당해지자는 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