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별을 찾아서 -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에 관한 인문학 여행
윤혜진 지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그림 / 큐리어스(Qrious)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책, <어린 왕자>. 어린 시절부터 필독 도서 목록에 늘 등장한 작품이기에 <어린 왕자>라는 제목과 생텍쥐페리라는 이름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어린 왕자를 제대로 읽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초등학생 시절에 만났던 어린 왕자는 귀가 얇고 남의 마음도 몰라주는 똥 멍청이에 남이야 어쨌든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궁금한 것만 물어대는 눈치 없는 꼬마였다. '대체 이 책이 뭐가 유명하다는 거야?' 툴툴거리며 책을 던져버렸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유명한 책은 다들 알다시피 리커버 한정판이 등장하는 법! 20대 중반쯤이을까? 새롭게 출간된 <어린 왕자> 도서를 사면 작은 미니 노트도 준다기에 굳이 이미 읽었던 책을 또 샀다. 그냥 책장에 꽂아둘까 하다가 무심코 열어 본 책은 내가 알던 어린 왕자와는 사뭇 달라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그때 깨달았다. 어린 왕자가 변한 게 아니라 내가 성장했다는 사실을.

 10여 년 전에 다시 읽은 <어린 왕자>로 인해 이제는 이 소설을 정말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완벽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이번에 읽게 된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내가 알고 있던 <어린 왕자>는 완전체가 아니었음을, 또한 독자가 마음의 어른이 되어야 그리고 무엇보다 생텍쥐페리의 일생을 이해하고 나서야 <어린 왕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에는 생텍쥐페리의 생애, 어린 왕자의 탄생,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대화 속에 담긴 우리의 모습과 전하고픈 말 등이 담겨 있다. 작가와 주변 인물의 일화가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혹은 사건과 비슷하여 모두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소설로 옮긴 것이 아닌가 싶었다. 예를 들어, 너무 사랑하면서도 삐걱거렸던 부인, 콘수엘로와의 관계는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왕자와 장미처럼 서로의 진심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상처를 주었고, 행성을 떠났던 어린 왕자가 장미를 그리워하듯 생텍쥐페리의 종착역은 늘 부인이었다. 그나저나 여자 문제도 속을 꽤 썩였던데, 이 사람, 남자로서는 매력 꽝이다! <어린 왕자>를 봐서 특별히 봐주긴 하겠지만 너무하셨네요!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어린 시절, 정확히는 중학생 시절부터 <어린 왕자>를 사랑했던 윤혜진 작가가 무려 10년 전에 완성한 글이라고 한다. 윤혜진 작가는 몸과 영혼이 자유롭기를 바랐던 생텍쥐페리의 일생을 찬찬히 훑어보며 '규율, 관계 맺기, 우정은 상호적임,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하라' 등등, 그가 <어린 왕자>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제는 감히 <어린 왕자>를 진정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라는 책 덕분에 오랜 친구였던 <어린 왕자>를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아 작가님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게 마법 걸기
박성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호수처럼 깊은 눈망울과 짙은 눈썹, 오뚝 솟은 코와 자신감 넘치는 자두 빛 입술. 옷차림과 장신구마저 번쩍번쩍 빛나는 표지 속 인도 여인은 몽환적인 매력을 뽐내며 보는 이를 빨아들인다. <나에게 마법 걸기>라는 제목에 '주술'을 떠올리며 이 여인을 다시 보니 주술사인가 싶다. 표지를 넘기자 박성희 수필가의 사진과 간략한 소개 글이 등장하는데, 맙소사! 밸리 댄서인지 아니면 인도 공주인지 예쁜 생김새와 화려한 화장에 또 한 번 마음을 뺏겼다. 주술사 같은 이 작가가 전하는 인도 이야기는 어떨지 기대 감, 호기심 반으로 만난 첫 문장은 '가. 그냥 가. 도망쳐'. 딱 이 부분만 읽고도 알 수 있었다. 이 책 범상치 않다는 걸 말이다.

