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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 한 명품 중독자의 브랜드 결별기
닐 부어맨 지음, 최기철.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고등학생일 때부터 친했던 친구에게 갑작스러운 어색함과 괴리감을 느끼게 된 것은 대학생활의 맛을 알게 되는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이었던 그녀는 고등학생 때의 수수한 모습이 마치 가면이었다는 듯이 변신해가기 시작했다. 온갖 명품들로 치장을 하고 부모님께 빌린 돈이라는 조금은 어이없는 말들로 손을 흔들며 해외여행을 떠났으며 언제나 유명 브랜드의 신제품들이 가득 담겨있는 쇼핑백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브랜드 제품들, 특히나 명품이라는 존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던 나는 그 친구의 허영심을 비웃으면서도 내심 그녀를 부러워 한 적도 많았던 것 같다. 견물생심이라고 옆에 있다 보니 나도 자꾸 욕심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런 소비생활을 절대로 지탱해 줄 수 없었던 내 가정환경을 생각하며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멀어져갔다.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라는 책을 보았을 때 주인공이 누군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예전에 명품들에게 화형식을 해주었던 그 사람이 아닌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나는 주인공인 닐처럼 명품에 중독되어 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그의 마음만은 잘 알 것 같았다. 나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은 학창시절 유난히 심하다. 일정 브랜드가 학생들에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그 브랜드는 상상 할 수 없을 만큼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군중심리의 작용으로 내 친구가 갖고 있으면 나도 갖고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어리석은 생각과 그 브랜드의 옷을 입고 있으므로 해서 얻게 되는 근원모를 자신감이 좋아 자꾸만 똑같은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닐은 브랜드 추종교의 주요 간부급 인사정도 되었다. 그는 방송과 패션 업에 관련된 일들을 했으니 얻는 것도 많았고 그로인해 더욱 자신을 꾸며갔다. 하지만 어느 날 그에게 찾아온 깨달음은 브랜드가 자신의 명함이 아닌 쓸데없는 낭비이며 자신의 개성을 무시하게 만드는 도구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결국 그는 굳은 의지와 함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게 해줄 의식으로 화형식을 강행하게 된 것이다.
그가 브랜드 없는 삶을 택하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꽤 재미있었다. 현대판 원시인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어 쓰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말리고 싶은 생각도 간절했다. 하지만 그의 단호한 의지와 블로그에 올라온 수많은 응원의 글들을 보며 닐의 생각에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브랜드는 우리가 인식하지도 못하는 매 순간마다 조금씩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이제는 너무도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닐처럼 단호하게 배타할 생각은 없다. 필요한 한도 내에서 계획적이고 효과적인 소비를 할 생각이다. 하지만 어려운 결심을 실행으로 옮긴 닐과 그를 전적으로 믿고 따라준 닐의 그녀 줄리엣과 그의 가족들에게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꼭 전해주고 싶다. 가끔은 나도 브랜드 없는 삶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과연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