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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우리는 - 생태환경단편소설집
위베르 리브 외 지음, 이선주 옮김 / 검둥소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엄마, 헬멧이 너무 답답해요. 잠깐만 벗으면 안 될까요?"
"아가야, 그랬다간 옆집 할아버지처럼 생명을 잃게 된단다."
"엄마, 이 무거운 옷을 벗고 잠시라도 뛰놀고 싶어요. "
"아가야, 세상 밖은 우리 몸을 녹여버릴 오염물질들로 가득하단다. "
"엄마, 한 번 만이라도 엄마를 꼭 껴안아 보고 싶어요."
"아가야, 엄마는 지금 죽어가고 있단다. 엄마의 몸속에 있는 병균들이 너에게 옮을까 걱정되는 구나."
지금 이 이야기가 먼 미래의 이야기로 느껴진다면 당신은 아직도 우리의 환경이, 오직 하나뿐인 지구가 죽어가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지구는 분명 끊임없이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아프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로지 스스로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나무를 잘라 종이를 만들고 400년 동안 썩지 않는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내고 헤어스프레이로 멋을 냅니다. 지구는 처음부터 우리의 소유가 아니었습니다. 단지 우리가 이곳에 살도록 허락해준 좋은 친구이자 평생의 동반자입니다. 그런 지구가 우리에게 땅을 내어준 걸 후회하게 만들어야 할까요? 여러 영화들에서 본적 있는 넓디넓은 우주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외계 생명체가 보다 못해 우리를 처단하고 지구를 구하러 오는 날까지 깨닫지 못하는 걸까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아직 초록빛을 완전히 잃지 않은 지구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선물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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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우리는>이란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오염된 공기를 막기 위해 방독면을 쓰고 있는 사람 그 손 위의 접시에 누워있는 피 흘리는 지구, 찢기고 으서져 빨간색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그 지구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누가 지구를 이렇게 만들도록 허락했단 말인가! 우리는 도대체 어떤 권리로 지구의 살을 갉아 먹으며 자신의 배를 채우는가.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읽어가기 시작한 책은 오히려 놀랍게도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자포자기한 심정인 듯 언제나 상상 속에서만 그려왔던 고도의 발달된 문명은 사라지고 다시 원시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삶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고 중얼거리며 한 장, 한 장 책을 읽어갈 수록 평온한 마음과는 달리 머릿속은 수없이 많은 생각들로 조금 복잡했던 것 같다.
이 책은 프랑스의 청소년 소설가로 유명한 10명의 작가들이 모여 지구를 살리고 아이들에게 지구의 중요성과 현재 상태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쓴 작품들이다. 시로써 지구가 겪고 있는 아픔과 인간의 무지를 슬퍼한 작품도 있고 오염물질로 인해 팔과 다리 손가락이 온전치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 검은 봉지 때문에 기도가 막혀 죽어버린 아기 고래의 사연, 그리고 헬멧과 방어구의 착용으로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들이 있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비닐봉지가 오랜 시간동안 썩지 않고 심지어는 동물을 죽일 수도 있다니, 미래엔 엄마 아빠의 따스한 손길을 느낄 수도 없고 열 손가락, 열 발가락을 가질 인간으로써의 기본적인 소망도 허락되지 않을 삶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니, 자꾸만 눈물이 나고 속이 상했다. 초록빛 숲을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될 거라는 사실이 우리의 후대들에게 핏빛 어린 원망의 소리와 찢어질 듯 한 비명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이지 믿기지가 않고 또 인정할 수도 없었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여러 글들은 인간이 그간 얼마나 무지하게 살았으며 그 결과물로 우리의 후손들이 겪게 될 고통과 지구의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어느 한 곳에서도 격한 분노나 노기는 느껴지지 않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사실 만으로도 그 슬픔과 아픔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만 잘 살다가 죽고 나면 끝이라는 생각, 그런 생각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나만 아니면 되"라는 복불복은 오로지 재미있는 티비 프로그램에서만 허락될 뿐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방식에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잊고 있는 어른들에게 그리고 이런 어른들 때문에 초록빛 지구에서 살 수 없는 아이들에게 <괜찮아 우리는>이란 책은 목 놓아 외치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희망의 불씨와 함께 우리가 조금만 더 신경 쓰고 달라진다면 보다 나은 미래를 경험할 수 있음을 약속하고 있다. 이 책의 무게감은 실로 대단하다. 혹여 무겁고 칙칙해서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재미나고 알기 쉬운 글로 풀어냄으로써 성별과 연령을 넘어서 모든 인간들이 쉽게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얇은 책 속에 담긴 진중하고도 솔직한 이야기. 나는 오래도록 이 책을 잊지 않고 가슴 속에 간직하고 싶다.
언젠가 우주에서 내려다 본 지구의 모습이 기억난다. 직접 우주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우주인들이 찍어 보내준 사진 속의 지구는 그 모습만으로도 마치 내가 우주 한 가운데서 아름다운 초록빛별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해주었다. 눈부시게 아름답던 그 모습, 파랗고 하얗고 초록빛인 지구는 행복해보였다. 헌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는 서서히 회색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어두워지는 지구의 색만큼 내 마음도 점점 어두워서 슬픔만이 더해갔다. 나 한사람의 노력만으로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이 모여 그것이 한국 여러 곳으로, 이웃 나라로, 온 지구로 퍼져나간다면 지구의 아름다운 초록빛을 다시 찾아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소유가 아닌 땅, 단지 우리가 살 수 있는 100년 정도의 삶만 잠시 허락된 지구는 우리가 후손에게 바통을 넘겨주어야할 삶의 터전이다. 단지 오늘과 내일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고 사랑하는 나의 아이, 손자들에게 물려주어야할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잘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 작은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기적을 일깨워준 책! 이렇게 좋은 만남은 인생을 즐겁게 한다. 지구를 사랑하는 작은 노력들 당장 지금부터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