 대기업 직원인 남편을 따라 아들 둘을 데리고 인도로 가게 된 작가는 그곳에서 만 4년을 머물렀다. 여느 주재원이 그렇듯 기사와 가정부까지 두고 좋은 아파트에 살지만, 이곳이 어디인가? 바로 인도! 인도를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여러 책을 통해 인도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접했던 터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역시나 손버릇 나쁜 가정부와 돈만 밝히는 외국 이사장, 거짓말만 해대는 서비스 직원과 뒷돈을 바라며 서류를 자꾸 퇴짜놓는 공무원까지. 정말 인도의 속물이란 속물은 다 만난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인도의 못된 구석만 꼬집진 않는다. 오늘은 아이와 수업을 잘 못 했다며 수업료를 받지 않는 과외 선생과 사람 좋고 믿음직한 기사 등 좋은 인도 사람 이야기와 더불어 인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유적지를 여행한 경험담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인도에서의 삶을 전달하는 작가의 솔직함과 재치 있는 글솜씨 덕분에 나는 어느새 인도로 날아가 작가의 여러 추억을 공유하고 직접 체험하고 있었다. 입에 침이 절로 고이는 망고 예찬을 읽을 땐 정말이지 마트로 달려가 당장 망고를 집어 들고 싶었고 인도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 소리 지를 땐 슬그머니 쫓아가 한마디 거들고 싶었다.

 후반부에 다다르자 신나게 펼쳐지던 인도 이야기가 갑자기 싹둑 잘린 듯 다른 이야기로 이어져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이 책은 작가가 그간 기고했던 혹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짧은 글들은 모아놓은 책인가 보다. 인도에 흠뻑 취한 상태였기에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거세게 펄떡이는 활어처럼 살아 숨 쉬는 문장과 눈앞에 바로 그려지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 덕분에 인도 이야기가 아닌 일상 에세이도 참으로 즐거웠다. 무엇보다 작가의 인생을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와 삶을 향한 열정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더께', '혜윰에 젖다' 등 생소한 어휘를 만나 신선했다. 즐거웠던 시간을 접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내일의 행복을 꿈꾸며 나도 작가처럼 주문을 걸어보았다.


'나 자신에게 마법을 걸자. 이 세상은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언젠가는 내가 바라는 대로 꼭 살게 된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처음 읽었던 책은 무엇일까? 엄마도 기억하지 못하시니 그 답은 알 길이 없지만, 내 오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첫 번째 동화책은 <아기 돼지 삼 형제>다. 엄마 말로는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를 줄줄 외우고 다녔다는데, 원래 부모님들은 자기 자식이 천재인 줄 아니 그냥 반 농담으로 받아들이자. 어쨌든 내가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던 건 확실하다. 학창시절 아낌없이 책을 지원해주고자 하셨던 엄마 덕분에 동화 전집부터 40권 세트 백과사전까지, 비싼 외식은 자주 못 했을 지언정 책은 부족함 없이 넘치도록 탐미했다. 평범한 나란 사람에게도 30년 넘는 독서의 역사가 있는데,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어떤 책을 읽으며 눈물 흘리고 공감하셨을지 궁금하곤 했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지는 신간 속에서 과연 어떤 책이 우리 곁을 지키며 사랑받았을까? 그 오랜 궁금증을 명쾌한 해답으로 뚫어준 <대한민국 독서사>! 어쩜 이런 복덩이가 넝쿨째 굴러왔는지, 칭찬합니다!

 <대한민국 독서사>는 역사의 순간에 함께하며 각 시대를 대표한 여러 책을 통해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걸어온 온갖 희로애락 담긴 여정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해준다. 내 조국이 어떤 일을 겪고 우리 국민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책이라는 존재를 물성을 넘어서 얼이 담긴 영적 창작물로 접할 흔치 않은 경험, 이토록 짜릿한 순간이라니!    

 

 

 

 

 글자와 이름마저 빼앗겼던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자마자 화산처럼 폭발한 배움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갈망은 전쟁이 벌어져도 사그라지지 않고 활활 타올랐다. 전쟁통에도 학교 수업이 진행됐다니 그 열성에 외신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지적 호기심과 배우고자 하는 욕구에 발맞추어 여러 잡지와 책이 출간되기 시작했고 별다른 놀 거리가 없던 그 시절, 수많은 문학 소년과 문학 소녀가 탄생했으며 그들이 자라 사상과 외국 문학을 접하며 목소리 높여 학생 운동을 벌이는 대학생으로 성장했다. 노동자의 처절하고 고된 삶이 화두였던 1970년대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의협의 시대였던 1980년대에는 <영웅문>이라는 전통 무협,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떠들썩했던 1990년대에는 표현의 자유를 꿈꾸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외설적인 책이 등장하기도 했고 위기와 불안감에 휩싸여 치열한 경쟁을 벌인 2000년대엔 자기계발서가 큰 사랑을 받았다.

