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아프리카 -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의 서사시
조세프 케셀 지음, 유정애 옮김 / 서교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파트리샤에게.

 

 안녕? 파트리샤.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소설 속의 너는 열 살이 좀 넘은 어린 아이구나. 나와 같이 나이를 먹어갔다면 분명 넌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을 텐데 말이야. 이렇게 생각해보니 내가 파트리샤라고 이름을 부르는 것이 왠지 버릇없고 무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소설 속의 너는 어느 누구 보다도 눈부시고 사랑스러운 소녀였기에 나는 언제까지나 너를 소녀의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어. 킬리만자로 자락에 있는 국립공원에 사면서 너는 밤이고 낮이고 동물 친구들과 함께 숨 쉬고 뛰놀며 우정을 키워갔지. 난 그 관경이 너무나 신기해서 믿을 수가 없었어. 나는 집 앞에 살고 있는 작은 고양이들과도 친해질 수가 없었거든. 너의 따스한 마음, 동물과 마음껏 교감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누구보다도 그들을 사랑하는 그 끈끈한 진심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와 닿았어. 특히나 맹수라 불리는 사자 '킹'과 너의 우정은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것이었지. 몸이 약해 눈도 뜨지 못하는 어린 사자 킹에게 시리얼을 먹이고 담요를 덮어주며 건강한 어른 사자로 키운 너의 사랑과 우정은 내가 살아가면서 다시 보기 힘든 기적일 거야. 목덜미에 킹의 이빨이 닿아도 무섭지 않을 정도로 서로를 믿고 그의 수북한 갈기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던 너의 모습에 나도 슬그머니 그런 친구가 갖고 싶다는 질투를 느끼기도 했어.

 

 파트리샤, 너의 아버지는 국립공원을 지키는 전설적인 사냥꾼 불리트 씨지? 아, 너는 아버지가 동물들을 이유 없이 죽이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싫어하지. 미안해. 하지만 너희 아버지는 황소 불리트라 불리실 정도로 너무나 대단한 사냥꾼이었다고 여기저기 서들 칭송이 자자하더라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동물을 사랑하시고 너와 킹의 관계를 이해하시니 더 바랄게 없겠구나. 파드리샤. 너의 어머니 시빌 여사는 사실 좀 친해지기 힘든 타입이신 것 같아. 네가 자연 속에서 동물들과 뛰어노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시고 언제나 기숙학교로 보낼 생각에 가득 차계시잖니. 어? 아.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래도 너는 엄마를 많이 사랑하지? 네가 어떻게든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잘 헤아리려고 노력한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어. 착하고 예쁜 딸 파트리샤. 넌 정말 좋은 아이야.

 

 <소울 아프리카>라는 책에서 너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자 역할을 해주시던 그 아저씨는 잘 계시니? 소설 끝에서 너를 데리고 나이로비로 떠나셨던 그 분. 지금도 너와 친구같이 잘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구나. 그 분은 너를 통해 자연의 신비와 동물과 사람 간에는 있을 수 없다고 믿었던 우정을 보셨던 산증인이지. 그 분이 풀어 놓으시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어찌나 떨리고 흥분되던지 나는 마치 파트리샤 네가 내 눈 앞에서 숨 쉬고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그대로 손을 앞으로 내밀면 너의 손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그 떨리는 심장 소리를 너는 들을 수 없었겠지?

 

 파트리샤, 네가 마사이 족의 전사 오리우냐에게 청혼을 받았을 때는 나는 정말이지 너의 어머니만큼 놀라 마구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어. 너는 어떤 생각으로 그가 청혼하도록 내버려 둔 것일까? 사실 네가 너무 어린 나이이다 보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겠지만 나는 네가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거절하고 결혼의 뜻이 없다는 사실을 비췄더라면 너의 친구 킹이 희생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봤어. 용기의 상징인 사자의 가죽을 얻어 너와 결혼하기 위해 킹에서 덤볐던 오리우냐, 그리고 킹에 의해 다 죽어가는 오리우냐를 구하기 위해 킹에서 총을 겨누어야 했던 너의 아버지. 이 모두가 운명의 장난처럼 한데 얽혀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었으니 말이야. 네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가 너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 킹을 쏘아야했을 때 너의 아버지 불리트 씨의 마음도 분명 말 못할 정도로 힘드셨을 거야. 그러니 비록 지금은 용서할 수 없을 만큼 힘들겠지만 아버지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해주길 바래. 물론 킹의 죽음은 나도 견디기 힘들어. 너를 탓하는 것은 아니야. 나도 너만큼 킹이 보고 싶고 눈물 나게 그립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해.

 

 마음을 다치고 모든 동물들을 뒤로하고 꽁꽁 숨어버린 너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기숙학교는 마음에 드니? 맨발로 뛰어놀던 거칠지만 포근했던 공원이 생각나진 않니? 킹의 기분 좋은 갸르릉 소리와 푹신한 갈기가 생각나진 않아? 항상 네 걱정뿐인 시빌 여사와 불리트 씨가 보고 싶지는 않고? 나는 아직도 너에게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아. 하지만 내가 너에 대해서 더 알아가기는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너의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손이 가고 읽고 또 읽게 되는 것 같아. 너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묘한 매력이 있어서 50년이 지는 지금도 전혀 세대차가 느껴지지 않거든. 마치 지금 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라고. 이토록 멋진 너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고 파트리샤 네가 실제로 존재하는 내 친구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을 토해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내가 너무나 부족하고 안타깝게 여겨져. 부디 언제나 건강하기를, 그리고 <소울 아프리카>라는 너의 이야기가 앞으로 50년 ,100년 내가 살아갈 나날들과 나의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하길 바랄께. 파트리샤, 오늘은 유난히 네가 더 그리워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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