 이렇듯 한 시대를 대표한 책에서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애환과 고통은 물론 찰나의 기쁨과 가슴 깊숙이 품고 있던 욕망 혹은 열정까지 수 없이 많은 요소가 담겨 있다. 책이라는 주제로 꼼꼼하게 훑어본 대한민국의 역사는 마치 일련의 파노라마처럼 떠올라 내 가슴 속으로 쏙 들어왔다. 광복 이래 대한민국이 어떤 길을 걸어왔고 무슨 변화를 겪었는지 책을 통해 살펴볼 기회가 있었던가? <대한민국 독서사>는 한국 근대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볼 소중한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의 견해도 담겨 있지만, 시대상을 기술한 부분에서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자료를 제시하여 신뢰감을 주었고 여러 사진 자료를 실어 보는 즐거움까지 충족해주어 336페이지의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내가 원래 책을 좋아하는 책순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책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고 한국 근대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책인 건 확실함! 이런 보석 같은 책을 만날 수 있다니 잠깐은 더 바랄 게 없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미술 이야기 잠 못 드는 시리즈
안용태 지음 / 생각의길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목에서 재치가 철철 흘러넘치는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시리즈!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10권 넘게 출간된 거로 알고 있는데, 난 그 중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공학 이야기>와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철학 수업>을 읽어봤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 바로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미술 이야기>! 공학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난 천생 문과인지라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고 철학 수업은 얕은 지식으로 감당하기엔 살짝 어려웠다. 그런데 미술 이야기라니, 책을 처음 본 순간 머리에서 등을 따라 그리고 이내 발끝까지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첫눈에 알 수 있었다. 이 책이 진정 나의 취향 저격이라는 사실을!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미술 이야기>는 인문학 강의를 하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안용태 작가의 작품으로 미술이라는 주제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미술 세계사다. 미술 + 인문학 + 세계사라니. 이런 조합 정말 치명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요소는 두루 갖춘 책이라 시작하는 순간 정신 못 차리고 내달릴 줄은 알았지만, 책 제목처럼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재밌을 줄이야! 졸린 눈을 비벼가며 새벽까지 책을 읽은 적은 있어도 재밌어서 잠까지 달아나 버리는 경험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이 책은 최초의 인류가 풍족한 사냥 성과를 기원하며 그린 동굴 벽화부터 고흐와 고갱 같은 위대한 미술가들이 활동했던 후기 인상주의까지 아우른다.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이집트' 이야기였는데 미술 작품을 토대로 작가가 거침없이 풀어내는 이집트의 종교, 정치, 풍속 등의 생활상은 그 어떤 역사책에서 만난 이야기보다 더 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 너무 재밌어서 이집트 편은 몇 번이나 읽었는데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더라. 선명한 사진 자료가 꽤 여러 장 실려 있어 상당히 만족스러움. 인터넷 서점 책 소개 글을 보니 이 책엔 160여 점의 작품 사진이 실려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 좋았던 건 하나의 주제가 끝날 때마다 실려 있는 '함께 보면 좋을 책'. 그 주제를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독자에게 관련 도서 목록을 제공하는 작가의 세심함에 팬심이 발동할 지경이었다! '함께 보면 좋을 책' 목록에 읽고 싶은 책이 한가득이라 따로 추려내어 적어두고 한 권씩 읽어볼 생각이다.

 이쯤 되니 안용태라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해져서 네이버 검색 찬스를 사용했는데, 맙소사 1981년생이라니. 작가의 글솜씨와 방대한 지식에 나이가 많지 않을까 상상했는데, 역시 나이는 숫자일 뿐 지식의 크기와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구나. 명화를 사랑하고 역사를 좋아하고 인문학에 관심 있는 내게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미술 이야기>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었다. 올해 읽은 책 중 Top 5에 손꼽힐 정도로 좋았던 책! 누군가 특별한 미술 이야기를 원한다면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하겠다. 누구나 미술 이야기를 쓸 순 있지만 아무나 이 정도의 이야기를 풀어낼 순 없을 테니까. 오늘부로 안용태 작가의 팬이 되어버림.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2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퇴마록>과 <해리포터> 이후로 인생 최고의 판타지 소설을 만났다. 에밀리 킹의 여왕 시리즈! <백 번째 여왕>에 이어 <불의 여왕>이 출간되었고 3편인 <악의 여왕>도 곧 나올 예정이다. 현재 원서로는 4편까지 나온 상황. 제목이 전부 여왕이다 보니 권마다 다른 사람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주인공은 한 사람, '칼린다'다. 에밀리 킹이라는 작가 이름이 생소하여 내가 아직도 독서량이 부족하구나 하고 잠시 의기소침해졌는데, 세상에! <백 번째 여왕> 시리즈가 데뷔작이란다. 무슨 데뷔작이 이렇게 재미있담. 얼마 전에 정말 재밌게 읽었던 스릴러 소설 <리얼 라이즈>도 다른 작가의 데뷔작이었는데, 요즘 글 잘 쓰는 사람들 참 많다.

 <백 번째 여왕>에서 폭군 '라자 타렉'을 죽이고 사랑하는 연인이자 근위대장인 '데븐'과 피신한 제국의 여왕, 칼린다. 그녀는 제국의 후계자인 아스윈 왕자를 찾고 무시무시한 악의 존재를 불러낼 수 있는 주술이 담긴 '잘레'를 지켜내야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아스윈 왕자를 만났지만 칼린다는 원치 않는 대결에 휘말리게 된다. 부타 군주인 하스틴에게 점령당한 제국을 되찾으려 아스윈이 이웃 국가에 지원을 요청했고 그 동맹을 굳건히 하고자 왕자의 신부를 뽑는 대결에 각국을 대표하는 4명의 여인이 참가하게 된 것이다. 제국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속절없이 대결을 받아들인 칼린다. 그런 칼린다에게 아스윈 왕자는 열렬한 사랑을 표현하고, 포로수용소에 갇혀 만날 수 없게 된 '데븐'의 빈자리에 괴로워하던 칼린다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 변화로 두 사람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과연 칼린다의 사랑을 차지할 남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제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불의 여왕>은 '칼린다'와 '데븐'을 오가며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진행되어 굉장히 실감 나고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내가 하면 괴롭지만 남이 하면 그렇게 재밌는 '삼각관계'라는 요소도 소설의 재미를 배가하는 일등 공신! 폭군 '라자 타렉'과 똑같이 생겼지만, 성격은 전혀 다른 아스윈 왕자. 잘생긴 외모에 마음씨까지 따뜻하여 나라면 홀딱 반했을 그런 인물이건만 우리의 주인공 '칼린다'는 '데븐'을 향한 마음을 굳건히 지키며 잘도 버텨낸다. 열녀비라도 세워줘야 할 듯! 하지만 '데븐'과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왕자의 구애는 칼린다마저 휘청일 정도로 매혹적이고 달콤한데... 과연 누가 칼린다의 남자가 될 것인가!

 몸 좋고 힘이 센 남자들의 결투 장면은 익숙하지만, 신이 허락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여성 간의 결투는 그다지 본 적이 없기에 상당히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질기디질긴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칼린다의 투지와 용기 그리고 자립심에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응원하고 있더라. 세밀하고 박진감 넘치는 결투 장면 묘사를 통해 '칼린다'로 빙의하여 불을 쏘며 땅을 다루는 '시트라 공주'를 비롯한 여러 상대와 내가 직접 결투라도 치른 양 온 힘을 다해 끝까지 달렸던 시간. <불의 여왕>은 한 번 읽으면 반해버려서 다음 이야기를 읽지 않을 수가 없다! 에밀리 킹의 여왕 시리즈는 정말 꼭 읽어야 할 판타지 소설임. <악의 여왕>도 제발 빨리 나오기를... <불의 여왕>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